다음 날, 주민혁은 한 연회에 참석했다.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접대해야 하는 자리였다.그는 최수빈에게 미리 일정을 알린 뒤 집을 나섰다.연회장.주민혁은 몸에 딱 맞게 재단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소나무처럼 곧고 반듯한 자세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 바이어들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유창한 외국어에, 때때로 유머러스한 표현도 섞어 쓰는 것이 여유롭고도 품격 있었다.작은 몸짓 하나에도 묵직한 존재감이 배어 나와 현장에 있던 여러 명문가 여성들의 시선이 은근히 그에게 향했다.“주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키가 크고 화려하게 꾸민 한 여자가 샴페인 잔을 들고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가왔다.그녀는 강렬한 붉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치맛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희고 곧게 뻗은 다리가 드러났고 얼굴에는 계산된 듯 완벽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를 소개한 사람은 유럽에서 온 협력사 대표였다.그가 주민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어눌한 한국어로 웃으며 말했다.“주 대표님, 이쪽은 에라 씨입니다. 저희 회사의 아시아 태평양 시장 총괄 이사이자 이번 협력의 핵심 인물 중 한 분이죠. 에라 씨가 예전부터 주 대표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꼭 한번 뵙고 싶어 했습니다.”에라는 곧바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먼저 손을 내밀었다.“주 대표님, 안녕하세요. 에라입니다.”부드럽고도 애교 섞인 목소리였다.“주상 그룹이 대표님의 지휘 아래 국제 시장에서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오늘 직접 뵈니, 그 명성이 괜한 게 아니었네요.”하지만 주민혁은 그녀가 내민 손을 담담히 쳐다보기만 할 뿐, 손을 잡아주지는 않고 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를 차려 답했다.“과찬입니다, 에라 씨. 주상 그룹의 성장은 저 혼자 이룬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만든 결과예요.”분명한 거절의 뜻에 에라는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잠시 굳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정리했다.자연스럽게 손을 거둔 그녀는 샴페인을 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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