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다 만나는구나, 민성아.”송강수가 웃으며 말했다.“마침 좀 할 말이 있었는데 네 차가 보이길래 이렇게 왔어.”육민성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그는 곁에 있는 송미연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육민성은 차 문을 열고 내려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무슨 일이십니까?”설희애가 얼른 앞으로 나섰다. 얼굴에는 억지스러운 웃음이 가득했다.“민성아, 다름이 아니라... 우리 집안이 요즘 조금 어렵잖아. 자금 사정이 영 좋지 않아서. 혹시 우리 쪽에 투자 좀 해주실 수 있을까 해서 말이야. 걱정하지 마. 절대 손해 보시게 하지는 않을 거니까. 수익률은 확실히 보장해줄게!”송강수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 민성아. 너 우리 미연이랑 부부 사이잖아. 가족끼리 남처럼 굴 필요는 없지. 미연이를 돕는 셈 치고 우리도 좀 도와줘.”육민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곧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차 안에 있던 송미연이 벌컥 문을 밀고 나왔다. 비틀거리며 내린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화가 난 탓에 목소리까지 미세하게 떨렸다.“아빠! 엄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미연아, 너 지금 말버릇이 그게 뭐니!”설희애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도 다 이 집안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두 사람, 이미 결혼까지 했는데 우릴 좀 도와주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니?”“누가 한 가족이래요?”송미연은 그런 식으로 남의 피를 빨아먹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특히나 육민성의 피를 말이다.송미연은 부모를 가리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우리 가짜 결혼한 거예요! 엄마 아빠 상대하려고 혼인신고만 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 사람 이용할 생각 하지 마요!”그 말에 송강수와 설희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짜 결혼? 미연아, 너 지금 무슨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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