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주민혁과 최수빈은 함께 만찬에 참석했다.상류층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그날의 만찬은 매년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자리였다.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있거나, 힘이 있거나, 둘 다 가진 이들이었다.연회장 입구 쪽이 순간 작게 술렁였다.주민혁의 팔짱을 낀 최수빈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바닥에 길게 끌리는 버건디색 벨벳 드레스 차림이었는데 부드럽게 흐르는 치맛자락이 가늘고 우아한 몸매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그 옆에 선 주민혁은 몸에 꼭 맞게 재단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곧게 뻗은 자세, 단정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가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나란히 선 두 사람은 누가 보아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주 대표님, 최수빈 씨, 두 분은 정말 하늘이 맺어 준 한 쌍이십니다.”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은 머리가 희끗한 한 노신사였다. 전통 있는 기업의 회장으로, 주민혁이 주상 그룹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오늘 두 분이 함께 오시니 연회장이 다 환해지는군요.”주민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차분하게 웃었다.“과찬이십니다, 장 회장님.”최수빈도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장 회장님.”그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잔이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졌고 칭찬과 아부가 끊임없이 오갔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말, 주민혁이 이끄는 주상 그룹의 성장세가 놀랍다는 말, 그리고 그 틈을 타 협업 기회를 얻어 보려는 말들이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의 팔을 가볍게 잡은 채, 능숙하게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 냈다.건네지는 술잔도 마다하지는 않았다. 다만 입술만 살짝 적시는 정도로 예의를 갖췄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도 무례해 보이지 않는, 딱 적당히 거리감 있는 태도였다.주민혁은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다.누군가 독한 술을 권할 때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잔을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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