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apítulo 1411 - Capítulo 1420

1590 Capítulos

제1411화

에라는 어둠이 드리운 곳에 서 있었다.몸에는 버건디색 머메이드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아직 물방울이 몇 방울 묻어 있었다. 조금 전 수영장 가까이에 있었다는 증거였다.아수라장이 된 수영장 주변을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냉소 어린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주민혁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얼어붙은 호수처럼, 소름 끼칠 만큼 차가웠다.에라가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 전 송미연이 물에 빠진 건, 절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주민혁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에라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그의 주변으로 숨 막히는 냉기가 내려앉자, 곁에 있던 사람들마저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에라도 그의 시선을 느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주민혁이 있는 쪽을 향해 도발하듯 눈썹을 까딱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우아하게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 벌어진 모든 일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녀는 유유히 행사장 안으로 사라졌다.“진짜 너무하잖아요!”최수빈은 에라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분명 저 사람이 한 짓이에요! 저 사람이 미연이를 밀어 넣은 게 틀림없어요!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미연이만 쳐다보고 있었잖아요!”육민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송미연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자신의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기대고 있었다.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그녀의 숨결을 확인하듯이 말이다.핏발이 잔뜩 서서 붉게 충혈된 그의 눈빛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너무 다급한 나머지 방금 전에는 에라가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다.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멀쩡하던 송미연이 갑자기 수영장에 빠질 이유가 없었다.분명 에라가 꾸민 짓이었다.육민성은 고개를 숙여 품 안에서 여전히 의식이 희미한 송미연을 바라보았다. 가슴을 파고드는 안쓰러움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뒤엉켜 그를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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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방금 상황을 목격한 사람이 누군지도 확인해. 연락처 전부 받아 놓고 한 명씩 찾아가서 물어봐. 그리고 에라를 감시해. 도망치지 못하게.”“네, 대표님.”진한수는 곧바로 대답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움직였다.최수빈은 차갑게 굳은 주민혁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민혁 씨... 미연이, 괜찮겠죠? 아까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요.”“괜찮을 거야.”주민혁은 최수빈의 손을 다시 꼭 잡아 주었다.“미연 씨는 아무 일 없을 거야. 좋은 사람은 하늘도 돕는다잖아.”침착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미세하게 긴장한 기색이 느껴졌다.송미연은 최수빈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육민성이 마음 깊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걸 주민혁은 잘 알고 있었다.만약 송미연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육민성은 미쳐 버릴지 몰랐다.행사장 안의 손님들은 갑작스러운 소동에 이미 모든 흥이 깨진 뒤였다.조금 전 울려 퍼진 비명과 구급차 사이렌 소리는 이 화려한 행사의 분위기를 완전히 깨뜨려 놓았다.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렸다.방금 물에 빠진 사람이 누구인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추측이 난무했다.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흐트러진 정장을 가볍게 매만지고 행사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정부의 주도로 열린 이 회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주민혁과 최수빈에게는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그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 이곳의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송미연의 곁을 지키는 것이었다.밤은 점점 깊어져 갔다.병원 응급실 안, 새하얀 조명이 눈이 시릴 만큼 차갑게 쏟아지고 있었다.송미연은 병상 위에 누워 있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다.코에는 산소호흡기가 꽂혀 있었고 팔에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다. 투명한 약물이 한 방울씩, 천천히 그녀의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육민성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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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자신이 이대로 죽는구나 싶던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사람의 품은 따뜻했으며 익숙한 향이 났다.바로 육민성이었다.송미연은 그를 깨우려는 듯, 손가락을 아주 살짝 움직였다.얕은 잠을 자고 있던 터라 육민성은 그 순간 번쩍 눈을 떴다.고개를 들고 송미연과 눈이 마주친 순간, 육민성의 눈동자가 환하게 밝아졌다. 마치 밤하늘 가득 별빛이 켜진 것처럼 말이다.“미연 씨! 깼어? 몸은 어때? 어디 불편한 데 없어? 목은 아직 아파? 물 마실래?”송미연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목 안이 여전히 따끔거려 겨우 희미한 목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나... 괜찮아요. 오빠는... 안 잤어요?”“나 안 졸려.”육민성은 애써 웃어 보였다.그러고는 서둘러 따뜻한 물을 한 컵 따른 뒤, 면봉에 물을 살짝 묻혀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적셔 주었다.“의사 선생님이 방금 깨어났을 땐 물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했어. 일단 입술부터 적시자.”송미연은 그가 한없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이런 육민성의 모습은 처음이었다.평소의 그는 늘 어딘가 여유롭고 장난기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말도 안 될 만큼 다정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최수빈과 주민혁이 아침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송미연이 깨어난 것을 본 순간, 최수빈의 눈가가 단숨에 붉어졌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침대 곁으로 다가와 송미연의 다른 한 손을 꼭 붙잡았다.“미연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 없어? 나 정말 깜짝 놀랐잖아!”“나 괜찮아.”송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했다.주민혁은 한쪽에 서서 정신을 차린 송미연을 바라보았다. 밤새 굳어 있던 그의 표정도 그제야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이윽고 그가 육민성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CCTV 확인했어요. 에라가 미연 씨를 민 게 맞습니다. 증거는 이미 경찰에 넘겼고 지금 체포하러 갔어요. 도망 못 갈 거예요.”육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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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민혁은 최수빈의 손을 잡고 익숙한 검은색 벤틀리 쪽으로 걸어갔다.그런 다음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에 올랐다.차는 천천히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아침 출근길 차량들 사이로 스며들었다.최수빈은 창가에 기대어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음속 의문은 점점 더 짙어졌다.그녀는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주민혁을 슬쩍 바라보았다. 옆모습이 차가우면서도 단정했다.그는 늘 그렇듯 말없이 모든 걸 준비해 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최수빈의 마음에 생긴 주름까지 정확히 펴 주었다.차는 삼십 분 남짓 달린 끝에, 짙은 녹음 속에 숨어 있는 한 단독 별장 앞에 멈춰 섰다.별장의 외벽에는 푸른 담쟁이덩굴이 가득 타고 올라가 있었는데 입구에는 오래된 느낌의 나무 간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위에는 단아한 글씨체로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금재]최수빈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도 이곳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금재’의 디자이너 서문영은 국내 최정상급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부드럽고 동시에 품격 있는 분위기를 지녀 명문가의 딸들이 결혼할 때면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웨딩드레스를 맞출 정도였다.하지만 서문영은 워낙 조용하고 까다로운 성격으로 유명했다. 대량 주문은 받지 않았고 웨딩드레스를 부탁하려면 오래전부터 예약해야 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인연이 닿아야 가능했다.“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최수빈의 목소리에는 놀랍다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러자 주민혁은 시동을 끄고 다정한 미소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들어가 보면 알아.”먼저 차에서 내린 그는 조수석으로 돌아와 최수빈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그렇게 최수빈은 주민혁을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치자꽃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거실은 간결하면서도 우아했다.원목 가구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고 벽에는 서문영의 디자인 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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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주민혁은 최수빈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살짝 몸을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진심이 가득한 눈빛에는 조금 긴장한 기색도 엿보였다.“맞아. 아직 대답은 안 했지.”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러나 이내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너랑 결혼하고 싶다는 건 나 혼자 바라고 있는 일이야. 너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어. 모두가 알게 하고 싶거든. 네가 나 주민혁의 아내라는 걸.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전부 네 앞에 가져다주고 싶어.”최수빈은 그를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눈가와 입가에는 행복해 보이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주민혁의 손가락에 살며시 걸었다.손끝이 닿은 순간, 주민혁은 몸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으나 곧 최수빈과 손을 마주 잡았다.부드럽지만 힘 있는 동작이었다.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자 공기 속에는 달콤한 기운이 은은하게 번져 갔다.서문영은 옆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눈치 있게 조용히 물러나 두 사람만 남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의 품에 기대어 다시 웨딩드레스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아, 맞다. 아까 병실에서 미연이가 그랬는데...”주민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뭘?”“우리랑 같이 결혼식 올리고 싶대요. 그렇게 하면 더 떠들썩하고 좋을 것 같다고요.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니까, 같이 결혼식을 올리면 겹경사가 아니냐고 했어요.”주민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최수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난 또 뭐라고. 안 될 게 뭐 있어?”그의 입가에 떠 있는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육 대표님도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야. 그 사람이 미연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 우린 다 알고 있잖아. 그럼 미연 씨네도 같이 결혼식 올리는 거로 하자.”최수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역시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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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최수빈은 발끝을 살짝 들고 주민혁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아주 짧고도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주민혁의 몸이 순간 굳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주도권을 빼앗듯 고개를 숙여 그 입맞춤을 더 깊게 이어갔다.문밖에 서 있던 서문영은 생각했다.겹경사가 된 이번 결혼식은, 분명 이 도시에서 가장 감동적인 축제가 될 거라고.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최수빈은 그제야 주민혁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주민혁은 그런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자, 이제 됐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 선생님께 치수 재달라고 하자. 난 벌써부터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고 싶어 못 견디겠어.”최수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한때, 지난 세월의 오해와 치열했던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상처들에 가로막혀 다시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린 결혼 생활이 두 사람 인연의 마지막이라고 믿었다.웨딩드레스와 결혼식에 대한 설렘 같은 건 이미 세월 속에 닳고 닳아 감히 꺼내 볼 수도 없는 꿈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주민혁은 바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고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그는 최수빈과 결혼하고 싶은 것은 물론 그녀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최수빈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자 주민혁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차갑게 식은 손끝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여주었다.“너무 빠르다고 느껴져?”최수빈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직도 눈빛에는 꿈에서 덜 깬 듯한 어렴풋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에 주민혁은 낮게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다.손끝의 온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괜찮아. 네가 빠르다고 느끼면 난 기다릴 거야. 네 마음이 완전히 정해지는 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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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최수빈은 옆에 서서 차분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는 주민혁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가슴속에 따뜻한 감정이 겹겹이 차올랐다.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꿈같은 아득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대신 단단한 행복감이 채워 졌다.하나하나 메모하던 서문영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주 대표님, 신부보다 더 신경을 쓰시는 것 같네요.”주민혁은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곁에 선 최수빈을 바라보았다.“수빈이는 최고의 것만 받아야 하니까요.”금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최수빈은 조수석에 앉아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주민혁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차가 천천히 도로 위 차량 흐름 속으로 들어섰을 때, 주민혁이 문득 입을 열었다.“결혼식장은 교외에 있는 로즈 가든으로 봐 뒀어. 너 거기 장미꽃밭 좋아했잖아. 결혼식 할 때쯤이면 아마 딱 개화 시기일 거야.”최수빈의 눈빛이 단번에 반짝였다.“로즈 가든?”예전에 최수빈은 주민혁에게 딱 한 번, 로즈 가든의 장미꽃밭이 너무 예쁘다며 저런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참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때 두 사람의 사이는 아직 많이 어색하고 냉랭한 상태였다.그녀 역시 그저 스치듯 꺼낸 말이었는지라 주민혁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응.”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사람을 보내서 이야기해 보라고 했으니까 네가 좋다고만 하면 바로 확정할 수 있어. 그리고 미연 씨, 우리랑 같이 결혼식 올리고 싶다고 했다며...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겹경사니까 더 떠들썩하고 좋잖아.”최수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은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최수빈이 다 씻고 나서 편안한 홈웨어로 갈아입은 뒤 막 소파에 앉으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송미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최수빈은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얼른 전화를 받았다.“미연아, 어때? 몸은 좀 괜찮아졌어?”송미연의 목소리는 조금 나른했지만 제법 기운이 돌아온 듯했다.“많이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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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네 병상 곁에서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지킨 건 또 뭔데? 선배는 아직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것뿐이야.”머릿속에 엉망으로 뒤엉켜 송미연은 말이 없어졌다.그러다 육민성이 자신을 안고 수영장에서 나왔을 때의 다급한 눈빛이 떠올랐다.심폐소생술을 하던 그의 떨리던 손끝도, 병상 곁을 지키던 피곤하지만 다정했던 옆모습도 떠올랐다.그 장면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송미연의 마음도 저도 모르게 약해졌다.하지만 그래도 선뜻 믿을 수는 없었다.그녀와 육민성은 터무니없는 가짜 결혼에서 시작된 사이였으니 말이다.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가 괜히 지금의 균형 잡힌 사이가 깨져 버릴까 봐, 끝내 친구로도 남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만 생각하자.”송미연은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나와서 한잔할래? 나 답답해 죽겠어. 민성 오빠는 회사 일 처리하러 가서 지금 집에 없거든.”최수빈은 잠시 망설였다.송미연은 이제 막 퇴원한 데다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술은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송미연이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걸 쌓아 두고 있는 이상, 한 번쯤은 털어놓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결국 최수빈은 그 제안에 수락하며 당부했다.“그럼 조금만 마셔. 내가 너한테 갈게.”두 사람은 블루문에서 만나기로 했다.분위기는 차분했고 조명은 은은했으며 잔잔한 음악이 낮게 흐르고 있었다.먼저 도착한 송미연의 앞에는 도수가 높지 않은 과실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최수빈은 다가가 자리에 앉고 그녀와 같은 술을 주문했다.“갑자기 왜 술이 마시고 싶어졌어?”최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그러자 송미연은 씁쓸한 기색이 어린 눈빛을 보이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아서. 나 진짜 한심하지? 좋아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 꺼내고.”최수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심한 게 아니야. 너무 소중해서 그래. 말해 버리면, 지금 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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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당사자들만 모를 뿐, 곁에서 보는 사람 눈에는 너무나도 뻔했다.‘이 가짜 결혼은 아마 머지않아 진짜가 될 거야.’블루문 안에는 은은한 조명이 흐르고 잔잔한 음악이 낮게 깔려 있었다.최수빈은 자리에 앉아 창밖의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그러다 문득 낮에 웨딩드레스 숍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주민혁의 다정한 눈빛과 미소가 생각나자 입가에 또다시 살며시 웃음이 번졌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주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블루문에서 미연이랑 같이 있어요. 미연이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선배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혁에게서 답장이 왔다.[기다려. 내가 데리러 갈게.]잠시 후, 바의 문이 열리고 육민성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편한 옷차림의 그는 머리도 조금 흐트러져 있는 것이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어려 있었다.그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는 송미연을 단번에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왔다.그러고는 곁에 쪼그려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뭘 이렇게 많이 마셨어.”송미연은 흐릿한 눈을 겨우 떴다.그러다 육민성이 보이자 입가에 웃음을 띠며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붙잡은 뒤, 웅얼거리듯 말했다.“오빠... 왔네요...”육민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는 최수빈을 돌아보았다. 목소리에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최수빈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아요. 마음이 답답했던 모양이에요. 이렇게라도 풀어내는 게 낫죠.”두 사람이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바의 문이 다시 열렸다.주민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그는 최수빈을 보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나 안 기다렸어?”최수빈은 그의 품에 기대며 웃었다.“메시지 보낸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왔네요.”육민성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더니 입가를 살짝 움직였다.그러나 이내 손을 뻗어 송미연을 조심스럽게 테이블에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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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한편.육민성은 송미연을 반쯤 부축하고 반쯤 안다시피 한 채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송미연의 뺨은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에 스칠 때마다 달콤한 과실주 향이 은은하게 번졌다.그 바람에 육민성은 저도 모르게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그녀의 몸은 힘없이 풀려 있었다.온몸을 육민성의 품에 기대고, 한 손으로는 그의 소매를 꼭 붙잡은 채 손끝으로는 무의식중에 옷을 만지작거렸다.“오빠...”발음이 흐릿했으나 그 목소리에는 술에 취한 사람 특유의 귀여운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나 안 취했어요, 진짜예요...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어요...”육민성은 고개를 숙여 송미연을 바라보았다.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작은 턱선과 오뚝한 코끝을 부드럽게 그려 냈다.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은 작은 부채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육민성은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려 걸음을 더 늦추었다.어이없는 상황이었으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그래, 그래. 안 취했어. 그러니까 이제 집에 가자. 술은 그만 마시고.”송미연은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육민성의 가슴팍에 더 깊게 얼굴을 파묻을 뿐이었다.그러자 그의 단단하고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밤바람이 송미연의 머리카락을 살짝 흩날렸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 육민성의 손목을 스치며 간지럽혔다.육민성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혹시라도 그녀가 넘어질까 봐, 허리께를 감싼 손에 더욱 조심스레 힘을 실었다.손바닥 아래로 전해지는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또렷하게 느껴졌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간간이 송미연의 중얼거리는 말소리와 밤바람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주차장에 도착하자 육민성은 조심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고 그녀를 태우려 했다.하지만 송미연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육민성의 소매를 꼭 붙든 채 놓지 않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붉어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꼭 억울한 일을 당한 작은 고양이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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