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431 - Chapter 440

588 Chapters

제431화

소비의 커다란 눈 속에서 반짝이던 빛은 순식간에 사라진 채, 실망한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분홍빛이 도는 작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백진아는 소비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산에서 내려가면 하나 선물로 주마.”소비는 이내 환한 표정을 짓더니, 기쁜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했다.“정말요? 고맙습니다!”백진아도 미소로 답하며, 손에 쥔 나무 막대를 눈 위에 짚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산 아래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갔다.뢰십은 서둘러 소비를 업고 사람들을 이끌며 뒤따랐다.일행은 설원과 울창한 숲을 가르며 질주했다. 망토를 펄럭이며 바람을 가르는 모습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비록 겉보기엔 멋있어 보였지만, 사실 백진아는 속으로 꽤 긴장하고 있었다. 스키 실력은 자신 있었지만, 예전에 타던 곳은 모두 정비된 스키장이었고, 지금은 산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위며 나무, 관목까지 장애물이 널려 있었기에, 이 속도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죽지 않더라도 크게 다칠 게 분명했다. 그녀도 내공이 없었다면 이런 모험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속도가 워낙 빨라, 일행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산 아래에 도착했다.모두 흥분한 채,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뢰십일이 웃으며 말했다.“북쪽으로 가면 사방이 설원입니다. 이런 경험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소비는 눈을 살짝 굴리며 물었다.“다들 어디로 가십니까? 혹시 빙령산으로 가는 것입니까?”백진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린애가 쓸데없는 걱정은. 앞에 설제국의 작은 마을이 있으니, 그곳 의원에서 치료받거라.”소비는 곧바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싫어요, 싫습니다! 어찌 어린아이를 홀로 두시려는 겁니까? 낯선 곳이라 무섭습니다.”뢰십은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우리에게 들러붙을 셈이냐?”백진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비를 보며 말했다.“아이야, 솔직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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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백진아는 마음속에 따뜻함이 밀려왔다. 암위가 얼마나 중요한 부하들인가? 연천능은 그녀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뢰일은 신호탄을 꺼내 불을 붙였다. 불꽃은 ‘슉’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고, 공중에서 터지며 푸른빛을 띠었다.그 후 일행은 그 자리에 머물며, 잠시 쉬면서 음식을 먹었다.백진아는 바위에 앉아 육포를 씹다가 주변을 살피고 나서야 물병을 열어 영천수 한 모금을 마셨다.그런데 바로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쏜살같이 지나갔고, 말발굽에 차인 눈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백진아는 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리는 열 명 정도였고, 붉은 모피 망토를 걸친 여인이 선두에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허리에는 검은 옥패가 달려 있었다.‘혹시… 신의곡 사람들인가?’보아하니 강호 인사만 천향과를 찾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의술을 배우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백진아가 세 번째 육포를 먹고 있을 때, 뢰십이 그녀에게 말했다.“누이, 왔습니다.”백진아는 육포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돌렸고, 눈이 번쩍 커졌다.검은 모피 망토를 걸친 연천능이 늠름하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에 망토가 나부끼며, 안에 입은 보랏빛 비단옷이 드러났다. 그의 모습은 준수하고, 존귀하며, 도도했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고, 육포가 그대로 눈밭에 떨어지고 말았다.연천능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왜? 또 나의 자태에 넋을 잃은 건가?”연천능은 비록 아직 마음속에 화가 남아 있었지만, 백진아를 본 순간 그 감정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백진아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어찌 여기 계신 것입니까?”연천능은 분명 경성의 상황이 복잡해, 떠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결국 따라왔으니, 그녀가 기뻐하는 게 당연했다. 연천능은 이내 백진아의 수척한 얼굴과 야윈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져,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냈다.“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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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토양, 수분, 적절한 햇빛, 알맞은 온도, 그리고 산소 등이다. 하지만 얼음이 2미터 이상 두껍게 얼어 있는 이 빙령산에서 그런 조건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무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추운 곳에 물이 있겠습니까? 다만… 다르게 생각하면, 얼음과 눈도 전부 물이긴 하지요.”백진아가 말했다.“그래서 물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지열이나 온천 같은 게 있을 것입니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니, 식물이 자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이나 얼음 동굴이 형성되는 것도 대부분 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산속의 물이나 지하 하천은 결국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게 마련이고, 빙령산의 동쪽에 마침 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이 있는 동굴이나, 얼음 동굴의 지형은 분명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을 것입니다…”연천능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모두가 처음 듣는 지식을 술술 얘기하는 백진아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볼수록 더 예뻐 보였고, 그는 볼수록 그녀가 더 좋아졌다.연천능은 이런 그녀가 정말, 아주 좋았다.백진아의 말이 꽤나 논리적인 덕분에 모두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게다가 뢰십 일행은 이미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기하고 놀라운 물건들을 봤었기에, 더 숭배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연천능이 곧바로 제안했다.“그럼, 서쪽 지형이 높은 동굴에서 물을 찾으면 되겠군.”이 거대한 빙령산에서 조그마한 천향과를 찾는 것보다는, 물을 찾는 편이 훨씬 쉬웠다.연천능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맛보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은 탓에 쉽지 않았다.백진아는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 그의 마수에서 벗어났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시지요.”백진아는 곧장 산으로 향했다. 동굴은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야 했다. 풍일 일행이 이전에 동굴을 탐색하긴 했지만, 천향과를 찾는 데만 집중했기에, 동굴의 지형이나 흐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산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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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이 자식, 완전히 여길 자기 땅처럼 생각하고 있네?’고지행은 말을 마치고는 연천능 앞에 서서 백진아를 향해 정중하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연천능은 손을 들어 그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백진아와 나란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백진아는 순백 망토를 걸치고 있어, 유난히 더 옥처럼 곱고 단아한 기품을 내뿜었다. 비록 남장 차림이었지만 얼굴을 위장하지는 않았기에, 한 번에 연인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연천능은 검은색 모피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윤기 나는 털만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인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거기에 그의 준수한 외모와 귀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듯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안으로 들어오자, 동굴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굳어졌다. 말을 타고 지나가던 붉은 옷의 여인은 백진아의 얼굴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뒤따라 들어온 고지행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확 굳었다. 그의 눈빛에 담긴 애정과 쓸쓸함은 대체 누구 때문일까?설마…그녀가 더 생각을 이어가기 전, 고지행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 이분이 바로 내가 새로 모신 스승이네. 봉합술, 해부 기초, 그리고 회춘당에서 팔고 있는 새로운 약까지, 모두 스승님께서 만든 것이지. 곡주께서도 아주 높이 평가하셔서, 이미 이등 문인의 옥패를 하사하셨네.”백진아는 예법에 맞는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에 찬 검은 옥패를 들어 보여 주었다.그와 동시에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천향과가 몇 개나 있을까? 만약 하나뿐이라면, 같은 문파 사람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건가?’비록 신의곡에서 온 10인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를 올렸다.“사고님을 뵙습니다!”“사고조님을 뵙습니다!”“증사고조님을 뵙습니다!”백진아는 자신의 너무 높은 서열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가슴을 펴고 가볍게 헛기침했다.“흠! 예는 괜찮습니다. 이런 곳에서 여러분을 만날 줄 몰라, 드릴 선물도 준비 못 했으니... 참 송구하네요.”“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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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네 명의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날카롭고, 안정적인 걸음걸이로 보아, 모두 무공을 익힌 자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다.백진아는 정신을 집중해 다시 그들을 살펴봤고, 뒤쪽에서 홍곡의 모습을 발견했다.비록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눈만 내놓고 있었지만, 백진아는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명혜 군주의 사람일까? 아니면 홍곡이 속한 배후 조직일까?’경계를 맡고 있던 운일 일행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아섰다.“여러분, 이 동굴은 저희 주인께서 사용 중이니, 다른 곳으로 가주시죠.”도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이 빙령산이 자네 주인 것인가? 대량 사람끼리, 이런 혹한에서 서로 돕고 지낼 수 없는 것이오?”운일이 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안 됩니다.”연천능은 고지행과 시선을 마주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도장을 안으로 모시거라.”운일은 이내 무기를 거두고 동굴 입구를 비켜주었다.그 도사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동굴 안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모닥불마다 사람들이 빽빽이 둘러앉아 있어, 그들이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연천능을 향해, 도가식 예를 올리며 말했다.“무량천존! 난 운청이라 하오. 도와줘서 참 고맙네.”연천능은 짐승 가죽이 깔린 바위 위에 꼿꼿이 앉은 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사양 마시고 편히 계시오.”그는 함께 앉으려는 뜻이 없다는 것을 티 냈다.운청 도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실례하겠네.”그들은 방해가 되지 않는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홍곡은 두 명의 사내가 밖으로 나갔다가, 소나무 가지를 안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불을 피우고 나서 그들은 먹을 것과 물을 데웠다. 날이 너무 추워 물주머니 속 물은 이미 얼음이 되어 있었다.백진아는 볶아 둔 밀가루를 꺼내 일행에게 나눠주며, 각자의 식통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저으면 죽이 된다고 알려주었다.안에는 소금, 참깨, 호두 알, 말린 고기, 그리고 채소가 들어 있어서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향긋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곧이어 동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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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정신을 집중해 다시 바라보니, 역시나 몸을 꽁꽁 감싼 여자가 운청 도사 뒤쪽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뢰십일도 그것을 보고는 물었다. “누이, 홍곡이 도사 도술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닐까요?”연천능이 말했다.“아닐 것이다. 도술은 술법을 가진 자의 내공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다른데, 홍곡은 늘 이랬다. 타고난 능력일 가능성이 크다.”백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들도 홍곡의 지휘받는 것 같으니 다들 조심하거라.”“예!”몇 사람이 작게 대답했다.그 뒤로도 동굴 안에 설제국 토박이 두 무리가 더 들어왔다.연천능은 식사 후에 전략을 논의할 생각이었지만, 바깥사람이 많아진 탓에 논의가 불편해졌다. 결국 일행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백진아는 연천능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살짝 감은 채 태극 내공 심법을 수련했다.“아가씨! 너무 무섭습니다… 아가씨와 함께 앉고 싶습니다!”이때 능란이 달려와, 순진하고 어눌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고지행은 미간을 찌푸리며 턱으로 동굴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저기서 쉬거라.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뭐가 무섭다고 그래.”능란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지행 오라버니, 오라버니와 자겠다는 것도 아닌데, 어찌 거절하는 것입니까? 이곳에서 여인이라고는 아가씨와 저, 둘뿐입니다. 함께 있는 게 맞지 않나요?”그러자 백진아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이리 와서 앉거라.”항렬로 따지면 능란은 분명 그녀의 후배였다. 새로 입문한 신의곡 2대 제자라 해도, 후배를 챙겨주는 게 맞았다.“흥!”능란은 고지행을 향해 철없고 도도한 표정을 한 번 지어 보이고는 백진아 옆에 앉았다.연천능의 눈에서 노골적인 불쾌함이 번뜩였고,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모처럼 백진아를 안고 키스도 해보려 했는데, 능란이 끼어들어서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연천능의 냉기를 느낀 능란은 목을 움츠리며, 불쌍한 얼굴로 백진아에게 말했다.“정말 무섭습니다... 남자들 사이에 있으면 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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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운청 도사가 갑자기 이런 수를 쓰자, 많은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었고, 몇몇은 바로 구경하려고 다가왔다.그는 검무를 마친 뒤, 어깨에 멘 보따리에서 젓가락 하나를 꺼내 그릇에 꽂고는 손으로 잡은 채 눈을 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천지는 흔적이 없고, 천 겹 만 겹이라도 신의 눈은 번개 같아 형체가 숨을 곳도 없네. 신선을 받들어 청하오니, 길을 가리켜 주소서!”‘서’ 자를 내뱉자마자, 그는 손을 놓았다.젓가락은 한 바퀴 흔들리더니, 쓰러지지 않고 서쪽을 향해 기울어졌다.그와 동시에 백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가의 현학은 매우 신비롭고 심오한 학문으로, 중국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왔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도 풍수, 점술, 관상 같은 현문 도술은 여전히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이런 신비주의적인 것들을 믿지 않았지만, 이 세계로 넘어온 이후로는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운청 도사는 물이 담긴 그릇을 들어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천향과는 정확히 이곳의 서쪽에 있소. 자, 모두 나를 따라오시오!”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움직이자, 젓가락도 마치 지남침의 침처럼 방향을 바꾸었다.신기하다고 느낀 사람들도 잇달아 그를 따라나섰다.운청 도사은 연천능 일행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못마땅해하며 물었다.“그대들은 나의 술법을 믿지 않는 것이오?”백진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저희는 그저 온도를 믿을 뿐입니다.”운청 도사의 입꼬리가 씰룩했다. 고개를 숙여 도자기 그릇을 보니, 잠깐 사이 물은 이미 얼어 있었고, 젓가락도 그대로 얼음에 박혀 있었다.그러자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 아닌 환호가 터져 나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세를 부리던 운청 도사의 모습에, 다들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용두사미였다.운청 도사는 창피한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혹시 물 끓일 수 있는 그릇 하나 시주해 줄 수 있겠소? 그럼, 언제든 불을 피워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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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때 여러 명의 고수가 이내 홍곡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다들 속으로 놀라했다.‘저 여자는 대체 언제 온 거지?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지?’누군가가 물었다.“저 여인은 누구인가? 이곳에 여자라곤 단 두 명뿐 아니었소?”그가 가리킨 것은 백진아와 능란이었다.눈썰미가 부족한 다른 사람은 백진아가 남장하고 있는 여인인 걸 알아보지 못하고 어리둥절했다.“무슨 소린가? 이곳엔 여자 한 명뿐인데.”상대는 말을 마치고 능란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냈고, 그녀는 바로 상대를 흘겨보았다.운일이 밖으로 나가 살펴보고 돌아와 말했다.“그들은 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연천능이 말했다.“우리도 찾지.”고지행도 고개를 끄덕였다.“예. 이렇게 멀리 왔는데, 찾아는 보고 돌아가야죠.”백진아는 운청 도사의 추측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사흘 안에 찾지 못하면 그냥 돌아갑시다.”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걸 원치 않았다. 이번은 지난번 무지개 수정화를 찾을 때와 달랐다. 그때는 암위의 주인인 연천능을 위한 것이었지만, 천향과는 백경유를 위한 것이다.이 일로 누군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그녀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 분명했다. 목숨 빚을 지면, 갚을 수도 없고 갚아서도 안 되는 것이지 않은가?일행이 동굴을 나서자, 밖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거위털처럼 굵은 눈송이가 하늘을 뒤덮으며 쏟아졌고,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이어졌다.고지행은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시원하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능란이 걱정스레 말했다.“눈이 이렇게나 많이 왔으니, 천향과는커녕 곰이라도 다 묻히겠습니다...!”그리고 그녀는 고지행을 보며 말했다.“지행 오라버니,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고지행이 대답했다.“먼저 다른 사람들과 돌아가거라.”능란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어찌 오라버니를 이렇게 위험한 곳에 두고 가겠습니까?”고지행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갈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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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연천능의 원망 가득한 눈빛을 보자, 백진아는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어, 결국 장갑을 꺼내고 말았다. 그녀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설명했다.“예비로 준비한 것은 두 개뿐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형평에 어긋날까 봐 꺼내지 않았던 것입니다.”백진아는 말하며 면장갑 두 켤레를 꺼냈다.그리고 그중 사슴 가죽 안에 솜을 댄 한 켤레를 연천능에게, 보송보송한 회색 토끼털 한 켤레는 고지행에게 건넸다.연천능은 백진아가 고지행에게도 장갑을 준 것을 보고 순간 마음이 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받은 것이 더 좋은 것이었다. 그는 금세 기분이 풀려, 얼른 장갑을 받아 손에 끼웠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고지행은 처음에 털장갑을 다소 유치하게 생각했지만, 바느질을 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외상 봉합에 쓰는 바느질법을 보자마자 백진아가 직접 만든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도 싱글벙글 웃으며 장갑을 꼈다.이때 능란이 외쳤다.“저도 주세요!”말이 끝나기도 전, 그녀는 고지행의 손에 들린 장갑을 낚아채려 했다.하지만 고지행은 재빨리 몸을 틀어서 피했다.“이건 내 것이다. 못 줘!”능란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하지만… 너무 춥습니다.”백진아는 내심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올 줄 몰랐구나. 여자용은 많이 만들지 못했다. 내가 쓰던 것이 더 있긴 한데, 혹시 괜찮냐?”능란은 바로 울음을 그치고 환하게 웃었다.“괜찮습니다! 좋아요!”백진아는 준비해 두었던 천으로 만든 솜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지금 그녀가 끼고 있는 것은 바람을 더 잘 막아주는 가죽장갑이었다.능란은 면장갑인 걸 보고 잠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래도 받아서 꼈다.장갑 소동을 마친 후, 일행은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그런데, 걷다 보니 갑자기 ‘쾅’하는 굉음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앞쪽에서는 하얀 눈 안개가 폭발하듯 치솟고 있었다.연천능은 반사적으로 백진아를 끌어안고 땅에 넘어졌고, 몸을 굴려 그녀를 아래에 두고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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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고지행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곧바로 두 명의 하인을 데리고 하얀 눈의 폭포를 가로질러서 위기에 처한 신의곡 문인들을 구하러 갔다.뢰일 일행도 함께 도우러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을 모두 구조해 돌아왔다.연천능은 백진아가 덩굴을 소매 안으로 거두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너, 너… 이런 고에 중독된 것이냐?”백진아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고충이라니요? 이건 제 무기인 덩굴 채찍입니다!”연천능은 예전에 석화 선녀의 팔에서 덩굴이 자라 나오는 끔찍한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를 서둘러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소매를 걷으려 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백진아는 그의 긴장한 표정과 걱정스러운 안색을 보고는 얼른 둘러댔다.“덩굴을 조금 잘라서 채찍처럼 만들었습니다. 무기로 가지고 다니기 편하잖아요!”백진아는 의념으로 한 가닥의 덩굴을 팔에 감았다.연천능은 덩굴이 살 속에서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초고가 아니라 다행이구나.”“사고조, 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백진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수염이 희끗한 신의곡 문인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는 입문이 늦었고, 고지행의 스승이라는 신분으로 바로 들어온 백진아 같은 행운도 없었기에, 신분이 낮았다.백진아는 이런 노인이 자신을 깍듯하게 부르자, 너무 불편했기에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어서 일어나시지요. 같은 문파이니 당연히 할 일이지요.”“와! 너무 예쁩니다!”능란의 감탄이 들려왔다.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주변을 살펴본 뒤, 절로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주위는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으로 가득했고, 동굴 벽과 천장마저 모두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빛이 사방에서 스며들었고, 얼음에 반사되며 일곱 빛깔로 번뜩였다.눈부시게 아름다워, 마치 얼음과 눈으로 가득한 동화 세계 같았다.“여긴 얼음 동굴이잖아!”고지행이 흥분해서 말했다.능란이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이 엄청 넓어 보여요. 들어가 봅시다!”백진아는 낮은 목소리로 연천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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