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421 - Chapter 430

592 Chapters

제421화

사실이 증명하듯, 여자가 과거를 들춰내는 능력은 남자가 평생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자는 몇 년 전의 자잘한 일들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연천능은 말로는 백진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진아는 자기가 모순적이고, 까다롭다고 느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그렇게 냉전 중인 연인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백부 앞에 도착하자, 백진아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연천능은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분을 참지 못하고 마차를 세게 치며 명을 내렸다.“능왕부로 돌아가거라!”고충을 삼킨 그 거지를 유여매에게 보내 보면, 원앙고가 그를 위해 준비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한편, 백진아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졌기에, 그녀는 이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일단 오동원으로 가서 백우씨에게 무사하다고 알렸다. 백우씨는 그녀가 남자의 옷을 입고 돌아온 것을 보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놀라 물었다.“너… 어찌 사내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냐? 네 옷은?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백진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제야 아직 연천능의 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까 소매에서 뭔가 꺼내는 시늉까지 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그녀는 이마를 ‘탁’ 치며 속으로 절규했다.‘세상에, 혹시 들킨 거 아니야?’하지만 백우씨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단단히 오해했다. 백우씨는 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너, 너 혹시…? 누구와…”백진아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제 옷에 피가 묻어서, 연천능이 준비해 둔 옷으로 갈아입은 것입니다.”“그래?”백우씨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의 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그녀가 수궁사를 확인할까 봐 급히 말을 돌렸다.“옷부터 갈아입고, 천향과를
Read more

제422화

백진아는 네 아이에게 철분을 보충할 약을 처방해 주며 몇 마디 위로를 건넨 뒤, 목욕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공간의 비밀 때문에, 그녀는 목욕할 때 항상 곁에 사람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공간에 들어가 영천수에서 씻을 생각이었지만, 문득 공간에서 난장판을 치고 있는 요괴 같은 덩굴들이 떠올랐다.“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공간은 내 거야. 적염도 반보 저승도 이겼는데, 덩굴 몇 가닥쯤을 못 다루겠어?”어젯밤엔 약기운에 집중력이 바닥나 있었고,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기도 해서, 그저 그 이상한 덩굴에 놀랐을 뿐이었다.그녀는 약 가루 한 줌을 꺼내 들고, 적염을 안아 들었다.“적염, 공간에 들어가면 말썽부리는 덩굴들이 있을 거야. 말 안 듣거나 나를 해치려 들면, 불을 뿜어서 태워 버려!”“찍!”적염은 겁내기는커녕, 신이 나서 손발을 휘두르며 날뛰었다.백진아는 의념으로 공간에 들어갔다가, 눈앞의 광경에 멍해졌다.덩굴은 허공에서 물풀처럼 몸을 흔들며, 아주 한가롭고 즐거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공간에 영기가 충만하니, 당연히 좋을 것이다.그 괴상한 덩굴들은 이미 이곳을 자기 영역으로 여긴 듯했다. 덩굴은 백진아와 적염을 발견하자마자, 뱀처럼 달려들어 공격하려고 했다.그러자 백진아가 크게 외쳤다.“잠깐!”하지만 그녀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가느다란 덩굴 하나가 그녀를 휘감더니, 그대로 그녀를 공중으로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백진아는 울고 싶었다. 그녀 손에 들린 약 가루는 덩굴을 상대하려고 준비한 것이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적염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엉덩이를 쭉 빼고 입을 벌렸다.“후! 후! 후!”붉은 불길이 연달아 뿜어져 나왔고, 마치 공간을 불태우려는 듯한 기세였다.덩굴들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더니, 허겁지겁 불길을 피하며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백진아는 정신력을 집중해 가볍게 땅에 내려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전부 의학 건물 옆으로 가 있어!”그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심어 둔 터라,
Read more

제423화

연천능은 책임지겠다고만 했을 뿐,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혼인하겠다며 정확하게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도 덜컥 임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백진아는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한참을 문지르다 일어났다. 온몸이 쑤시던 통증은 사라졌고, 무릎의 상처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백진아는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괜히 불편해져서, 아예 의식적으로도 그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었다. 숯 필 심과 접착제는 이미 꽤 많이 생산되어 있었다.그녀는 공간에서 나와 숯 필 심과 접착제를 소자묵 일행에게 넘겨준 뒤, 백우씨가 준비해 준 물건을 정리하러 발걸음을 옮겼다.역시나 백우씨는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 주었다. 남장 의복, 마른 식량과 간식, 육포, 약은 물론이고, 심지어 생리를 위한 천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건 전부 들어 있었고, 두 대의 마차에 다 실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백진아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대부분의 물건을 공간에 넣어 두었다.그리고 뢰십을 불러 말했다.“두 사람을 남겨, 어머니와 경유를 지키거라. 그리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설제국으로 떠날 것이다. 두 명은 마부 차림으로, 나머지는 몰래 숨어서 나를 따르도록 하거라.”뢰십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알겠습니다.”그는 단 손짓 두 번으로 곧바로 배치를 끝냈다. 뢰십팔과 뢰십구가 남아서 마부를 번갈아 맡기로 했다.만약 백진아가 혼자 간다면, 공간을 이용하는 데는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고, 설제국의 빙령산이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능력 역시 부족한 터라 고수들의 도움이 필요했다.천향과는 극히 희귀한 물건으로, 고충을 기르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내공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었다. 천향과를 먹으면 몸에서 향기가 나며, 죽은 뒤에도 시신이 썩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이곳 사람은 마지막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피 터지게 천향과를 쟁탈할 수 있었다. 이미 수많
Read more

제424화

유정은 심지어 가끔 자신을 능왕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흉내를 내도 거지 특유의 비굴함과 소심함은 벗어날 수 없었다. 겉으로만 거들먹거리는 악당과도 같은 꼴이었다.안하무인에, 눈도 높은 유여매였지만, 유정이 멀리서부터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요동치듯 뛰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게 느껴지며, 마치 신선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두 눈에는 작은 별들이 반짝이며, 점점 사모의 정이 차올랐다.유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멍하니 유여매를 바라보며, 마치 선녀를 본 듯 넋을 잃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유여매가 그의 여자고, 평생 함께할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향명은 두 사람이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는 이상한 모습에, 소름까지 돋았다.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유여매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그녀를 불렀다.“왕비님! 왕비님!”“응?”유여매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얼굴을 붉히더니 수줍게 유정을 바라보았다.유정 또한 아랫배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지금 당장이라도 유여매를 품에 안고 마음껏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유정은 흥분한 채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그녀가 왕비라는 사실이 떠올라, 애써 그 자리에 멈춰 섰다.왕비라니…! 왕비는 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어찌 그가 감히 품을 수 있겠는가?유정은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며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 뒤, 연천능의 말을 전했다.유여매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좋게 들렸고, 그가 무릎을 꿇자,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그녀는 급히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일어나거라.”유정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를 맡는 순간, 온몸이 풀려 버렸다. 그는 넋을 잃은 듯,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향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여매에게 귀띔했다.“왕비, 날씨가 차가워졌습니다. 들어가시지요.”유여매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고, 유정은 그 자리에 서
Read more

제425화

인력과 물자를 들이며 병사들까지 여럿 희생했는데, 이렇게 형부가 성과를 그대로 가져가게 두다니, 무진은 내심 억울함을 느꼈다.연천능이 말했다.“저자들은 모두 충심고를 심어 놓은 상태라 캐물어도 얻을 게 없다. 그러니 이 공은 다투지 않겠다만, 누가 형부를 끌어들여 이 사건에 개입하게 했는지는 조사하거라. 또, 이 죄수들이 어떤 사람에게 넘겨지는지도 지켜보도록 하거라.”무진은 단번에 그의 뜻을 이해했다. 이득을 넘겨, 큰 고기를 낚으려는 계획임이 분명했다.연천능은 다시 전일을 불러, 전조 일행에게 미행, 조사, 정보 수집을 명했다. 또 풍조와 운조에 석화 선녀를 찾아, 반드시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그래야 그녀가 다시 괴이한 일을 벌이지 못할 것이다.지시를 마치자마자 뢰십구가 들어왔다.“전하, 왕비께서 설제국으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암위 여덟 명만 데리고 가셨습니다.”“뭐? 이렇게 급히?”연천능의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백진아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고 느꼈다!‘이게 무슨 뜻이지? 아직도 화가 난 건가? 설마… 정말 날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건가? 내가 싫어진 건가? 그래서 이용해 놓고, 모른 척하려는 건가? 정조를 잃고도, 다시는 나에게 시집올 생각이 없는 건가?’연천능은 백진아가 동굴에서 깨어났을 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게다가 돌아오는 내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던 모습까지… 연천능은 앞으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당치도 않다! 대체 왜 이렇게 태연할까? 정조를 잃었으면, 당연히 나에게 책임지라고 매달려야 하는 것 아닌가?’연천능은 생각할수록 분이 가라앉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백진아를 붙잡아 엉덩이를 때려 주고 싶어졌다.…한편, 경성 외곽, 정갈하고 아늑하게 꾸며진 한 방 안에서 석화 선녀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오른팔은 팔꿈치 아래 절반 지점에서 잘려 있었고, 막 붕대를 감아 놓은 상태 같았다. 살점만 다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Read more

제426화

남자의 목소리는 급격히 싸늘해졌다.“난 너를 강호 인사의 손에서 구해줬다. 하지만 이렇게 위세를 부리라고 살려준 것이 아니다.”석화 선녀는 단번에 기가 죽었다. 아직 그녀에게는 정의로운 강호 인사를 모조리 죽일 능력이 없었기에, 치욕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가면을 쓴 남자가 낮고 묵직하게 말했다.“다시 적합한 곳을 찾아 장생화를 재배할 것이니, 곧 시작할 준비를 하거라.”석화 선녀는 여전히 분노와 억울함에 차 있었다.“다시 시작하라니? 참 쉽게 말하는구나! 장생화와 주안초의 씨앗을 얻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씨앗을 발아시키고 키우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몇 년을 공들여 겨우 두 포기를 길러냈는데, 그걸 그 죽일 년이 한순간에 태워 버린 것이다! 동굴 안에 숨겨 둔 씨앗과 재배 기록까지 모조리 불타 버렸다고!”가면 남자 역시 이를 갈았다. 그도 연천능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그 골짜기를 찾아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교활한 사람은 늘 대비책을 세우는 법. 그는 석화 선녀가 아무 대비도 해 두지 않았을 리 없다고 믿었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네가 새로운 씨앗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너에겐 그 사람의 도움이 있지 않으냐?”그는 히죽 웃으며 위협했다.“만약 씨앗이 하나도 없다면, 내가 널 남길 이유도 없지.”석화 선녀는 이 신비한 남자를 협박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타협하기로 했다.“일단 방법을 찾아보겠네. 일단 연천능의 손에 잡힌 내 부하를 구해 와야 하지. 경험도 많고 충성심도 있는 사람들이야. 게다가 나한테는 새로운 부하를 키울 만큼의 충심고가 남아 있지 않으니까.”사람은 값싸지만, 그에 비해 그들 몸속에 심어진 충심고는 값졌다.신비한 남자가 냉정하게 말했다.“그 일은 그 사람에게 맡겨라. 그에겐 한마디면 되는 일이니.”그 말을 남기고, 그는 등을 돌려 떠났다.석화 선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 속에 살기가 번뜩였다.그녀가 어찌 대비책을 하나만 마련해
Read more

제427화

백진아는 암위 뢰십 일행에게 잘 쉬라고 전하며, 굳이 그녀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했다.그녀는 공간 안에 있었기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지만, 뢰십 일행은 직접 밤낮없이 이동해 왔으니, 분명 몹시 지쳐 있었을 것이다.그들이 쉬는 틈을 타, 백진아는 기운을 숨기고 몰래 마구간으로 갔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지쳐 보이는 말 두 필을 공간 안에 넣어 보관했다.말을 사서 돌아온 뢰십일은 원래 있던 말 두 필이 사라진 것을 보고 도둑맞은 줄 알았다.백진아는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지나가던 타지 상인에게 팔았다. 말이 급히 필요해, 가격도 꽤 높더군.”뢰십은 의아했다. 비록 그는 백진아가 언제 말을 팔았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하니, 암위인 그로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들은 그곳에서 하룻밤 푹 쉬고, 다음 날 새벽이 바로 다시 길을 떠났다.또다시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마침내 말을 갈아타고 물건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그렇게 일행은 말이 지치면 멈춰서 갈아타며, 열이틀 뒤에야 대량국과 설제국 변경에 도착했다.아직 10월 중순이었지만, 이곳은 이미 눈과 얼음의 세상이었다. 온통 새하얗게 펼쳐진 대지와,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마차로는 이동이 어려웠다.백진아는 이미 마차를 팔고 개가 끄는 썰매로 바꿔 탔지만, 앞쪽에 끝없이 이어진 산 때문에 썰매조차 쓸 수 없었다.뢰십은 눈앞의 설산을 바라보며, 숨을 쉴 때마다 하얀 김을 내뿜었다.“저도 이곳을 들어본 적만 있고, 직접 와 보긴 처음입니다. 듣기로는 1년 중 반 이상이 겨울이라고 하더군요.”백진아 역시 이렇게 장관인 설경은 처음이었다. 대지는 온통 눈으로 덮여 마치 얼음 왕국에 온 듯했고, 반짝거리는 눈때문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눈 아래 숨어 있던 키 큰 소나무 숲만이 꿋꿋하게 초록빛을 드러내고 있었고, 찬 바람이 불 때마다 햇빛 속에서 눈꽃이 흩날렸다.백진아는 곰처럼 두툼하게 입고,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는, 큰 눈에 들뜬 빛을 반짝이며 말했
Read more

제428화

일행은 눈을 가린 뒤, 썰매 위에 있던 물건을 나눠 각자 등에 메었다.백진아는 개들과 썰매가 아까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공간에 넣을 수는 없어, 인근의 한 집을 찾아 돈을 조금 주고, 대신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준비를 마친 뒤, 일행은 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백진아는 지난 시간 동안 거의 매일 공간 안에 머물며,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과 정신력 단련에 쏟은 덕분에 내공이 꽤나 쌓인 상태였다. 비록 속도 면에서 뢰십 일행을 따라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그들의 발목을 잠아 일정을 지연시킬 정도는 아니었다.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백진아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내려갈 때 설판을 쓰면 경공보다 빠를 것이다. 하지만 시야가 좋지 않으면 위험하니, 오늘은 동굴을 찾아 하룻밤 쉬도록 하자.”뢰십은 그 철판 두 장의 쓰임을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말에 약간 실망했지만, 곧 사람들에게 동굴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뢰십일이 큰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누이, 우선 저 바위 뒤로 가셔서 바람을 피하세요.”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위 뒤로 갔다. 산을 오르며 움직일 때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멈추자마자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잠시 후, 동굴을 찾으러 갔던 이들이 돌아왔다.“누이, 이 근처엔 동굴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큰 눈에 덮여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그들 모두 설산은 처음이라, 한참을 헤맨 뒤에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백진아는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그 점은 나도 깜빡했구나.”뢰십은 난처해했다.“이걸 어찌합니까? 눈에 뒤덮인 데다, 산 위에서 밤을 보내면 더 추워질 텐데, 야영하다간 병이 날 것입니다. 차라리 내려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백진아는 예전에 보았던 지리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북극 근처 사람들은 얼음으로 집을 짓고 산다는 내용이었다.그녀가 말했다.“눈이 두껍게 쌓인 곳을 찾아서, 눈을 파고 동굴을 만들어 몸을 숨기자꾸나.”모두 놀랐다.“그게 됩니까?”“
Read more

제429화

백진아는 다시 공간으로 들어가 약 밭을 정리하고, 이백여 마리의 반보 저승 독을 꺼내 금화로 바꾼 뒤에야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다.그녀는 의술을 가르치고 약을 판매하며 적지 않은 금화를 벌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틈만 나면 각종 약과 연고를 만들며 물량을 잔뜩 비축하는 바람에 금화도 대부분 써버렸다.태극권을 연습하던 중, 백진아의 시선이 덩굴에 머물렀다. 그녀는 문득, 예전에 석화 선녀가 나무 덩굴을 무기로 쓰던 멋있는 모습을 떠올렸다.‘나도 나무 덩굴을 무기로 쓸 수 있지 않을까?’그녀가 손에 익은 무기라고는 각종 약 가루와 용음 비수뿐이었다. 그녀는 덩굴을 채찍처럼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생각을 마친 백진아는 정신력을 집중해 손을 뻗었다. 의념을 움직이자, 채찍 굵기의 나무덩굴 하나가 손안으로 날아들었다.백진아는 멀리 있는 나무 위의 큰 사과 하나를 겨냥해 덩굴을 휘둘렀고, 덩굴은 사과를 감싸 단숨에 끌어당겼다.“괜찮네! 좋아!”백진아는 사과를 떼어낸 후에 덩굴의 끝을 쓰다듬자, 덩굴은 마치 적염처럼 그녀의 손바닥에 비비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정말 기이하네...“백진아는 속으로 놀랐다.동물이 영기를 지닌 건 흔한 일이지만, 식물이 사람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녀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었다…!그녀는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채찍을 창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고는 나무 위의 귤 하나를 향해 찔러 넣었다.덩굴은 귤에 닿기 전, 재빨리 곧게 뻗어, 마치 장창처럼 끝부분으로 귤을 꿰뚫었다.백진아는 덩굴을 거두며 만족스럽게 웃었다.“좋아. 그동안 영천수를 준 게 헛되지 않았네.”말을 마치고 손을 놓자, 덩굴은 영리한 뱀처럼 스르르 물러나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 얌전하게 있었다.백진아가 다시 손을 뻗어 다른 덩굴을 시험해 보려던 순간, 동굴 근처로 많은 동물들이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의념으로 공간에서 빠져나왔다.뢰십과 뢰십일은 동굴 입구에서 자고 있었기에, 기척을 느끼자마자 바로 깨어났다.뢰십이
Read more

제430화

그 소년은 곱고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랏빛 옷을 입고, 머리는 만두처럼 동그랗게 틀어 올렸다. 튼실한 몸매에 눈은 크고 동그랗게 빛이 났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정말로 귀엽기 그지없었다.백진아는 이 아이가 어딘가 낯익다고 느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떠오르지는 않았다.꼬마에게는 쉽게 마음이 녹아내리는 그녀였기에, 이내 쪼그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친 것 같구나. 내가 의술을 조금 알아서… 상처를 좀 봐도 될까?”그 말에 소년은 오히려 감격한 듯 그녀를 한 번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예, 감사합니다.”백진아가 남장하고 있었기에, 소년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옷을 벗어 상처를 보여주었다.그런데 모두를 놀라게 한 건, 소년의 상처가 늑대에게 난 것이 아니라 칼과 검에 의해 생긴 상처라는 사실이었다.백진아는 그의 가슴 쪽 상처가 꽤 심각한 것을 보고 스마트 스캔 진단 기능을 켰다.순간,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도 점점 무거워졌다.그녀는 휴대하고 있던 간이 의료 가방을 꺼내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한 뒤, 꿰매고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소년은 아파서 입술을 꽉 깨물었고, 이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하지만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뢰십이 아이에게 물었다.“너는 누구냐? 한밤중에 어찌 이 설산 정상에 있는 것이냐?”소년은 대답했다.“제 이름은 소비입니다. 대량국 강남 출신으로, 아버지의 상단을 따라 여행하던 중 산적을 만나 깊은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다 늑대 떼를 만나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말하다 그는 목이 메었고, 긴 속눈썹 위로 눈물이 맺혔다.“여러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그냥 늑대 밥이나 되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소비의 모습은 겁에 질린 새끼 사슴처럼 너무나도 가엾고 사랑스러웠다.백진아는 바삐 움직이며 말했다.“별일 아니다. 도와준 것뿐이니, 괜찮다.”치료를 마친 뒤, 그녀는 뢰십에게 눈짓을 보내고 안쪽 동굴
Read more
PREV
1
...
4142434445
...
6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