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411 - Chapter 420

592 Chapters

제411화

두 사람은 서로를 세게 안고, 천천히 두툼하게 깔린 솔잎 위로 쓰러졌다.모닥불 속 불꽃이 펄럭이며 튀어 올랐고, 장작이 타들어 가며 탁탁 소리를 냈다. 그렇게 동굴 안에는 봄기운이 가득 넘쳐흘렀다…백진아는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고 기력을 소진해, 몽롱한 상태로 잠들어 버렸다.연천능은 그녀의 젖은 머리칼에 입을 맞추고, 혹시나 그녀가 추울까 봐,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옷을 모두 그녀에게 덮어주었다.두 사람은 들이마신 흥분제의 양이 많지 않았고, 또 현빙초를 먹은 덕분에 곧 이성을 되찾긴 했지만, 연천능은 여전히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그녀를 갈망하고 있었다.지금, 그는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행복과 기쁨에 잠겨 있었다. 떠돌기만 하던 자신의 삶이, 마침내 귀속될 곳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그때, 갑자기 동굴 밖에서 미세한 기척이 들려왔다.연천능은 깜짝 놀랐지만, 익숙한 꾀꼬리 소리를 듣고 나서야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부하들이 신호를 받고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백진아가 그의 몸 위에 엎드린 채 아주 곤히 자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매끈한 그녀의 피부가 그의 몸에 밀착되어 있어, 감히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백진아는 너무 지쳐서 기절하듯 잠든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조금 전 자신의 광기를 떠올리자, 연천능은 깊이 자책했다. 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해독한 뒤에도 한 번, 또 한 번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백진아를 탐했고, 결국 그녀가 깊이 잠들 때까지 멈추지 못했다.분명히 다시 한번 성대하게 맞아들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분명 혼례를 올리고, 잠자리에 들겠다고 하지 않았는가?이런 동굴에서 그녀를 탐했으니... 연천능은 그녀에게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앞으로 그녀에게 잘 보상하고, 평생 그녀를 저버리지 않겠다며 다시금 다짐했다.그는 멍하니, 뜨겁게 그녀의 아름답고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깊이 잠들어 있던 백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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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백진아는 차분하게 말했다.“옷부터 입고 다시 이야기해요. 돌아서십시오. 몰래 훔쳐보지 말고.”연천능은 그녀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는 못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자의 마음이란 정말 알 수 없군. 저렇게 빨리 태도를 바꾸다니.’연천능은 몸을 돌려 자기 옷을 주워들었다. 바닥에 깔린 흰 속옷 위에 남아 있는 백진아의 붉은 흔적을 보고는, 몰래 흐뭇해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애써 침착한 척 하긴. 이미 나의 여인인데, 보지 말라고? 난 이미 네 온몸을 보았다고!’두 사람은 재빨리 옷을 입었다. 공기는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달아올라 있었다.백진아는 무릎에 난 상처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보아하니… 어젯밤 나도 꽤 미쳐 있었네.’급히 옷을 다 입은 뒤,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이 일은, 우리 둘 다 어쩔 수 없었으니, 없던 일로 하시지요.”연천능은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백진아, 그게 무슨 말이냐? 없던 일로 하자니?”백진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건 그저… 사고입니다. 약 때문에 둘 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 생긴 본능적인 것이었습니다. 감정 없는 잠자리는 아무 의미도 없으니, 전하께서도 책임질 필요 없고, 저도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연천능은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화가 치밀어 올라, 도리어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하하! 그러니 네 말은, 정신이 멀쩡할 때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냐?”백진아는 방금 입은 옷을 다시 풀어 내리는 연천능을 보며, 고대인에게 이 문제를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지금은 사람부터 구합시다. 저 해로운 것들부터 없애야 해요.”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한 발을 내딛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고, 하마터면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연천능은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붙잡으며 물었다.“왜 그러냐?”백진아의 얼굴이 시커멓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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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한 장수가 지도를 가져와 바닥에 펼쳐 놓고 이리저리 짚어 가며 설명했다.작전 계획이 끝나자, 그 장수는 물러났다. 아마 병력을 이끌고 포위망을 배치하러 간 듯했다.연천능은 무진의 손에서 작은 보따리를 받아 백진아에게 건넸다.“내 옷을 입고, 얼굴을 가려라.”결벽증이 있는 연천능 때문에, 무진은 늘 여벌 옷을 지니고 다녔다.백진아는 알고 있었다. 저 꽃과 풀을 없앤다는 건, 누군가의 불로장생 꿈을 짓밟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배후 세력은 막강했기에, 보수가 시작되면 그녀와 백가가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연천능은 그녀와 백가를 보호하려는 것이었고, 그녀 역시 그 배려를 모를 리 없었다. 백진아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다시 나왔을 때, 이미 밤기운이 옅어지고 있었다. 한창 사람들이 깊이 잠들 시간이었고, 계획대로 손을 쓰기에 더없이 좋은 때였다.“가자!”연천능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경공으로 숲 사이를 누비듯 날아갔다.사람을 구하는 일이 더욱 급했기에, 백진아는 사사로운 감정을 챙길 겨를도 없이 그에게 몸을 맡기고 바로 골짜기로 향했다.문을 지키던 남자는 약의 영향 때문인지,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무진은 안으로 들어가 단번에 그를 처리한 뒤, 약 가루가 담긴 항아리를 들어 한 움큼 뿌려 골짜기 입구를 열었다. 장 집사와 두 여자가 있던 근처의 집에는 암위와 호위들이 소리 없이 잠입해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백진아와 연천능은 곧장 아이들이 갇힌 집 앞에 도착했다. 덩굴에 감긴 문과 창을 보고 백진아가 말했다.“입구의 덩굴에 쓴 약 가루를 먼저 시험해 보십시오.”무진이 약 가루를 한 움큼 뿌리자, 덩굴은 길을 비키기는커녕 오히려 막 잠에서 깨어난 듯 느릿느릿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연천능은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일부는 다른 방들에 불을 지르며 사람을 잡고, 다른 일부는 약초밭을 불태우도록 했다.기름을 쏟자, 덩굴은 위험을 느낀 듯, 괴물의 촉수처럼 앞으로 뻗어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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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백진아가 고개를 들어 보니, 덩굴 하나가 잘려 나가며 공중에 매달려 있던 아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날려 뛰어올라 그 아이를 받아 안았다.백진아는 그제야 그녀도 이렇게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격전 속에서 내공을 사용하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해졌음을 느꼈다.연천능도 아이 하나를 받아 안으며, 덩굴의 뿌리 쪽으로 횃불을 던졌다.“아이를 받는 데 주의하거라!”덩굴은 불에 타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고, 공중에 있던 아이들을 마구 내던졌다. 암위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몸을 날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하나하나 받아냈다.백진아는 아이들을 가두고 있던 오두막에도 불이 붙은 것을 보고, 기괴한 덩굴이 거의 소멸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에 있던 아이들을 나오게 했다.“흐엉!”청초는 백진아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춘화 역시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 땅에 무릎을 꿇고 백진아에게 연신 절을 했다.그들은 소자묵의 당부때문에, 백진아의 신분을 입에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소자묵과 방정은 그나마 침착하게 연천능과 백진아에게 예를 올렸다.“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들 역시 속으로는 이 기괴한 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두려웠는데, 백진아와 연천능이 나타나 구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산골짜기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게 되었다. 백진아는 뢰십을 불러, 4명의 아이를 먼저 골짜기 밖으로 내보내 후에 성으로 돌아가게 했다.골짜기 안의 하인들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골짜기 양쪽에서 수많은 병사가 들이닥쳐 그들을 겹겹이 포위했다.무진이 급하게 달려오며 보고를 올렸다.“이들의 주인은 ‘석화 선녀’로, 저쪽 동굴에서 거처하고 있다고 해서 갔는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 그자는 이미 암도를 통해 도망쳤다고 합니다.”백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가서 확인해 봐요!”한참을 고생했는데 주범이 도망쳤다니? 다시 다른 곳에 둥지를 틀고 괴이한 꽃을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분명 큰일이었다.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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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동굴 안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속세를 떠난 고수의 침소 같기도 했다. 흰 비단으로 만들어진 가림막이 살랑거렸고, 재질을 알 수 없는 가구는 은은하고 좋은 향기를 풍겼다. 사치스러운 원형 침상에는 꽃잎까지 흩뿌려져 있었다…연천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굴 안을 한 바퀴 훑었다.“어디로 도망쳤지?”무진이 동굴 안쪽을 가리켰다.“안쪽에 또 다른 동굴이 있는데, 아마 그쪽으로 간 듯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추격 중입니다.”백진아가 다가가 보니, 안쪽 동굴은 바깥보다 더 넓었다. 그리고 항아리와 약을 달이는 화로가 가득 놓여 있었다.그녀는 병들을 열어 보았고, 안에는 각종 약 가루와 씨앗이 들어 있었다.연천능은 눈을 굴리더니, 따라 들어온 이들에게 명했다.“이것을 전부 거둬서 회춘당으로 보내라.”백진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사실 어떻게 하면 티 나지 않게 이 물건을 모두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무진과 암위들은 속이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이렇게 회춘당으로 보내면 옛정왕과 고지행도 함께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직접 재배하지는 않더라도, 풀고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했다.백진아는 동굴 안을 둘러보다가, 안쪽으로 이어지는 여러 개의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입구는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너무 작아 성인이 들어갈 수는 없어 보였다.그녀는 덩굴들이 날뛰던 모습을 떠올렸고,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이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네다섯 살 아이 한 명정도 통과할 수 있을 만한 작은 구멍 앞에 선 백진아는 그 곳을 잠시 관찰하다가, 손을 내밀어 조용히 꽃분이를 안으로 넣었다.연천능은 긴장한 듯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손까지 넣지 않게 조심하거라. 안에 위험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석화 선녀가 자료를 남겼는지 찾아보는 중입니다.”“그렇게 중요한 건 분명 가져갔을 것이다. 아니면 머릿속에만 담아두었겠지.”백진아도 그의 말이 맞다고 느꼈다. 이런 비술은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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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안 돼, 안 돼요!”흰옷의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저는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절 살려 두시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고요!”연천능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말해 보거라. 마음에 드는 답을 하면 살려주겠다.”“전하…“무진이 입을 열었다.“전하? 왕인 것입니까?”흰옷의 여인은 눈을 반짝였다. “제가 정말 큰 비밀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그녀는 교태 어린 눈빛으로 연천능을 바라보며, 그의 눈빛에서 살기를 제외한 다른 감정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이내 실망한 채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궁 안의 한 태감에게 세 개의 고를 팔았습니다.”연천능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누구냐?”흰옷의 여인이 말했다.“모릅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가림막이 달린 모자까지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세와 말하는 목소리로 봐서 태감이라는 건 알 수 있었죠.”백진아는 무언가 떠올린 듯 물었다.“어떤 고였냐?”흰옷의 여인이 대답했다.“시초고 하나, 그리고 원앙고 한 쌍이요. 시초고는 사람을 죽이는 고이고, 원앙고는 남녀 간의 정이 서로 변치 않게 만드는 고입니다.”그 말에 백진아와 연천능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시초고라니… 금양 공주의 죽음은 역시 이들과 관련이 있었다!그렇다면 원앙고는 대체 누구에게 쓰인 걸까?이때 무진이 차갑게 물었다.“그 태감의 키와 체형은 어땠느냐? 특이한 말투를 하고 그러지는 않았느냐?”어려서 거세된 자와 성인이 된 뒤 거세된 자의 외모와 음성은 달랐다.흰옷의 여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키는 공자만큼 컸고, 체형은 평범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오리 소리 같았어요.”이런 태감은 궁 안에 적지 않았다. 무진은 다소 실망한 기색으로 계속 물었다.“그 태감은 어찌 너를 찾아온 것이냐?”흰옷 여인의 눈빛이 순간 불안하게 흔들렸다.“모르겠어요. 누가 알려줬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연천능이 물었다.“풀고와 충고 모두 다룰 줄 아느냐?”흰옷의 여인은 연천능의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을 감히 마주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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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무진은 백진아가 뱀을 풀어 놓았던 그 동굴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비록 입구가 작긴 하지만… 안쪽 공간이 클 수도 있고, 다른 동굴과 이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연천능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라!”“안 돼요!”그러자 그동안 말 한마디 없던 한 시녀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암위의 제압을 뿌리치고 달려 나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연천능을 향해 은침 몇 개를 던졌다.연천능은 피하지도, 막지도 않고, 그저 넓은 소매를 휘두르자, 강한 내공이 소용돌이를 이루며 은침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이어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자, 은침은 그대로 되돌아가 그 시녀의 몸에 꽂혔다.그의 모습에 백진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존경의 눈빛을 내뿜었다.‘너무 멋있잖아! 내 내공은 대체 언제 저 정도가 될 수 있을까?’연천능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눈빛에 잠깐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스쳤다.호위가 기름 항아리를 들고 와 동굴 안으로 들이부었고, 이내 불을 붙이려 했다.“안 된다!”안에서 차갑고도 맑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짙은 피비린내 또한 풍겨 나왔다.연천능은 가볍게 손을 들어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모두 동굴 입구에서 물러나, 안에 있는 사람이 기습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며 그곳을 노려보았다.목소리로 보아 분명 성인 여성 같았지만, 이 동굴 입구는 기껏해야 네 살짜리 마른 아이 하나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다.곧이어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장면이 벌어졌다.작디작은 동굴 입구에서 한 여자의 머리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젊고 아름다운, 막 스무 살이 된 듯한 용모였다. 이 여인은 방금 죽은 흰옷 여인과 조금 닮아 있었지만, 표정은 그녀와 달리 차갑고 고귀했다.이어 그녀의 몸이,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세로 그 작은 구멍에서 빠져나왔다.‘이게 전설 속의 축골술인가?’백진아는 그녀를 스캔해 보았다. 골격 연령이 이미 예순을 훌쩍 넘었으니, 분명 진짜 ‘석화 선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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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꽃분이가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서야 백진아는 마음을 놓았고, 이내 제안했다.“이 동굴 안에는 분명 남들에게 들키면 안 될 것들이 잔뜩 있을 것입니다. 얼른 불을 붙여, 태워버리는 게 좋겠어요.”그녀는 석화 선녀가 동굴 안 어딘가에 중요한 물건을 숨겼을 거라고 확신했다.적이 침입했을 때, 중요한 물건은 반드시 숨기거나 몸에 지니기 마련이다.‘만약 적염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적염은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꺼내 올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다시 데려오자니 시간상 늦을 게 분명했다. 이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라면, 상대도 분명 방법을 써서 옮길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 여기서 몽땅 없애버리는 게 낫다!석화 선녀는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마치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백진아를 노려보며 저주하듯 말했다.“말 많은 인간은 역시 빨리 죽기 마련이지.”백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그렇게 흉측한 얼굴을 가졌는데, 무슨 염치로 선녀라 자칭하는 것이냐? 악귀가 더 어울리겠구나.”“방자하구나!”석화 선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리자, 이내 팔에서 덩굴 하나가 튀어나왔다. 덩굴은 날 선 검처럼 백진아의 심장을 향해 찔러왔다.연천능의 안색이 급격히 낮아졌고, 그는 이내 장풍을 날려 그녀를 동굴 벽으로 날려버렸다.석화 선녀는 동굴 벽에 등을 부딪쳐 피를 토해냈다.그러나 그녀의 팔에서 뻗은 덩굴은 마치 주인과 하나인 듯, 번개처럼 백진아를 휘감더니 단숨에 그녀를 끌어당겼다.단검이 이내 백진아의 목에 닿았다.“불붙일 생각 말고! 당장 골짜기를 떠나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를 죽이겠다!”덩굴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게다가 백진아는 꽃분이를 공간으로 거둬들이기 위해, 연천능 곁을 떠나 동굴 입구로 가 있던 참이었다.연천능이 애써 팔을 뻗었지만, 멀리 있는 백진아를 구하지 못했다.그의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당장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재로 만들어 버리겠다!”석화 선녀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부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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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이 덩굴들은 마치 눈과 지능이 있는 것처럼 공중에서 공격적인 그물 진형을 이루며 사람들을 향해 쓸어 왔다.몰아치는 바람은 몹시 날카로웠는데, 그 속에는 피비린내가 섞인 묘한 향기가 풍겨왔다.흥분제 사건을 겪은 전례가 있던 백진아는 향기를 맡자마자 큰 목소리로 외쳤다.“숨을 참으세요!”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참았다.덩굴은 하늘을 덮을 듯한 거대한 그물이 되어 내려왔기에, 피할 곳이 없었던 일행은 무기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덩굴을 베어냈다.잘려 나간 덩굴은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고, 피 같은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며 더욱 짙고 이상한 향기를 퍼뜨렸다.숨을 오래 참을 수 없었던 백진아는 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공간에서 활성탄 필터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고, 동시에 연천능, 무진, 뢰일 일행에게도 하나씩 던져 주었다.석화 선녀는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깨닫고 동굴 밖을 향해 덩굴 하나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와이어를 탄 듯 ‘슉’ 소리와 함께 동굴을 빠져나와 하늘로 솟구쳤다. 그 속도는 거의 로켓과도 같은 수준이었다.무진은 팔을 들어 경공으로 날아올라, 그녀를 향해 활을 쏘았지만, 다리에 상처를 입히는 데 그쳤다.하지만 기괴한 덩굴은 너무도 빠르게 움직였고, 그렇게 석화 선녀를 태운 채 연기로 가득 찬 골짜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늙은 요괴가 따로 없네…”백진아는 분통을 터뜨리다가, 주변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마스크를 쓰지 못한 암위와 호위는 다들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로, 다들 초점 없는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는 크게 웃고, 누군가는 미소 짓고, 또 어떤 이는 고통스러워하거나 슬퍼하고,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이상한 향기 때문이다!연천능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환각에 빠진 거다. 갑자기 폭주해 사람을 해칠 수 있으니, 혈을 막거라.”뢰일과 몇 명의 암위가 나서서 재빠르게 그들의 혈도를 눌렀다.백진아는 바위 위에 엎드려 횃불을 동굴 입구 안으로 들이밀고 내부를 살폈다.안은 캄캄했고, 바위들이 들쭉날쭉하게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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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백진아는 이런 부분들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과도한 욕구 때문에 머리가 터진 게 분명했다. 한편, 거센 불은 새소리와 꽃향기가 가득하던 골짜기를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연천능은 앞서 병사 지휘를 맡겼던 군중의 장수를 시켜, 병사를 이끌고 골짜기를 포위하라 명하면서,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 다시 한번 철저히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미 아이들의 이름과 본적을 기록해 두었으니, 현지 관아로 보내서 아이를 잃은 집안에 알리도록 했다.뒷수습을 모두 마친 뒤, 연천능과 백진아는 포로들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갔다.마차에 오르자,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분위기는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해졌다.백진아가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했다.“시초고는 금양 공주에게 쓰였습니다. 그럼… 원앙고는 누구에게 쓰였는지 아시겠습니까?”연천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설마… 폐하와 유여매?”하지만 그는 이내 황당하다고 느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유여매와 나?”그 생각이 들자, 그는 이내 등골이 서늘해지며, 온몸에 식은땀이 흘리는 것을 느꼈다.만약 원앙고가 성공했다면, 그는 유여매와 서로 사랑에 빠져,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이가 될 것이었다. “욱!”연천능은 헛구역질했다. 너무 역겨웠다!그러자 백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이제는 유여매와 그 거지와의 인연을 성사해 줘도 되겠습니다. 하하하…”유여매가 거지와 서로 껴안고 사랑을 맹세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백진아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저는 진심으로 그들을 축복해 줄 것입니다.”“하하!”연천능이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장난꾸러기라고.”하지만 백진아의 눈빛이 다시 가라앉았다.“그러니 금양 공주의 죽음은 혜비가 남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이려 한 거네요. 목적은 저와 고지행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저희는 유여매가 순결을 잃었다는 진실을 알고 있으니.”금양 공주 사건의 진실이 바로 확실해졌다.연천능도 모든 것을 이해한 듯, 얼굴이 무섭게 어두워졌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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