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Kapitel 541 – Kapitel 550

603 Kapitel

제541화

신수빈은 곧바로 지시하며 일을 분담해 주었다.그녀는 자신의 짐을 뒤편 작은 별채로 옮겼고, 시녀들과 무비들도 당분간은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다.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방을 최대한 비워 내야 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국사를 지키던 송 장군이 돌아와 역병 퇴치에 자원한 병사들의 명단을 가져왔다.“좋다. 송 장군은 지금 즉시 섭정왕의 이름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인근 마을로 가 병자들을 데려오거라. 내가 가져온 짐 가운데 질 좋은 면포가 있다. 조금 전에 시녀들에게 삶아 두라고 했으니, 재단이 끝나는 대로 모두에게 나누어 주거라. 입과 코를 가릴 수 있도록 말이다.”“부인께서 백성들을 이토록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신수빈은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내가 감사해야지.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어 주니 말이다.”말을 마친 그녀는 품에서 영패 하나를 꺼냈다.송 장군은 그것이 현철령임을 알아보자마자 즉시 무릎을 꿇었다.“이 영패를 가지고 사람을 보내, 가까운 함양으로 달려가 장안의 역병 상황을 알리거라. 아마 이미 소식은 들었겠지만, 장안을 본받아 백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병자가 생기면 모두 외성으로 옮기고. 만약 함양의 상황이 아직 심각하지 않다면, 이 옥패를 가지고 신씨 가문의 약방을 찾아가거라. 어의가 필요한 약재와 물품 목록을 적어 줄 테니, 상인들에게 모두 이곳으로 실어 오라고 전하면 된다. 이후에는 내가 직접 가주에게 설명하겠다.”신수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예전에 신도연이 진수민이 시중의 약재를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만약 함양에 약재가 부족하면 곧바로 위남과 흥평으로 가거라. 신씨 가문의 상단 주인들은 모두 이 옥패를 알아볼 것이다.”“알겠습니다!”모든 일을 정리한 뒤, 신수빈은 시녀들과 함께 식초를 끓이고 쑥을 태워 건물 곳곳을 훈증하기 시작했다.바삐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아이 생각뿐이었다.이준우가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 갔다.그러나 눈앞에는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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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정문선은 ‘재정’이라는 말이 나오자 곧 누군가 자신을 겨냥할 것임을 알아차렸다.지금의 호부상서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지금 이 사람들은 어떻게든 섭정왕을 곤란하게 만들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의 정령이 내려질 때마다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으니 말이다.정문선은 처세에 능한 사람이었지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는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았다.그들은 아직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정문선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살짝 흔들더니 몸을 아래로 기울였다.술잔이 탁자 위에서 빙글 돌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맑은 소리가 나자, 모두 한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그제야 호부상서인 정문선이 탁자 아래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곁의 시종을 밀어내며 중얼거렸다.“난... 아직 마실 수 있다... 좋은 술이야...”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흥이 깨진 표정을 지었다.정문선의 주량은 늘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았다.어떤 날은 금세 취했고, 어떤 날은 아무리 마셔도 멀쩡했다.원래는 그가 호부상서이니 불러다가 함께 은밀히 이도현의 발목을 잡을 방법을 논하려 했는데, 이제 막 몇 잔 마셨을 뿐인데 벌써 탁자 밑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말이다.실로 꼴사나운 모습이었다.최씨 가문의 가주는 옛 처남이었던 정문선을 바라보았다.두 집안은 혼인 관계 때문에 한차례 불편한 일을 겪었지만, 다른 혼맥과 오랜 인연들이 남아 있어 왕래는 계속되고 있었다.그는 누구보다 정문선을 잘 알고 있었다.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사람.지금 이 모습 역시 시기를 기막히게 골라 취한 것처럼 보였다.“정 대인께서 취하셨으니 모셔다 드리도록 하거라.”최 대감이 사람들에게 지시했다.정문선은 최가를 나선 뒤에야 비틀거리던 몸을 곧게 세웠다. 그리고 수행원에게 나직이 말했다.“예왕께 전해라. 누군가 혼란을 틈타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못하게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백성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나마 괜찮지만, 관군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말 큰일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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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본왕이 방법을 찾아보겠다.”그때 성 안을 순찰하던 수비병이 들어와 보고했다.“왕야, 시내 곳곳에서 백성들이 끊임없이 애가를 부르며 통곡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란이 일어날까 염려됩니다.”이도현도 성을 봉쇄한 결정이 너무 갑작스러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백성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늦어진다면 감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시간이 촉박했다.이도현이 즉시 말했다.“인원을 더 보내라. 또다시 애가를 부르며 선동하는 집이 있다면 일가족 모두 처벌하거라.”한 집안을 본보기로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었다.그러나 말을 마친 직후, 문득 신수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늘 말했다.군을 이끄는 일과 세상을 다스리는 일은 다르다고.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때로는 온건하고 절충적인 방식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위에 선 사람에게 명성은 무엇보다 중요했다.수비병이 문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이도현이 다시 그를 불렀다.“잠깐.”그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명을 기다렸다.이도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윤 지휘사를 불러오너라.”윤수혁이 불려 왔을 때, 이도현은 이미 명령서를 작성해 둔 상태였다.그는 이내 필사 담당 내관에게 문서를 건넸다.“이 내용을 베껴 여러 장 만들고, 모두 윤 대인에게 넘겨라.”*윤수혁은 전각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왕야께서 무슨 분부를 내리시려는지요.”“금군 통령에게 들었다. 네가 사람을 모아 성 안의 역병 수습을 돕겠다고 했다더군.”“예, 소장은 기꺼이 하겠습니다!”“좋다. 사람들을 여러 조로 나누어 시내 곳곳을 돌게 하거라. 집집마다 찾아가 조정의 뜻을 알리고 백성들을 안심시키도록 해라.”장안성에는 수많은 가구가 있었기에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지한 백성들 가운데에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이들도 있어 자칫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예로부터 사람을 달래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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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하지만 성 안이든 성 밖이든 모두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약이 턱없이 부족했다.신수빈은 역병이 번졌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진수민이 상한을 치료하는 약재를 그토록 대량으로 사들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흉년에는 곡식을 사재기하고, 역병이 돌면 약재를 사재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간상배들의 수법이었다.다만 진수민은 무려 두 달 전부터 약재를 모으기 시작했다.설마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라도 있었단 말인가.그럴 리 없었다. 그렇다면 이 역병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신수빈은 문득 자신이 보냈던 편지가 떠올랐다.예왕은 그 편지를 이도현에게 전해 주었을까?만약 전해졌다면, 이도현의 총명함으로 보아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이번 역병이 결코 자연스러운 재앙이 아니라는 것을.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신수빈은 마침내 성 안에서 온 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이도현이 사람을 보내 호국사 상황을 물어온 것이었다.신수빈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뒤, 다급하게 물었다.“왕부는 어떻습니까? 준우는요?”“부인,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번 역병은 장안 시가지에서 크게 번지고 있을 뿐, 아직 관성 안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설령 몇 명 발생했다 해도 이미 외성의 격리 구역으로 보내졌을 겁니다. 왕부는 황성 곁에 있고, 평소 사용하는 음식과 물품도 모두 진상품이라 시중 물건과 접촉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왕야께서 이틀 전부터 문을 굳게 닫고 외부 출입을 차단하셨으니 왕부는 무사할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신수빈은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 그리고 내관 대인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며칠 전 제가 순방영을 통해 예왕께 왕야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그 편지를 왕야께서 받아 보셨는지 모르겠군요.”“부인, 그 일에 대해서는 왕야께서 따로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돌아가면 제가 직접 여쭈어 보겠습니다.”내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왕야께서는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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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뭐 하는 짓이냐?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신도연 대인은 내 친동생이다! 어디 감히 건드리는 것이냐!”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신도연의 이름을 꺼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진수민은 다급히 말을 바꾸었다.“나는 섭정왕 측비의 오라버니이자, 섭정왕의 처남이란 말이다! 함부로 굴었다간 섭정왕께서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그러나 곧 누군가가 땀수건을 꺼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진수민은 닭 병아리처럼 번쩍 들려 그대로 끌려갔다.진수민은 애초에 그럴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황성시까지 데려온 것조차 그를 과대평가한 일이었다.형틀은커녕 아직 고문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그저 한 바퀴 둘러본 것만으로도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고, 묻는 말마다 술술 털어놓았다.장녕의 보고를 듣던 이도현은 진수민이 자신의 처남이라는 이름을 내세웠다는 말에 턱선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뭐라고 했느냐?”“진수민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달 전 어떤 사람이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점을 이용해 상한 치료에 쓰이는 약재를 대량으로 사들여 달라고 했고, 일이 끝나면 은 오만 냥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약재를 그냥 파는 것보다 훨씬 돈이 된다고 생각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장녕은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그 약재가 어디에 쓰일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단순히 돈이 될 것 같아 일부를 남겨 두었는데, 지금은 사정을 알게 되었으니 그 약재를 장안 백성들에게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하더군요. 그리고 그 오만 냥의 은이 숨겨진 장소도 자백했습니다. 집 지하 저장고에 있었는데, 이미 사람을 보내 일부를 가져오게 했습니다.”오만 냥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전부 황성까지 옮길 수는 없었기에 장녕은 상자 하나만 가져왔다.“헌데 제가 살펴보니 이 은이 좀 이상했습니다.”장녕은 상자를 열었다.“속하가 보기에는 이 은이 장씨 가문의 사광에서 주조된 은과 똑같습니다. 위조 은화입니다.”이도현은 은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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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장풍은 장씨 가문에 대한 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은이 든 상자를 들고 조용히 물러났다.왕야께서는 분명 따로 생각해 둔 바가 있을 터였다.상한은 사흘이나 닷새 만에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약이 있다 해도 환자들은 고열에 시달렸고, 매일같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죽은 이들은 성 밖으로 옮겨져 석회를 뿌린 뒤 한곳에 모아 매장되었다.게다가 약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역병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어느새 약 부족은 역병을 막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있었다.한편, 장안 인근의 위성과 흥평 일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재상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그들은 상한 치료에 필요한 약재를 조금씩 내놓고 팔았다.가격은 평소의 열 배를 훌쩍 넘길 만큼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순식간에 동이 났다.위성과 흥평은 장안과 가까웠는데, 지금 장안이 성문이 봉쇄된 상태라 성 안의 상황은 외부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었다.가까이 사는 백성들 입장에서는 집에 약이라도 비축해 두어야 마음이 놓일 수밖에 없었다.약재상이 내놓은 약이 모두 팔리고 나면 곧 새로운 물량이 채워졌다.하지만 관아에서 찾아가 묻기라도 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지금 진열된 것이 전부라는 것이었다.관청이 구매하려 해도 가격은 백성들보다 조금 저렴할 뿐, 평소와 비교하면 여전히 천문학적인 가격이었다.만약 관청이 강제로 압수하려 들면 더 골치 아팠다.약재상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말했다.이것이 마지막 물량이며 더는 없다고.위성의 관아에서 본보기로 약재상 한 명을 처벌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전부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가진 약재가 필요했으니 말이다.약재는 곧 목숨이었다.비싼 값을 치르면 그래도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강제로 빼앗으면 아예 공급 자체가 끊겨 버렸다.결국 조정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은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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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배후는 밝혀냈느냐?”윤수혁이 답했다.“붙잡은 자들은 모두 경성으로 흘러들어온 유민들입니다. 성문이 봉쇄된 뒤 백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자 그들도 더는 먹고살 길이 없어졌습니다. 며칠 전 누군가 돈을 쥐여 주며 사방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왕야께서 가혹한 세금을 거두고 독단적으로 정사를 처리하고 있으며, 대신들은 감히 입도 열지 못하고 황제마저 왕야를 두려워하기에 하늘이 노하여 역병을 내려 백성을 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누가 시킨 일인지는 그들 역시 모른다고 합니다.”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그때 예왕이 입을 열었다.“며칠 전 정 대인께서 사람을 보내 조심하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혼란을 틈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요. 백성들뿐 아니라 관군 내부도 경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 며칠 순방영을 돌며 부정적인 말을 퍼뜨리던 자들을 몇 명 처벌했습니다...”예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말을 이었다.“대부분 그 몇몇 사족 가문과 인척이거나 오랜 친분이 있는 자들이었습니다.”이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더니 턱선도 미세하게 굳어졌다.“몇 명 잡았느냐?”“현재까지 여섯 명입니다.”“가서 최가를 비롯한 그 몇몇 사족 집안 대문마다 하나씩 걸어 두어라. 본왕의 명이라고 전하고. 거꾸로 매달아 피가 다 빠질 때까지 두면 된다. 본왕이 명하기 전까지는 내려 주지 말거라.”윤수혁과 예왕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윤수혁은 속으로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그 사족 놈들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 일쑤였다.누가 봐도 그들이 배후인데도 증거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그런데 이도현은 가장 직설적이고도 피비린내 나는 방식으로 경고를 날린 것이다.너희 수작질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계속 설치면 하나씩 피를 말려 죽여 버리겠다고.“명을 받들겠습니다.”윤수혁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이도현의 시선이 예왕에게 머물렀다.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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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장안성 안에서는 곧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조정이 역병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부터 이미 남쪽 지방에서 대량의 약재를 사들여 두었으며, 지금 그 약들이 수로를 따라 장안으로 운송되고 있다는 것이었다.머지않아 장안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사약감 역시 일부러 소문을 흘렸다.사약감에는 아직 장안 백성 전체가 사용할 만큼의 약재가 남아 있으며, 앞으로 닷새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그리고 닷새 뒤면 남쪽에서 운송된 약재도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그 소식이 퍼지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약값은 하나둘 내려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처음부터 지나치게 비싸게 팔았던 탓에, 값을 내린 뒤에도 선뜻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장한월은 부하에게서 보고를 받았다.그들이 풀어 놓은 약재상들이 연일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약재는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 조정의 약이 장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들의 물건은 더더욱 팔리지 않을 것이었다.약재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지금 처분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된다.장한월은 곧장 사람을 보내 책사를 불러들였다.그날 밤, 책사가 장부에 도착했다.“그대는 이 약재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네. 그래야 산속의 병사들을 먹여 살릴 은자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고. 헌데 이제 조정의 약이 곧 장안에 들어온다면 이 약들은 전부 내가 떠안게 생긴 것 아닌가?”책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저 역시 이도현이 처음부터 남쪽에서 약재를 사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조정의 약이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싼값에 모두 처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수민이 아직 우리 손안에 있으니 다른 돈줄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장한월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도현은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아니네. 예전에 군영에 있을 때도 그가 아끼던 장수가 술 때문에 군기를 그르쳤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갔지. 수많은 사람이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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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왕부는 무사했고, 아이도 무사했으며, 그 역시 무사했다.신수빈은 매일 편지를 받아서 볼 때, 비로소 하루 중 가장 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내관에게서 윤수혁이 남쪽에서 약재를 운송하자는 계책을 내놓았고, 이도현이 그 기회를 이용해 소문을 퍼뜨려 장안 인근의 약값을 폭락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할 수 없는 위안이 밀려왔다.이도현은 현명한 군주감이었고, 윤수혁은 재능 있는 인재였다.이런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나라의 엄청난 복이었다.원래 호국사로 약을 운반하던 장수가 역병에 걸리는 바람에, 이후부터는 윤수혁이 직접 약재 수송을 맡게 되었다.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약재를 호송해 호국사까지 왔다.십여 걸음 거리를 둔 채, 윤수혁은 신수빈에게 성 안의 상황을 전해 주었다.“지금은 백성들의 상태가 차츰 나아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매일 사망자가 나오긴 하지만, 며칠 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습니다. 왕야께서 선견지명 있게 대처하신 덕분에 장안 백성들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역병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그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왕야께서 현명하신 건 사실이지만, 아주버님과 예왕, 그리고 여러 장수와 관리들 또한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특히 아주버님의 공이 가장 크지요.”“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왕야의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윤수혁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최근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감탄하듯 말했다.“왕야께서는 정말 결단력이 대단하십니다. 이번에도 그 몇몇 사족들이 제멋대로 날뛰다가 크게 혼이 났습니다. 지금도 그 집들 대문 앞에는 시체가 매달려 있어 감히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신수빈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남의 비난 따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해냈다.하지만 그 사족들 역시 혼이 나도 싸긴 했다.역병이 창궐해 사람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도 감히 그런 일에 끼어들었으니.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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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그건 황성시가 일을 소홀히 한 탓이지, 아주버님 잘못은 아닙니다.”신수빈이 그렇게 말하자, 윤수혁은 그녀의 미간에 어린 근심을 바라보다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그 사람을 호국사에서 데려와 경성으로 호송하던 중이었습니다. 마차 안에서 한 차례 잠깐 눈을 뜬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머리를 크게 다친 탓에 오래 의식을 유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한마디를 남겼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무슨 말을 했나요?”신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마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그녀는 면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밖으로 드러난 눈매는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빛나는 듯 생동감 있는 그 눈빛에 윤수혁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글쎄요... ‘산속에 병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산속에 병사가 있다’는 말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그런 느낌이었습니다.”신수빈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윤수혁은 그녀의 길고 고운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스친 놀라움의 빛은 보는 이의 심장까지 울릴 만큼 선명했다.그는 그 찰나의 모습을 거의 탐하듯 바라보다가 더는 바라볼 수가 없어,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신수빈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말이 ‘산속에 병사가 있다’는 뜻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장씨 가문이 그토록 많은 돈을 모을 이유가 없었다.“장씨 가문이 병사를 기르고 있었군요. 사병을 말이에요.”윤수혁 역시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만약 사실이라면 즉시 왕야께 알려야 합니다.”신수빈은 눈을 내리깔았다.이도현처럼 총명한 사람이 장한월이 아들을 죽인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그것이 자신의 죄를 감추고 남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수작이라는 사실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끝내 못 본 척하며 장한월을 감싸 주었다. 그만큼 장씨 가문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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