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Chapter 601 - Chapter 603

603 Chapters

제601화

“오늘 네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게 정말 본왕이 널 속였기 때문이냐.”이도현의 눈동자에는 짙은 분노가 일렁였다.“아니면 그 사람이 이제 다른 여인과 혼인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제 치맛자락을 따르던 사내 하나를 잃게 된 것이 분해서 이러는 것이냐.”신수빈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얼굴을 붉히거나 수치심에 떨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싸늘한 조소만이 번져 갔다.“그러니까요.”그녀가 비웃듯 말했다.“제가 무슨 말을 해도 왕야께서는 믿지 않으실 겁니다. 헌데 어째서 늘 저를 전적으로 믿는 척하시는 건가요.”더는 말다툼을 이어갈 가치조차 없다는 듯, 신수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눕기 위해 몸을 돌렸다.하지만 이도현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목덜미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갔다.“윤수혁의 이야기가 나오니 찔리는 것이냐?”분노가 극에 달한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신수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를 악문 얼굴에는 참아 왔던 노기가 고스란히 서려 있었다.“저와 윤 대인은 결백합니다.”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내뱉었다.“손수건 하나뿐입니다. 설령 그 사람이 주워 갔다 해도 제가 알았다면 반드시 돌려받았을 겁니다. 제가 무엇을 숨긴다는 겁니까?”“숨기는 게 아니라면?”이도현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평소엔 본왕이 무슨 일을 해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네가, 오늘은 돌아오는 길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빈정거렸는지 스스로 세어 보아라. 윤수혁이 진하빈과 혼인하게 된 것이 아니꼬운 것이냐? 아니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났단 말이냐.”신수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속에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무엇 때문이냐고요? 저는 애초에 경림연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헌데 왕야께서 억지로 보내셨지요. 그 옷도 입고 싶지 않았는데 왕야께서 입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항주 비단을 쓰고, 책을 읽고 싶었을 뿐입니다. 허나 책장을 넘기던 중 아무 예고도 없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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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아니면 그가 그렇게 너를 품고 욕망하는 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의 목소리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훗날 그 손에 권세까지 쥐게 된다면, 그 역시 네 치맛자락 아래 두고 부릴 사내가 될 수 있으니 그것도 상관없다는 것이냐.”짝!맑고도 날카로운 파열음이 방 안을 갈랐다. 분노에 찬 그의 고함은 그 한 번의 손찌검으로 끊어졌다.순간,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신수빈조차 자신이 손을 올릴 줄은 몰랐다.이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평소에는 순하고 유순하기만 하던, 꼭 작은 고양이 같던 여인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신수빈은 그의 옆얼굴에 선명하게 찍힌 손자국을 바라보았다. 손톱 끝이 스친 턱에는 가느다란 핏자국 두 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조정을 손아귀에 쥐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 속에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리는 권력자였다.아버지처럼 무기력한 사람조차, 어머니처럼 강단 있는 사람조차 이 시대의 법도 앞에서는 감히 손을 올리지 못했다.하물며 부군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는 세상에서, 부인이 먼저 손찌검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목덜미를 감싼 그의 손이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손아귀는 조금씩 조여들었고, 마치 그녀의 목을 그대로 부러뜨릴 듯한 기세였다.예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이미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을 것이다. 고분고분 몸을 낮추고, 애교를 섞어 그의 화를 달랬을 것이다.지금도 몸은 본능처럼 그렇게 움직이려 했다.다시 살아난 뒤부터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삶은 이미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진심을 숨기는 것. 억울해도 삼키고, 아파도 웃는 것.그녀는 전생의 신수빈을 제 손으로 조금씩 도려내듯 버려 왔다.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제 한 몸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읽고, 필요하면 달콤한 말도 서슴지 않으며, 언제든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 버릴 줄 아는 지금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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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이도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예전처럼 온화하고 부드럽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비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가슴을 깊숙이 후벼 팠다.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당장이라도 등을 돌려 버리고 싶었다.그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이도현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침상 위로 눌러 버렸다.“그만!”신수빈에게는 그를 밀어낼 힘이 없었다.그의 손아귀에 붙들린 그녀는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쓸어내리더니 손끝을 목울대에 머물게 했다. 그러고는 조금씩 아래로 미끄러뜨렸다.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가련한 눈빛이었지만, 그 속에는 사람을 홀리는 요염한 기색이 은은히 번졌다.이도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에도 힘이 조금 풀렸다.그 틈을 타 신수빈은 그의 손바닥을 혀끝으로 가볍게 스쳤다.이도현이 반사적으로 손을 조금 떼자, 그녀는 처음 그들이 만났던 날처럼 사람의 혼을 빼앗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조금 전에도 원하셨잖아요, 왕야.”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자조가 짙게 배어 있었다.“왕야께서는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월경 중이라도 저는 얼마든지 왕야를 만족시켜 드릴 수 있다는 걸요. 애초에 왕야께서 신하의 부인이었던 저를 찾으신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 아니었습니까?”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결국 왕야께서는 지금도 저를 천하게 여기시는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면 되겠네요. 천한 남녀끼리인데… 누가 누구보다 더 고귀할 게 있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녀의 손이 어느새 그의 옷깃 안으로 스며들었다.이도현은 순간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 그 놀라움은 더욱 거센 분노로 변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 뒤 그대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분풀이할 곳을 찾지 못한 그는 곁에 놓인 옷걸이와 병풍을 발로 걷어찼다.쾅 하는 굉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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