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그가 그렇게 너를 품고 욕망하는 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의 목소리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훗날 그 손에 권세까지 쥐게 된다면, 그 역시 네 치맛자락 아래 두고 부릴 사내가 될 수 있으니 그것도 상관없다는 것이냐.”짝!맑고도 날카로운 파열음이 방 안을 갈랐다. 분노에 찬 그의 고함은 그 한 번의 손찌검으로 끊어졌다.순간,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신수빈조차 자신이 손을 올릴 줄은 몰랐다.이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평소에는 순하고 유순하기만 하던, 꼭 작은 고양이 같던 여인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신수빈은 그의 옆얼굴에 선명하게 찍힌 손자국을 바라보았다. 손톱 끝이 스친 턱에는 가느다란 핏자국 두 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조정을 손아귀에 쥐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 속에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리는 권력자였다.아버지처럼 무기력한 사람조차, 어머니처럼 강단 있는 사람조차 이 시대의 법도 앞에서는 감히 손을 올리지 못했다.하물며 부군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는 세상에서, 부인이 먼저 손찌검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목덜미를 감싼 그의 손이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손아귀는 조금씩 조여들었고, 마치 그녀의 목을 그대로 부러뜨릴 듯한 기세였다.예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이미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을 것이다. 고분고분 몸을 낮추고, 애교를 섞어 그의 화를 달랬을 것이다.지금도 몸은 본능처럼 그렇게 움직이려 했다.다시 살아난 뒤부터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삶은 이미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진심을 숨기는 것. 억울해도 삼키고, 아파도 웃는 것.그녀는 전생의 신수빈을 제 손으로 조금씩 도려내듯 버려 왔다.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제 한 몸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읽고, 필요하면 달콤한 말도 서슴지 않으며, 언제든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 버릴 줄 아는 지금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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