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1091 - Capítulo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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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문 앞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대.”수범은 미친 듯이 눈치를 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좀만 참아 봐. 너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든, 밥 한 끼 먹으면서 풀면 안 되냐?”이건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CCTV 봤어?”수범은 고개를 저었다.이건은 휴대폰을 꺼내 대문 CCTV 영상을 열었다.제은은 수범보다 고작 5분 먼저 도착했을 뿐이었다.수범은 할 말을 잃었다.이건은 더 이상 수범을 상대하지 않았다. 이건은 제은을 바라봤다. 제은은 아주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건은 제은이 이렇게 몇 번이나 집요하게 얽혀 오는 것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특히 이제는 이건의 집까지 찾아왔다.이건은 차가운 얼굴로 걸어가 제은 앞에 섰다.제은도 더는 모르는 척할 수 없어서 이건을 올려다봤다. 이건의 눈 안에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한 짜증이 가득했다. 제은은 갑자기 심장 한쪽이 따끔하게 찔렸지만, 여전히 웃었다.“너희 집에 처음 놀러 온 손님한테 태도가 너무한 거 아니야? 표정이 왜 그래? 너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얼마나 반겨 줬는지 기억 안 나? 그때도 우리 샤브샤브 전골 먹었잖아. 이 정도면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거지.”제은은 말재주가 좋았다. 제은의 말은 늘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었다. 과거를 꺼내는 방식도 그랬다. 이건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제은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태도였다. 마치 그동안의 상처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굴었다. 제은은 뻔뻔함을 얼굴에 그대로 내걸고, 이건의 인내심을 끝까지 시험했다.여기는 이건의 집이었다. 호텔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동적으로 끌려갈 필요가 없었다. 이건은 더 이상 제은에게 맞춰 연기할 이유도, 아닌 척할 이유도 없었다.이건은 제은의 손목을 붙잡았다. 태도는 강했다. 완충 지대는 없었다. 오직 한 사람을 떨쳐 내고 싶은 차가움만 있었다.“나가.”수범은 친구 반응이 이렇게 클 줄 몰랐고, 곧장 다가와 두 사람을 말렸다.“야, 야, 그러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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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수범은 친구와 최상위 재벌가 막내딸 사이의 일을 너무 많이 알아 버려 먹은 것이 다 얹힐 지경이었다.수범도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 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서로 날을 세운 채 맞붙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범에게는 이제 그럴 힘도, 그럴 마음도 남아 있지 않았다.두 사람의 기세는 정말 곧 주먹이라도 오가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미 수범이 끼어들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아무리 친구라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미 같이 밤을 보냈다고 하지 않았는가?친구의 연애 문제에는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니었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제은이 가장 싫어하는 건 이건의 얼음장 같은 차가운 태도였다. 제은은 고개를 돌려 수범을 노려봤다. 기세는 오히려 이건보다 더 거칠었다.“여기 네 집 아니야? 거기 서. 가지 마! 이런 구경거리는 끝까지 봐야지. 여기 남아. 네 친구가 너 몰래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보라고!”수범은 막 계단을 반쯤 올라가다가 온몸이 굳었고, 뒤돌아 두 사람을 바라봤다. 결국 수범은 자기 안위부터 챙기기로 했다.“강제은 씨, 내가 도저히 계속 이 집에서 못 있겠어. 됐어. 나도 그냥 집에 안 있을게. 바로 나갈게! 이 집은 둘한테 맡길 테니까 둘이 천천히 해결해 봐!”수범은 두 사람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고, 괜한 희생양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도망쳤다. 수범은 차 키와 핸드폰을 챙기더니, 바람처럼 두 사람을 피해 현관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범은 감쪽같이 사라졌다.이 세상에 멀쩡한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수범은 여기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라도 하면 누구에게 따질 것인가?수범이 떠난 뒤, 집 안에는 이건과 제은 둘만 남았다.이건은 여전히 제은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건을 노려봤다.두 사람은 거칠게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마치 링 위에 올라선 복서들 같았다. 기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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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이건은 기세등등하게 맞서는 제은을 바라보며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사람이 정말 끝까지 뻔뻔하게 굴면, 이렇게 평생 휘둘려야 하는 건가?’사실 이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남자로서 자기 감정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누나에게 매달리는 건, 이건의 자존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건은 제은과의 일을 직접 정리하고 싶었다.문제는 이건이 제은 같은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데 있었다. 제은 같은 성격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건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이건은 분노가 끝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뱉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강제은, 나한테 굳이 위악 떨지 마.”제은은 이건의 눈을 바라봤다. 손이 확 움켜쥐어졌다. 가슴 한가운데가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그 통증은 제은의 감정을 더 나쁘게 몰아갔다.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미워해도 돼.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네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 미움도 어쨌든 감정이잖아. 네가 나를 신경 쓴다는 뜻이고, 적어도 너한테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없는 사람보다는 미운 사람이 낫지. 그러니까 뭐가 나빠?”이건의 낯이 푸르게 질렸다가 다시 하얗게 식었다.이건은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이 지금까지 화를 낸 상대는 거의 남자들이었다.제은은 여자였다. 이건은 여자에게 감정을 터뜨리는 남자를 경멸했다.하지만 제은의 뻔뻔함에는 끝이 없었다. 그녀는 마치 칼도 총도 통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이건은 더는 제은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제은의 손목을 세게 붙잡고, 그대로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이건의 목소리는 딱딱했다.“지금 네 집에 데려다줄 거야.”이건은 결국 피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처지까지 내려앉았다.이건의 힘이 강해서 제은은 어쩔 수 없이 몇 걸음 끌려갔다. 하지만 제은은 이렇게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이건의 마른 허리선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라앉혔다. 곧바로 온몸을 던지듯 이건에게 달려들었다.이건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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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이건은 제은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더는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꺼져!”“우리 계속 구르고 있잖아. 나 지금 네 위에 굴러 올라타 있잖아? 나 이 자세 마음에 들어. 다음에 침대에서도 이렇게 할까?”제은은 분명 아슬아슬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과 말투는 상대를 그대로 베어 버릴 듯 살벌했다.이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필 이건은 남자였고, 제은이 그렇게 말하자 머릿속에서는 원하지 않는 장면들이 제멋대로 떠올랐다.이건은 정말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제은은 이건이 버둥거리는 걸 보자 똑같이 온 힘을 다해 눌러 버리려 했다. 제은은 여자였지만 키가 컸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운동해 온 탓에 힘도 밀리지 않았다. 이건도 일어나려면 제법 힘을 써야 했다. 그 바람에 이건의 얼굴뿐 아니라 귀와 목까지 전부 붉어졌다.제은은 이건에게 안긴 채 몸이 들리자 곧바로 발버둥 쳤고, 이건에게 소리쳤다.“조이건, 뭐 하는 거야! 내가 너랑 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네가 나한테 억지로 굴면 너 진짜 죽어!”이건은 이를 갈며 말했다.“입 좀 다물어!”이건은 인형이라도 붙잡듯 제은을 단단히 제압했다. 제은이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든 채, 거센 몸부림을 막으면서 한쪽으로 손을 뻗어 벨트 하나를 찾아냈다.이건은 제은을 소파 위로 던지듯 내려놓았다.제은은 몸을 뒤집어 바로 일어나려 했다.이건은 자기 몸으로 제은을 눌렀다. 제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고정한 뒤, 벨트로 제은의 손목을 묶었다.제은은 이건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다리를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하지만 이건에게 단단히 눌린 탓에 조금 전까지 있던 움직일 틈마저 완전히 사라졌다.제은은 분노가 치밀어 말로 이건을 자극했다.“여자를 강제로 묶고 노는 취향이었어? 조이건, 너 겉으로만 얌전해 보이지 속셈은 누구보다 화려하네!”이건은 그제야 제은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억지를 부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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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하지만 제은은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결국 이건은 제은을 안아 들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건이 제은을 안자, 제은은 뜻밖에도 조용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이건의 품 안에 얌전히 웅크렸다.조용해진 제은에게서는 어딘가 멀리 떨어진 듯한 위태로운 느낌이 났다. 그건 제은의 외모 때문이기도 했고,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나타나는 세상을 초연한 듯한 눈빛 때문이기도 했다.방금 전과는 너무 달랐다.이건의 미간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이건은 저도 모르게 제은의 어깨를 조금 더 단단히 붙잡았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건은 제은을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채웠다.차에 탄 뒤에도 제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조용히 창밖만 바라봤다. 마치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들끓던 감정이 빠져나간 뒤 찾아온 갑작스러운 냉담함이었다.이건은 굳은 얼굴로 운전대를 꽉 쥐었다. 차는 제은의 집을 향해 달렸다.이건은 예전에 제은의 집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어 길을 알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제은은 걸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건은 익숙하게 제은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저절로 마주쳤다. 곧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시선을 피했다.이건은 한층 더 말이 없어졌고, 제은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제은의 집 앞까지 걸어갔다.얼굴 인식이 끝나자 제은의 집 문이 열렸다.이건은 다시 익숙한 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간 후, 제은을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제은은 이건이 손을 놓는 것을 바라봤다. 이건의 품에 감싸여 있을 때 남아 있던 온기가 단번에 사라졌다. 이건은 몸을 곧게 세웠고, 위에서 제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제야 제은은 차갑게 이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가려고?”이건은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말했다.“앞으로 날 찾아오지 마.”제은은 너무 화가 나서 더는 성질을 낼 기력조차 없었다.“내 손 풀어.”이건은 제은이 얼마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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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결국 건민이 도착하기도 전에 제은은 이미 자기 집을 떠나버렸다. 벨트 하나로 제은을 묶어 둘 수는 없었다.이건이 제은을 데리고 자기 집을 나설 때부터 제은의 경호원은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다. 제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경호원도 나서서 끼어들지 않았을 뿐이었다.이건에게 손목이 묶인 뒤, 제은은 더 이상 이건과 소란을 벌일 기운이 없었다.첫째, 이미 지쳤다.둘째, 기분이 너무 나빴다.이건이 제은을 거부한다는 느낌은 너무 선명했다. 제은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A시에서 돌아온 뒤, 제은은 하루 지나서야 이건을 찾아갔다. 예전의 제은이라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이건 앞에 나타났을 것이다. 제은은 원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채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였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찾아가도 또 아무 성과 없이 돌아오게 될까 봐 무서웠다.제은은 하루를 참았다. 그 하루 동안 제은은 자기 안에서 끝없이 소모됐다. 제은은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갉아먹는 일이 이렇게 괴롭다는 걸 알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건만 떠올랐다. 이렇게 해도 안 될 것 같고, 저렇게 해도 안 될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서 제은은 거의 밤새 뒤척일 만큼 초조했다.다행히 제은은 얼굴이 두꺼웠다. 이건이 보고 싶으면 결국 직접 찾아가면 됐다.이건을 마주한 그때, 제은은 알아차렸다. 그 지독한 자기 소모 속에서 제은은 사실 이건을 그리워하고 있었다.자기 마음을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제은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참 역겹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진화하지 못한 생물처럼 의지가 유전자에 휘둘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 자신답지 않게 변하고, 감정마저 다른 사람의 반응에 끌려 흔들렸다. 너무 위험했다. 어떻게 스스로 이런 손해를 보게 둘 수 있단 말인가?떠나기 전, 제은의 기분은 바닥까지 가라앉아 있었다.제은은 화가 나서 집 안의 유리 장식품을 잔뜩 깨뜨렸다. 바닥은 엉망이 됐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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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이건의 회사 직원들은 자기들의 대표에게 돈 많은 재벌가 여자가 아주 집요하게 구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회사에는 매일 배달 음식이며 간식이며 음료가 잔뜩 도착했다. 전 직원 한 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다만 이건에게 가는 몫만 유난히 특별했다.제은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사람이 드문 때에만 이건의 시야 안으로 나타났다. 그때마다 이건은 제은을 안 보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렀다.이건은 광고 모델 촬영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장에 갔다.제은도 따라갔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제은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다만 제은은 일을 너무 볼썽사납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제은은 차 안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팔꿈치를 차창에 걸친 채 바깥을 느긋하게 바라봤다.‘조이건은 언제쯤 나한테 질려서 다시 한 번 난리를 칠까?’누구든 계속 따라붙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었다.제은의 강한 직감은 오늘을 가리켰다.이건은 촬영장에 찾아오며 광고 모델인 구소라와 계유한에게 꽃다발을 가져왔다. 그런데 소라에게 건넨 꽃다발은 유난히 특별했다. 소라가 공개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던 분홍 장미였다. 흰 리본이 감겨 있었고, 작은 카드까지 꽂혀 있었다. 카드 위에는 글씨도 적혀 있었다.이건이 직접 그 꽃다발을 들고 소라 앞까지 갔다.제은은 문득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실 만했던 커피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을 만큼 쓰게 느껴졌다.제은은 원래 미쳐 날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제은의 통제욕은 여전히 너무 강했다. 이건의 옆에 누군가 있는 것을 제은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었다.그런 이건이 소라에게 장미를 줬다.‘돌겠네.’이건은 제은에게 장미를 준 적이 없었다.카드를 써 준 적도 없었다.제은은 룸미러 속 자기 모습을 바라봤다.놀랍게도 제은의 표정은 아주 차분했다.‘미칠수록 더 차분해지는 건가?’제은은 점점 더 이상해지는 자기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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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소라의 촉은 꽤 정확했다. 소라는 제은의 등장이 틀림없이 이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솔직히 말해, 소라는 이건에게 꽤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이건은 소라가 연예계에서 알게 된 남자들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귀한 건 이건의 침착함과 진중함이었다.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했고, 함께 일하며 지켜볼수록 소라는 이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요즘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꽤 큰 의미가 있다. 연예계에서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잘생겼다. 또 소라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없이 다정했다. 마치 소라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했다.하지만 사실 그런 남자들은 누구에게나 그랬다. 다정함은 가짜였고, 표정은 잘 만든 가면에 가까웠다. 소라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을 거의 만나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건은 무엇을 하든 태도가 진심처럼 느껴졌다. 이건은 허세를 부리거나 꾸며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호감이 갔다.게다가 이건의 재능과 외모는 웬만한 연예계 남자들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났다. 지금은 성공한 창업자이기까지 했다.소라가 이건에게 호감을 갖지 않기는 어려웠다. 소라는 이건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이건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이건은 싱글이었고, 연애 경험도 없었다. 사생활이 거의 없다는 점은 소라에게 오히려 가산점이었다. 소라는 당연히 이건과 더 깊이 알아가고 싶었다. 혹시라도 어떤 발전이 생긴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일이었다.소라는 이건과 연락하거나 만날 때 늘 꽤 적극적이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들이대지는 않았다. 어쨌든 전부 자연스러운 범위 안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지금은 누군가가 호텔 객실까지 찾아왔다.소라의 매니저가 문을 열어 준 것도 아니었다. 상대는 그냥 들어왔다. 제은의 뒤에 선 경호원은 보기만 해도 사람을 위축시킬 정도로 위압적이었다.소라는 속으로 긴장했지만, 더는 말을 함부로 늘어놓지 않았다. 소라는 제은의 반응을 기다렸다.제은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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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매니저는 소라를 힐끗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매니저는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호텔...”제은이 느긋하게 말했다.“호텔 것은 누가 얼마나 썼는지 모르잖아요. 더럽지 않겠어요? 그럼 지금 안팎으로 전부 씻어 오든가, 아니면 새 커피머신을 사 오세요. 아니면 저는 못 마셔요.”소라는 얼굴에 걸어 둔 예의를 겨우 붙잡고 있었다.제은은 여전히 아주 편안한 태도였다. 마치 이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이 방의 주인이 제은인 것처럼 굴었다.오히려 잠시 이곳에 머무는 소라가 더 불편해 보였다. 소라는 제은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다행히 숨 막히는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소라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제은이 눈짓하자, 경호원이 다가와 소라의 핸드폰을 빼앗았다.“누구예요?”경호원이 대답했다.“조이건 대표님입니다.”제은은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구소라 씨, 전화받아요. 조이건한테 제가 여기 있다고 말해요.”소라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이제 소라는 확신했다. 제은은 분명 이건 때문에 찾아왔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소라가 적당히 처신하면 제은의 분노가 소라에게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소라는 지금 이건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라에게는 자기 일이 더 중요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건 소라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소라는 곧바로 제은이 시킨 대로 했다. 전화받자, 이건은 소라에게 얼마나 더 걸리느냐고 물었다.소라는 대답했다.“저 아직 호텔에 있어요. 강제은 씨가 여기로 찾아왔어요. 저랑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네요.”전화 너머에서 이건이 무어라 말했다.소라는 짧게 답했다.“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제은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태도에는 느슨한 장난기마저 묻어 있었다.“조이건이 뭐래요?”소라가 말했다.“저 만나러 이리로 오신대요.”제은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조이건이 구소라를 그렇게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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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제은은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조이건... 설마 진짜 구소라 좋아하는 거 아니지?”이건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말든, 너와는 아무 상관 없어. 내 일과 생활에 계속 끼어들지 마. 너 정말 모르겠어? 내가 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제은은 이건의 말에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제은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었다.“내가 말했잖아. 난 계속 너를 불쾌하게 할 거야. 네 주변에서 귀신처럼 떠돌 거고, 네 고통은 전부 나 때문에 생기게 될 거야. 난 그냥 내가 한 말을 지키는 중인데, 네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너...”제은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괜히 나한테 센 척하지 마. 네가 구소라한테 장미꽃 준 거, 내가 다 봤어. 앞으로 소라랑 덜 엮이는 게 너나 구소라를 위해서 좋을 거야.”“난 소라 인생 망가뜨리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 소라의 커리어가 무너지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야!”“물론 너도 그냥 두지는 않아, 이건. 네가 소라를 좋아하기라도 하면, 나도 너 맘 편하게 안 둬. 넌 내 거야. 넌 아무도 좋아하면 안 돼.”이건은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제은이 무슨 짓을 하든 이건에게만 향한다면, 이건은 어떻게든 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친다면, 그것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하필 제은은 그런 식으로 앞뒤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사실 그 장미꽃은 소라의 친한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이건은 그저 대신 전해줬을 뿐이었다. 장미꽃은 이건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하지만 이건은 제은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설명하는 것 자체가 제은에게 맞춰 주는 일처럼 느껴졌다.제은이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거칠게 굴수록, 이건은 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도 두 사람은 끝내 좋지 않게 헤어졌다.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어떤 관계든, 한 번 또 한 번 쌓이는 다툼만 남으면 결국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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