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은은 해외에서 리조트 호텔 하나를 잡았다. 이름도 낯선 휴양지의 바닷가에 자리한, 조용하고 값비싼 호텔이었다.그녀는 매일 호텔 안에만 머물렀다. 아침에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식사하고, 오후에는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책을 펼쳤다. 저녁이 되면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룸서비스로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매우 규칙적인 생활이었다. 편하고 여유롭고, 한가했다.예전 제은의 삶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기도 했다. 돈 걱정 없이 쉬고, 하고 싶은 대로 쉬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날들. 그런데 지금의 제은은 그 생활이 지루하고 무료했다. 마음껏 즐길 수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등을 떠미는 대로 하루하루를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그래도 제은은 그 안에서 작은 재미 하나를 찾았다.제은은 SNS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프로필 사진은 아무것도 없는 흰색이었다.매일 무엇을 했는지 사진으로 남겼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토스트와 과일, 파란 수영장, 해 질 무렵 발코니에서 보이는 바다, 비가 내린 뒤 젖은 산책로,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 그런 것들을 찍어 계정에 올렸다.글은 아주 짧았다.오늘은 뭘 했다.날씨는 어땠다.기분은 이랬다.그 정도의 문장뿐이었다.그렇게 두 달이 지났을 때, 제은은 갑자기 귀국하고 싶어졌다.제은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이건이었다.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예전의 제은은 이건이 억지로라도 마음을 돌리게 만들고 싶어 했다. 자기 마음속에는 날 선 분노와 지배하려는 욕심이 가득했다. 지금 자신이 생각도 아주 극단으로 치우쳐 있었다.이건을 만나기만 하면 감정이 앞섰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때로는 차마 주워 담을 수 없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서로의 마음을 되는대로 찌르고, 더 깊게 상처 냈다.하지만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워 낸 시간은 제은에게 꽤 큰 변화를 남겼다.정말로 제 마음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더는 극단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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