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全部章節:第 1101 章 - 第 1110 章

1264 章節

제1101화

이건은 제은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해해 보려 애썼지만, 끝내 이건이 받아들인 해석은 하나였다.감정을 하찮게 여기니까, 마음껏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뜻.제은은 확실히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좋아하면 곧장 상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런 태도 때문에 이건은 제은의 말 중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했다.제은은 무엇이든 꾸며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 이건에게 복수하려고 했을 때도, 제은은 역겨움을 참고 이건에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었다.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제은은 이건의 태도에서 이미 답을 얻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차라리 몸이 직접 아픈 편이 나았다. 몸이 아프면 감정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것보다, 살갗과 뼈가 아픈 쪽이 제은에게는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있는 힘을 다 써도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을 때, 남는 것은 무력감만이 아니었다. 깊고 깊은 절망도 함께 남았다.제은의 삶에서는 예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랬던 제은이 갑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람을 만나자,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하지만 누구도 제은의 마음에 반드시 응답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제은의 뜻대로 움직여야 할 의무도 없었다. 그게 당연하다는 것을 제은도 알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사실이 너무 아팠다. 제은은 정말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그저 이건이 제은이 바라는 대로 응답해 주기를 원했다.하지만 현실은 제은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한 사람의 슬픔은... 다른 한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없었다.제은이 감정을 눌러 가며 차분하게 붙잡은 것만으로도 이미 제은에게는 엄청나게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더는 울면서 이건에게 매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불쌍한 척하며 동정을 구하는 일은 죽어도 할 수 없었다.제은은 이건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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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제은이 차를 몰고 가온 종합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손끝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곧 서림을 마주했을 때 어떤 상태일지 떠올리기만 해도 두려움이 목까지 차올랐다.결국 제은은 차를 도로 갓길에 세웠다. 핸드폰을 꺼내 영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나 있는 데로 와.”제은의 발음은 유난히 또렷하고 무거웠다.영미는 목소리만 듣고도 아주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제은을 위로하며 대답했다.[거기 있어. 나 바로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제은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 핸드폰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차 안 어딘가로 굴러떨어졌다.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제은은 갑자기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요즘 제은의 삶은 엉망이었다. 중간에는 모든 걸 포기하고 예전처럼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한 사람이 마음속에 들어오면, 그 자리에 큰 흔적이 남았다. 또 제은은 워낙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흉터는 제은이 이건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라진 틈은 점점 더 벌어졌고, 결국 이건의 생일날 터져 버렸다.제은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감정이 그렇게 치솟은 때에 하필 서림에게 일이 터졌다.서림이 하루 동안 의식을 잃고 있다가 발견됐다니. 상황은 정말 위험했다. 조금만 더 늦게 발견됐다면, 서림은 정말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남았을 것이다.그 생각을 하자 제은은 너무 무서웠다.실은... 무서운 정도가 아니었고,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아무리 애를 써도 서림과 이건을 붙잡을 수 없을 때 느끼던 것과 같은 공포였다.제은은 서림과 이건이 다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녀는 처음으로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사람을 강제로 곁에 묶어 둘 수는 있었다. 먹고 입는 것 걱정 없이 살게 해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제은이 한 행동은 서림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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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더 이상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넘기던 제은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진지하게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영미는 제은과 함께 자라 온 세월이 있었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다.“내가 널 처음 알았을 때부터, 난 네 제일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어. 네가 가진 제일 못된 면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품을 수 있었던 거야.”“그래서 너랑 더 가까워진 거고. 견딘다는 말은 좀 아닌 것 같은데? 난 네 진짜 모습이 좋아. 너 친구한테는 진짜 잘하잖아. 그건 다들 인정하는 거 아니야?”제은이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진짜 모습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해?”“응. 아무도 가면 쓴 사람이랑 지내고 싶어 하진 않아. 제일 진짜 모습을 보여 줬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네 곁에 남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떠나는 거야. 그건 다 자연스러운 일이야.”그러니까 어떤 건 억지로 붙잡을 수 없었다. 곁에 남을 사람은 결국 남고, 떠날 사람은 끝내 떠났다.제은은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 올렸다. 영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랬다. 제은은 제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건과 서림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제은에게 더 무슨 방법이 있을까?다만 제은의 미련과 분함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방식까지 떠올렸다. 하지만 강제로 붙잡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었다. 서림이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되돌아가기는커녕...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제은은 정말 이제 지쳐서 사람들을 놓아주기로 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림은 이미 깨어 있었다. 링거를 맞고 있는 서림의 안색은 창백했다. 원래도 마른 몸이었는데, 지금은 더 야위어 보였다. 어딘가 오래 앓은 사람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서림은 맑고 여린 눈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안쪽 어딘가가 오래전에 깨져 버린 사람처럼,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그 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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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제은은 해외에서 리조트 호텔 하나를 잡았다. 이름도 낯선 휴양지의 바닷가에 자리한, 조용하고 값비싼 호텔이었다.그녀는 매일 호텔 안에만 머물렀다. 아침에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식사하고, 오후에는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책을 펼쳤다. 저녁이 되면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룸서비스로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매우 규칙적인 생활이었다. 편하고 여유롭고, 한가했다.예전 제은의 삶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기도 했다. 돈 걱정 없이 쉬고, 하고 싶은 대로 쉬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날들. 그런데 지금의 제은은 그 생활이 지루하고 무료했다. 마음껏 즐길 수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등을 떠미는 대로 하루하루를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그래도 제은은 그 안에서 작은 재미 하나를 찾았다.제은은 SNS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프로필 사진은 아무것도 없는 흰색이었다.매일 무엇을 했는지 사진으로 남겼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토스트와 과일, 파란 수영장, 해 질 무렵 발코니에서 보이는 바다, 비가 내린 뒤 젖은 산책로,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 그런 것들을 찍어 계정에 올렸다.글은 아주 짧았다.오늘은 뭘 했다.날씨는 어땠다.기분은 이랬다.그 정도의 문장뿐이었다.그렇게 두 달이 지났을 때, 제은은 갑자기 귀국하고 싶어졌다.제은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이건이었다.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예전의 제은은 이건이 억지로라도 마음을 돌리게 만들고 싶어 했다. 자기 마음속에는 날 선 분노와 지배하려는 욕심이 가득했다. 지금 자신이 생각도 아주 극단으로 치우쳐 있었다.이건을 만나기만 하면 감정이 앞섰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때로는 차마 주워 담을 수 없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서로의 마음을 되는대로 찌르고, 더 깊게 상처 냈다.하지만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워 낸 시간은 제은에게 꽤 큰 변화를 남겼다.정말로 제 마음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더는 극단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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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제은이 떠난 지 30분쯤 지났을 때, 이건은 다시 골프클럽으로 돌아왔다.이건은 망설임 없이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찾아야 했다.그 반지는 예전에 이건이 제은에게 먼저 고백하려고 준비했던 반지였다.호수에 던질 때만 해도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버리면 정말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멀어지던 이건은 곧 후회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후회가 몰려와, 이건은 미친 사람처럼 다시 골프클럽으로 돌아왔다.그는 오랫동안 물속을 뒤졌다.하지만 반지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몇 번이나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손끝은 차갑게 굳어 갔고, 젖은 셔츠는 몸에 달라붙었다.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끝내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이건은 지친 몸을 끌고 겨우 호숫가로 올라왔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이건은 검게 가라앉는 물가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마음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골프클럽 직원이 카트를 몰고 순찰을 돌다가 호숫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체를 발견했다.처음에는 돌로 만든 조형물인 줄 알았다.카트를 가까이 세우고 나서야 직원은 그게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것도 온몸이 젖은 남자였다. 남자는 너무 우울해 보였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분위기까지 풍겼다.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손님을 이대로 둘 수 없었다. 결국 직원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저기요,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으세요?”이건은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현실로 돌아왔다.이건은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렸다. 어이가 없었고,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천천히 힘을 풀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등을 돌려 걸어가려 했다.직원은 이상한 이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금 전 호수에 뛰어들었던 제은을 떠올려서 혼잣말처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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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지독한 열기가 이건을 덮쳤다. 이건은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차 옆에 막 도착했을 때, 누군가 이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이건은 그 사람이 제은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은을 안은 채 옆으로 굴렀다. 몸이 겨우 멈추자, 이건은 제은을 살짝 내려놓고 상태부터 살폈다.머리카락 끝이 약간 그을려 있었다. 얼굴은 연기에 그을려 검댕이 묻어 있었다. 손은 더 심했다. 피부가 화상을 입었는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이건은 곧장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의료진 불러!”별장 쪽 고용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제은은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았다. 손은 불에 데 물집이 적지 않게 잡혔다. 다행히 화상 면적은 넓지 않았다. 의사는 관리를 제대로 하면 흉터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다.이건의 표정은 몹시 좋지 않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눈빛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제은은 그렇게까지 통증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건은 알았다. 그렇다고 아픈 걸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예전 같으면 누가 자신에게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제은은 반드시 따지고 넘어갔을 사람이었다.그런 제은이 오늘은 직접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만약 차가 폭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강제은이라는 사람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몰랐다.이건은 어머니를 떠올렸다. 심장이 세게 조여 왔다. 이건은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결국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제은은 말없이 이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불타는 차 안에서 빠져나와 이건의 품으로 달려가 쓰러졌을 때, 제은은 이건이 왔다는 걸 알았다. 다만 상황이 너무 어수선해 아무 말도 할 틈이 없었다.이제 제은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건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건이 혼자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기로 했다. 설령 이건이 별장을 떠난다 해도, 제은에게는 이건을 먼저 찾아갈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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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어쩌면 방금 죽을 고비를 넘긴 탓에 몸이 약해져서 기세가 많이 꺾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건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이건이 알고 있는 제은은 지나치게 당당하고, 기세가 사납고, 세상 모든 사람을 자기 발 아래 둘 수 있다고 여길 만큼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제은이 갑자기 날카로움과 발톱을 거두고 조용해지자, 이건은 묘한 통쾌함을 느끼기는커녕 마음이 아팠다.이건은 제은이 혹시 즐겁지 않은 건 아닌지, 어디서 억울한 일을 당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이건의 무의식 속에서는, 밝고 제멋대로 빛나던 제은이 아주 작은 상처라도 받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제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은 제은이 혼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제은이 계속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기를 바랐다. 모든 애정이 제은의 곁을 맴돌기를 바랐다.이건은 자기가 보기에도 어이가 없었다.‘내가 지금 나쁜 짓에 힘을 보태는 건가?’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이건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생각이었다.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이건은 결국 제은에게 완전히 걸려든 셈이었다.목소리도 조금 누그러졌다.“그거 나한테 주면 말해 줄게.”제은이 바로 말했다.“먼저 말해. 다른 여자 좋아하게 된 거 아니지? 만약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면 안 줄 거야. 나한테 없다고 약속해.”이건은 짧게 대답했다.“없어.”제은은 쉽게 믿지 못했다.“진짜?”“너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지금 날 돌려 까는 거야?”“네가 나한테 거짓말한 적 있으면 찔리겠지.”제은은 이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말투는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나 지금 환자야.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나를 비꼬는 거야? 두 달 못 봤다고 조 대표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세게 해? 전에는 나랑 말 섞는 것도 귀찮아했잖아.”제은이 화를 내지 않을수록, 예전처럼 이건을 몰아세우거나 싸우려 들지 않을수록, 이건의 속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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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이건은 3인치 길이의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바라보며 충격에 잠겼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조금씩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그때 이건은 그런 뜻밖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결국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떠나기 전, 이건은 분명 그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제은이 마음에 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버릴 거라고 여겼다.그런데 제은은 그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다.제은이 쓰는 핸드폰 케이스는 꽤 오래된 것이었다. ‘그동안 계속 이 사진을 곁에 두고 있었던 거야?’‘고작 사진 한 장 때문에...’‘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불타는 차 안으로 다시 뛰어들었어?’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제은의 마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이건의 마음은 세차게 흔들렸다. 이건은 눈도 떼지 못한 채 제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낮고 가벼웠다.“사진 한 장일 뿐인데, 그렇게 중요해?”이건은 늘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곤 했다.겉으로는 사진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지만, 결국 이건이 묻고 싶은 건 하나였다.내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냐고.회피적인 사람은 몇 번이고 확인하려 든다.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지, 그 마음이 거짓이 아닌지, 다시 상처 주려는 건 아닌지. 이건이 바로 그랬다.제은이 역겨움을 참고 이건에게 다가왔다고 말했을 때, 이건은 깊게 무너졌다. 그 말은 이건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건은 정확한 답을 원했다. 이런 질문은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이 완전히 확신하기 전까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는 사람이었다.바로 지금... 이 질문을 꺼내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제은은 이건에게 답을 주었다.“중요해. 아주 많이 중요해.”이건은 턱을 아주 작게 움직였다. 어떻게든 감정을 숨기려는 듯했다.“앞으로는 이런 위험한 짓 하지 마.”제은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지금 내 걱정하는 거잖아. 인정해.”이건은 제은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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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이건은 심지어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강제은이라는 여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건은 또다시 이 여자의 함정에 빠져들 뻔했다.그 잔인한 말들은 전부 제은의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이건은 제은에게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은을 이길 수 없었다.제은 때문에 이건은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밀어내고 싶은 마음과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끝없이 갈팡질팡했다. 둘 중 하나로 빨리 결론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제은이 이건의 생일에 오고 싶다고 했을 때도, 그는 거절했다.그때 이건은 자신이 아주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이건이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으니, 제은도 더는 그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제은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이건에게 들었던 감정은 안심이나 다행이 아닌 고통이었다.제은에게 가까이 가면 고통에 가까워지는 일이었다.제은에게서 멀어지면 행복에서도 멀어지는 일이었다.이건의 삶은 그렇게 거칠게 찢기고 있었다.이건의 생일에도 기분은 그리 들뜨지 않았다. 수범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이건의 상태를 살폈다. 이건이 좋아 보이지 않자, 수범은 몇 사람을 불러 생일 자리를 조금이나마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생일마저 너무 쓸쓸하게 지나가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이건은 제은이 생일을 챙기러 오는 것을 거절한 뒤, 스스로 생일을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준비는 수범이 도맡았다.그런데 생일 당일, 제은의 경호원들이 아무 예고 없이 나타났다. 수범이 정성껏 꾸며 놓은 생일 자리도 엉망이 됐다.수범과 친구들은 놀라고 화를 냈다. 그런데 이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이 기뻤다.정말 기뻤다.이건은 그때 조금 확신할 수 있었다. 제은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매달리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정말 복수만이 목적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다른 방법이 있었다. 고작 생일 파티 현장을 망가뜨리는 건 너무 유치했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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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왜 또 나한테 반지를 달래? 그 낡아빠진... 아니, 네 그 반지가 그렇게 중요해? 버려 놓고 다시 건지러 가고, 못 찾으니까 또 나한테까지 찾아온 거야?”제은은 속이 확 뒤틀렸다. 심지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내가 진짜 너무 앞서간 건 아니겠지?’‘설마 애초에 나에게 고백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건가?’‘그냥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진 것뿐일까?’‘내가 불타는 차 안으로 뛰어들어 사진을 꺼내 온 일에 괜히 감동한 걸까?’제은은 무언가를 얻었다가 다시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만은 정말 종잡을 수 없었다. 이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일을 처리할 때도 쉽게 고개 숙이거나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매번 이건의 반응은 제은의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그래서 이건에 대해 제은이 가진 특별한 인상은 번번이 더 각인되었다.어차피 오늘 고백하리라는 생각도 제은 혼자 한 추측이었다. 가만히 따져 보면 확실한 근거가 많지도 않았다. 정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어떻게 두 달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을 수 있을까?물론 제은이 말없이 두 달 동안 사라졌던 건 자신을 좀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그러지 않으면 감정을 못 이기고 또 나쁜 짓을 저지를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은이 이건을 포기한 건 절대 아니었다.하지만 이건은 제은을 찾아오지도 않았다. 생일 파티를 망친 일로 따지지도 않았다. 연락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제은의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 혼자 일하고, 혼자 살고, 자기 삶에만 집중했다.‘아, 짜증 나. 생각할수록 조이건은 나한테 관심 없는 거잖아.’제은의 기분은 갑자기 가라앉았다.그녀는 원래도 감정 변화가 잦은 사람이었다. 기분이 좋다가도 금방 나빠지고, 나쁘다가도 금방 달라졌다. 그래도 지금은 함부로 성질을 낼 때가 아니었다. 제은은 불쾌함을 꾹 눌렀다.“말해 봐. 아무 이유도 없이 여자 반지를 왜 샀는데? 설마 이람 언니 주려고 산 건 아니겠지. 이람 언니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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