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은 그제야 제은의 말을 알아들었다.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하필 그런 태도 때문에 제은은 이건이 소라를 감싸고 있다고 느꼈다. 제은은 더 화가 치밀었다. 결국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높아졌다.“네가 그런 스타일 좋아하면, 처음에는 왜 아닌 척했어? 내 앞에서 순정남인 척한 거야? 영화관에서 내가 다 말하려고 했잖아.”“근데 네가 굳이 기다리라고 했지. 사실은 그냥 나 애타게 시간이나 질질 끌려고 했던 거 아니야? 넌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잖아.”“네가 날 받아들일 수 없었으면, 내가 사실은 너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는 거 알게 된 걸로 서로 끝난 거 아니야?”“난 너한테 매달릴 생각도 없었으니까, 너도 아쉬울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나보고 꺼지라고? 다시는 건드리지 말라며?”“뭐야, 좋은 말도 나쁜 말도 다 네가 하고, 나는 아무 말도 못 해? 조이건, 너 나한테 그렇게 싸늘하게 굴 자격 없어!”제은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의 외모도 평범한 편이 아니어서, 곧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여들었다.제은은 말할수록 더 화가 났다. 첫 번째 이유는 이건이 그때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바로 고백하고 사귀었더라면, 뒤에 벌어진 일들도 없었을지 몰랐다.제은은 이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눈빛은 매섭게 벼려져 있었다.“네가 제일 가식적이야! 조이건, 너 알게 된 거 진짜 재수 없어. 너 처음 만난 뒤로 지금까지, 내 기분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 너 하나 제대로 망가뜨리려고, 엄청 역겨운 거 참아 가면서 네 옆에 붙어 있었어. 맞춰 주고, 달래 주고, 너 비위 맞춰 줬다고. 그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아?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런 고생해 본 적 없어!”제은은 점점 더 격해졌다.“어차피 둘 다 좋은 사람 아닌데, 너만 피해자인 척하지 마. 내가 편했을 것 같아? 어?”제은은 그렇게 소리치고 나서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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