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071 - Chapter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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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회사 안에서는 제은을 곧바로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 직원은 제은을 보자마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키가 크고 늘씬한 제은이 검은 후드 트레이닝복 차림에 까만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내렸는데도 전혀 흐트러져 보이지 않았다. 꾸미지 않은 듯한 중성적인 차림은 오히려 멋스러웠고, 뒤로 넘긴 후드티의 모자가 머리 위를 덮고 있어 여자들이 봐도 쿨하고 잘생겼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기분이 좋지 않은 탓인지 제은의 눈매에는 세상에 진절머리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옅은 다크서클까지 내려앉았다.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제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다른 결의 멋이 더해졌다.제은은 안내 데스크 직원을 무심히 훑어본 뒤 곧장 말했다.“조이건 보러 왔어.”안내 데스크 직원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서둘러 말했다.“조 대표님은 방금 외부 미팅 때문에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예정인데, 휴게실에서 조금 기다리실래요?”제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별수 없었다. 이건이 여기 없어도,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휴게실에서 제은은 후드를 더 아래로 끌어내려 거의 얼굴 전체를 가렸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소파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회사 사무실 특유의 잔잔한 백색소음 때문인지, 제은은 어느새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이건과 수범이 함께 외부에 나간 것은 게임 광고 모델 계약 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이 게임은 이용자층이 넓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즐겨 하는 게임이라 광고 모델 역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섭외할 예정이었다.이야기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두 연예인이 회사에 와서 직접 게임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일행은 자연스럽게 회사로 향했다.이건은 두 연예인과 먼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평소라면 말이 많았을 수범은 옆에서 필요한 말만 덧붙였다.수범은 요 며칠 친구 이건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긴 어려웠다. 이건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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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제은에게는 그 모습이 거슬려도 너무 거슬렸다.이건 같은 타입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끌어당겼다. 누가 이건을 빼앗으려 드는지는 제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제은은 그저 이건 곁에 이성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순전한 소유욕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감정은 가슴 안쪽에서 점점 부풀어 올랐다.제은은 이미 서림에게 한 번 꺾이고 온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의 감정은 더 거칠고 세차게 밀려왔다.‘역시 그랬어. 내 계획을 조이건이 먼저 알아챈 건...’‘조이건한테 아무 타격도 안 됐다는 거잖아.’그렇지 않고서야 이건이 지금처럼 일에 몰두할 리 없었다.이건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은 뜨겁고 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건이 제은의 목적을 미리 알아차렸다면, 이건에게도 상처가 될 만한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효과는 형편없었다.이건은 아파하지 않았다.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그런 이건을 보며 제은이 기쁠 리 없었다.‘차라리 조이건이 날 사랑하게 했어야 했어.’‘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사랑하게 만든 다음에, 제대로 찔러야 했는데.’계획은 늘 변수를 이기지 못했다.칼끝은 먼저 제은 자신을 향해 파고들었다.제은은 한참 동안 이건을 바라봤지만, 이건은 제은을 발견하지 못했다.제은을 먼저 알아본 건 소라였다. 소라가 이건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제야 이건이 고개를 돌려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제은의 시선은 소라가 건드렸던 이건의 어깨에 멈췄다.‘짜증 나 죽겠네. 조이건 옆에 차단막이라도 세워 두고 싶어.’‘아무도 조이건 옆에 가까이 못 가게.’제은은 눈가에 깔린 차가운 기색을 거둔 뒤에야 이건의 눈을 바라봤다.이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선은 담백하다 못해 무심했다. 이건은 아주 태연하게 눈을 돌렸다. 마치 소라에게 ‘모르는 사람이야’라거나 ‘별로 중요한 사람 아니야’ 같은 말을 한 듯했고, 다시 소라와 계유한을 상대로 게임 설명을 이어 갔다.제은은 똑똑히 봤다.이건의 그 눈빛은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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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수범이 말했다.“이건이... 클라이언트들이랑 저녁 먹으러 갔어.”제은이 웃었다.“말 한번 엄청 조심해서 하네. 클라이언트라니. 구소라랑 계유한 말하는 거잖아.”수범은 어색하게 웃었다.“그 둘도 클라이언트긴 하지.”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범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웃는 얼굴로 수범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거기로 안내해.”말은 가볍게 했지만, 실제로는 협박에 더 가까웠다.수범은 이건에게 미리 알려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오늘 이건은 제은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아마 수범이 이건에게 말해 봐야 이건은 그대로 무시할 가능성이 컸다.수범은 결국 마음을 접고 제은을 데리고 이건을 찾아 나섰다.수범이라고 제은의 요구를 거절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제은의 상태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조금만 건드려도, 제은은 이곳을 전부 부숴 버릴 것 같았다.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시한폭탄 같았다.해외에 있을 때조차 제은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이건은 누군가에게 정말 실망하면 완전히 무시했다. 작은 감정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고, 지나간 일까지 모조리 지워 버렸다.수범은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밸런타인데이에는 같이 데이트까지 했는데, 그 뒤로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된 걸까?수범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조용히 차를 몰았다.식당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수범과 제은이 아직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공교롭게도 이건이 소라의 차를 몰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수범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제은의 표정을 살폈다.제은은 내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의 아래쪽만 보였다. 그래도 제은에게서 흘러나오는 감정은 선명했다. 차분함 속에 미세하게 미친 듯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수범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제은은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 올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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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고, 낯빛이 창백한 사람도 있었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온 사람도 있었다. 응급실은 어수선했고, 불안한 기운은 사람들 사이로 계속 번져 나갔다.그런데 분명 지난번 제은이 발목을 삐었을 때, 이런 어수선함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제은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의사는 곧바로 엑스레이를 찍어 줬고, 상처에 바를 약까지 처방해 줬다. 병원에 들어와 병원을 나설 때까지 제은은 머리를 굴릴 일이 하나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랐다.제은은 이제야 알았다.그때 제은이 신경 써야 했던 일들은 전부 이건이 대신 처리한 것이었다. 빈틈없이, 불편함 하나 없도록.비교하지 않았다면, 제은은 그런 세세한 부분을 평생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몰랐다.마음이 불편했다.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만이 느끼는 불편함이었다.제은은 이를 악물고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건을 찾았다. 그때 제은이 다쳐서 병원에 왔을 때는 응급실 분위기가 답답하다고 느끼기는커녕, 이건의 몸매를 멋대로 상상할 여유까지 있었다. 비율 좋은, 딱 모델급 몸매라고.기억과 현실이 계속 맞부딪쳤다. 그 차이가 너무 선명해서, 제은은 다시 이를 꽉 물었다.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분위기 좋고 몸매 좋은 사람은 결국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제은은 결국 이건을 발견했다.이건은 진료실 문밖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구소라는 아마 안에서 진료받고 있을 것이다.‘조이건은 왜 이렇게 집 지키는 개 같지?’‘남의 집까지 다 지켜 주고 싶은 거야?’‘한번 주인을 정했으면 다른 주인한테 꼬리 흔들면 안 된다는 것도 몰라?’제은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표정이 조금이라도 멀쩡해 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제은은 차가운 얼굴로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주변 사람들은 제은을 보고 조용히 한 걸음씩 물러섰다.그 주변의 이상한 흐름이, 마침내 이건의 주의를 끌었다.이건이 제은 쪽을 바라봤다.제은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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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이건은 그제야 제은의 말을 알아들었다.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하필 그런 태도 때문에 제은은 이건이 소라를 감싸고 있다고 느꼈다. 제은은 더 화가 치밀었다. 결국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높아졌다.“네가 그런 스타일 좋아하면, 처음에는 왜 아닌 척했어? 내 앞에서 순정남인 척한 거야? 영화관에서 내가 다 말하려고 했잖아.”“근데 네가 굳이 기다리라고 했지. 사실은 그냥 나 애타게 시간이나 질질 끌려고 했던 거 아니야? 넌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잖아.”“네가 날 받아들일 수 없었으면, 내가 사실은 너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는 거 알게 된 걸로 서로 끝난 거 아니야?”“난 너한테 매달릴 생각도 없었으니까, 너도 아쉬울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나보고 꺼지라고? 다시는 건드리지 말라며?”“뭐야, 좋은 말도 나쁜 말도 다 네가 하고, 나는 아무 말도 못 해? 조이건, 너 나한테 그렇게 싸늘하게 굴 자격 없어!”제은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의 외모도 평범한 편이 아니어서, 곧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여들었다.제은은 말할수록 더 화가 났다. 첫 번째 이유는 이건이 그때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바로 고백하고 사귀었더라면, 뒤에 벌어진 일들도 없었을지 몰랐다.제은은 이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눈빛은 매섭게 벼려져 있었다.“네가 제일 가식적이야! 조이건, 너 알게 된 거 진짜 재수 없어. 너 처음 만난 뒤로 지금까지, 내 기분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 너 하나 제대로 망가뜨리려고, 엄청 역겨운 거 참아 가면서 네 옆에 붙어 있었어. 맞춰 주고, 달래 주고, 너 비위 맞춰 줬다고. 그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아?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런 고생해 본 적 없어!”제은은 점점 더 격해졌다.“어차피 둘 다 좋은 사람 아닌데, 너만 피해자인 척하지 마. 내가 편했을 것 같아? 어?”제은은 그렇게 소리치고 나서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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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제은은 이건의 비꼬는 말을 듣자 눈을 크게 떴다.“그럼 아니야? 넌 나한테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야지!”이건은 이를 악물었다.“그렇게 내가 역겨우면, 앞으로 나한테서 떨어져. 알겠어?”제은의 마음이 갑자기 덜컥 내려앉았다. 이어 이건을 노려보며 말했다.“날 밀어내면, 이제 마음 편하게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꼬실 수 있어서?”이건이 차갑게 말했다.“진짜 말이 안 통한다.”제은은 화가 나서 낯빛이 하얗게 질렸고, 이건을 향해 소리쳤다.“내가 뭘 틀리게 말했는데! 너 그때 왜 나한테 고백하지 말라고 했어? 너 나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잖아. 아니야?”제은은 흔히 말하는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화려하고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졌고, 분위기는 중성적이었다. 남자보다 더 멋있어 보일 때도 있었다. 제은은 자기 컬러가 확실한 사람이었고, 여자들조차 반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미인의 가장 높은 경지는 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인데, 제은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존재감이 더 돋보였고, 점점 더 아름답고 더 쿨해졌다.이건은 광고 모델로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골랐다. 게다가 소라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제은이 어떻게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제은은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이건의 취향이 소라 같은 쪽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은 반드시 제은 같은 사람을 좋아해야만 했다.제은은 어딘가 비틀린 집착 속으로 빠져들었고, 바로 답을 알고 싶었다.“말해 봐. 맞지? 너 그때 왜 나한테 고백하지 말라고 했어! 네가 내 말 끝까지 듣게 했으면, 뒤에 이런 일도 없었잖아!”이건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제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는 제은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그런 말은 네가 너 자신 속일 때나 해. 내가 정말 너랑 사귀겠다고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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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이건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떠났다.이건은 큰 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었다. 이상하게 눈가가 불편했다. 이건은 몇 번 눈을 깜빡였고, 곧 억지로 참아 냈다.제은의 모든 감정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다는 이건의 말 한마디에 깨끗이 쓸려 나갔다.그녀는 분명 영화관에서는 느꼈다. 이건이 제은에게 품은 감정을.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전부 나 혼자 착각한 거였나?’‘내가 조이건에게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에, 조이건까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건가?’‘내가 조이건의 뜻을 제멋대로 오해한 거야?’제은은 갑자기 몰려든 고통에 무너질 것 같았다. 힘들어서 울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젠장. 내가 지금 울고 싶다고?’제은은 생리통으로 비틀리는 아랫배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이어서 느릿하게 몸을 낮춰 쪼그려 앉았다.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제은은 이건이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친절한지 묻지도 못했다. 그저 이건의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한마디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아마 제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모욕일지도 몰랐다.제은은 언젠가 자신이 한 남자에게 좋아해 달라고 ‘빌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괴로워 그대로 잔디밭 위에 드러누웠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제은은 그저 하늘만 바라봤다.‘조이건이 내가 건민이랑 한 얘기를 엿듣지 않았더라면...’‘분명 병원 밖에서 몰래 기다렸을 거야. 나 혼자 두고 가지 않았을 거야.’이제는 제은은 혼자만 남았다.제은은 자신이 울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강한 충격을 받은 것만은 분명했다.그녀는 한참을 누워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떠났다.이건은 아직 제은을 다 알지 못했다. 제은을 더 자극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조이건, 원래는 이렇게까지 하려던 거 아니었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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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마음대로 살아온 강씨 가문의 고명딸 강제은이... 언제 이렇게까지 속이 뒤틀린 적이 있었던가?건민이 물었다.“이제 무슨 방법이 남았는데?”제은이 마침내 움직였고, 고개를 들었다.“너한테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건민은 고개를 저었다.“서림이면 다시 달래고 붙잡아서 어떻게든 돌려볼 수 있을 것 같거든. 적어도 서림은 너한테 한 번쯤은 다시 기회를 줄 것 같잖아.”“근데 조이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이건이 너한테 마음 약해질 그림이 안 떠올라. 뭐...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화내지는 마.”“조이건은 너한테 감정이 그렇게 깊었던 것도 아니잖아. 적어도 서림은 우리랑 거의 1년 가까이 알고 지냈고, 같이 쌓은 기억도 많아.”“서림은 옛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조이건은 아니지. 너희 사이는 부딪힌 일이 더 많았잖아. 툭하면 서로 이를 갈 정도로 싸웠고. 감정의 바탕이 없으면 되돌리기 어려워.”제은은 건민이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너 진짜 멍청하다.”건민은 제은이 아주 똑똑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은의 두 오빠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둘 다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 집안의 막내딸인 제은이 아무리 곱게 자랐다고 해도 머리가 나쁠 리는 없었다.게다가 제헌은 예전에 이람을 붙잡겠다고 아이를 둘이나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방식이었다.‘잠깐...’건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너... 설마 네 오빠 따라 하려는 건 아니지?”제은은 보기 싫은 사진들을 한 움큼 집어 그대로 찢어 버렸고, 차갑게 건민을 노려봤다.“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써볼 생각은 없어?”건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네.”건민은 찢어진 사진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는 제은의 가라앉은 표정을 보며 물었다.“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떠올린 거야?”그제야 제은이 입을 열었다.“다 익기 전에 미리 딴 과일도 달게 만들 수 있잖아. 안 그래?”“미친...”건민이 숨을 삼켰다.“너 몸으로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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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제은은 한 걸음씩 이건에게 다가갔다.제은은 이건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내리깔고, 이건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이건은 방금까지 접대 자리에 있었던 탓에 아직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몸이 좋아서인지, 정장 차림이 유난히 잘 어울렸다.쓰러진 이건은 조용했다. 차가운 눈으로 제은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제은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내뱉지도 않았다. 지금의 이건은 아무 힘도 쓰지 못한 채 제은의 손안에 들어와 있었다.제은은 손을 뻗어 이건의 뺨을 가만히 쓸었다.지난 보름 동안 제은은 계속 이건을 지켜봤다. 매일 이건에 관한 소식을 받았고, 이건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마치 아주 오래 보지 못했던 사람처럼 낯설고 아련했다.제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웃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비웃음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제은이 이건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제은은 이건이 미웠다. 이건이 말을 듣지 않는 게 미웠고, 제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게 미웠다.그래도 다행이었다.이건은 지금 제은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제은이 보고 싶었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제은은 경호원에게 이건을 침대 위로 옮기게 했다. 제은도 그 뒤를 따라 느릿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이건은 몸의 절반쯤을 침대 위에 걸친 채 누워 있었고, 긴 다리는 바닥 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제은은 이건의 두 다리 앞에 섰고, 바로 허리를 숙여 이건의 정장 안쪽에서 넥타이를 풀어서 잡아당겼고, 그것을 손바닥에 천천히 감았다.제은은 한쪽 발을 침대 가장자리에 올린 채 이건을 내려다봤다. 마치 자신의 사냥감을 살피는 사람 같았다. 제은의 표정에는 짓누르는 듯한 기세가 서려 있었다.넥타이를 감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제은은 정말로 이건의 숨통을 조이고 싶었다.그런데 또 이상하게 죽이기는 아까웠다.제은은 앞으로 할 일을 떠올렸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약해졌다. 이건이 분명 제은을 화나게 했는데도, 지금의 제은은 이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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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영미는 제은이 이건을 가만 두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의외였다. 곧 영미도 건민과 같은 생각에 이르렀다. 영미 역시 이건이 제은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너무 시시하게 보고 있었다.제은이 이건과 얽히는 일이 깊어질수록 제은의 변화도 꽤 뚜렷했다. 예전처럼 생활이 마냥 흐트러져 있지 않았고, 훨씬 진지해졌다. 화려한 술자리나 흥청거리는 모임에 참여하는 숫자도 예전에 미치지 못했다.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강제은이라는 사람은 사실 정이 없는 편이었다. 어떤 관계도 오래 깊게 유지하지 못했다. 마음을 쓰지 않았고, 신경 쓰지 않았고, 소중히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심심풀이로 재미를 찾는 쪽에 가까웠다.그런 제은이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과 기력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건이 제은에게 얼마나 특별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영미는 제은의 목덜미에 붉은 키스마크 하나를 만들어 준 뒤, 거울을 건넸다.“어때?”제은은 거울 속 자신을 살폈다.“괜찮네.”영미가 떠난 뒤, 제은은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침실에 들어갔다. 제은은 이건의 몸에 이런저런 흔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그럴듯한 키스마크가 생기자,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이건이 오해할 만한 정황까지 맞춰 두었다.‘젠장, 내가 희생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야?’제은은 이 빚을 나중에 반드시 이건에게 받아 내겠다고 생각했다.제은은 누군가와 함께 자는 습관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 보름 동안 매일 잠을 설치는 바람에 기운도 바닥나 있었다. 이제야 ‘현장’이 다 꾸며졌다고 생각하자 긴장이 풀렸다. 제은은 눈을 감자마자 그대로 잠에 빠졌다.꿈속에서 제은은 뜨거운 화로 안에 갇힌 것 같았다. 몸이 너무 뜨거웠고, 아주 단단히 감겨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커다란 쿠션처럼 안긴 기분이었다....다음 날 아침.제은은 느릿하게 눈을 떴다. 눈앞에는 낯선 손 하나가 있었다. 제은은 이건의 품 안에 갇혀 있었다. 다정하게 끌어안고 잔 모양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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