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161 - Chapter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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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재원의 말투는 마치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민서는 재원에게 잡힌 손을 몇 번이나 빼내려 했지만 끝내 뿌리치지 못했고, 결국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재원은 분명 미리 알아보고 온 듯했다. 함께 간 식당은 민서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었고, 맛도 꽤 괜찮았다.“톡을 그렇게 많이 보낼 필요 없어. 나 아직 못 본 것도 많아.”민서가 음식을 먹으며 재원에게 말을 건넸다.재원이 말했다.“안 봐도 돼. 내가 보내는 건 내 마음이지.”민서가 재원을 흘끗 보았다.“내가 답장 안 하면 유 대표는 마음 안 상해?”“진 대표가 귀찮다고 날 차단하면, 그때는 좀 속상하겠지.”“그럼 지금 차단하라고?”민서가 재원을 놀렸다.“진 대표, 밥 사는 사람 얼굴 봐서 한 번만 살려줘.”말하면서도 재원은 틈을 봐서 민서의 그릇에 가시를 발라낸 생선 살 한 점을 올려주었다.민서는 밥그릇 위에 놓인 생선 살을 내려다보다가, 재원의 성의를 봐서 먹어주었다.“내가 진짜 귀찮다고 해도, 계속 이렇게 톡으로 괴롭힐 거야?”“그 말은... 내가 보내는 톡이 지금은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다는 뜻이지?”민서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다.재원은 민서의 태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톡을 보낼 수 있었다. 굳이 한마디 더 확인하는 건, 민서 입으로 직접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능글맞았다.민서가 말이 없자, 재원이 알아서 말을 이었다.“싫은 게 아니면 괴롭힌다는 말은 빼자. 듣기 좀 그렇잖아. 우리는 정상적인 소통을 하는 거야. 진 대표가 정말 싫은 거라면, 나도 대충 눈치로 느낄 수 있어.”재원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다시 말했다.“그럼 진 대표가 덜 부담스러워할 방법을 찾아야지. 어차피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건 내 일이니까, 제일 중요한 건... 진 대표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 거고.”“그러니까 내가 봐줘서 점점 더하는 거다?”재원은 곧장 웃음을 터뜨렸다.“봤지? 이건 진 대표가 인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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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민서는 사정을 알아보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가장 까다롭고 힘든 일은 거의 원 회장이 맡아 처리하고 있었고, 원현은 지시받은 대로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결국 압박을 버티지 못한 건 원현이었다.그날 밤 원현은 밤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온몸에 피로가 잔뜩 절은 상태였다.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원현의 눈에 들어온 건 잠옷 차림으로 마스크팩을 붙이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노트북을 보고 있는 민서였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참아왔던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원현은 하루 종일 죽어라 뛰어다녔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지쳐 돌아왔는데, 민서는 매일 편하게 지내며 즐기는 것만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렇게 지친 원현을 보고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줄 몰랐다.‘세상 사람들은 다 편하게 사는데, 나만 이렇게 죽도록 힘든 것 같잖아.’원씨 집안 형편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집안의 하나뿐인 아들인 원현이 왜 하루하루가 월급 300만 원 받는 직장인보다도 더 고달픈 것인지 알 수 없었다.원현은 이를 악물었다. 쾅!곧이어 소리와 함께 문을 거칠게 닫았다. 방 안에는 금세 눅눅하고 무거운 기운이 내려앉았다.민서가 고개를 돌려 원현을 바라보았다.“오늘도 많이 바빴어?”“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속으로 엄청 고소하지?”원현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소파 위로 내던지며 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민서는 이미 원현의 감정 기복을 여러 번 겪어본 뒤였다. 게다가 원현은 민서가 편하게 지내는 꼴을 못 봤고, 마음속 어두운 구석으로 민서를 늘 나쁘게만 해석했다.민서는 요즘 들어 수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원현의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해내고 있었으니까.사실 누군가의 성질을 받아주는 일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로 의지하고 버티며 살아가는 것도 관계의 한 방식이었다. 다만 한쪽이 계속 받아주기만 하고, 상대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성인군자나 견딜 수 있는 일이었다.민서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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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장현수도 여자라서 남녀 간의 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원 회장보다 훨씬 예민했다. 처음부터 어딘가 묘하게 어긋난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막연해서 붙잡을 수 없던 불안이 이번 일로 한꺼번에 드러났다.몇 년을 떨어져 지냈고, 함께한 날보다 따로 보낸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런 세월을 지나고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이어질 수 있을까?장현수는 원 회장을 쏘아보았다.“우리 현이... 좀 어떻게 해봐. 이제 내가 뭐라고 해도 안 듣잖아. 그래도 당신이 몇 마디 하면 들을지도 모르니까,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 민서한테는 내가 직접 묻기가 좀 그래.”말을 하다 보니 장현수의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당신 아들이 한 짓 좀 봐. 같이 산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성질을 내고, 사람을 집에 두고 나가 버려? 그게 말이 돼?”“다행히 민서가 우리랑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이 집을 자기 친척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땠겠어?”“낯선 집에 처음 와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싸우고, 남자는 나가 버리고, 여자 혼자 집에 남겨진 거잖아. 나라면 그날 바로 집으로 돌아갔어. 결혼도 없던 일로 했을 거고.”장현수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었다.민서는 이 집에 오는 걸 친척 집에 들르는 것처럼 여겼으니 그나마 큰 서러움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원현이 조금이라도 민서를 아꼈다면...실은 민서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봤다면 원현은 절대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하지만 원현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남자라면 최소한의 여유와 배려 정도는 있어야 했다.혹시 너무 오래 알고 지낸 탓일까? 가족처럼 가까워진 사이가 되어 버려서 좋은 모습이든 나쁜 성질이든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원 회장이 낮게 말했다.“그런 것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면, 현이를 대체 어디에 쓰겠어?”장현수가 답답한 듯 말했다.“당신 혹시 생각은 해봤어? 민서가 지금 얼마나 잘나가고 유능한지 알잖아. 여자가 회사를 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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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장현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원 회장은 이제 그만 자자며 재촉했다.장현수는 남편이 무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자, 괜히 더 화가 나서 원 회장의 어깨를 세게 몇 번 내리쳤다. 그렇게라도 겨우 분을 풀고 나서 장현수는 마지못해 자리에 누웠다....원현의 기분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하지만 곧장 수미를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혼자 바에 가서 술을 마셨다.잔을 비우는 동안 원현은 예전의 민서를 떠올렸다. 여리고, 상처가 많고, 사랑에 목마른 민서. 민서가 지금처럼 변하지만 않았더라면, 원현은 여전히 그녀를 아끼고 지켰을 것이다.민서는 원현의 첫사랑이었다.두 사람은 함께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 지금도 찾아보면 학창 시절 풋풋하게 찍은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그때는 얼마나 걱정 없이 살았던가?머릿속에는 아무런 고민도 없었고, 단순하고 순수한 즐거움만 있었다.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민서는 달라졌다.그때 원현은 로맨틱하고 여유로운 졸업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두 달 동안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마음껏 놀 생각이었다. 그런데 민서는 회사에서 여름 인턴을 하겠다고 했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일을 배우고 싶다는 이유였다.원현은 그 일로 민서와 크게 다퉜다.그는 졸업 여행 생각에 들떠 밤새 잠도 이루지 못했다. 잔뜩 기대를 품고 민서를 찾아갔지만, 돌아온 건 찬물을 끼얹는 듯한 대답이었다.원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람이 왜 벌써 회사 일을 배워야 한단 말인가?그런 건 원현과 민서 나이에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민서는 끝내 원현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원현도 결국 민서를 따라 두 달 동안 인턴 생활을 했다.나중에는 원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달 동안의 인턴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겼다. 민서와 함께 일하며 원현 역시 적지 않은 걸 배웠다.원현은 아버지에게 칭찬받았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다른 동기들보다 확실한 장점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꽤 주목받기도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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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원현이 유일하게 다행스럽게 여긴 것은... 민서를 향한 자기 감정을 잘 안다는 점이었다. 또 민서가 원현의 배신을 알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그래서 두 사람은 아직 함께할 수 있었다.하지만 원현은 자신만 괴로운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민서가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길 바랐다. 그런 다음 민서가 자신을 안쓰러워하게 만들고, 결국 민서의 성격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하고 싶었다.그래야 두 사람이 제대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앞으로도 매일 이런 식으로 자신을 갉아먹으며 살아야 한다면, 원현 역시 오래 버틸 수 없었다.술에 취한 원현은 수미에게 전화 걸었다.그래도 쌓인 감정을 받아줄 다정한 품이 하나쯤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원현이 집에 돌아와 한바탕 성질을 부리고 나간 뒤, 민서는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노트북으로 메일을 확인했다.장현수가 민서를 찾아오지 않는 걸 보면, 이제 민서와 자기 아들의 일에 끼어들 생각은 없는 듯했다.민서는 어쩌면 원현의 부모가 아들의 결혼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언젠가는 누군가가 이 일을 꺼내놓게 될 것이다.[자?]재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민서는 기분에 따라 재원의 메시지에 답장하곤 했다. 지금은 딱히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답장을 보냈다.[아직.][그럼 영상통화 할래?][그냥 문자로 해.][재밌는 거 보여주려고. 겸사겸사 보고 싶기도 하고.]민서가 답했다.[?][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영상통화 받아주면 그때 말해줄게.][그럼 해.]남의 일 구경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곧 재원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두 사람은 카메라를 마주 보았다. 민서의 화면에는 자기 얼굴이 크게 보였고, 재원은 작은 화면 안에 있었다. 민서는 먼저 자기 얼굴부터 감상했다. ‘나는 여전히 예쁘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그제야 민서는 재원을 바라보았다.재원의 눈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솔직히 말하면, 재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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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똑똑하네.”재원이 말했다.“혼자가 아니야.”민서는 두어 초 말이 없었다.“보여줘.”재원은 화면 속 민서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는 눈치가 빨랐다. 민서의 상태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지만, 크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재원은 곧 카메라를 돌려 방향을 전환했다.그는 2층에 있었다. 2층 유리 난간 너머로 1층의 테이블 석이 내려다보였다.원현은 1층 자리에 앉아 술을 연달아 들이켜고 있었다. 그 옆에는 체구가 작고 여린 여자가 앉아 원현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수미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미는 바 직원에게 부탁해 원현을 부축하게 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원현을 차까지 데려가는 모습도 보였다.사람은 술에 취하면 대개 처지가 딱해진다. 풀린 눈과 흐트러진 표정, 남의 손에 맡겨진 몸까지.어느 하나 보기 좋을 게 없었다. 원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민서는 온몸이 굳는 듯했다.한때 원현을 좋아했다는 사실까지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런 사람을 밖에 데리고 다녔다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원현에 대한 민서의 기억 속 모습이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민서는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닫고 있었다.이미 오래전부터 원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과거의 감정마저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민서는 예전에 받았던 따뜻함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 온기는 더 이상 지금의 민서를 데워주지 못했다.재원은 다시 카메라를 돌렸다. 화면에는 재원의 잘생긴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그래도 내가 훨씬 낫지?]민서는 맞춰주듯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그러니까 언제 돌아올 거야? 그냥 내일 올래? 내가 데리러 갈게.]민서가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데?]재원은 재촉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듯했다.“몰라. 금방일 수도 있고,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어. 괜히 재촉하지 마.”[알았어. 재촉 안 할게. 나는 네가 왜 아직도 과거를 놓지 못하는지가 궁금해.]민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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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민서도 자기가 왜 재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지 스스로 알 수 없었다. 다만 재원의 반응이 민서를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는 자리로 밀어냈다. 이제 와서 말을 아끼기도 애매했다.그런데 문득, 민서는 이 일이 굳이 숨기고 감출 만한 일은 아니라고 느꼈다.민서가 이곳으로 돌아온 건 결국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서였다.자신에게 부끄럽지만 않으면 됐다.그녀는 그대로 말했다.“나 원현이랑 오래 알고 지냈잖아. 마음도 깊었고. 그렇다고 원현을 죽도록 미워하는 것도 아니야. 복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재원이 다시 마이크 쪽으로 입을 가까이 대고 낮게 말했다.[마음이 깊었다... 그 말은 좀 듣기 그렇다. 질투 나.]재원은 질투도 참 당당하게 했다.재원은 말을 끝내자마자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댔다. 화면에는 재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민서는 재원과 제대로 눈을 마주하고 따질 수도 없었다.[계속해.]재원이 말했다.민서가 툭 내뱉었다.“누가 유 대표 질투까지 신경 쓴대?”[맞아. 신경 안 써도 돼.]재원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민서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나는 원현의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아. 원현의 부모님은 나를 딸처럼 챙기셔. 내가 그 집에 들어가 지내는 것도 사실은 집에 돌아간 느낌이야. 매일 꽤 편해.”재원은 민서의 말 속에 담긴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을 들었다. 재원은 대충 짐작이 갔지만, 민서의 말을 끊지 않았다. 민서가 직접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내가 아직 원현을 아직 끊어내지 못하고 질질 끄는 이유는 단순해. 조금 아쉬워서.”원현과 완전히 틀어지고 끝장을 내는 건, 원현뿐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과거와도 작별한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얼굴을 마주쳐도 어색함만 남을 테고, 원 회장과 장현수를 찾아갈 명분도 사라질 것이다.민서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겉으로는 강하고, 성격도 만만치 않으며,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이 많았다.민서에게는 원씨 집안과 따뜻하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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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민서는 화면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날.민서가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원 회장 부부는 전날 밤 일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투도 표정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민서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행동했다. 여전히 원 회장 부부와 함께하는 따뜻한 일상을 누렸다.식탁에 앉은 사람은 셋이었다.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날의 민서는 어쩐지 조금 서글펐다.아마 어젯밤 재원과 지금 상황에 관해 이야기한 뒤 머릿속이 한결 명쾌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민서는 이 모든 것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사라질 시간이었다.민서는 말없이 아침을 먹었다.장현수는 그런 민서를 살피다가... 민서가 마음이 상한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기는 어려워 말을 돌려서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니?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보여. 이따가 내가 기력 보충하게 갈비탕 좀 끓여서 회사로 보내줄게.”민서가 말했다.“방금 일어나서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아요.”민서는 장현수의 마음을 거절하지 않았다.“그런데 좋아요. 어머니가 해주시는 건 뭐든 다 맛있어요.”장현수는 민서가 이렇게 예쁘게 말하는 게 좋았다. 그러니 집에서 뭔가를 끓이고 챙겨주는 일도 즐거웠다.식탁 위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을 때, 원현이 집에 들어왔다.전날 술을 마신 탓에 안색이 좋지 않았다. 몸 상태도 썩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원 회장은 아들을 담담히 한 번 바라봤을 뿐,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장현수는 아들에게 손부터 씻고 와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민서는 원현이 어젯밤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 그런데도 원현이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보통이라면 원 회장을 피하려 했을 텐데. 그래서 민서는 조금 궁금한 눈으로 원현을 바라보았다.원현은 손을 씻고 곧장 식탁에 앉았다.그때까지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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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민서는 요즘 일이 그렇게까지 바쁘지는 않아서 동창 모임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었다.“그래. 시간 돼.”그런데 원현은 이상하게도 민서가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을 하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시간이 된다니... 시간이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빼서 같이 가야 하는 것 아닌가?’기분이 또 가라앉은 원현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돌아섰다.민서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 사람... 왜 툭하면 나한테 저렇게 못마땅한 내색을 하는 거지?’‘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인 거야?’한편 장현수는 원현이 민서를 차까지 바래다주는 모습을 보다가 원 회장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우리 현이가... 민서 마음 풀어줄 수 있을까?”원 회장은 원현이 어떻게 하든 크게 기대하지 않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당신도 말 좀 해봐.”원 회장은 원현에게 깊이 실망하고 있었지만, 그 감정을 아내에게까지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짧게 대답했다.“두 사람 일에는 끼어들지 말자고 했잖아. 잘 풀 수 있는지는 둘이 알아서 해야지.”장현수가 입술을 삐죽였다.“궁금해하는 것도 안 돼?”원 회장은 난감한 듯 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이 막 이야기를 나눈 뒤, 원현이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은 나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원 회장은 그 모습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아들과 민서의 대화는 조금도 좋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는 원현 혼자 기분이 상했을 가능성이 컸다.이미 기대는 거의 접었다고 해도, 원현이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여주면 뜻밖의 일이라 여기고 한두 번은 더 봐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됐다. 일단 더 지켜보자.’장현수도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장현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속만 탔다.원현이 민서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장현수라도 민서의 몸과 마음을 더 챙겨야 했다. 적어도 민서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서운함만 안고 지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동창 모임 날이 되자, 민서는 일부러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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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룸이 꽤 넓은 탓에 문가에서는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그 동창이 일부러 헛기침한 건 원현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민서를 모르는 사람들은 옆 사람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곧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림이 번졌다.“저 사람이 원현의 약혼녀야. 둘이 예전부터 오래 만났대.”“근데 원현이는 오늘 수미를 데리고 왔잖아. 저 사람 초대도 안 받고 온 거야? 수미랑 한판 붙으려고 온 건가?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졌잖아. 나라면 쪽팔려서 못 올 것 같은데.”“근데 표정 봐. 전혀 흔들리지 않잖아. 멘탈 진짜 세다. 나 같으면 당장 뛰쳐나갔어.”“함부로 말하지 마. 정말 자리 지키려고 온 거면 저렇게 차분할 리가 없잖아. 뭔가 사정이 더 있을 수도 있지.”“잠깐만. 그럼 원현은 지금 대체 누구랑 만나는 거야?”“...”수군거리는 말 중 몇 마디는 민서의 귀에도 들렸다.원현은 민서와 수미를 사람들 앞에 세워놓고, 정작 자신은 뒤로 빠져 있었다. 민서는 그 비겁하고 지저분한 방식에 속이 뒤틀렸다.지난 몇 년 동안 원현이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형편없을 줄은 몰랐다. 원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민서는 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민서에게 상황을 알려준 동창은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권했다.오히려 그 동창이 민서보다 더 민망해하는 것처럼 보였다.민서는 동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너는 가서 앉아.”민서가 민망해하지 않으면, 민망함은 결국 다른 사람들 몫이었다.이어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그대로 사각지대를 지나 안쪽으로 걸어갔다.원현과 수미는 다른 몇 사람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마작을 하고 있었다. 수미는 원현 바로 옆에 붙어 앉아 원현의 어깨에 기대고 있으며, 원현의 패를 봐주고 있었다.짝- 짝-민서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서에게 쏠렸다.원현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원현이 의도한 일이었으니, 이런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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