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171 - Chapter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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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민서는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연 그때, 룸 안의 사람들은 민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느꼈다. 그 기세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감을 거의 눌러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겉으로 풍기는 분위기, 말투, 드러나는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었다.민서가 보여준 모습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민서에게 무례한 말을 흘리던 동창들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방금까지는 민서를 잘 모르니 머릿수에 기대 함부로 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민서는 쉽게 건드릴 사람이 아니었다. 자연히 아무도 더는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원현이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민서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단 한마디로 분위기를 뒤집어버렸다.원현은 자기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도 이미 밀리고 있었다.기세만 놓고 보면 민서에게 완전히 눌리는 형국이었다. 두 사람은 애초에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민서는 동창들과 같은 또래였다. 그런데도 민서에게는 자리를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격차가 드러났다. 민서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민서가 누군가를 이끄는 위치에 있거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것도 꽤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어떤 사람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빛이 났다.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종류의 존재감이었다.민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자, 사람들의 생각도 민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 난감한 상황을 두고 의문이 커졌고, 하나둘 원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원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빨리 민서한테 설명해.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지.”민서는 정말로 전화를 걸 준비를 했다.원현은 처음에는 민서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서가 핸드폰을 꺼내자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원현의 표정은 새까맣게 굳었다. 원현은 이를 악물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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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아무도 없는 구석까지 걸어갔다.민서는 원현의 속내를 끌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원현이 직접 설명하기를 기다렸다.밖에서는 원현도 제법 체면을 신경 썼다. 집에서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민서와 싸우지는 않았다. 원현은 숨을 몇 번 깊게 들이마시며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힌 뒤, 못되게 입을 열었다.“나 일부러 그런 거야.”민서는 이미 원현의 저열한 행동에 한 번 놀란 뒤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왜 그런 짓을 하는데?”원현은 마치 작은 승리라도 거둔 사람처럼 비뚤어진 표정을 지었다.“아까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설명하라고 한 거, 너 화났다는 뜻이잖아. 화 안 났으면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굴 리가 없지.”민서가 물었다.“내가 기분 나빠하는 걸 보고 싶었어?”원현은 계속 비꼬았다.“그래. 방금 네가 느낀 그 불쾌함, 잘 기억해 둬. 그게 내가 요즘 계속 겪어온 감정이니까. 이제 너도 조금은 알겠지?”민서는 말하고 싶었다. 자신은 딱히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다만 원현의 행동 수준이 너무 낮아서 놀랐을 뿐이라고. 원현이 이런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민서가 사람들 앞에서 설명을 요구한 것도 원현의 생각을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원현이 보고 싶어 한 장면을 맞춰주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민서가 물었다.“결혼하자고 한 것도 오빠의 생각이었잖아. 그런데 요즘 뭐가 그렇게 힘든 건데?”원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네가 내 감정을 신경 안 쓰니까.”“그래?”“넌 내 기분을 못 봐. 내가 화난 것도, 불만이 쌓인 것도 전혀 안 보잖아. 그게 내가 제일 힘든 거야.”“내가 말해도 넌 못 들은 척하고, 네 생각만 하지 내 감정은 하나도 신경 안 써. 그런데 내가 어떻게 화가 안 나? 나 진짜 미칠 것 같았어.”민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그래서 너도 나랑 같이 힘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 힘든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야 하니까.”원현이 말을 이었다.“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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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민서는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풋 하고 웃을 뻔했다. 웃음이 새어 나오자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어졌다.원현 때문에 쌓인 분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재원이 나타나자마자 자기를 웃겨버렸다. 감정의 흐름이 완전히 끊겨버린 셈이었다.민서는 팔꿈치로 재원의 옆구리를 툭 쳤다.재원은 바로 민서를 놓아주었다. 민서는 몸을 돌려 재원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잘생긴 사람은 그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조금 낫게 했다. 거기에 옷까지 잘 입으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몇 번 더 바라보니 마음까지 조금 풀렸다. 사람들이 잘생긴 사람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걸지도 몰랐다.민서의 화는 빠르게 가라앉았다.아마 방금 원현에게 정신적으로 얻어맞은 뒤, 갑자기 제 편 같은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이 단번에 나아졌다.민서가 물었다.“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재원이 답했다.“비서한테 네 일정 물어봤지.”민서는 자신 있게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건 내 비서가 나를 배신했다는 뜻인데. 나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말해.”재원은 늘 민서를 귀엽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화난 모습도 재원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태세에 들어간 작은 고양이처럼 보여서,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우리 아들이 널 보고 싶다고 난리라서 네 회사 밑에 가서 저녁 같이 먹자고 기다렸거든.”“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네 차가 막 출발하더라. 그래서 그냥 따라왔어.”재원은 손까지 들어 보이며 맹세하듯 말했다.“진짜 사람 시켜서 네 일정 알아낸 거 아니야. 순수한 우연 100퍼센트야.”재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 정도면 우리 인연인 거지.”재원은 오늘 하루도 틈날 때마다 카톡으로 민서에게 보고했다.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영상이나 사진을 보냈다.민서는 답장하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귀찮아서 대충 확인도 하지 않고 넘기지는 않았다. 이제는 한 개도 빠뜨리지 않고 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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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재원은 감정을 속으로 눌러두었다. 괜히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민서에게 옮기고 싶지도 않았다. 분위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으니까.그렇다고 그리 큰일도 아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이런 짜증 나는 일을 겪기 마련이었다.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재원은 여전히 가볍고 여유로웠다.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재원은 이런 일들을 전부 기억해 두는 사람이었다. 속으로는 감정을 눌러두고, 입으로는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졌다.“원현도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저렇게 별로면 나랑 경쟁이나 되겠어? 이건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이기는 판이잖아.”민서의 기분은 재원의 농담에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재원이 들었다는 사실도 더는 민망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유 대표는 진짜 낙천적이다.”“맞아. 나 낙관주의자야. 내 친구들도 나랑 있으면 편하고 즐겁대.”재원이 물었다.“넌?”민서가 막 대답하려던 참이었다.재원이 뻔뻔하게 먼저 말을 가로챘다.“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해. 방금 원현의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왔잖아. 비교 대상까지 생겼는데도 네가 내 편 안 들어주면, 나 이번에 진짜 상처받는다.”재원은 말을 마치고 자기 잔을 들어 민서가 테이블에 내려둔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 그러고는 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한 모금 마셨다.민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재원이 나타났던 그때, 민서는 확실히 마음이 놓였다. 밖에서 큰일을 겪다가 갑자기 제 편을 만난 것 같은 안도감이었다.재원과 함께 있으면 민서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대화가 잘 통했고, 말이 막히지 않았다. 분위기도 잘 맞았다.원현과 함께 있을 때처럼 어떤 말 한마디, 어떤 표정 하나가 원현의 심기를 건드릴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었다. 원현은 기분이 틀어지면 곧장 화를 냈고, 그때마다 민서는 지쳤다.잘 맞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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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원현은 머릿속이 잠깐 멍해졌다.‘민서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돌아오는 내내 원현은 민서가 먼저 화해를 청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건 텅 비고 어두운 방뿐이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원현은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뭔가를 집어 던지고 싶었다.민서는 매번 원현의 예상을 벗어났다.원현은 숨을 몇 번이고 깊게 들이마셨다. 그래도 치밀어 오른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부모님이 집에 있으니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원현은 침대 곁으로 가 베개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미친 사람처럼 침대를 향해 베개를 내리쳤다. 열 번도 넘게 내려치고 나서야 겨우 조금 숨통이 트였다.그제야 원현은 민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두 번째, 세 번째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원현은 핸드폰을 침대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다시 베개를 집어 들고 침대를 내리쳤다.원현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원현은 민서에게 딱 하루만 시간을 주기로 했다.민서가 내일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직접 민서를 찾아갈 생각이었다....민서는 재원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술을 마신 터라 재원은 대리기사를 불렀다.민서는 재원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오르자마자 재원은 민서의 허리를 감싸더니, 머리를 민서의 어깨 위에 턱 얹었다.재원이 투덜거리듯 말했다.“너희 젊은 사람들은 체력이 좋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술 마시면 머리가 어질어질해. 잠깐만 기대자.”민서는 말없이 재원을 바라보았다.“유 대표, 개그맨 해도 잘하겠다.”민서가 말했다.“민서가 듣고 싶다면 계속해 줄게.”재원은 아예 민서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덩치 큰 사람이 애교를 부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자세였다.원래라면 재원처럼 큰 남자가 몸을 기대면 무게감이 느껴져야 했다. 하지만 민서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재원이 힘을 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이 틈을 타 민서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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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재원은 그 잘생긴 얼굴로 상대를 홀려서 흔들 줄 알았다. 민서는 머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한발 늦은 사이 재원은 자연스럽게 민서의 집 거실까지 따라 들어왔다.민서는 물을 따르며 속으로 몇 마디 투덜거렸다. 먼저 자기가 마실 물부터 한 잔 따랐다. 몇 모금 마신 뒤에야 재원의 잔에 물을 채웠다.재원은 그사이 집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이 집 진짜 오랜만에 온다. 소품도 꽤 많이 바뀌었네. 확실히 개성 있다. 또 전시회 보러 다녀왔어?”재원은 벽에 걸린 대담한 느낌의 그림 앞에 서서 감상하듯 말했다.“이 작품은 분위기가 확실하다. 이 작가 또 전시해? 언제 나도 같이 데려가.”민서는 원현이 처음 집에 왔을 때 지었던 못마땅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원현은 부드럽고, 튀지 않고, 얌전한 것을 좋아했다. 그뿐 아니라 민서까지 그렇게 자기 취향대로 바꾸려 했다.서로 취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기 통제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 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민서는 보는 물건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샀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설령 재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도 상관없었다. 이곳은 민서의 집이었고, 결정권은 민서에게 있었다. 민서만 좋으면 그걸로 살 이유는 충분했다.하지만 민서는 알 수 있었다. 재원은 빈말하는 게 아니라 민서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도 함께 알아보고 좋아해 준다면,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되니까.“그건 어렵지 않지.”민서는 잔을 재원에게 내밀었다.재원은 눈을 내리깔아 잔을 보았다. 잔을 받아 드는 동안 재원의 손끝이 민서의 손에 스쳤다.재원은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민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계속 민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을 마신 뒤에도 민서의 눈을 똑바로 보며 웃었다.“고마워. 이렇게 잘해주면 내가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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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당연히 민서는 재원이 마음대로 굴게 두지 않았다. 재원은 틈만 보이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슬쩍 선을 넘는 사람이었다.지금 민서는 그저 푹 쉬고 싶었다.재원이 돌아간 뒤, 민서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둔 상태였다. 원현이 건 전화는 받지 못했고, 당연히 답장을 보낼 생각도 없었다.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민서는 아직 과거를 놓지 못했다.하지만 상처받았는데도 미련하게 버티는 것과는 달랐다.원현이 무슨 짓을 하든, 민서는 사실 크게 타격감을 느끼지 않았다. 민서가 원했던 건 과거의 따뜻했던 시간이었고, 원씨 저택에 머문 며칠 동안 분명 그 시간을 다시 조금은 얻었다.하지만 예비 신랑으로서 원현의 행동은 선을 많이 넘었다. 민서의 기분을 망쳤고, 오랫동안 쌓여 있던 감정마저 빠르게 소모했다.민서는 이제 원현과 원씨 집안을 떠나기로 했다.사실 마음의 준비는 오래전부터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정말 이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기로 마음먹은 지금, 민서에게는 예상외로 작은 미련이나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오히려 마음이 차분했다.과거의 일을 정리했으니, 이제는 미래로 걸어가면 될 것이다.민서의 숙제는 원현과 수미의 일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드러내느냐였다.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원 회장 부부에게 솔직히 말하면 될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은 되도록 원현이 자기 입으로 직접 부모에게 말하는 편이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원현은 또 문제의 방향을 틀어 민서에게 화풀이할 것이다.예전의 민서라면 원현이 그런 짓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했다.원현은 반드시 그럴 사람이었다. 이미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데 아주 능숙했다.민서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다만 바로 움직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민서는 실제로 바빴다. 곧 출장 일정도 있었다....다음 날 아침, 원씨 저택.민서가 돌아와 자지 않았다는 사실은 장현수도 전날 밤 이미 알고 있었다. 새벽이 지나 원현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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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민서는 며칠 동안 출장 때문에 원씨 집안에 돌아오지 않았다.처음에 장현수는 두 사람이 다툰 탓에 민서가 일부러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처음 이틀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하지만 거의 일주일이 지나도록 민서가 돌아오지 않자, 장현수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장현수는 먼저 민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내용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서의 목소리도 차분했고, 대화도 자연스러웠다.그날 저녁, 장현수는 원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원 회장이 서재에 들어간 틈을 타 장현수는 원현에게 다가갔다.“나도 며칠 동안 참고 기다렸다. 민서가 일주일 가까이 안 들어왔잖아. 너 민서랑 대체 어디까지 틀어진 거야? 둘이 이제 정말 안 되는 거야?”원현은 요 며칠 민서를 보지 못하는 대신 틈만 나면 수미를 찾아갔다. 그래서 기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처음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안 될 사이면 우리가 왜 들어와서 결혼 준비를 하겠어요?”장현수가 물었다.“그런데 왜 너희가 싸우자마자 민서가 그 먼 데까지 출장가?”원현이 비꼬듯 말했다.“일 잘하는 커리어우먼 이미지 만들려는 거겠죠. 자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려고요. 어머니도 잘 모르시잖아요.”“아버지가 그 며느리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 매일 민서 칭찬만 하시는데.”장현수는 멈칫했다.“너 그게 무슨 말이야? 민서가 능력 있는 게 그렇게 기분 나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꼬여 있어? 남자가 돼서 그게 뭐니?”원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어머니도 절 무시하세요? 아들이 민서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시죠?”장현수가 바로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한 적 없어. 앞으로 함께할 사람이 잘나고 훌륭하면 진심으로 기뻐해 줘야 하는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민서가 들으면 마음 상해.”원현은 눈을 굴렸다.“어머니도 아시잖아요. 민서가 들어야 마음이 상하지, 여기 민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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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원현은 말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는 곧장 수미를 찾아갔다.요 며칠 원현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미의 집에서 보냈다.민서가 원씨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원현도 굳이 집에 돌아가 부모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원현은 민서와 결혼한 뒤에는 따로 나가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민서가 마음에 드는 날에는 민서와 함께 사는 신혼집에 머물고, 민서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수미에게 가면 됐다.그렇게 되면 부모님도 원현을 간섭할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떳떳한 아내가 있고, 뒤에는 원현을 달래주고 모든 감정을 받아주는 수미가 있는 셈이었다.원현은 전에는 결혼 후의 생활을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최근 며칠 민서와 지내고 나서야, 민서가 지난 몇 년 동안 원현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변했다는 걸 알게 됐다. 함께 있을수록 민서의 성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원현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려 했다.민서가 원현을 더 안쓰럽게 여기고, 원현이 부모님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민서가 점점 더 말을 잘 듣게 된다면, 원현도 집에 더 자주 들어갈 생각이었다.원현도 민서와 제대로 살아볼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혼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민서가 원현에게 맞춰 양보하기만 한다면, 원현도 더는 성질을 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수미는 아이를 낳고 원현과 함께 귀국한 뒤, 오로지 원현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는 데 마음을 두고 있었다.수미는 자기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현의 아내가 되어야 할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이라고 여겼다. 지난 몇 년 동안 원현의 곁을 지키며 위로하고 챙긴 사람은 수미였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까지 있었다.그래서 민서가 있어도 수미는 크게 두렵지 않았다.원현과 민서가 결혼 준비를 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수미는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안정을 찾았다.요 며칠 원현이 계속 수미를 찾아오자, 수미는 더 확신을 얻었다.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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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전화를 끊고 나니 원현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줄곧 민서에게 크게 망신을 줄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할머니가 쓰러진 일이 아주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했다.민서가 출장 간 며칠 동안 원현은 민서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오늘이 민서에게 오랜만에 처음 전화를 건 날이었다.민서는 금방 전화받았다.원현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안부 따위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며칠 전에 할머니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어. 다행히 고비는 넘겼고, 내일 중환자실에서 나오셔. 너 출장 끝나고 돌아오면 같이 병원에 가서 뵙자.”민서는 그 말을 듣자마자 걱정이 앞섰다. 장현수가 이 일을 알려주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원현의 할머니는 민서에게도 늘 잘해주던 분이었다.[응. 당연히 가봐야지.]원현이 물었다.“그럼 오후 5시, 시간 돼?”민서의 일정은 밤 10시쯤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서라면 일정을 앞당겨 돌아올 생각이었다. 어른이 그렇게 크게 아프셔서 중환자실까지 들어갔는데, 아무리 바빠도 일찍 돌아와 살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민서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사람 사이의 정 또한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시간 낼게. 5시에 맞춰 갈게.”“그래. 그럼 내가 병원 앞에서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원현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옆에 던져두었다. 입가에는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가 떠올랐다.‘역시 민서는 내 말을 너무 쉽게 믿지.’‘우리 집안에 일이 생기면 민서는 곧장 달려올 사람이야.’사실 원현이 한 일은 별것 아니었다. 시간을 5시로 늦춰 말했을 뿐이었다. 원현이 부모님과 약속한 시간은 오후 4시였다.그때 민서가 늦게 나타나면, 부모님은 자연히 민서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부모님이 민서를 싫어하게 만드는 건 사실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면 되는 문제였다. 더구나 원 회장 부부는 효심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어른 병문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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