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141 - Chapter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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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1화

원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언제 봤는데?”“오후에 밥 먹으러 나갔다가 우연히 봤어. 둘이 꽤 가까워 보이더라. 나는 민서한테 이미 다른 사람이 생긴 줄 알았어. 그래서 민서한테 전화해서 너한테서 떨어지라고 한 거야...”수미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너무 앞서 생각한 걸까? 너희를 오해한 거면, 내가 민서한테 사과할게. 민서가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원현은 아픈 와중에도 민서를 먼저 생각하는 수미를 바라보았다. 반대로 민서는 수미를 몰아붙이며 사주가 약하니, 왜 신경 써야 하느니 하는 차가운 말만 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원현의 속에서 짙은 짜증이 밀려왔다.민서는 언제부터인지 원현이 알던 모습에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원현이 싫어하는 모습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그런데 민서가 싫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다른 남자와 가깝게 지낸다는 말을 들으면 속에서 불이 치밀었다. 원현은 매번 그랬다. 민서의 시선은 늘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에 쉽게 빼앗기는 건 견딜 수 없었다.수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 원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움켜쥐었다.‘왜 늘 이래? 진민서가 잘못한 얘기를 꺼내도 아무 말도 안 해.’‘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왜 나를 안심시킬 만한 태도를 한 번도 보여 주지 않는 거야?’수미는 원현의 손을 잡았다.“기분 안 좋아졌지?”원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수미를 보았다. 수미의 눈에는 괜한 말을 했을까 봐 걱정하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아니긴. 지금 분명히 기분 안 좋아졌어. 앞으로 이런 얘기 듣기 싫으면 나도 말 안 할게.”수미가 말했다.“진짜 아니야.”원현은 낮게 말했다.“괜히 다른 생각하지 마.”그러고는 시간을 확인했다.“나 다시 일하러 가야 해. 링거 다 맞으면 기사한테 데리러 가라고 할게. 집에 가서 쉬어.”“벌써 가려고?”수미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서운함이 더 짙어졌다. ‘하룻밤 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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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민서는 원현과의 관계에 갇혀 있지 않았다. 원현을 향한 집착도 이미 사랑과는 멀어져 있었다. 민서가 붙잡고 있는 건, 자신의 지난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었다.원현을 보면 민서는 한때 자신이 원현에게 제대로 보호받고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원현은 민서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감정이 진짜였던 것도 사실이고, 원현이 변해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민서가 지금 원현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맞춰 주는 건,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조금 더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일에 가까웠다.수미의 지금 상태라면, 민서와 원현이 결혼 준비를 하게 됐다는 걸 알자마자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현과 수미 사이의 일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일이 엉망으로 번지고 나면, 이 모든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원현에게서 시작됐다는 걸 원현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민서는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민서가 기다리는 건 원현의 제대로 된 사과였다. 원현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민서는 원현을 용서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이 관계를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지난날 두 사람의 시간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나중에는 서로 다른 길로 흩어졌지만, 끝마저 원현의 회피와 어물쩍 넘어가기로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했다.민서는 아쉽지만 여전히 따뜻한 결말을 원했다. 그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집으로 운전해 돌아오는 길, 민서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나갈 때도 개 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돌아온 뒤에도 개 소리가 났다.다만 이번에는 짖는 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밤의 주택가는 아주 조용했다. 서늘한 바람이 살짝 불었고, 차에서 내리자 민서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민서는 이런 고요한 느낌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낑낑거리는 개 소리마저 거슬리지 않았다.민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재원은 보이지 않았다.‘유자를 그냥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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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재원이 멈칫했다.“결혼 준비?”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약혼한 지도 꽤 됐고, 이제 원현 오빠도 돌아왔잖아. 양쪽 부모님도 계속 재촉하시고, 나도 이제 스물다섯이니까 결혼할 때가 되긴 했지.”재원은 처음엔 꽤 당황했다. 자신은 민서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아직도 스스로는 20대 초반쯤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이혼한 친구들도 많았다. 연애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 놀 만큼 놀지 못했다며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재원 역시 결혼이라는 일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민서가 벌써 결혼을 준비한다니.민서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자, 재원은 제헌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재원도 원현을 어디 외국으로라도 보내 버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늦추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 싶었다.재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민서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기분이 상한 채 헤어졌다.민서는 집으로 돌아온 뒤, 오랜만에 아버지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요즘 잘 지내느냐는 안부였다. 몇 마디 나누자 민서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민서는 거래처 사람들과는 얼마든지 예의 바르고 그럴듯한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는 몇 마디만 나눠도 금세 지쳤다. 기운이 텅 비어 버리는 느낌이었다.민서는 대충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문득 어릴 적 일이 떠올랐다.민서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였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났는데 데리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회사 직원을 보내 민서를 데려오게 했다.아주 예쁘고 젊은 언니였다. 민서에게도 무척 다정했다. 민서는 금세 그 언니와 친해졌고,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 몇 번은 함께 놀러 나간 적도 있었다. 곧 생일이라는 말을 듣고, 민서는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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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재원은 민서를 마음에 두기로 하기 전, 이미 원현에 대해 알아볼 만큼 알아봤다. 자료를 훑어본 뒤 재원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원현은 자신과 비교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원현의 집안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부동산으로 기반을 다졌고, 땅도 몇 필지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자산도 대략 2천억 원 안팎이었다. 상류층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에서 자란 재원과 비교하기에는 애초에 급이 달랐다.능력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원현은 아직 젊었고, 예전에는 제헌 밑에서 일을 배웠다. 원현이 맡아 온 일의 난이도는 재원이 직접 다뤄 온 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경험과 시야까지 고려하면, 원현은 재원 앞에서 거의 직원처럼 느껴졌다. 굳이 나란히 놓고 비교할 필요조차 없었다.인품도 그랬다. 재원은 겉모습만 보면 꽤 오해를 사기 쉬웠다. 가볍고 잘 노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은 단단한 편이었다. 예전에 두 번쯤 평범한 연애를 했고, 사귀는 동안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린 적이 없었다. 마음이 식으면 깔끔하게 헤어졌을 뿐이다. 헤어진 뒤에도 상대 쪽에서 재원을 나쁘게 말한 적은 없었다. 친구들에게도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재원은 의리 하나만큼은 확실한 사람이었다.원현에게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면 민서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뿐이었다.재원은 나이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건 없었다. 게다가 민서가 섬세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자기 관리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타고난 외모가 좋았고, 관리까지 하니 나이 든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옷 입는 감각도 훨씬 좋아져서 요즘 재원은 세련됨까지 갖추고 있었다.재원은 이제 꽤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재원은 제헌처럼 극단적으로 굴지는 않을 것이다. 원현은 보기만 해도 위협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제헌이 예전에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던 건, 상대가 하준이였기 때문이었다. 하준은 정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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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그래서 원현은 민서가 언제부터 그런 사람들과 닿아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은 민서의 삶을 너무 오래 놓치고 있었다.예전에 해외에서 민서를 봤을 때, 민서는 친구 이람과 함께 있었다.‘조이람 때문에 저런 사람들과 연결된 건가?’아니면 원현이 괜히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몰랐다. 재원과 민서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저 같은 주택가에 사는 이웃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젯밤 수미가 민서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로, 원현은 밤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곳까지 찾아왔고, 바로 이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원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민서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런 민서 곁에 자신보다 훨씬 눈에 띄는 남자가 서 있는 걸 보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더 가까운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원현의 기분은 끝없이 가라앉았다.원현은 민서를 신경 쓰고 있었다. 돌아온 뒤로는 민서 곁에 다른 남자가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원현은 재원에게 본능적인 적의를 느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원현은 곧 재원에게서 눈을 떼고 민서를 바라보았다.“결혼 준비 같이 얘기하자며. 그래서 왔어.”셋 다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민서는 원현의 말이 재원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원현이 이렇게 남자답게 구는 건 꽤 드문 일이었다.원현의 눈 밑은 제법 어두웠다. 민서는 조금 궁금해졌다.“어제 얘기하고 나서 너 설마 밤새 못 잤어?”원현은 실제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상태도 좋지 않았다.사람의 모습만 봐도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느 정도는 보였다. 민서 곁에 있는 재원은 원현과 완전히 달랐다.원현에게는 어딘가 가라앉고 음울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반면 재원에게서는 부드러운 여유와 오랜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듯한 분위기가 흘렀다. 곁에는 개까지 한 마리 있었다. 생활을 넉넉하게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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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상대가 지나치게 여유롭고 거리낌없으면, 열등감 있는 사람에게는 꽤 아프게 박히기 마련이었다.원현이 딱 그랬다. 노골적으로 정색하고 말했다.“됐어.”원현이 헛짚는 게 아니었다. 재원이 민서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확신했다. 딱히 이유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원현은 재원에게서 적의를 느꼈다.재원은 당연히 원현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시선을 거두고 민서를 바라보며 턱끝을 살짝 들었다.“너한테 물어보는 거야.”재원은 원현을 무시했다. 이번에는 정말 표정이 무너졌다. 잠을 자지 못해 안색도 좋지 않았는데, 얼굴까지 굳어지자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주변 공기마저 어두워진 것 같았다. 재원 곁에 있던 유자까지 원현을 향해 몇 번 짖었다.원현은 몸 옆으로 내린 손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괜히 왔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취급이나 당하려고?’민서는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신경전을 느꼈다. 꽤 유치했다. 물론 여자로서 남자끼리 자기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보는 일이 아주 싫지만은 않았다.다만 그것은 적당한 선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제헌과 하준처럼 서로 목숨을 걸고 대치하는 건 사양이었다. 그쪽은 파괴력이 너무 컸다. 말싸움 수준을 넘어 진짜 칼이든 총이든 꺼낼 기세라,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입으로 몇 마디 주고받는 정도면 충분했다.“다음에. 오늘은 됐어.”민서는 그렇게 말하고 원현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냈다.원현은 민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불편한 감각이 다시 밀려왔다.어릴 때 민서는 원현 곁을 졸졸 따라다녔다. 작고 귀여웠다.민서는 원현의 손을 잡고 오빠라고 불렀고, 원현이 선물을 주면 눈에는 원현만 담겨 있었다.그때 민서는 원현을 그렇게 필요로 하고, 원현에게 기대는 아이였다.하지만 지금의 민서는 자랐다. 키도 커졌다. 여전히 원현보다 한참 작았지만, 더는 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니었다. 민서는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원현 앞에 서 있었다. 원현은 그 날카로움에 때때로 살짝 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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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민서가 물었다.“왜 또 말이 없어?”원현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아까 그 남자 누구야?”“유재원. 내 이웃.”“그 사람... 널 좋아하지?”“아마도?”“아마도라니? 누가 봐도 널 좋아하잖아. 유재원이 널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그렇게 가깝게 지내?”민서는 정말 웃음이 나올 뻔했다. ‘본인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엮이고 아이까지 낳아 놓고...’‘나를 탓하는 심리는 뭐지?’다만 민서는 지금 싸우고 싶지 않았다.“우선 오빠도 알아야 할 게 있어. 나는 예쁘고, 몸매도 좋고,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으로도 사람 눈길을 끌 수밖에 없어. 누가 나를 좋아하는 일에는 나도 이미 익숙해.”“그렇다고 나 좋아하는 사람마다 전부 선 긋고 피할 수는 없잖아. 게다가 유재원은 내 이웃이고, 배경도 보통이 아니야. 나나 오빠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같은 동네 살면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 내가 감당 못 할 사람한테 굳이 나쁘게 굴 이유가 있어? 그럼 내가 유재원 코앞에서 꺼지라고 욕이라도 해야 해?”물론 민서는 이미 그렇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원현에게 해 줄 필요는 없었다.민서는 원현의 불만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그 태도 자체가 강했다.원현이 불편해하는 문제는 민서에게는 애초에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민서의 말투로는 원현이 괜히 트집을 잡고, 혼자 화를 내는 사람처럼 보였다.민서와 잠깐 이야기했을 뿐인데 원현은 여기저기 다 불편해졌다.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길을 더는 누르기 어려웠다.원현이 낮게 말했다.“그럼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줄 수는 없는 거야? 아까 나도 옆에 있었잖아. 그런데 왜 재원이랑 다음에 밥 먹자고 해? 나 일부러 열받게 하려고 그런 거야?”말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거의 민서를 몰아붙이는 말투였다.원현이 갑자기 날을 세우자 민서는 잠깐 멈칫했다.‘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나한테 벌써 화를 내지?’민서는 원현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을 한 기억이 없었다.평소에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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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원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깨끗하고 말간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졌다.재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현에게는 재원의 주먹이 얼굴 한가운데 꽂힌 것처럼 느껴졌다. 제대로 맞붙은 적도 없는데, 처참하게 모욕당한 기분이었다.원현의 속에서 열이 계속 치밀었다. 갑자기 이렇게 나가고 싶지 않았다. 표정을 억지로 눌러 삼킨 뒤, 다시 몸을 돌려 돌아왔다.민서는 그런 원현을 바라보았다.원현이 굳은 눈으로 물었다.“네 이웃이 아침밥까지 챙겨 보내면, 넌 받을 거야 말 거야?”예전이었다면 민서는 원현의 알 수 없는 짜증을 한 번쯤 참아 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민서는 예전과 달랐다. 원현이 화를 내든 말든,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상대에 대한 감정이 옅어지면 이런 건가?’민서는 행동으로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영창 아저씨, 오랜만이에요.”김영창이 반갑게 웃었다.“그러게요. 저도 돌아가서 진 대표님이 선물해 주신 마사지기 자주 썼습니다. 써 보니까 확실히 좋더라고요. 자, 여기 전부 든든하고 몸에 좋은 아침 식사입니다. 드실 수 있는 만큼 드세요.”민서도 사양하지 않았다.“좋아요. 감사합니다. 일단 들어오세요. 이건 제가 들게요.”민서가 김영창의 손에 들린 쟁반을 받으려 했다.김영창은 민서가 돕게 두지 않았다.“저는 매일 몸 쓰는 사람인데요. 진 대표님보다 힘은 훨씬 좋습니다.”민서는 더 고집하지 않았다. 김영창은 이미 예순을 넘겼지만, 팔에는 아직도 근육이 단단했다. 몸도 건장했다. 한겨울에도 냉수마찰쯤은 거뜬히 할 것 같은 어르신이었다.민서와 김영창이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모습만 봐도 두 사람 사이가 꽤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도 자주 왕래가 있었던 사람들처럼 편안했다. 그만큼 민서와 재원의 관계도 평범한 이웃 정도로만 보이진 않았다.원현은 민서의 삶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계속 민서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민서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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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원현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 지경이었다. 그럴수록 원현은 수미가 그리워졌다. 수미는 부드럽고 다정했다. 원현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폈고,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원현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받아 줬다. 민서는 그런 걸 전혀 해 주지 못했다.하지만 예전의 민서는 분명 그럴 수 있었다.지금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원현은 이를 악문 듯 말했다.“대체 나랑 결혼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민서는 원현이 그저 싸움을 걸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하지. 왜 안 해?”원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결혼할 사람답게 굴어. 나 지금 네가 하는 말 하나하나 다 듣기 싫어. 꼭 나랑 싸워야 속이 시원해?”민서는 원현의 억지에 휘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해졌다.“오빠가 생각하는 결혼할 사람다운 모습이 뭔데?”민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을 상대해 왔다. 하지만 민서를 두고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민서의 취향에 맞춰 변했다.예를 들면 재원이 그랬다. 처음의 재원은 꽤 거칠고 남자다운 느낌이 강했다.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있어도, 대부분은 남자들이 편하게 입는 재킷류였다.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런데 요즘은 옷을 맞춰 입는 법을 알게 됐고,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재원은 세련되고 정교한 귀한 집 도련님 같았다.물론 민서는 그런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생각했다.민서는 이제 원현이 지난 몇 년 사이 자신에게 어떤 요구를 하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다.원현이 말했다.“결혼하려면 어른들 앞에서 같이 지내야 할 일이 많아질 거야. 너는 예전처럼 내 기분을 신경 써야 하고, 내 편에 서야 해.”“나를 위한 말도 해 줘야 하고. 둘이 함께 맞춰 가면서 어른들 걱정 안 하게 해야지. 필요할 때는 네가 나를 도와야 해. 그런데 지금 넌 나랑 부딪치기만 하잖아.”민서는 알아들었다.“그러니까 오빠의 기분을 자주 살피고, 오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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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원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속내를 무자비하게 들킨 사람처럼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었다. 원현은 거의 증오에 가까운 눈으로 민서를 노려보았다. 눈에 담긴 감정은 너무도 선명했다.민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원현에게 실망했다.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과 대화해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진실을 한마디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그 사람이 예민하고 열등감이 깊다는 뜻이었다. 완전히 맞춰 주지 않으면 곁에 있는 사람만 지치게 되는 부류였다.예전의 원현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뒤로 물러난 사람처럼 변해 버린 걸까?민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원현만 성장하지 못 하고 제자리에 멈춰 선 것 같았다. 원현의 성장 속도가 이제 민서를 따라오지 못했다.민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빠가 돌아온 걸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러니까 그거 말고, 오빠가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고.”원현이 되물었다.“그럼 너는 내가 말한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민서가 말했다.“오빠가 뭘 할 수 있는지 알아야 계속 얘기할 수 있지.”원현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민서야, 나 진짜 이제 너 못 견디겠어. 왜 이렇게 차갑고 매정해졌어? 나를 위해 뭘 좀 해 주고, 내 처지를 생각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 요구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건가?”민서는 웃음이 나왔다.“오빠는 성의도 안 보이면서 나한테 먼저 오빠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라고 하잖아. 손해 보는 거래는 나도 하고 싶지 않아. 왜 나만 오빠의 요구에 맞춰야 해? 오빠가 뭘 내놓을 수 있는지도 보여 줘야지.”원현이 말했다.“내가 지금 하는 것들로 부족해? 나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분명 정상적인 대화로 시작했지만, 원현은 언제나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로 끌고 갔다. 겉으로는 되묻는 말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자기 의심이었다.민서가 한마디 반문했을 뿐인데, 원현은 민서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들였다.일을 일로 보고 말하는 것조차 안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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