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는 원현과의 관계에 갇혀 있지 않았다. 원현을 향한 집착도 이미 사랑과는 멀어져 있었다. 민서가 붙잡고 있는 건, 자신의 지난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었다.원현을 보면 민서는 한때 자신이 원현에게 제대로 보호받고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원현은 민서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감정이 진짜였던 것도 사실이고, 원현이 변해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민서가 지금 원현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맞춰 주는 건,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조금 더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일에 가까웠다.수미의 지금 상태라면, 민서와 원현이 결혼 준비를 하게 됐다는 걸 알자마자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현과 수미 사이의 일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일이 엉망으로 번지고 나면, 이 모든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원현에게서 시작됐다는 걸 원현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민서는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민서가 기다리는 건 원현의 제대로 된 사과였다. 원현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민서는 원현을 용서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이 관계를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지난날 두 사람의 시간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나중에는 서로 다른 길로 흩어졌지만, 끝마저 원현의 회피와 어물쩍 넘어가기로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했다.민서는 아쉽지만 여전히 따뜻한 결말을 원했다. 그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집으로 운전해 돌아오는 길, 민서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나갈 때도 개 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돌아온 뒤에도 개 소리가 났다.다만 이번에는 짖는 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밤의 주택가는 아주 조용했다. 서늘한 바람이 살짝 불었고, 차에서 내리자 민서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민서는 이런 고요한 느낌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낑낑거리는 개 소리마저 거슬리지 않았다.민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재원은 보이지 않았다.‘유자를 그냥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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