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151 - Chapter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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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1화

불을 조금만 더 붙이면 됐다.원현이 민서를 점점 더 견디지 못하게 되면, 결국 수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수미가 원현에게 맞춰 주고, 원현의 감정을 받아 주기만 하면 원현은 수미를 더 필요로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현의 마음속 저울은 자연스럽게 수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민서는 겉모습부터 이미 강한 여자였다. 게다가 일까지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니, 원현 곁에 수미가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참을 리 없었다. 민서가 더 이상 원현의 장단에 맞춰 줄 마음이 사라지는 날, 두 사람은 반드시 갈라설 것이다.수미는 이제 민서가 애초에 기회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때가 오면, 민서는 아무 미련도 없이 돌아설 사람 같았다.수미는 원현을 받아들이며 더 원현에게 맞추려고 애썼다.수미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켜 녹음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의 소리가 핸드폰 안에 담겼다.기회가 오면 이 녹음 파일도 쓸모가 있을 것이다. 다만 소리만으로는 부족했다. 다음번에는 몰래 영상도 찍어 둬야 했다.두 번째 일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씻고 나왔다.원현은 아직도 수미를 끌어안고 여운을 즐기고 싶어 했다. 그런데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원현의 미간이 곧바로 구겨졌다.귀국한 뒤 원현은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감정도 계속 눌려 있었다. 민서가 앞으로도 계속 원현에게 압박을 준다면, 원현은 틀림없이 수미에게 오게 될 것이다.수미는 계속 부드럽게 원현을 달랬다. 손끝으로 원현의 관자놀이를 눌러 주며 조금이라도 편해지게 해 주었다.원현은 비서에게 일정을 바꾸라고 말했다. 오늘은 도저히 사람을 만나고 저녁 술자리까지 버틸 기력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자리는 꽤 중요합니다. 어렵게 잡은 일정이라서요. 혹시...”원현은 바로 폭발했다.“네가 내 상사야, 내가 네 상사야?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네가 나한테 일을 가르치려고 들어?”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원현은 계속 기분이 상해 있었다. 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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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수미는 눈을 크게 떴다.“너... 너희...”원현의 결혼이라는 말은 수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수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잠깐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원현은 예민했다. 미간이 바로 구겨졌다.“기분 안 좋아? 계속 내 곁에 있겠다고 했잖아.”수미의 반응도 빨랐다. 따로 감정을 만들어 낼 필요도 없었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네가 민서랑 결혼하면 나는 어떡해? 우리 아기는? 너 우리 버리려는 거야?”수미가 무너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조금 전까지 언짢아하던 원현의 마음이 도리어 편해졌다.수미가 무너질수록, 반응이 클수록, 수미가 자신을 더 필요로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놓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원현이 원하는 건 바로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매달림이었다. 기분이 풀린 원현은 오히려 수미를 달래기 시작했다.“내가 너랑 아기를 왜 버려? 착하게 있어.”수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너희 결혼하잖아.”원현이 말했다.“결혼한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 민서는 네 존재를 알아. 그런데도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다는 건, 이미 너랑 아기를 받아들였다는 뜻이야.”“받아들이지 못했으면 동의하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지금처럼 지내면 돼. 앞으로도 달라질 거 없어. 걱정하지 마.”수미는 원현과 오래 지내 왔다. 가끔 원현이 어리석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원현의 어리석음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지금도 그랬다. 정말 민서가 자신과 결혼하길 원한다고 믿는 듯했다.수미도 여자였다. 원현만큼 민서를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민서가 미래의 남편과 다른 여자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 참지 않을 사람이라는 건 알았다.그런데 원현은 민서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걸까?너무 우스웠다.수미가 민서의 원현을 향한 감정을 너무 낮게 본 것이거나, 아니면 민서가 원현에게 복수하려는 것이었다.민서는 상처받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결말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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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남자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면 오히려 값싸 보이고 상대의 반감을 사기 쉬웠다. 그런데 재원이 그렇게 굴면 이상하게 허세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이 매우 솔직했기 때문이다. 재원은 정말로 자기 자신을 믿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고, 자기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지 않았다. 어떤 일에 대해 그만큼 확신이 있으면, 밖으로 드러나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민서는 원현이 저런 말을 한다면 얼마나 어색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원현은 저렇게까지 자아도취에 빠질 사람은 아니었다.민서가 말했다.“남자는 많아. 원현 오빠가 입맛에 안 맞으면 다른 사람도 있지. 누가 꼭 유 대표만 고른대?”재원이 물었다.“나한테 압박 주는 거야?”민서는 재원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그 안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재원은 장난으로 이러는 것 같지 않았다. 하룻밤을 보낸 뒤 생긴 일시적인 흥미도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민서를 포기하지 않은 건, 재원에게도 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민서는 자신이 조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장 좋은 사람과 어울릴 자격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실제 조건을 봐야 했다. 민서의 집안은 재원과 비교할 수 없었다. 재원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 굳이 민서에게 매달려서 힘을 쏟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민서는 재원에게 딱히 긍정적인 신호를 준 적도 없었다.권력과 돈을 가진 도련님들은 누군가를 애써 쫓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건 추구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한 사람에게 공들이는 일은 보통 하지 않았다.민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유 대표는 진심이야, 아니면 나랑 놀자는 거야?”민서가 정말로 정상적이고 오래가는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면, 반드시 민서가 손에 쥘 수 있는 관계여야 했다. 연하이거나 민서보다 좋지 않은 사람이 민서에게 맞는 선택이었다. 재원은 그 조건에 맞지 않았다.그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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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민서는 차를 몰고 원씨 저택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겠다고 한 말은 그냥 흘린 말이 아니었다. 민서는 정말 계산해 볼 셈이었다.재원은 아주 영리한 사람이었다. 조금 전 갑자기 입을 맞추며 선을 넘은 건, 재원이 원현을 본 뒤 민서가 정말로 원현과 결혼할 리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었다.그렇다면 민서도 더 이상 원현을 핑계처럼 세워 둘 필요가 없었다. 괜히 끝까지 우기는 것처럼 보일 바에는... 차라리 먼저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민서는 원현과 조금 더 맞춰 주는 척하며 놀아 볼 생각이었다. 원현이 직접 자기 입으로 가족들에게 모든 걸 털어놓게 만들고, 이 일에 마침표를 찍게 하면 됐다.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원씨 저택에 거의 도착했을 때, 민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재원이 영상을 하나 보냈다.민서는 재원이 또 자기 몸매를 자랑하는 영상을 보냈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영상 속 재원은 유자를 훈련하고 있었다. 유자에게 정해진 곳에 소변을 보게 가르치는 중이었다.유자는 살이 찌더니 머리까지 둔해진 건지,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듣고도 움직임이 굼떴다. 그런데 재원은 꽤 참을성 있게 행동했다. 3분짜리 영상 내내 유자를 어르고 있었다. 목소리도 제법 부드러웠다. 억지로 다정한 척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워낙 편안한 태도라, 그냥 개와 놀아 주는 사람처럼 보였다.민서는 그 영상에서 묘하게 평온하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아들이 점점 말을 안 듣네. 아빠가 제대로 굴려야지.]재원은 뒤이어 메시지도 보냈다.민서는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유재원은 개 한 마리랑 저렇게 재밌게 노네.’민서는 답장은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끄고 원씨 저택에 도착했다.민서가 어릴 때 원현과 그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원현의 집안 분위기가 꽤 좋았기 때문이다. 원현의 부모님은 민서에게 정말 잘해 주었다. 딸처럼 아껴 주었고, 민서는 원현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따뜻함을 느꼈다.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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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장현수는 말을 마치고도 속이 부글거렸다. 원현이 눈앞에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아들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을 정도였다.장현수는 민서의 어린 시절부터 봐 왔다. 어릴 때의 민서는 유난히 귀엽고 의젓했다. 자라서는 더 단정하고 아름다워졌고, 일도 놀랄 만큼 잘 해냈다. 어린 나이에 맡은 일마다 믿음직하게 해내는 아이였다. 누가 이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딸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어릴 때부터 지켜본 아이인 만큼, 장현수에게 민서는 거의 직접 키운 딸이나 다름없었다. 민서가 뛰어난 것도 이유였지만, 장현수의 마음속에는 민서를 향한 특별한 애정이 따로 있었다.반면 원현은 장현수를 너무 실망하게 했다.어떤 남자가 약혼하자마자 해외로 나가서 약혼녀를 국내에 혼자 두고 간단 말인가? 원현이 몇 년 동안 귀국했던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돌아와도 오래 머물지 않았고, 늘 일이 바쁘다거나 혼자 힘으로 뭔가 해내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물론 그 정도의 책임감과 의욕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과 약혼녀의 마음도 생각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원현이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해외로 나간 탓에, 장현수는 민서가 너무 안쓰러웠다.하지만 민서는 단 한 번도 장현수 앞에서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원현이 곁에 없을 때도,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오히려 민서가 찾아와 원현의 부모를 챙기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장현수는 민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아들이 한심했다. 마음 같아서는 원현의 머리를 눌러 민서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동안 집안에서 원현에게 압박을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빨리 돌아오라고, 민서를 계속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여자로서 가장 빛나는 시절에 누군가를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겠는가?원현이 계속 돌아오지 않았다면, 장현수도 더는 혼약을 붙잡고 있기가 미안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은 원현에게 있었으니까.그래도 올해 원현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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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원현은 들어와서 민서 옆에 앉았다. 민서는 원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끼고 먼저 반찬을 덜어주었다.“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원현은 아버지의 시선 아래에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꺼내지 않던 말을 민서가 건드리자, 원현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일단 밥부터 먹으면 안 돼?”부모님 앞이라 민서에게 소리 지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말 자체에 불만이 묻어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원 회장은 원래 원현의 체면을 조금은 세워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결국 식탁을 내리쳤다.“지금 누구한테 성질이야? 네가 잘못해 놓고 인정할 자신도 없냐? 어제 네가 만나기로 했던 강 대표, 후속 입찰 건이 걸린 사람이야.”“그렇게 중요한 자리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어디 가서 놀다 왔는지 모르는데, 거기다 비서한테 네 말만 따르라고 경고까지 해?’“너 일하러 온 거야, 왕 노릇 하러 온 거야? 책임감이라는 게 있기는 해? 잘못을 저질러 놓고 마주할 용기도 없으면서, 민서가 걱정돼서 몇 마디 물었다고 민서한테 화풀이해?”“자기 잘못도 감당 못 하는 놈이, 너 걱정해 주는 사람한테 상처까지 줘? 너 대체 외국에서 뭘 배워 온 거야?”“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걸 보지 못했다. 오히려 나쁜 습관만 잔뜩 배워왔어. 너 정말 나를 너무 실망하게 한다.”원 회장은 엄한 편이기는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렇게까지 표정이 싸늘해졌다는 건 원현이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꽤 큰 실수였다.민서는 속으로 원현에게 한마디해 주고 싶었다.‘그러게, 당해도 싸지.’오늘 원현이 정말 중요한 일 때문에 늦었다면 원 회장은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책임감 있게 일한다고 흐뭇해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원현은 책임질 일은 내팽개친 채 다른 곳에서 일을 만들고 온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그 일도 아직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듯했다.집에 늦게 온 것도 모자라, 돌아와서도 좋은 말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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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원현이 바란 건 민서가 자신을 감싸 주고, 자기편에서 말해 주는 것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이것저것 묻는 게 아니었다.오늘 집으로 들어와 지내기로 한 만큼, 원현도 좋은 분위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민서는 꼭 이렇게 원현의 속을 긁었다.민서도 볼 만큼 보고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었다. 원현이 갑자기 화를 낸다고 해서 겁먹을 일은 없었다. 결국 원현은 예민하고, 자기 잘못을 마주하지 못해 수치심을 옆 사람에 대한 분노로 바꾸는 것이었다.재미있는 건 원현이 그 화를 너무도 당연하게 민서에게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민서가 원현에게 큰 빚이라도 진 사람처럼 굴었다.문제가 생기면 남 탓부터 했다. 자기 잘못을 돌아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심하게 말하면, 민서는 자기 비서를 뽑는다고 해도 원현 같은 사람은 절대 뽑지 않을 것이다.사회생활을 몇 년이나 했는데도, 일이 생기면 일을 대면할 줄 몰랐다. 문제가 터지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감정부터 앞세웠다. 원현은 정말 발전이나 성장은커녕 점점 후퇴하고 있었다.민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은 차분했다. 원현이 화를 냈지만 민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원현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 감정을 생각해 주기로 했잖아.’‘내가 이렇게 화가 났으면, 먼저 숙이고 달래야 하는 거 아니야?’원현의 분노는 계속 쌓여 갔다.“왜 말이 없어? 말해!”민서가 물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길 원하는데?”“일부러 그런 거지?”“정말 오빠가 걱정돼서 물어본 거라고 하면 믿을래?”원현이 이를 악물었다.“그게 무슨 걱정이야? 그냥 내가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거잖아. 아버지 앞에서 날 우습게 만들고 싶었던 거 아니야!”민서가 말했다.“이것 봐. 내가 솔직하게 말해도 오빠는 안 믿잖아. 원현 씨, 그만 좀 해. 오빠는 내 진짜 생각을 알고 싶어서 대화하려는 게 아니야.”“그냥 자신의 감정을 나한테 쏟아붓고 싶은 거지. 오빠가 겪는 불만을 전부 내 탓으로 돌리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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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원현은 제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민서를 사납게 노려보았다.“넌 나를 위로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계속 너한테 화풀이할까 봐 붙잡는 거잖아. 넌 그냥 자기 생각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자야.”민서는 웃음이 나왔다.“오빠는 왜 그렇게 사람을 공격하는 걸 좋아해? 내 말을 멋대로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서, 나한테 딱지까지 붙이네.”“나는 상관없어. 그런데 계속 그러면 오빠는 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편견을 가지고 나를 대할수록 힘든 건 오빠야.”원현은 이미 분노에 휩쓸려 있었다. 민서의 긴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민서가 그냥 고개를 숙이고 원현을 달래는 것. 자기 말에 맞춰 주는 것. 그뿐이었다.그런데 민서는 또 원현에게 사람답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려 들고 있었다.‘내가 여자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해?’원현은 민서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거의 이를 갈며 내뱉었다.“못돼먹은 년.”원현은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또 민서가 했던 말들이 맴돌았다. 내일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와야 하고, 아버지의 추궁과 못마땅한 눈빛을 또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겁이 났다.민서는 이제 원현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서 원현이 화를 내도 민서에게 큰 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원현이 어떤 사람인지 더 확실히 알게 될 뿐이었다.민서는 캐리어를 끌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짐을 정리한 뒤에는 거실 한쪽에 앉아 쉬며 방 안의 배치를 둘러보았다.어릴 때 자주 오던 곳이라 이 방은 민서에게 익숙했다. 다만 예전에는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어린 느낌이 있었다. 그때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장현수가 따뜻하게 꾸며 둔 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민서가 느꼈던 온기와는 달랐다.원현은 굳은 표정으로 거실에 들어왔다.민서는 시계를 확인했다.“늦었어. 씻고 와.”원현은 민서 맞은편 소파에 앉아 차갑게 웃었다.“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민서는 원현의 차가운 말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원현은 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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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민서는 재원에게 바로 답장했다.[??][개가 뭘 안다고?]재원의 답장도 아주 빠르게 도착했다.[드디어 답장할 마음이 생겼네. 난 또 약혼자랑 세상모르고 알콩달콩하느라 핸드폰도 안 보는 줄 알았지.][개를 무시하지 마. 사람보다 훨씬 낫다. 보고 싶으면 네 집 쪽을 보고 계속 짖어. 엄청 멍청하게.]그러더니 재원은 바로 유자의 사진을 보냈다.[봐 봐. 오늘 기운 하나도 없는데, 밥은 엄청 많이 먹었어.][어떡하냐? 이제 진짜 가스통 같아졌어.]민서는 재원이 혹시 유자의 안티팬이 아닌지 묻고 싶었다. 유자가 말할 줄 알았다면 벌써 재원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을 것이다.민서는 이모티콘 하나를 답장으로 보냈다. 그러고는 앞서 온 영상들을 확인했다. 전부 재원이 심심할 때마다 찍어 보낸 영상들이었다. 밥 먹는 모습, 운동하는 모습, 일하는 모습이 있었다. 어떤 영상은 풍경을 향해 있었고, 어떤 영상은 재원의 얼굴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거의 일과를 샅샅이 민서에게 보고하는 것 같았다.메시지를 전부 훑고 나니, 지난 몇 시간 동안 재원이 뭘 했는지 민서는 훤히 알게 됐다.민서는 더는 재원을 상대하지 않고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방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졌지만, 어릴 때 한동안 지냈던 곳이라 그런지 꽤 편했다.그래서 씻고 나오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민서는 아침 여섯 시에 정확히 눈을 떴다. 방 안에는 원현이 돌아온 흔적이 없었다. 원현은 정말 밤새 밖에 있었던 모양이었다.민서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다. 평소라면 업무 관련 메시지를 처리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재원의 영상에 더해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까지 있었다.민서는 메시지를 눌러 내용을 확인했다. 조금 보자마자 수미가 보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사진 몇 장이 있었다.남자 옷과 여자 옷이 뒤섞여 있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어진 사진에는 원현이 카메라를 등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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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민서는 원현이 자신을 자극하려 든다는 걸 알았다.“아주 잘 잤어.”원현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부모님이 곁에 있는 탓에 원현은 화를 낼 수 없었다. 결국 억지로 참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민서는 아침을 먹고 나서 바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원현은 민서를 배웅한다는 핑계로 따라 나왔다. 원 회장 부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원현은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나한테 그런 척하지 마.”민서가 물었다.“내가 무슨 척을 했다는 건데? 오히려 계속 연기하는 건 오빠잖아. 내가 오빠의 연기 들춰내면, 오빠는 부모님께 뭐라고 설명할 생각이야?”원현이 말했다.“넌 아직 나를 폭로할 배짱 없어.”“맞아. 그래서 오빠가 직접 부모님께 전부 털어놓기를 기다리는 거야.”그때가 되면 민서도 더 이상 원현의 연기에 맞춰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과거의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으면 됐다.민서는 이 시간을 원현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알아 가는 시간으로 여기기로 했다.고작 하루였는데도 민서는 완전히 달라진 원현을 보았다. 민서는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지 않았다. 그저 관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지금 이 자리에서도 민서는 더 이상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원현의 눈에도 민서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 테니까. 한때 서로를 좋아했던 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보기 싫어하는 사이가 될 줄은 민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원현이 물었다.“내가 뭘 털어놓아야 하는데?”민서가 말했다.“됐어. 할 말 끝났어?”원현은 민서 앞에만 서면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그래서 원현은 민서도 자신처럼 흔들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민서는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 그럴수록 원현은 더 불쾌해졌다. 어떻게든 민서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졌다.“내가 어젯밤에 뭐 하러 갔는지 안 궁금해?”민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오빠가 말했잖아. 수미 선배가 오빠를 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갔고, 오빠는 수미 선배랑 밤새 같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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