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는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민서는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때 원현이 갑자기 비꼬듯 말을 던졌다.“난 네가 진짜 5시에 올 줄 알았는데?”말투에는 묘한 가시가 있었다.민서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원현이 일부러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하지만 어른들이 있는 자리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민서는 먼저 원현의 할머니를 찾아가 뵙고, 병세를 꼼꼼히 물었다.이번 병은 꽤 위급했다. 고비를 넘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의사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결국 나이가 있으니 앞으로는 잘 보살피고 마음 편히 지내게 해드리라는 뜻이었다. 가족들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민서는 할머니가 당장 돌아가시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다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였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 당연한 일인데도, 병상에 누운 원현의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래서 민서는 한동안 할머니 곁에 남아 곁을 지켰다.원현은 그런 민서가 가식적으로 보였다. 할머니는 원래 나이가 많았고, 노인의 몸이 약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평소에 민서가 할머니와 그렇게 살갑게 지낸 것도 아니면서, 지금 저렇게 구는 건 부모님에게 보이기 위한 연기 같았다.원현은 점점 짜증이 났다. 표정도 좋지 않았다.당장이라도 민서에게 그만 가식 떨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민서가 할머니 곁에 머문 뒤, 어느덧 자리를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어쩌면 할머니의 병세 때문인지도 몰랐다. 노쇠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을 보며 민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삶을 제대로 누리며 살아야 했다.민서는 그동안 과거를 쉽게 놓지 못했다. 예전의 따뜻했던 기억이 아쉬워 계속 마음 한구석에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 시절은 아주 오래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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