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91 - Chapitre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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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1화

재원은 원 회장의 기분 따위에는 개의치 않았다. 말을 끝내자마자 민서의 손을 잡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수미는 딸을 품에 안은 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서로 스쳐 지나갈 거리였다.하지만 수미는 재원에게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재원은 시선 한 번 줄 마음도 없었고, 다만 민서는 신경 쓰였다. 재원은 몸을 살짝 틀어 민서와 수미 사이의 시선을 막아 주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그곳을 떠났다.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조차 없었다.수미의 감정은 복잡하게 뒤엉켰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서 배어 나오는 고급스러움과 차가운 기품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분명 더 높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 곁에 민서가 있다는 사실이 수미를 부럽게도, 질투 나게도 했다.하지만 민서의 지금 위치와 능력을 생각하면 더 나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동시에 수미는 자기 신세가 처량했다. 자신은 죽을힘을 다해 원씨 집안 며느리라는 자리를 얻으려 했지만, 민서는 그 자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아쉬워하지도 않았다.마치 수미 혼자 오래도록 소란을 피웠을 뿐, 결국 이 판에서 진 사람도 자신인 것 같았다.그래도 이것이 수미가 선택한 삶이고 운명이었다.원현은 지금 수미가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수미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처음에는 아이를 안고 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울 생각도 있었다. 민서를 불쾌하게 만들어,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민서가 수미와 아기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원현의 곁에서 빨리 떠나게 하려 했다.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수미는 아이를 안고 원 회장 앞으로 걸어갔다. 문가에 서 있던 수미에게 방 안에 있는 원현이 보였기 때문이었다.지금 원현의 모습은 완전히 무너졌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완전히 탈진해서 기운이 하나도 없는 듯했다.참 볼품없었다.수미는 시선을 거두고 품에 안은 딸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회장님, 저는 한수미예요. 이 아이는 회장님의 친손녀예요.”수미는 마르고 연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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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재원의 차가 멀리 달릴수록 민서가 떨어내기 힘들었던 과거의 나쁜 것들과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재원이 오늘 밤 데려가려던 식당에 곧 도착할 거리였다.그래서 민서가 말했다.“더 먼 데 있는 그 식당으로 가고 싶어.”민서는 과거에서 더 멀어지고 싶었다.그녀가 감정을 소화하는 동안 재원은 민서가 원현을 빨리 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민서가 입을 열자 재원은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좋아. 내가 좀 더 운전하지 뭐.”한번 말문이 트이자 더 많은 말들이 이어졌다.민서가 물었다.“귀찮지 않아?”재원은 바로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내가 귀찮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재원도 일부러 더 말을 나누며 민서의 주의를 돌리고 싶었다.민서가 말했다.“유 대표가 귀찮으면 길가에 차 세워. 내려서 혼자라도 택시 타고 갈 거야. 더 이상 유 대표 도움 필요 없어.”재원이 웃었다. 그는 이렇게 자신감 있는 민서가 좋았다.“걱정하지 마. 절대 안 귀찮으니까. 특히 이런 때 내가 제대로 못 하면, 나 자신을 용서 못 할 것 같거든.”민서가 재원을 바라보았다.“일부러 이런 타이밍에 날 웃기려고 하는 거지?”“웃기려고 하는 건 맞아.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싫으니까. 근데 네 말은 내가 이 틈을 타서 파고드는 것 같다는 뜻이야? 네가 감정적으로 힘들고 막 파혼한 걸 보고, 내가 급하게 자리 차지하려고 한다는 거?”재원은 말하면서도 아주 뻔뻔하게 덧붙였다.“그 말도 꽤 맞긴 해. 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노력할 거고 나를 좋아하게 할 거야. 우리 진 대표님은 몸소 나 같은 사람을 한 번 봐 주시면 되지.”재원의 말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는 듯했다.하지만 사실 이런 남자일수록 속은 가장 자신만만했다.자기 안에서 어떤 말을 해도 자신감이 있으니, 사소한 표현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모두가 인정하는 미인이 누군가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들어도 상처받지 않는 것과 같았다.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그래서 재원은 시원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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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재원이 말했다.“그럼 나한테 보여 줄 기회를 줘야지.”“계속 유 대표에게 기회 주고 있었어. 아니었으면 진작 차단했지.”재원은 듣고 싶은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그건 나도 이미 느끼고 있었어.”“자신감 대단하네.”“내 조건이 이렇게 버젓이 있잖아. 네가 나를 선택하면 네 체면 깎일 일은 없어. 오히려 너를 더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지.”“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나를 안 고르고 원현 같은 물건을 고르겠어? 난 네가 똑똑하다고 믿으니까 자신감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지.”민서가 말했다.“비교하면서 깎아내리진 마.”재원이 물었다.“걔가 마음 쓰여?”“아니. 너랑 원현은 상황이 달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야.”“알았어. 걔랑 비교 안 할게.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니까.”사실 재원은 여전히 신경 쓰였다. 민서와 원현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며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이제는 서로를 질색하고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해도, 마음속에 남은 무게가 있을 것이다. 뒤늦게 끼어든 자신이 쉽게 견줄 수 없는 시간이었다.물론 재원이 손에 쥔 것은 민서의 미래였다. 그래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민서는 그저 웃었다.재원은 내비게이션을 보며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물었다.“이제 날 계속 시험해 보면서, 나랑 진짜로 해 볼 생각인 거지?”민서는 인정했다.“응.”재원은 진심으로 웃었다.“그럼 너 파혼도 했으니까, 먼저 내 위치를 남자친구로 바꿔주면 안 돼? 우리 사귀자. 앞으로 매일 나 시험해도 되잖아.”“그러니까... 먼저 차 타고 나중에 표 끊겠다는 거야? 꿈도 야무지네.”“그럼 나를 남자친구로 인정해 줄 수 있어? 난 네가 날 거절할 이유가 도무지 없는 것 같은데.”“모르면 그냥 천천히 생각해.”재원은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네가 나랑 진짜로 해 볼 생각이면, 내 쪽에서는 이미 우리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야. 난 자신 있으니까. 네가 원하는 건 결국 다 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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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민서의 아버지는 예전부터 한량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평생 먹고 마시고 놀며 즐기는 데만 익숙했다. 몸은 불었고,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지 않았다. 쓰러지기 전에는 독한 술을 꽤 많이 마신 상태였다.너무 갑작스럽고 뜻밖이었다. 민서의 아버지는 이제 겨우 쉰을 조금 넘겼을 뿐이었다. 너무 이른 죽음이었다.민서는 어릴 때부터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었지만, 교통사고처럼 사람이 바로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은 겪어 본 적이 없었다.아버지와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고, 정이 깊은 사이도 아니었다. 그래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에 민서의 머릿속은 하얘졌다.이상하게도 울고 싶지는 않았다. 이 일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어쨌든 친아버지였다. 울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하지만 민서는 정말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감정도 크게 일지 않았다.민서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고, 마치 업무 연락을 받은 사람처럼 침착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민서 아버지의 아내는 이미 세 번째 부인이었다. 다른 자식들도 셋 있었다. 모두 방 안에서 하늘이 무너진 듯 울고 있었고, 민서만 조용히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민서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올해 설날이었다. 그 뒤로는 몇 번 전화만 주고받았다.민서는 그 설날을 기억했다. 식사는 맛도 모르고 지나갔다. 아버지와 친밀하지 않아 따뜻한 말도 나누기 어려웠고, 아버지가 다른 자식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봐야 했다. 민서는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그때도 이 식사 자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그날 민서는 꽤 일찍 자리를 떴다. 만났을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길어야 한 시간 남짓이었을 것이다.그때 민서는 꿈에도 몰랐다. 그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이제 아버지는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몸에 하얀 천이 덮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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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민서는 상주로 빈소 앞에 서 있었고, 어머니는 조문객이었다.어머니가 아버지를 위해 향을 피워올릴 때, 민서는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결혼을 시작할 때부터 서로 역할만 맞춰 온 부부였다. 밖에서는 각자 제멋대로 살았고, 누가 더 무정한지 겨루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혼한 지도 벌써 칠팔 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울 수 있다니.민서는 처음엔 어머니가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을 보고 곧 알았다. 어머니는 정말 슬퍼하고 있었다.민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눈물이 민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거대한 파도처럼 민서를 덮쳤다.눈물은 멈출 수 없을 만큼 쏟아졌다.민서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민서의 어머니가 민서를 안아 주었다. 민서는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때 민서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자신과 진짜로 이어져 있던 사람은 둘뿐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그중 한 사람이 사라졌다. 영원히 잃은 것이다....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민서는 재원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재원은 처음에는 민서를 도와 함께 처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민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민서는 혼자 의연하게 마주하고 싶었다.재원에게 의지하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버티고 있던 줄이 끊어지고 나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그래서 혼자 마주하면 계속 강하게 버틸 수 있었다.실제로도 그랬다.전체 과정을 돌아보면 민서는 각 절차를 완벽하게 해냈다. 유언장도 순조롭게 확보했고, 불안하게 움직이던 사람들도 제때 눌렀다. 아버지의 장례를 처리하고, 친척과 지인들을 맞이하는 일까지 모두 질서 있게 진행했다.어떤 일들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이자를 계산하듯 밀려온다.모든 것이 정리된 뒤, 민서가 눌러 두었던 슬픔이 서서히 찾아왔다.그때부터 민서는 가까운 사람을 잃은 고통을 견디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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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문이 열리자 재원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먼저 민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일부러 티 나게 살펴보겠다는 행동이었다. 민서를 살피고 있다는 걸 알려 주려는 듯했다.민서는 몸이 어색해졌다. 요즘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을 돌볼 여력이 전혀 없었다.그런데 재원의 눈에는 감탄만 있었다.“이게 우리 진 대표의 민낯이구나. 완전 여신급인데.”민서는 자신의 눈이 핏발로 가득하고 다크서클도 짙을 것으로 생각했다. 안색은 창백하고 머리도 엉망일 것이다. 여신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원이 어떻게 저런 칭찬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재원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민서를 정말 여신이라 여기는 사람 같았다.민서는 말장난할 기운이 없었다. 힘없이 말했다.“들어와.”재원은 민서 뒤를 따라 들어오다가 별안간 한마디했다.“너 머리 위에 있던 조명이 다 꺼졌네.”민서는 멍해졌다. 잘 듣지 못했다.“뭐?”말을 마친 민서는 소파에 앉아 뼈가 빠진 사람처럼 몸을 기댔다.재원은 민서 옆에 앉아 밀크티에 빨대를 꽂아 건넸다. 민서가 받아 들며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자 아주 달콤한 케이크가 든 상자를 열었다.재원은 민서가 밀크티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네 기분이 좋을 때는 네 주변에 조명 같은 게 켜져 있는 느낌이야. 반짝거려서, 나타나면 바로 보이고 자꾸 보고 싶어져. 근데 지금은 머리 위 불이 꺼졌어. 하하.”꽤나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비유였지만 어딘가 이상했다.민서가 투덜댔다.“이람이가 당신이 날 놀리러 온 줄 알았으면 바로 꺼지라고 했을걸.”재원이 말했다.“왜? 우리 진 대표도 가끔 방전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사실을 말도 못 하게 해?”재원은 눈썹까지 까딱였다. 말이 꽤나 얄미웠다.민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런 식의 맞받아치는 대화가 오히려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괜히 재원과 말싸움하고 싶어졌다.그런데 실제로 티격태격하고 나면 민서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따라 웃게 되었고, 재원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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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재원은 민서가 귀엽다는 듯 손가락으로 민서의 이마를 톡 튕겼다.“컨디션 회복하는 데도 그렇게 힘주고 살아야 해? 매일 그러면 지치지 않냐, 진 대표? 그냥 나처럼 살아 봐.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제대로 좀 쉬면서 살아.”민서는 늘 꽤 ‘힘주고’ 살아왔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편이었다.정말 바빠서 자기 자신에게 줄 시간이 조금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민서는 쉬고 있으면 어딘가 불안했다. 그래서 일부러 일정을 빼곡하게 채웠고, 감정이 올라와도 감정 처리는 해야 할 일 뒤로 밀어 놓았다.삶 속의 무료함을 누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젊고 기운이 넘칠 때는 그런 생활이 얼마나 피곤한지 크게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민서는 쉬어야 했다. 몸과 마음을 다시 정돈하고 완급을 조절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그런데 오래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민서는 쉬는 시간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누워 있어도 머릿속에는 많은 일들이 맴돌았다.그런 식의 휴식은 효과가 좋지 않았다. 여전히 피곤했다.재원은 민서가 잔뜩 긴장해 있고, 그 긴장이 쉽게 풀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 주니, 오히려 민서는 안도했다. 자신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민서가 물었다.“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재원이 말했다.“하고 싶은 대로 해.”민서가 말했다.“그게 무슨 방법이야?”재원은 인내심 있게 달랬다.“멍때리고 싶으면 멍때리고, 자고 싶으면 자.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말하고,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말해.”“네 감정을 억누르지 마. 특히 몸이 보내는 신호를 눌러 버리지 마. 그 정도만 해도 꽤 풀릴 거야.”민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이런 위로는 거의 들어 보지 못했다.재원의 말은 민서의 마음 깊은 곳에 닿았다. 민서에게는 꽤 큰 깨달음이었다. 잘 생각해 보고 천천히 받아들여야 할 말이었다.민서는 다시 한번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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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민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재원의 말은 정말 민서의 마음에 와닿았다.안정감이 없기 때문에 민서는 상대가 자신을 정말 선택할 것인지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다.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민서는 이제 마음속 의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재원은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재원의 몸에 밴 따뜻함은 민서가 어릴 때부터 바라던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이 정말 민서 곁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저 잠자리를 위해 다가온 사람이 아니었다.솔직히 잠자리에서의 열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하지만 함께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함께 있을 때 가볍고 조화로운 분위기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드물었다.민서는 재원을 바라보았다.“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재원은 부드러운 눈으로 민서를 보았다.“고맙다고 하지 마. 너도 내 성격 알잖아.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해. 내가 너랑 있는 건 내가 원해서야.”“너와 있으면 내 마음에도 맞고, 나는 아주 많은 기쁨을 얻게 돼. 그러니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민서가 말했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해?”재원은 민서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민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요 며칠 복잡한 감정들이 재원의 마음을 맴돌았다.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재원은 민서가 안쓰러웠다.그래서 민서가 왜 선뜻 재원과 함께하겠다고 하지 못했는지, 왜 시험하듯 지켜봤는지, 왜 늘 자신이 그저 달래기 위해 하는 말이냐고 묻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민서는 겉으로는 날카로워 보였지만, 사실은 계속 재원의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림 없이 선택하는지, 그 사람이 영원히 떠나지 않을지.재원은 민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만 떠올려도,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민서의 마음을 채워 주고 싶었다.재원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그래서 재원은 지치지 않고 민서에게 알려 주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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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재원이 눈썹을 올렸다.“꽤 흥미로운 평가네.”“맑은 분위기는 사람을 괜히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만들어.”“오, 더 좋은 말 남았어?”민서가 말했다.“응. 나도 유 대표한테 가까이 가고 싶어. 게다가 당신의 그런 맑은 분위기는 나한테도 좋은 영향을 많이 줬어. 당신이랑 오후 내내 같이 있었더니 내 상태가 정말 많이 좋아졌거든.”재원은 칭찬과 찬사를 자주 들어서 익숙한 사람이었다.그래서 자신이 크게 흔들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재원은 민서의 칭찬에 붕 뜬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느껴 본 적 없는 좋은 감각이었다.“우리 진 대표가 그렇게 느낀다니 나도 기쁘네.”민서가 말했다.“그러니까 우리 사귀자.”재원은 굳었다.민서는 재원의 눈을 보며 마음속 말을 꺼냈다.“원래는 좋은 타이밍을 골라서 말하려고 했어. 당신도 알잖아, 내가 이런 의식 같은 걸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근데 당신이랑 함께하기 가장 좋은 때는 이렇게 편한 일상 속이라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굳이 시간을 더 찾을 필요가 없더라. 난 지금 당신이랑 함께하고 싶어.”민서는 진심으로 말했다.“유재원 씨, 남친 테스트 합격이야. 그동안 수고했어!”재원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민서를 끌어안았다.민서를 단단히 품에 안았다.재원은 거의 2년 동안 딱 한 사람을 좋아하며 따라왔다. 재원 정도의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보통이라면 일주일이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품에 안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재원은 조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 시간 동안 재원은 민서를 온전히 알게 되었다.민서의 자신감도 보았고, 민서의 연약한 부분도 보았다.가장 소중한 것은 민서가 언제나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끌고 가는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이었다.처음에는 단순한 흥미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 일을 겪은 지금, 재원은 자신이 진짜로 민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재원이 말했다.“힘들지 않았어. 난 네가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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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이람은 줄곧 민서를 걱정했다. 곁에 있지는 않았지만 매일 연락하며 민서의 상태를 물었다.이람은 민서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오늘 민서를 보자 이람은 하준을 제쳐 두고 바로 민서에게 달려갔다.“전보다 훨씬 좋아졌네. 진짜 다행이야!” 이람은 민서의 팔을 끌어안고 딱 붙었다.민서는 이람을 보자 재원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두 사람은 바로 붙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는 늘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다.이번 생에 서로를 친구로 만난 것은 두 사람에게 아주 기쁘고 행운 같은 일이었다. 평생 가장 친한 친구였다.하준은 상황을 꽤 정확히 보고 있었다. 하준은 재원을 한 번 흘끗 보았다.재원은 전화를 걸어 연훈과 세진, 남진 등에게도 연락하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재원은 뭉쳐 있는 두 절친을 보았다. 괜히 방해꾼이 되지 않고 의자를 끌어 하준 옆에 앉았다.하준이 물었다.“꽤 오래 걸렸네. 드디어 성공했냐?”“너한테는 숨길 수가 없네. 한눈에 꿰뚫어 봤어.” 재원이 말했다. “맞아, 오래 걸리긴 했지. 결과는 아주 마음에 들어.”재원이 민서를 좋아한다는 걸 처음 털어놓은 상대가 하준이었다.그때 두 사람 모두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은 상태는 아니었다.그 뒤 하준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재원은 정말 오래 기다렸다.하준이 재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축하한다.”재원이 놀리듯 말했다.“나만 축하하지 말고 너도 슬슬 움직여야지. 너랑 이람 씨도 거의 1년 가까이 지냈고, 아이도 함께 그렇게 잘 키우고 있잖아. 계속 연애만 할 수는 없지. 이람 씨가 네 명분 생각은 안 해 줘?”그가 말한 명분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의 자리였다.하준은 재원의 뜻을 알아들었다.하준과 이람의 관계는 아주 좋았다. 결혼으로 묶인 관계인지 아닌지는 이미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그렇게 말할 수는 있어도 하준은 이람에게 청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때를 봐서, 기회 하나 만들어 줘.” 하준은 청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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