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221 - Chapter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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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1화

연훈은 옅게 웃기만 할 뿐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연훈은 이미 남진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 있었다.한 달이 뭐라고.연훈에게는 평생도 버틸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연훈이 말했다.“네가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남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누군가에게 보살핌받는 건 생각보다 기분 좋고 편한 일이니까. 네가 먼저 그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지만, 내가 손해 볼 게 없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잖아.”연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연훈은 자신이 지금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되짚기 시작했다.짝사랑은 사람을 쉽게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래서 연훈은 과거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별일 아닌 일까지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받아들였던 건지도 몰랐다.남진은 원래부터 담백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우연히 연훈과 밤을 보냈을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받아들였던 여자였다. 그런 남진이라면 아무 위협 없이 자신의 생활 안으로 들어오는 연훈을, 생각만큼 강하게 밀어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어쩌면 연훈 혼자 겁먹고, 혼자 일을 복잡하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연훈은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남진이 손끝으로 연훈을 툭 밀었다.“일단 한 달은 줄게. 한 달 지나면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야.”남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연훈과 자신의 관계가 그 이상으로 나아갈 리 없다고 믿었다.그래서 남진의 말은 더없이 냉정하게 들렸다.연훈은 가까스로 한 걸음 내디딘 참이었다. 그런 말을 고분고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연훈은 고개를 숙여 남진에게 입을 맞췄다.말 대신 몸으로 무언가를 보여 주려는 듯했다.남진은 연훈의 키스가 싫지 않았다. 연훈은 언제나 몸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관리했고, 남진은 그런 깔끔한 남자를 좋아했다. 연훈이 2년 동안 남진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남진이 연훈의 몸을 퍽 마음에 들어 한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하지만 오늘 밤은 무리였다.“나 오늘은 체력이 없어.”“그럼 내가 할게.”연훈은 먼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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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남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씻으러 갔다. 연훈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남진의 생활 리듬은 갑자기 사람이 하나 늘었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남진은 연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연애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은 있었다.가끔은 가까워질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각자 독립적으로 지내는 관계.남진은 자기만의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연훈은 집 안에서 남진이 어떤 모습인지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남진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어쩌면 남진의 비서보다도 모르는 게 많았다.연훈은 회사에서의 남진 말고, 밖에서의 남진이 궁금했다.이번 기회에 남진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연훈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분위기를 일부러 띄우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방 안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조용한 공간 안에서도 연훈은 편안했다.그래서 지금도 침대 옆 소파에 앉아 남진이 아침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남진은 일어나면 먼저 씻고, 그다음 화장을 했다. 옷은 대부분 정장이라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남진이 가장 자주 입는 옷은 단색 정장이었다. 검정, 흰색, 회색뿐 아니라 파란색이나 보라색도 자주 입었다.정장에는 보통 포인트가 되는 스카프를 매치했다.날이 추우면 그 위에 명품 트렌치코트를 걸쳤다.남진은 액세서리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귀걸이, 목걸이는 물론 팔찌와 시계도 다양하게 갖춰 두었다.오늘 남진은 은색과 금색이 섞인 롤렉스 시계를 착용했다. 회색 정장에는 파란 스카프를 더했다.스카프가 옷깃 안으로 들어가 있어 파란색 이너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었다.그 위에 샤넬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했다.남진의 머리카락은 브라운 톤으로 염색되어 있었고, 가벼운 웨이브가 들어가 있었다. 풀어 두기도 하고 묶기도 했다.오늘은 날이 조금 쌀쌀했다. 회색 정장에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골랐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 내렸다.마지막으로 향수를 뿌렸다.연훈의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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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3화

남진은 뜻밖이라는 듯 연훈을 보았다.평소 연훈은 남진의 집에 와서 남진과 밤을 보내고 나면 곧장 돌아갔다.남진의 집은 90평이 넘었다. 2년 동안 연훈이 이 집에 드나들었지만, 사실상 현관, 거실, 침실만 오간 셈이었다. 집 안을 제대로 둘러본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주방을 이렇게 익숙하게 아는지 의아했다.남진이 물었다.“아침에 일어나서 내 주방 뒤졌어?”연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주방 구조는 다 비슷해. 대충 찾아보면 다 나와.”연훈은 남진이 관심을 돌리도록 두지 않았다.“일단 마셔.”남진이 말했다.“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너는 나를 돌보러 온 거지, 억지로 뭔가 강요하러 온 게 아니야.”“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버리고, 못 마시겠다는 우유를 들이밀면 이게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준 건지, 나 스스로 고생길을 연 건지 모르겠어.”연훈은 그제야 얄미운 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네 생활 습관이 건강하지 않아서 고치려는 건데, 언제쯤 그걸 인정할래? 내가 널 통제한다고 느끼는 건 그 습관 때문이고.”남진은 어이가 없었다.‘이 인간이 미쳤나? 나를 비꼬는 말을 하다니!’연훈이 이어 말했다.“생활이 건강했으면 사흘이 멀다고 기운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 나랑 할 힘이 없다는 말도 안 했겠지.”남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너를 만족 못 시켜서 몸 관리까지 해 주겠다는 뜻이야?”연훈은 말끝을 흐렸다.“내 평판이 그렇게 별로야? 나도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있는 건 아니거든.”남진은 잠시 연훈과 맞섰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연훈을 자신의 생활에 들여놓으면, 기존 습관과 부딪칠 일이 반드시 생긴다.지금 화를 내 버리면 한 달이라는 말 자체가 우스워진다.그럴 필요는 없었다.남진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 시작한 일에 자신이 힘을 들였다면 중간에 멈추고 싶어 하지 않았다.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어젯밤에도 연훈이 침대에 남는 것을 받아들였다. 지금 포기하면 어젯밤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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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연훈은 자신이 짝사랑 때문에 겁을 먹고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세운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막상 용기를 내 움직여 보니, 결과는 예상보다 조금 나았다.그렇다고 연훈은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만약 지난 2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연훈이 남진에게 관계를 더 진전시키자고 먼저 말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이다.남진이 거절했을 가능성이 훨씬 컸다.2년 동안 완벽하게 맞춰 온 관계 덕분에 두 사람 사이에는 나름의 호흡과 신뢰가 생겼다.지금 남진은 말로는 자신의 생활 습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남진은 원래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남진의 말 전부 그대로 따라 주면 오히려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연훈이 돌봐 주겠다고 했을 때 남진이 시도해 보겠다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관계가 이렇게까지 무리 없이 움직인 건 결국 조용히 함께 해온 지난 시간 덕분이었다.그 생각을 하자 연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오래 버티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필요한 때에 원하는 것을 향해 한 발 내디디고, 한 번 승부를 걸면 대체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연훈은 마침내 아주 작은 희망을 본 것 같았다....남진이 테니스를 치다가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낀 일은 재원 일행 모두가 걱정할 만큼 컸다.사실 남진은 평소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남진은 친구를 사귀는 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떤 관계든 관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남진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많았고, 관심사가 친구 사귀기에 있지 않았다.그럼에도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 남진에게는 오랜 세월 사이 진심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생겼다.그 사람들은 모두 남진이 오랫동안 일하며 자연스럽게 얻은 인연이었다. 다시 말하면, 연훈 역시 남진에게 동료이면서 동시에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다만 두 사람은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 남진도 연훈과 자신 사이에 다른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연훈이 자기를 돌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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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그래.”회사에서 차가운 걸 못 마시게 해도, 남진이 직접 배달을 시키면 그만이었다. 연훈의 영향력이 아무리 커도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그런데도 연훈의 간섭은 대단했다. 남진의 기억 속 연훈은 이런 자잘한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사람이 남진이 마시는 커피 한 잔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정말 자신을 돌보려는 걸까? 아니면 제대로 노력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걸까?남진은 연훈과 오래 함께 일했지만, 연훈이 여자에게 특별히 살갑게 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사람들은 연훈이 아주 젠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젠틀함에는 은근한 오만함과 차가움이 섞여 있었다. 예의는 몸에 배어 있었지만, 마음이 담긴 다정함은 아니었다.연훈은 누군가를 보살피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잔소리를 늘어놓을 타입은 더더욱 아니었다. 게다가 바쁘기까지 한 사람이 커피 한 잔에 시간을 쓰다니, 남진에게는 꽤 의외였다. 능력 낭비처럼 보이기도 했다.남진은 연훈에게 조금 더 호기심이 생겼다. 작은 발견이었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몇몇 임원들이 하준에게 업무 보고를 하러 갈 예정이었다. 평소라면 모두 대표실에서 모였다.하지만 지금은 남진과 연훈의 관계가 조금 달라졌다. 연훈은 회의 전 남진의 사무실로 먼저 찾아왔다.남진이 물었다.“왜 왔어?”연훈이 말했다.“회의까지 10분 남았잖아. 그 10분 동안 너 보려고 왔어.”“나를 왜 봐. 볼 게 뭐 있다고.”“예쁘니까.”남진은 머릿속이 온통 일로 차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일밖에 모르는 것처럼 굴던 연훈이 왜 이렇게까지 달라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남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썹을 살짝 올렸다. 마치 자신이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은 시선으로 연훈을 훑었다.“부대표, 정말 많이 변했어. 나랑 한번 만나 보겠다고 해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어?”연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자가 연애 쪽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내 행동을 호감으로 받아들였겠지.’‘사람이 바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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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연훈은 남진의 표정이 굳든 말든 남진의 커피를 곧장 쓰레기통에 버렸다.“나 좀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겠어. 앞으로도 우리 ‘남진 누나’는 몰래 마실 수는 있겠지. 대신 내 눈에 띄면 볼 때마다 막을 거야.”남진은 연훈이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말까지 하다니.연훈은 남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말했다.“이게 바로 자극받은 남자야.”연훈은 자신을 훑는 남진의 시선에 웃어 보였다.“가자. 일하러 가야지.”남진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완전히 달라진 연훈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연훈이 누나라고 부를 때마다 유난히 반전이 있어 묘하게 섹시하다고 느꼈다. 이제는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모습마저 연훈의 고고하고 거리감 있는 분위기와 어긋나며 또 다른 반전을 만들었다.적어도 남진의 기억에 남기에는 충분했다....남진의 생활은 실제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 변화는 모두 연훈에게서 시작됐다.남진은 독단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일은 쉽게 바꾸지 않았다.예전의 연훈은 남진을 매우 존중했다. 남진의 생활 습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연훈은 남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사람처럼 변했다. 거의 모든 일에 손을 댔다.남진이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면, 연훈은 몇 걸음 물러났다. 남진이 도저히 못 참기 힘든 선과 그래도 참아 줄 수 있는 선 사이를 정확하게 오갔다. 그 완급 조절이 꽤 능숙했다.결과적으로 남진은 연훈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남진은 원래 음료에 얼음을 넣는지 아닌지 같은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비서에게 커피를 부탁할 때마다 얼음을 넣을지 말지 한 번쯤 생각하게 됐다.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던 사람에게는 꽤 큰 변화였다.물론 남진이 연훈을 매일 집에 들인 것은 아니었다.아직 관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남진의 공간까지 침범하려 드는 건 지나쳤다.그럴 때 연훈은 물러서지 않았다.“한 달 중에 3분의 2는 네 집에서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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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7화

C국에서 돌아온 뒤, 남진은 곧 두 번째 생리를 앞두고 있었다.마침 이번에는 출장 일정까지 겹쳤다.연훈에게도 다른 일정이 있어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으로 가야 했다....남진의 사무실.연훈이 말했다.“출장은 일주일쯤 걸리지? 그 일주일 동안 우리는 떨어져 있어야 해. 그러니까 그 기간은 한 달에 넣지 말자. 돌아오면 일주일 연장해.”남진은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부대표 연훈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기에 업무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얘기라니, 정말 웃음이 나왔다.“부연훈, 네 머릿속에 다른 게 들어갈 자리가 있긴 해?”연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잖아.’요즘 연훈의 머릿속 대부분이 이 일로 차 있는 건 맞았다. 물론 연훈은 똑똑했으니 다른 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내 권리를 합리적으로 지키는 중이야.”연훈이 물었다.“남 실장, 동의해? 안 해?”남진은 단칼에 잘랐다.“안 해.”연훈은 물러서지 않았다.“우리가 일주일이나 떨어져 있고 아무것도 못 하는데, 약속한 한 달을 제대로 채웠다고 할 수 있어? 남 실장, 이렇게 나오면 반칙이지.”남진은 연훈을 흘겨보았다.“나가. 상대하기 귀찮아.”사실 남진에게는 그 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연훈도 그걸 알고 있었다. 역시 짝사랑하는 사람은 혼자 서운할 일이 많았다. 연훈은 혼자 노력해야 했고, 남진에게 많은 변화를 강요하거나 기대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더 힘을 내야 했다. 이번 한 달에 앞으로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어떤 어려움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남진이 나가라고 하면, 보통 연훈은 물러났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서 있었다.남진이 그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또 할 말 있어?”연훈은 안경을 가볍게 밀어 올린 뒤 남진의 책상을 돌아 남진 곁으로 다가왔다.거리가 가까웠다.연훈이 무언가를 하려면 충분히 가까운 거리였다.최근 연훈은 남진이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남진은 연훈이 어디까지 선을 넘을지 쉽게 예측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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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연훈은 남진을 위한 진통제를 늘 휴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남진이 받아들일 만한 이유를 골랐다.“지난번 C국에서 네 약 사 뒀는데, 네 비서가 먼저 사 줬잖아. 그래서 아직 못 버리고 갖고 있었어.”남진은 연훈이 건넨 작은 약병을 받아 들었다.남진의 눈이 조금 깊어졌다.남진은 약병을 약상자에 아무렇지 않게 넣고, 연훈을 올려다보았다.“고마워.”연훈이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비행기에 오른 남진은 업무를 처리했다. 쉬려고 자리를 정리하던 때, 문득 연훈이 건넨 진통제가 떠올랐다.남진은 약을 가방에 넣어 두었다. 곧장 꺼내 손끝으로 굴리며 여러 번 살폈다.연훈은 확실히 노련했다. 함께 지낸 지 보름이 조금 넘는 동안, 남진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연훈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마주했다.그럼에도 연훈은 자신을 숨기는 데 능했다. 남진은 아직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했다. 연훈이 왜 자신이 알던 모습과 이렇게 다른지 설명할 만한 단서 말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마침내 허점이 보였다.아무리 잘 숨겨도 흔적은 남는다.이 진통제처럼.연훈은 C국에서 샀다고 했다. 하지만 포장에는 국어 안내가 붙어 있었고, 제조 일자도 연훈의 말과 맞지 않았다.연훈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C국에서 산 약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챙겨 간 약이었다.명백히 연훈이 평소에 들고 다니던 것이었다.연훈은 몸이 건강했다. 진통제를 먹을 일이 거의 없었다. ‘왜 약병을 챙겨 다닌 거야?’남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진은 처음으로 이 일을 자기 자신과 연결해 보았다.진통제를 건네는 연훈의 손길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런 느낌이 있었다.저혈당이 있는 사람 곁에 누군가가 늘 사탕을 준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건네는 것과 비슷했다.연훈이 남진에게 준 감각이 딱 그랬다.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치 남진을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았다.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남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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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남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놀랍게도 병원이었다.비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진을 보고 있었다.남진은 온몸에 힘이 없었다.“나 어떻게 된 거예요?”비서가 말했다.“실장님, 호텔에서 쓰러지셨어요. 침대 밑까지 피가 많이 묻어 있었고요.”남진은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하지만 자신과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몸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단 말인가?남진은 침착하게 물었다.“의사는 뭐래?”비서가 답했다.“검사 결과 자궁근종 때문에 과다출혈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근종 크기도 꽤 커서 최대한 빠른 수술을 권하셨어요.”남진의 첫 반응은 일이었다.‘수술하고 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남진이 물었다.“꼭 수술해야 한대?”비서가 말했다.“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하셨어요.”남진은 그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때 남진의 핸드폰이 울렸다.남진은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 작은 움직임에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정말 귀찮았다.비서가 화면을 확인했다.“부대표님 전화예요.”남진은 그 잔소리 많은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하고, 분명 과하게 반응할 것이다. 남진은 상대할 기운이 없었다.“됐어. 받지 마.”비서는 늘 남진을 존경했다. 일에 몰두하는 남진은 철로 만든 사람 같았다. 비서는 남진처럼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남진은 노력으로 자기가 속했던 계층을 넘어섰고, 스스로 더 나은 삶을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능력이었다. 늘 자신을 단련하는 남진은 아주 강인했다.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도 있었다.남진이 말할 때마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높은 위치에 오른 강한 여자의 분위기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남진은 비서가 바라보는 목표이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몸이 가장 중요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실장님, 이대로는 안 돼요.”남진은 비서가 걱정한다는 걸 알았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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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0화

외부 일정 중에 연훈이 이렇게 먼저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남진이 물었다.“왜 여기 있어?”연훈은 비서에게서 남진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곧장 남진에게 왔다.병상에 힘없이 누운 남진의 모습을 보자, 연훈의 머릿속은 다시 먹먹해졌다.연훈은 남진과 길게 말다툼할 생각이 없었다.“수술부터 해.”남진이 말했다.“아직 생각 중이야...”연훈은 남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주었다.“이건 생각할 일이 아니야. 내 말 들어.”남진이 되물었다.“무슨 자격으로 내 결정을 대신해?”연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자격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어. 미래의 애인, 아니면 네 남편.”남진은 말문이 막혔다.연훈은 정말 미친 것 같았다.게다가 연훈의 상태는 평소와 달랐다. 겉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차분한 가운데 위험한 기운이 있었다.연훈은 강하게 나설 때면 확실히 강했다. 이번에 남진의 출혈량은 너무 많았다. 비서가 곁에 없었다면 상황은 훨씬 위험했을 것이다. 남진이 수술을 미루고 좀 더 보자고 버티고 싶어도, 곁에서 편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명분도 남진 쪽에 있지 않았다.결국 남진은 출장지에서 수술받았다.연훈은 병원 안팎을 뛰어다녔다. 가장 좋은 의사를 연결했고, 수술 과정과 수술 중 발생 가능한 위험까지 하나하나 확인했다.남진이 입원해 있는 동안 필요한 돌봄은 연훈이 거의 모두 맡았다.비서는 처음에는 놀랐다. 하지만 연훈이 가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걱정과 애정 어린 눈빛을 보며 모든 걸 이해했다.물론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진과 연훈이 직접 공개하기 전까지는.수술 다음 날, 혈전을 막기 위해 남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다. 연훈은 남진의 손을 잡고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에 맞춰 걸었다.남진은 수술 전후로 연훈이 한 일을 모두 보고 있었다.“고마워.”진심이었다. 연훈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쓸 줄은 남진도 몰랐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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