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Bab 511 - Bab 520

724 Bab

제511화

쾅!제헌이 문을 거칠게 밀어젖혔다.벽에 부딪친 문이 둔탁한 소리를 냈고, 제헌은 이람의 손목을 잡아끌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제헌은 이람을 소파 위로 거칠게 밀쳤다.이람의 몸이 소파에 부딪히며 튕겼고, 제헌은 곧바로 이람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려 들었다.이람은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줬다.“놓으라고!”제헌은 손가락 하나하나를 강제로 꺾듯이 벌려 이람의 손에서 핸드폰을 떼어냈다.제헌은 이람이 애써 감정을 숨긴 얼굴을 내려다보며 눈빛을 날카롭게 세웠다.“본가에서 나를 원숭이 취급한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오래전부터...”제헌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내가 고개 숙이는 거 보면서, 우스운 꼴로 너한테 계속 살자고 말하는 거 보면서, 정말 속 시원했겠다, 그치? 조이람, 너 나를 대체 뭐로 본 거야?”제헌은 이람의 손목을 여전히 붙잡은 채 이람의 지문으로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손아귀는 더 세졌다.이람이 주변에 있는 물건을 집어 들려고 할 때, 제헌은 그 의도를 눈치채고 이람을 다시 거칠게 끌어당겼다.“움직이지 마.”제헌은 곧바로 사진첩을 열었다.화면에는 더 많은 사진이 있었다.이람과 하준의 사진.함께 장을 보고, 함께 영화를 보고, 서로의 몸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모습들.제헌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이런 시간.이런 모습들.이 모든 건 제헌이 이람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들이었다.제헌은 미친 듯이 사진을 삭제했다.휴지통까지 전부 비우고 지웠다.이어서 메신저를 열었다.화면을 켜자마자 상단에 고정된 대화창이 눈에 들어왔다.하준이었다.제헌의 손가락이 순간 굳었다.대화창을 열자 배경 화면마저 하준의 사진이었다.‘이렇게까지 좋아해?’최근 며칠간의 영상 통화 기록.출장 중에도 하준과 영상 통화를 했다는 뜻이었다.대화를 더 위로 올리자 서주연을 만나러 갔다는 메시지가 보였다.‘설마... 가족까지 만난 거야?’제헌의 이성이 완전히 무너졌다.제헌은 하준을 이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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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하준은 평소에 냉담하고 과묵했다. 주변 분위기를 압도했고, 매사에 침착하며, 또래에게서 흔히 보이는 조급함이나 동요, 흥분 같은 감정은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이 약간 가쁜 듯했다.급하게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경호원조차 대동하지 않고, 초조함과 불안을 그대로 끌어안고 이람을 찾아온 모습이었다.이람은 하준을 보는 순간, 말없이 입술만 살짝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하준은 마침내 사람을 막아 세웠고,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이람의 창백하게 식은 얼굴과 피로 엉망이 된 무릎을 보았다. 하준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거의 동시에 제헌을 향해 몸을 던졌다.제헌은 하준이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막 이람을 데리고 떠나려던 참에 정면에서 막힌 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하준이 오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반응은 차분했다.물론 하준의 겉모습에서는 드러나는 게 없었지만, 제헌은 하준의 눈에서 분명한 동요를 읽어냈다. ‘서하준은 조이람이 내 사람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잖아.’‘그런데도 저 당황과 걱정을 드러낸다고? 애초에 네가 가질 자격 따위 없는 감정이야.’‘서하준, 감히 너에게 내 여자를 마음에 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한 번 자기 사람이라고 정한 이상, 제헌은 타인이 자기 사람에게 보이는 사소한 관심조차 모욕으로 여겼다. 그런데 하준은 여기까지 넘보고 있었다.이혼하던 날, 제헌은 이미 하준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가 보기엔, 하준이가 마음에 둔다고 해서 이람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왜냐하면 하준이 사모하고 있는 대상은 제헌을 3년이나 사랑해 온 이람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제헌은 백 퍼센트 확신했다. 하준이 반드시 질 거라고. 마음에 두는 것과 손에 넣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고, 제헌은 애초에 그걸 위협으로도 여기지 않았다.그런데 하준이 이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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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하준은 제헌이 두려워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강운국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제헌은 늘 하준을 건드렸다. 제헌은 상대에게 아주 미미한 고통이라도 안길 수 있다면, 감당해야 할 대가가 아무리 커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다. 일단 제헌은 누군가에게 긁히면, 모든 걸 걸고 복수하는 도박꾼으로 변했다.그래서인지 하준은 문득 자신도 놀랄 만큼 오만한 생각을 했다.‘그래도 이람이 나를 만난 건 다행이야.’‘만약 이람의 미래 상대가 강제헌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면...’‘이람도, 그 남자도 결국 강제헌의 보복 속에서 망가졌을 거야.’‘인생 전체가 한 인간쓰레기 때문에 엉망이 됐겠지.’하지만 하준은 목숨을 담보로 거는 도박꾼은 아니었다. 그는 제헌보다는 조금 더 ‘온건한’ 쪽이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었기에 무작정 목숨을 내놓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이람이한테 한 짓, 그걸로 넌 나를 건드렸어.”제헌은 그 말을 듣고 비웃듯 냉소를 흘렸다.‘서하준이 조이람을 넘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날 건드린 거야.’‘같은 남자끼리 무슨 말을 더 해?’‘결국 원하는 건 같잖아.’‘서로를 감옥 바닥에 처박고, 가진 거 전부 잃게 만드는 거...’‘서하준이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똑같아.’“그럼 나한테 직접 덤벼봐.”제헌은 개의치 않았다. 결과가 두렵지도 않았다. 정면으로 맞붙을 자본도 있었고, 진짜로 판을 벌이면 결과는 양쪽 모두 치명상 엔딩이 될 게 뻔했다. 그리고 제헌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걸 사람이었다. 미쳐 있었고, 그 점에서 아무 미련도 없었다.하준이 말했다.“네가 내 동생이라는 걸 다행으로 알아.”제헌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못 덤비겠다는 거야?”하준이 차갑게 웃었다.“못 하는 게 아니라 해봤자 소용없어.”제헌이 웃으며 하준을 향해 침을 뱉었다.“겁쟁이.”하준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제헌은 그 틈을 타 반격하려 했지만, 하준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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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이람은 하준에게 키스했다. 제헌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제헌이 보고 있다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었다.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정리되기도 전에 이람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이람은 그냥 하준에게 키스했다.하준의 입술에 닿는 순간까지도 이람의 의식은 제헌을 향한 연기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길어야 몇 초, 정확히 말하면 세어 보지도 못한 그 짧은 시간이 지나자, 제헌이라는 존재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남은 건 입술에 닿아 있는 부드러운 감각뿐이었다.이람은 계속 하준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입술이 닿는 순간, 하준의 몸이 아주 짧게 굳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하준이 이람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키스의 주도권은 하준에게로 넘어갔다.이람의 키스는 그저 스치듯 닿는, 가볍고 얕은 것이었다. 그런데 하준이 이람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는 순간, 유치원생 같은 키스는 단숨에 성인의 것이 됐다. 분명히 욕망이 섞인, 깊고 거친 입맞춤으로 바뀌었다.이람의 입술이 빨려 들어가면서, 살짝 물리듯 닿아 통증이 느껴졌다. 하준은 다급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람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남자는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 그 안에서 이람은 하준의 강한 지배감과 독점욕을 느꼈다. 하준은 이 키스를 오래, 정말 오래 기다려왔다. 어딘가 통제를 잃은 듯했다.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람의 마음 한구석에 아주 작은 두려움이 스쳤다. 이 키스가 너무 강렬하고, 숨 막힐 정도로 밀어붙이며, 이람에게 거부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람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이와 동시에 제헌에게 끌려가 위협받았던 기억과 아직 가시지 않은 불안과 공포가 모두 밀려났다. 대신 가슴을 울리는 심장 박동만이 남았다. 천둥처럼 요란하게 뛰는 심장 소리였다.하준이 이람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아주 세게,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이람은 눈을 감았다.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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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성모는 여전히 옆에서 재촉했다.“하준아, 이럴 때는 이람 씨 좀 위로해 줘야지. 왜 그렇게 표정이 굳어 있어. 이람 씨 더 놀라겠어.”“저 괜찮아요, 장 대표님.”이람의 태도에서는 조금도 겁에 질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감정은 안정돼 있었고, 누군가의 위로가 굳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았다. 성모는 그 모습에 살짝 눈썹을 들어 올렸다.‘이람 씨, 진짜 쿨하네.’“건태 씨는 괜찮아요?”이람이 물었다.성모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괜찮아요. 병원으로 바로 옮겼어요.”“그럼 병원에 가서 건태 씨 좀 볼게요.”성모는 반사적으로 하준을 힐끗 보며 헛기침했다.“이람 씨,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않나요?”“가자.”하준의 대답은 짧았다.성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람 씨는 순수한 걱정이겠지만, 하준이는 절대 아니지.’‘저건 경쟁자 보러 가자는 거야.’이람의 핸드폰은 액정이 깨졌지만 사용은 가능했다. 이람은 바로 민서에게 전화 걸었다. 민서가 전화기 너머로 강제헌을 욕하는 소리가 쏟아졌고, 이람은 몇 마디로 민서를 달랜 뒤 전화를 끊었다.민서는 이미 병원에서 이람과 하준을 기다리고 있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민서의 시선이 이람의 무릎으로 향했다. 피가 굳어 딱지가 앉았지만 여전히 처참해 보이는 상처, 그리고 시퍼렇게 멍든 손목까지. 민서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온몸에서 분노가 튀어나오는, 화가 난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미친...”민서는 정말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차라리 자신이 다쳤으면 다쳤지, 이람이 이런 꼴로 나타나는 건 견딜 수 없었다.“가서 바로 처치 받자.”하준이 곁에 있었지만, 평소처럼 인사할 정신도 없었다. 민서의 눈에는 하준이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민서는 이람의 팔을 잡아끌고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이상하게도 이람은 하준을 보는 순간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하준이 있으면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걱정 가득한 민서의 눈을 보는 순간, 정말로 눈물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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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건태는 이 일이 이람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다쳤다고 해서 이람에게 책임을 돌릴 생각도 없었다. 다만, 완전히 무관하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그 사실만으로도 건태는 웃다가 잠에서 깰 지경이었다. 마침 이람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명분이 없어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머리가 깨질 뻔한 인연’이 생겼다. 이 정도 계기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사회생활을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건태는 이 모든 상황이 성모의 ‘성인군자 같은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람과 잘 되기만 한다면, 언젠가 결혼식에서 올리는 서약문에 성모의 이름 한 줄쯤은 꼭 넣어줄 생각이었다.건태가 이런 미래를 그리는 것은 헛된 망상은 아니었다. 그는 올해로 서른하나. 젊을 때야 책임질 필요 없는 연애를 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제는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 그 출발선으로서 소개팅을 선택한 것이었다.무엇보다 드문 일이었다. 건태는 이람에게 첫눈에 끌렸고,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그 호감은 몇 배로 커졌다. 이런 일은 흔치 않아서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아니, 그보다는 하늘이 편을 들어줬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친구야, 내 남은 인생의 행복은 네 손에 달렸어.”건태는 성모가 도와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모는 이런 인연을 엮는 데 유난히 능했고, 또 그런 일을 즐겨 했다.다만 오늘 일은 우세진 때문에 완전히 꼬여버렸다. 건태에게도, 하준에게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친구였다. 결국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쪽은 건태였다.성모는 친구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골랐다.“이람 씨가 급하게 너 보러 오려다가 다쳤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어...”그 말을 듣자마자 건태의 얼굴빛이 달라졌다.“이람 씨 어디 있어? 나 데려가 줘.”성모는 잠시 말을 잃었다.“머리가 이 모양인데도 움직이겠다고?”건태는 숨기지 않았다.“솔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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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하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성모는 곧바로 하준을 향해 말을 이었다.“진짜야, 안 믿겨도 어쩔 수 없어. 너랑 이람 씨가 그런 사이라는 걸 알았으면, 내가 누굴 보내서 널 흔들 생각이나 했겠냐? 그건 그냥 자폭이지.”건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남은 인생의 행복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준이 바로 앞에서 던진 무언의 ‘경고’를 정면으로 머리통에 맞은 기분이었다. 하준의 위치를 생각하면, 단순한 병문안일 리가 없었다.건태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깊이 마음에 든, 게다가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람을 이렇게 놓치게 된 현실이 적잖이 허탈했다. 그럼에도 태도는 분명히 밝혀야 했다.“죄송합니다, 서 대표님. 제가 사정을 몰랐습니다. 조이람 씨와는 앞으로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하준은 군더더기 없이 말했다.“빠른 쾌유를 빕니다.”건태는 하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J시 출신이라는 말이 실감 날 만큼, 하준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웃는지, 화가 났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오히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처음부터 끝까지 하준의 태도는 예의 바르고 차분했지만, 그 모든 말과 시선은 마치 총구를 건태의 이마에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건태가 철없이 반발했다면, 결과는 뻔했을 것이다.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건태는 분명 끝까지 한 번쯤은 부딪혀봤을 것이다.하지만 상대는 다름아닌 하준이었다.건태는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원하는 바를 이룬 하준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성모는 눈빛으로 건태를 다독인 뒤, 서둘러 하준의 뒤를 따라 나갔다.“지금 어디로 가는데?”“이람 씨 만나러.”“그럼 가는 김에 네 손의 상처도 좀 처치하지 그래.”“괜찮아.”하준은 그 상처를 이람이 직접 봐주길 바랐다.건태가 동정심을 끌어내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면, 하준 역시 그 정도 계산은 할 수 있었다. 오늘 밤 하준이 이람에게 입을 맞췄지만, 제헌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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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하준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람은 원래 하준에게 늘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켰다. 그런데 지금의 하준은 이람의 공손함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하준의 시선이 이람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충동을 억누른 채, 하준은 이람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로열 스위트룸은 여전히 호화로웠다. 다만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이람은 하준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릎은 이미 잘 소독되고 붕대도 정리돼 있었고, 굳어 있던 피딱지는 보이지 않았다. 손목도 자유로웠다. 누군가에게 거칠게 붙잡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심한 통증은 사라졌다.이람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이제 곁에 있는 건 하준이었다. 하준은 이람에게 깊은 안도감을 주는 사람이었다.이람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일들과 장면만 놓고 보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하지만 지금의 이람은 이곳을 서둘러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찾아 제헌의 머리를 내리치려다 들켜 더 강하게 억눌리던 상황도 없었고, 제헌이 흥분한 채 함께 무너질 듯한 기세로 몰아붙이던 숨 막히는 긴장감도 없었다.이람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두 주먹을 여전히 꽉 쥐고 있었다.이람은 천천히 손을 풀었다. 방금까지 무의식중에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손바닥에는 몇 개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녀는 다시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는 긴장 때문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쥐었다가 풀고, 그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봤다.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 곁에 위협이 전혀 없는 환경에 이르러서야 이람은 비로소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온 자신을 자각했다.하준은 물 두 병을 가져와 하나를 열어 이람에게 건넸다.이람은 병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하준은 이람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하준이 말을 꺼내려는 찰나였다.이람의 시선이 하준의 손으로 향했다.“왜 약 안 바르셨어요?”“별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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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이람은 하준의 귀 뒤쪽에 약을 바르기 위해 몸을 더 기울였다. 자연스럽게 거리가 좁혀졌고, 턱이 거의 하준의 어깨에 닿을 정도였다.이람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기건태 씨를 만났어요?”하준은 이람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시간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통제하려 해도, 헬기 안에서 이람이 팔을 감아 목을 끌어안고 품 안으로 파고들어 키스했던 화면이 떠올리면서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건태’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그는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또렷해졌다.하준은 방금 붕대를 감은 손을 내려다보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만났어요.”“기건태 씨, 많이 안 다쳤죠?”“죽을 정도는 아니에요.”“죽을 정도가 아니면... 어느 정도예요?”“그 사람이 그렇게 신경 쓰여요?”하준은 질문을 던지자마자 고개를 돌려 이람을 바라봤다. 둘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조금 벌어졌다.이람도 마침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준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곤 없었다. 원래도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무표정은 평소와 분명히 달랐다.지금의 하준은 분명히 불편해 보였다.이람은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이람이 말했다.“오늘 처음 만난 분이에요, 기건태 씨는 금융 쪽에서 일하시고, 젊고 유능하고, 외모도 괜찮고, 게다가 미혼이더라고요.”“서로 일 얘기를 조금 나눈 다음에 기건태 씨가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하준은 대답 대신 전혀 알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람은 그대로 말했다.“기건태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했어요.”하준의 얼굴이 한층 더 굳었다.“그래서요, 마음에 들었어요?”“조건이 워낙 좋으신 분이라 제가 평가할 입장은 아니죠. 다만, 별 느낌이 없었어요. 그래서 거절했어요.”이람은 그 말을 하다 말고, 하준의 단단히 굳은 턱선을 보았다.“하준 씨, 뭐가 그렇게 긴장돼요?”하준은 미간을 좁혔다.‘오늘 밤 이람이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내가 불편한 걸 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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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이람의 말이 끝났을 때, 하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공백이 이어지자, 이람은 숨을 고르고 한 번에 말을 이어갔다.“비행기에서 제가 하준 씨한테 일이 정리되면 찾아오겠다고 말했잖아요.”“그건 강제헌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던 것도 아니고, 기건태 씨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해명하려던 것도 아니었어요.”“그냥 하준 씨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이제 정말로 함께 하자고요. 더 이상 연인인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요. 다른 커플들처럼요.”첫 문장을 꺼낼 때, 이람의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하지만 전부 말로 내뱉고 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하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해진 뒤, 이람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앞으로 하준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준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랜 신뢰와 우정 위에 쌓인 것이었다. 이람은 이성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떨어져 있으면 아쉽고, 곁에 있으면 편안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감정이 폭발해 하준과 무언가를 하고 싶을 만큼의 감정은 아니었다.그래서 이람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밤의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 하준의 등장, 옥상에서의 포옹, 헬기 안에서의 키스...여러 요소가 겹치면서 이람은 충동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했다.병원에서 상처를 정리하는 동안, 이람은 잠시 이성을 되찾았지만,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고백하고 싶다는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하기 힘든 기대와 설렘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그런데도 하준은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짙은 속눈썹 아래의 눈빛은 이람이 봤던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하준의 눈 깊숙한 곳에 담긴 감정은 숨길 수 없는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답이었다.만약 거절할 생각이었다면, 그런 눈빛으로 이람을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시선이 이람에게 붙잡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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