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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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재원이 원래부터 선을 넘는 타입이라는 걸 민서는 알고 있었다. 대놓고 들이대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그 선을 훌쩍 넘어섰다. 아니면, 그동안은 일부러 참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오늘 내가 먼저 유재원을 세게 받아쳤더니, 이제는 아예 가면을 벗었네.’‘이게 유재원의 진짜 얼굴인가?’민서는 비꼬듯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 이렇게까지 큰 포부를 가지고 계신 줄은 몰랐네. 그 얼굴이랑 몸이면 이 바닥에서도 꽤 크게 성공하시겠어. 미리 축하드릴게. 사업 번창하시길...”재원은 민서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걸 못 견뎠다. 사교적인 말투에 계산이 섞인 태도. 그래서 더 집요하게 달라붙었다.“민서야, 진지하게 한 번만 생각해 봐. 없는 일도 아니잖아. 내 실력, 믿어도 되잖아. 그때 기억 안 나? 그날 밤에 몇 번이나...”민서는 듣다 말고, 옆에 있던 휴지 묶음을 집어 재원의 얼굴로 던졌다.“적당히 좀 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는 지키자.”재원은 맞으면서도 비틀거리며 웃었다.“취향에 맞춰 준 건데 왜 화를 내. 너 울렸던 그 애송이는 네가 쫓아낸 거야?”“맞아.” 민서는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보내줬어. 다음에 A시 오면 다시 부를 거야. 그땐 또 걔한테 받지 뭐.”재원도 거짓말이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도 이 말은 못 참았다.“계산 좀 해 봐. 난 공짜야. 돈도 안 받아.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부르면 되고, 바로 달려갈 수 있어. H시 돌아가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이 정도면 손해 보는 장사 아니잖아.”민서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사실 재원을 굳이 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남자는 정말 맞아야 정신을 차릴 타입이었다.지금까지 민서가 사귀었던 사람들은 전부 비슷했다. 풋풋하고, 아직 덜 닳은 타입.재원은 정반대였다. 거친 성격과 거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제된 얼굴, 태생적으로 사람을 홀리는 눈매. 그 괴리감이 민서에겐 불쾌했다.요즘은 재원이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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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민서는 재원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재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설마 질투하는 거야? 질투 나면 질투 난다고 말하지. 내가 추가한 연락처들 전부 지워 줄까?”민서는 몇 입 먹고 나니 더는 입맛이 없었다. 이웃이라는 이유로 재원과 더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나 쉴 거야. 돌아가.”“갈 수는 있는데, 울었던 이유는 말해 줘야지.”재원이 민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즘 민서의 눈엔 일이 전부였다. 재원에게는 그게 차라리 나았다. 적어도 민서가 새로운 남자를 들일 생각은 아니라는 뜻이니까.민서는 팔짱을 꼈다.“유 대표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일도 아니면 뭐야?”재원이 물었다.“말해 주면 갈게.”“말 안 하면?”“그럼 여기서 버티지 뭐. 우리 같이 잔 적도 있잖아. 난 진작부터 너를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너도 내가 자는 틈 타서 내 얼굴이니 몸이니 탐내서 손대는 타입은 아니잖아.”민서는 문을 가리키며 얇게 웃었다.“당장 나가.”“와, 너무 거칠게 대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약해 보여?”“유 대표, 나 진짜로 자제 못 하면 당신 패 버릴 수도 있어.”민서는 차분하게 말했다.“차라리 알아서 잘 데를 찾든가. 정말 갈 데 없으면 내가 방 잡아 줄까? 돈은 많아. 제일 좋은 호텔에 1년 묵게 해 줄 수도 있고.”재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괜히 수줍은 척했다.“에이, 됐어. 네가 진짜 나한테 손대도 난 받아들일게. 그럼 난 이제부터 네 사람이잖아. 네가 어떻게 굴든 다 괜찮아.”민서는 진지하게 고개를 기울였다.“혹시 인류 진화 과정에서 유 대표는 빠진 거야?”“아, 그럴 수도 있겠다.”재원이 맞장구쳤다.“내가 하필 문명사회를 못 타고 나와서 말이야. 거의 동물처럼 살고 있잖아. 지금은 뭐, 발정기라고 할까? 내 잘못이야. 진화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한 마리 야수지.”민서는 말문이 막혔다.‘세상에, 어떻게 유재원 같은 인간이 존재하지?’민서는 재원의 사촌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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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민서는 재원의 말을 끊듯 내뱉었다.“왜 안 돼? 서하준 대표 인성 좀 배워. 유 대표처럼 입만 열면 기름 바르고 뻔뻔한 사람, 흔치 않아.”재원이 멍해진 틈을 타 민서는 재원을 문밖으로 밀어냈고, 그대로 문을 닫으려 했다.재원은 문틀에 몸을 기대며 과장되게 숨을 들이켰다.“아야, 사람 아프게 밀면 어떡해.”민서는 할 말을 잃었다.“나 아직 여기 있어. 문으로 머리 찍히면 평생 너한테 눌러앉을지도 몰라.”“그럴 일 없잖아.”민서는 재원을 노려보다가 이내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유 대표, 약속했잖아. 돌아가.”이번엔 재원이 이상하리만큼 순순했다. 더 이상 질척거리지도 않았다.“알았어. 내가 한 말은 지킬게.”“그런데 아직 뭐 해?”“이웃이 아쉬워서. 한 번 더 보려고.”민서는 눈을 굴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재원은 재빨리 공중 키스를 날리고는, 마침내 물러섰다.문이 냉정하게 닫혔고, 재원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도 잠시 굳었다.‘아니, 진짜 이해가 안 되네.’‘이람 씨 같은 사람이 훨씬 어렵지 않나? 서하준은 어떻게 이렇게 빨라?’‘나는 아직 제자리걸음인데, 민서는 나만 보면 질색이고.’‘이거 성공하려면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고, 신경 써야 할 경쟁자는 끝도 없고...’“씨X...”재원은 낮게 욕을 내뱉었다. 원래는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위기감이 분명해졌다.‘하준이 너무 빨랐어. 이건 거의 번개 수준이잖아.’그래도 재원의 멘탈은 강했다.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건 다 이뤄 왔고, 실패라는 걸 거의 겪어 본 적이 없었다.친구도 많았다. 아이부터 중년 여성, 또래까지 가리지 않고 대체로 재원을 좋아했다.재원의 인생은 언제나 가장 밝은 조명이 자신을 비추는 쪽이었다.그래서 재원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내가 민서를 못 가질 이유는 없지.’재원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열었다.민서가 술에 취해 씻지도 않고 잠들었던 날 찍은 사진이었다.재원은 실제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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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하준의 말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한결 부드러워졌다.이람은 그 안에 담긴 가벼운 농담과 자신에게 한 발 더 다가오려는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막 연인이 된 사이에서 이런 식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이람의 심장을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다 신선하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특히 이람과 하준은 친구에서 연인이 된 경우였다.서로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천천히 달아오르는 시간은 없었다.연기처럼 손을 잡은 적은 있어도, 남녀 사이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나 친밀한 접촉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이람과 하준의 관계 변화는 더욱 급작스럽게 느껴졌다.관계가 바뀌자, 그동안 할 수 없던 일들이 가능해졌다.억눌러야 했던 행동들도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사람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이람과 하준이었다.그래서 두 사람의 거리와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그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은 놀라울 만큼 컸다.기쁨과 설렘이 섞인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났다.이람은 이런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받아들였고, ‘행복하다’라고 느꼈다.하준이 이렇게 적극적인 건 나쁘지 않았다.오히려 이람이 새로운 관계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공짜’라며 보여 주겠다는 말도, 이제는 연인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이람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지금 같은 설렘은 줄어들 테니,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하준의 손이 이람의 뺨에 닿았다.“같이 잠옷 갈아입을래?”이람이 웃었다.“내가 거절하면, 여자친구 자격이 좀 부족한 것 같고... 너무 분위기 못 읽는 사람 같잖아요.”하준은 이람의 뺨을 부드럽게 문질렀다.“내 여자친구가 되면, 나한테 뭘 해도 되는지 천천히 알려 줄게.”이람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하준이 몸을 숙이자 이람은 자연스럽게 하준의 목을 감쌌다.그대로 하준은 이람을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아까도 그는 한 손으로 이람을 안고 욕실까지 데려갔었다.이람은 적어도 50킬로그램은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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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하준은 이람을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화가 난 기색보다는 장난처럼 섞인 짜증과 분명히 도발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하준은 이람의 턱을 잡아 고정하더니 그대로 키스했다.힘이 실린 키스였다.이람이 뒤로 피하자 하준의 입술은 끝까지 따라붙었다.소유욕이 그대로 드러나는 움직임이었다.이람이 겨우 빠져나왔을 때, 하준의 입술은 아직도 살짝 벌어진 채였다.남자는 아직 부족하다는 표정이 너무도 분명했다.이람은 숨을 고르며 갑자기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하준을 밀어냈다.이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충분히 느꼈어요. 아주 깊이요.”하준의 시선은 깊고 어두웠다. 금방이라도 이람을 집어삼킬 것 같은 눈빛이었다.이람은 그 시선을 오래 마주치지 못했다.하준의 변화가 너무 컸고, 그만큼 위험해 보였다.늘 냉정하고 고고했던 남자의 눈이... 지금은 짐승처럼 거칠었다.하준이 말했다.“더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어. 해 볼래?”이람의 얼굴이 붉어졌다.“이미 충분해요. 서 대표님, 빨리 갈아입으세요. 머리에서 물 떨어져요.”“남자친구가 됐는데 아직도 ‘서 대표님’이야?”이람은 웃으며 말했다.“습관이에요. 근데 이상하게 지금은... ‘서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게 ‘하준 씨’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지네요... 읍...”이람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하준의 시선은 이미 이람의 입술에 고정돼 있었다.참을 수 없다는 듯, 하준은 다시 이람에게 키스했다.이번엔 하준이 침대 위로 이람을 눕힌 채였다.남자의 손가락이 이람의 손과 얽혔고, 두 손은 얼굴 양옆에서 단단히 고정됐다.키스는 천천히 목으로 내려갔다.가볍게, 그러나 집요하게.이람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람은 팔을 풀어 하준을 끌어안고, 동시에 남자의 뒷머리를 눌러 더 내려가지 못하게 막았다.“잠옷... 안 갈아입을 거예요?”하준의 몸이 겹친 상태에서 이람이 이미 속옷을 입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그 신호는 분명했다.이람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었다.완전히 마음과 몸을 열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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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이람은 갑자기 긴장했다.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하준은 늘 그렇듯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전신을 덮은 검은 옷은 그의 성격과 잘 어울렸고,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금욕적인 분위기까지 풍겼다. 신성하다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였다.이람에게 더 문제였던 건, 하준이 옷을 벗는 장면을 보는 일이었다. 하준의 몸 자체보다도 옷을 벗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견디기 힘들었다. 천천히 단추를 풀고, 옷자락을 넘기는 그 과정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피부가 드러나는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혹시라도 하준의 시선이 이람 쪽으로 스쳐 오기라도 하면... 이람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람은 헛기침 한 번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하준은 붉어진 이람의 얼굴과 꽉 쥔 주먹을 보고, 이람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괜히 몰아붙이지 않았다.‘사귄 지 얼마 됐다고 벌써 그러겠어?’‘그래도 한 번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다음에는 이람이도 좀 더 편해지겠지.’부드러운 촉감의 흰 반소매 티셔츠와 검은 긴 바지를 입고 나온 하준은 고개를 털었다.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또렷하게 튀었다. 하준은 대충 욕실 가운으로 머리를 닦았다.“다 됐어.”이람이 고개를 돌리자, 집 안 공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하준이 보였다. 방금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이람은 차갑고 강한 하준의 모습도 좋았지만, 이렇게 사적인 공간에서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해지는 하준이 더 좋았다. 그 모습은 오직 이람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마음에 더 깊이 들어왔다.하준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반소매가 유난히 잘 어울렸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과하지 않은 근육 선 덕분에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다.이람이 말했다.“서 대표님? 그렇게 닦으시면 머릿결 상해요. 그냥 바로 말리세요.”하준은 여자친구 말에 순순히 욕실 가운을 침대 끝 소파에 던져두고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손에 드라이기를 들고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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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하준은 어릴 때부터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했다. 다른 사람 곁에 머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자랐고,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접근이 더 불편해졌다. 누구든 반경 1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경직됐다. 이유 없이 거부감이 들었고, 경계심이 날카롭게 서곤 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밀착된 포옹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하준은 지금 이람을 안고서야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었다.하준 자신도 놀랐다. 이람과 함께 있을 때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좋다는 말 정도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이 세상에서 이런 감각을 안겨준 사람이 오직 이람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하준은 이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람은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준은 이람을 너무도 사랑했다.그제서야 하준도 깨달았다. 이전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텅 비어 있었는지를.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겼을 뿐, 사실은 오래도록 외로웠다는 걸.지금은 달랐다. 하준은 사람을 밀어내던 본능을 내려놓고, 이람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품 안에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그 생각이 들자 하준은 팔에 더 힘을 줬다. 이람을 자기 몸 안으로 끌어들여,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하준은 확신했다. 이 생에서 다른 여자를 사랑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만약 이람이 언젠가 자신을 떠난다면, 하준은 그 이후로는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다가 그대로 끝날 것 같았다.이람은 숨이 막힐 정도로 꼭 안겨 있었다. 숨쉬기가 버거웠지만, 그 품은 이상할 만큼 안전했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단단함이 있었다.이람은 하준을 제헌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비교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제헌이 아프거나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닐 때, 이람은 병상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아야만 겨우 친밀함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이 키스나 포옹은 거의 없었다. 가끔 안고 있어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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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이람은 비서로 일하던 시절부터 하준에게 늘 예의를 갖췄다. 친구가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이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하준은 어떤 관계에 있든, 언제나 자연스럽게 우위에 서는 사람이었다.이건에게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준은 투자자이자 동시에 주주였고, 이건은 그 입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람 역시 하준을 존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거리를 재며 관계를 쌓아 갔고, 하준이 이람에게 잘해 주는 것과는 별개로, 위치와 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여자가 반드시 수동적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람에게도 남자를 정복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고, 하준에게 먼저 입을 맞출 때도 태도는 꽤 적극적이었다.높이 있는 남자가 자신의 손에 이끌려 고개를 숙이고 키스를 받아들이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람의 몸과 마음도 묘하게 충만해졌다.다만 이람의 약점은 체력이었다. 우세는 잠깐뿐이었고, 곧 하준이 흐름을 가져갔다.겉보기엔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같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의 하준은 유난히 이람에게 다정했다. 천천히 가까워질수록 하준이 얼마나 세심하게 사람을 배려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람도 더 놀랐다. 둘이 키스할 때 드러나는 강한 온도 차이가... 아마 부드럽게 하려고 했겠지만, 마음만큼은 조절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이람은 하준의 급함이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서 이끌리듯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또 다른 형태의 즐거움으로 느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숨결이 모두 가빠졌고, 하준은 곧바로 이람을 놓아주었다.이람은 이런 식의 선에서 멈추는 걸 좋아했다. 더 나아갈 필요는 없었다.아직 시작 단계였고, 이람은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감정이 통제되지 않게 되는 상황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제헌과의 아주 좋지 않았던 기억이 큰 이유였다. 이람은 솔직히 말해 남녀가 관계를 갖는 것에 전혀 좋은 감정이 없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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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하준은 여전히 조금 전 이람이 토했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혹시 속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위가 더 아픈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이람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결국 몸 위를 덮고 있는 하준의 팔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팔이 맞닿은 부분은 단단하면서도 매끈했다. 이람은 하준의 팔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에 작게 놀랐다.“내가 이렇게 만지면, 당신이 어떤 느낌이에요?”이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준은 이람의 목덜미에 얼굴을 붙인 채로 대답했다.“되게 좋아.”그 말에 용기를 얻은 듯, 이람은 조금 더 과감하게 하준의 팔을 더듬었다. 하준의 팔은 힘을 주면 금세 단단해졌고, 힘을 풀면 그만큼 부드러워졌다. 그렇다고 흐물거리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여전히 단단하고 안정감이 있었다.하준은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낮은 체지방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탄탄하면서도 균형 잡힌 몸을 가진 것이겠지 싶었다. 허리 쪽에는 군살이 전혀 없다는 것도, 이람은 굳이 만져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이람의 손은 천천히 하준의 손목 쪽으로 내려갔다. 이와 동시에 하준의 손바닥에 맞닿은 채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이람의 손가락이 하준의 손목을 스칠 때, 길고 가느다란 돌출된 부분이 느껴졌다. 아주 도드라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만져졌다. 이람은 손가락 끝으로 그 부분을 몇 번 더 쓸어 보았다. 촉감이 틀리지 않았다.“이거... 흉터예요?”하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눈빛은 한순간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응. 어릴 때, 실수로 다친 거야.”하준은 이람의 몸이 살짝 굳는 걸 바로 느꼈다.‘걱정하는 거야?’하준의 눈에 깔려 있던 냉기가 금세 사라졌다. 목소리도 훨씬 낮고 부드러워졌다.“괜찮아. 지금은 거의 안 보여.”하준이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느껴졌지만, 이람은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았다. 다행히 하준의 손목 전체에 걸쳐 있는 흉터였고, 특정한 부위는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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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지후는 이미 식당에서 이람과 하준이 손을 잡고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결말이 될 거라는 예감은 하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었고, 확신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그러니까 제헌이 형 상태가 저랬던 거구나...’곧바로 다른 생각이 뒤따랐다.‘아니, 근데 이상하지 않나? 제헌이 형은 원래 조이람을 좋아하지도 않았잖아.’‘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무너진 거지?’지후는 제헌과 하준 사이에 도저히 봉합될 수 없는 갈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헌이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은 분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을 들여다보니, 분노 말고도 설명하기 힘든 동요가 섞여 있었다. 당황, 혹은 불안에 가까운 눈빛이었다.‘설마... 형이 흔들리고 있는 건가.’‘형이 혹시 조이람을 좋아하게 된 거야?’지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형 몸에 있는 상처들, 서하준이 한 짓이에요?”제헌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서하준이 조이람을 내 옆에서 빼앗으려고 했어.”지후는 망설임 없이, 가장 아픈 지점을 정확히 찔렀다.“그래서 결국 빼앗겼네요. 방금. 형, 조이람 봤잖아요. 서하준이랑 같이...”“입 닥쳐.”그 반응만으로도 지후는 충분히 답을 얻었다. 제헌 특유의 거친 성격에도 이미 익숙했다. 지후는 감정을 크게 흔들지 않은 채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형,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지후의 변함없는 말투 덕분인지, 제헌의 거칠던 숨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하지만 가슴속에 쌓인 불길 같은 분노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다만 얼굴색은 조금 나아졌고, 지후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도 천천히 풀었다.제헌은 피범벅인 자기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눈에는 차가운 감정과 짙은 증오만이 남았다.“서하준이 뭐라고 내 사람을 빼앗아.”지후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형은요, 서하준이 조이람을 데려갔다는 게 더 화나는 거예요? 아니면 조이람이 서하준을 선택했다는 게 더 견디기 힘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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