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의 재회도 없던 사이, 조성민이 세운 제약회사는 이미 시가총액 수천억 원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J시에서 명실상부한 권력층이자, 두 세대에 걸쳐 부를 쌓아온 강씨 집안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재계의 독보적 존재였다.사실상 하나의 제약 왕국, 적어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랬다.이람은 정적 같은 사무실 안에서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마우스를 움켜쥔 손끝에 한기가 돌았다.이를 깨물며 조단비 어머니의 정보 페이지에 들어갔다.한채유.조성민과 같은 의대 출신이자 선후배 관계.이름 옆에 적힌 결혼 이력란은 단 한 줄뿐이었다.배우자는 조성민이었다.그 문장을 본 순간, 이람의 폐 안에 공기가 멈춰버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가 곧바로 수많은 가설과 추측이 폭발하듯 밀려왔다.어머니 심혜주가 떠올랐고, 몇 년 동안 외면해 왔던 기억들이 재빠르게 고개를 들었다.파일 창을 닫으며 이람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창백한 얼굴.찢어질 듯한 미간.가슴 안에서 감정이 거세게 소용돌이쳤다.억울함, 분노, 좌절, 원망까지 뒤섞여 심장을 때렸다.‘조성민... 엄마한테 그렇게 무심한 이유가 있었네.’‘J시와 H시를 그렇게 들락날락한 게, 알고 보니 다른 가족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이람의 눈에 뜨거운 기운이 스쳤다.‘나랑 이건이 존재하는데도, 밖에서 낳은 딸 하나를 그렇게 예뻐하고 챙긴 이유가 있었던 거지?’‘우리는 버려도 괜찮은 존재였나?’‘엄마한테, 우리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엄마가 혹시 이 사실을 알게 돼서...’‘그래서 우울증이 온 거고, 불안장애가 생긴 거고...’‘마지막에 바다로 걸어 들어간 건... 그래서였던 거야?’지독한 결론이 가슴을 파고들었다.이람은 그동안 조성민이 가장 비열하게 행동한 시점이,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새 여자와 빠르게 이어졌다고 믿었다.그래서 이람과 이건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애초에 가깝지도 않았던 생물학적 아버지와 완전히 선을 그었다.두 남매가 연락을 끊자, 조성민은 정말로 단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