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561 - Capítulo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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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이람은 요 며칠 내내 하준과 붙어 지냈다.새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연애였다.하준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매일 실감하게 되니, 이람은 단 하루도 하준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실제로 떨어질 수가 없었고,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지난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이람은 말보다 행동으로 제헌을 사랑해 왔다.반사회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아무리 냉기 어린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으로 묶인 감정은 생기기 마련이다.A시에서 제헌이 보였던 그 광기 어린 모습을 떠올리면, 그 또한 정말로... 이람을 놓기 싫었던 게 분명했다.‘강제헌은... 내가 하준과 함께 있는 걸 알아도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거야.’그래서 지금 이 의외의 자리에서 제헌을 보았을 때도 이람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예상했던 일인지도 몰랐다.상진에게는 처음 제헌을 만나는 자리였다.상진의 회사 대표보다도 훨씬 더 큰 자본을 가진 숨은 투자자, 그런 인물이 직접 만나자고 했다는 사실에 상진은 긴장감과 영광이 동시에 밀려왔다.첫 마주침에서 상진은 제헌의 얼굴이 낯익다고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려다가 제헌의 얼굴선을 똑바로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이분... 유재원 곁에서 본 그 ‘서’ 씨 대기업의 총수와 분위기가 비슷한데?’‘기세까지 닮았어. 차갑고 위압적이며 명확한 포식자의 분위기...’상진은 순간적으로 판단했다.눈앞의 인물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강 대표님.”상진은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윤상진이라고 합니다.”하지만 제헌은 상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무응답.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사태를 수습한 사람은 곁에 서 있던 비서 윤정이었다.서로의 직급과 이름을 차례로 소개했고, 그제야 어색한 공기가 조금 가라앉았다.해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 했으나,해리가 고개를 돌리자 이람은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녀는 차갑게 제헌을 똑바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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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제헌이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왜 안 왔어? 예전엔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 하루 24시간 내 옆에 붙어 있으려고 했잖아. 지금은 왜 나한테 이렇게 무심한데?”이람의 얼굴빛이 확 굳어졌다.“내 다친 무릎이 아직도 다 낫지 않았어. 너는 왜 내 앞에서 사과부터 안 해?”제헌은 처음엔 얌전히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금세 굳어졌다.“서하준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어. 그놈이 날 얼마나 귀찮게 했는지 알아? 그래도 난 일주일 내내 널 찾으려고 했고, 오늘 겨우 만났어. 근데 왜... 너를 한 번 보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된 거야?”이람은 더 이상 제헌이 피해자인 척하는 태도를 견딜 수 없었다.‘강제헌... 고지후한테 제대로 배웠네. 감정 흔들기, 죄책감 유발, 패턴 똑같아.’“그래서? 나 보니까 뭐 하고 싶어?”“말했잖아. 계속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제헌은 단호했다.“네가 서하준과 함께 있는 건 날 자극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알아. 너만 돌아오면... 난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게.”이람은 실소를 터뜨렸다.“강제헌, 너 정말 낯짝도 두껍다. 됐어, 더 할 말 없어. 다시 말하지만. 첫째, 난 절대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 둘째, 나 서하준에게 진심이야.”그 순간 제헌의 표정이 굳었다. 이마의 힘줄이 드러나고,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광기 같은 감정이 스쳤다.하지만 이람은 이미 익숙했다.이런 표정 뒤엔 폭발이 따라온다는 것을.그래서 이람은 해리와 상진을 부르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제헌은 여러 번 숨을 고른 뒤, 억지로 자신을 삼키듯 차분해졌다.“너 지금 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아?”이람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건 나랑 상관없어.”“왜 상관없어. 내가 화난 건 전부 너 때문인데. 네가 이혼해서 네가 날 버리고, 네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하며 날 자극했으니까.”제헌의 손이 움켜쥐었다가 풀렸다. 자기 감정마저도 다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이람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마디만 남겼다.“여기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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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람은 제헌이 말할 때 지나치게 차분한 걸 보고, 그게 자신에게 맞서려는 태도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내가 안 돌아가면 어쩔 건데? 나한테 뭐라도 할 거야?”제헌의 숨소리는 깊고 거칠었다. 필사적으로 이람의 눈에서 단 하나의 망설임이라도 찾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없었다.이람의 얼굴은 차갑게 식은 쇳덩어리 같았다.어떤 설득도 통하지 않는 얼굴.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표정이었다.제헌은 숨을 몇 번이나 거칠게 뱉었다.그 시선이 이람을 꽉 물고 놓지 않았다.“네가 말해. 어떻게 하면 네가 내 옆으로 돌아올 건지.”제헌이 고개를 숙였다.그는 모든 주도권을 이람에게 넘겼다. 이람이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자세였다.제헌은 생각조차 못 했었다. 겨우 독립해서 누구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 줄 알았는데...그랬던 자기가 스스로 제어권을 내어준 상대가 예전에는 아무 신경도 안 써도 될 것 같았던 이 여자일 줄은...이람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내가 말하면... 진짜 들을 거야?”“당연히.”이람이 말만 하면 뭐든 해준다는 태도였다.이람은 비웃듯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강제헌, 드디어 좀 사람다운 모양새가 나네.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을 정도는 됐구나.”사실 제헌은 그런 성격이 못 되었다.남자의 얼굴이 그 말에 굳어졌다.“그래서? 날 붙잡을 기회 생겼다고 놀리는 거냐?”이람은 잡힌 손을 뿌리치듯 거두었다.“솔직히 말해서 네 성격에 맞지도 않잖아. 구걸하고 굽신거리는 거. 말은 뭐든 할 것처럼 하지만...”“내가 네 마음에 안 드는 말이라도 하면 또 발끈하고, 내가 널 비웃는다고 착각하고, 겨우 두어 마디에 자존심이 무너져서 난리 나잖아. 뭘 하겠어. 왜 내 시간 낭비해.”제헌의 턱선이 굳어졌고, 치아가 꽉 맞물렸다.“너 정말 나랑 다시 살 생각 없어?”“없어. 진짜 없어.”이람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차가웠다.“난 똑같은 설명 반복하는 게 제일 싫어. 그래도 네가 지금은 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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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이람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조롱이 묻어 있었다.제헌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며 냉랭하게 말했다.“너 말하는 거 진짜 더럽게 한다.”“뭐, 서로 똑같지. 예전에 넌 훨씬 더 심했잖아.”이람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무표정했다.제헌은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이루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현실을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다.A시에서 있었던 자신의 광기를 조금은 이해하는 순간이었다.지금의 이람은 예전처럼 순하게 그의 말 따르던 사람이 아니었다.‘진짜로 다시는 못 데려오는 건가?’제헌은 바로 앞에 있는 이람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깝지만 마음은 끝없이 멀어져 있는... 그런 괴리감을 처음 느꼈다.‘빌어먹을... 분명 조이람이 내 앞에 있는데, 왜 딴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 같지?’‘왜 이렇게 다시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미는 공포감이 그를 미친 듯이 이람에게 집착하게 만들었다.제헌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 때문에 목소리가 떨렸다.“너 정말 괜찮아? 내가 다른 여자랑 같이 살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래도... 정말 상관없어?”이람은 잠깐 눈을 깜빡였다.그 질문 하나가 그녀의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결혼 전이었다면... 그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혔겠지. 그때는 그 사람만 보였으니까.’하지만 지금의 이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삶의 중심에 오직 자신의 감정과 선택만 있었다.제헌은 더 이상 이람의 일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 괜찮아.”제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고통을 숨기지 못한 이 감정 표현은 그에게는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그러나 이람은 흔들리지 않았다.둘 사이의 신뢰는 이미 전부 무너진 지 오래였다.이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조금만 부드럽게 표현해도, 제헌은 곧바로 기고만장해질 사람이라는 걸.그게 제헌의 본질이었다.“거짓말하지 마!”제헌은 낮게 쏘아붙였다.“네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어!”“네가 여친 만들든, 결혼하든 해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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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네가 안 놔도, 난 갈 거야.”이람은 제헌을 똑바로 바라봤다.제헌은 이를 악물고 비웃듯 말했다.“내가 손 놓으면 네가 말 잘 들을 거야?”“일단 놔.”제헌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읽어냈다. 고민하는 기색이 스쳤다.이람의 시선은 피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투명할 만큼 정직하고 담백한 눈빛.그게 오히려 가장 무서웠다.어떤 약점도 드러내지 않는 그런 눈이었다.제헌은 차라리 이람이 예전처럼 화를 내고, 소리치고, 감정을 폭발시키길 바랐다.분노하고 참지 못하는 모습에는 감정의 틈이 있었다.그 틈 사이로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 엿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이람은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었고, 반대로 제헌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제헌의 가슴은 누군가 손으로 움켜쥐고 짜내는 듯이 아팠다.답답함이 너무 생생했다.제헌은 이러는 이람이 싫었다. 온 마음이 자신에게만 향하던, 자신만 바라보던 그 시절의 이람이 아니었다.이람은 미동도 없었다.제헌과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이제 더는 감정 소모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이람은 믿고 있었다.강제헌도 언젠가는 현실을 인정할 거라고.그저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라고.둘은 말없이 눈을 맞췄다.이람의 단단함은 한 치 흔들림이 없었고, 제헌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듯 손을 떼어냈다.제헌의 가슴은 분노가 쌓여 터질 듯했지만 어디에도 내놓을 곳이 없었다.“내가 네 말대로 맞춰줬어. 그럼 이제 너도 내 말 좀 들을 거야?”이람은 자유가 된 손을 살짝 움직였다.‘강제헌이 진짜 양보하다니...’이람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한 번 된다는 건 두 번도 된다는 뜻이지. 앞으로 더 물러날 가능성도 충분하고.’‘적어도 지금은 정신줄 놓고 날 흔드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대화를 해보려고 하네.’‘게다가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마음을 돌리냐’라고 묻기까지 했으니...’‘이 남자한테는 진짜 큰일이긴 하다.’결혼 생활 내내 이람은 제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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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말로 자극하지 마.”제헌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필요한 건 이람을 달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쯤의 이익을 내줘야 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너 새로 회사 차렸잖아. 내가 투자해 줄게. 자본도 주고, 인력도 붙여 줄게. 네 회사를 업계 최고로 만들 수도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어.”제헌이 말을 이었다.“차든 집이든 돈이든, 네가 필요하면 다 맞춰 줄게. 그리고 이건이 회사도... 투자해 줄 수 있어. 나, 너한테 정말 잘할 수 있어. 기회만 주면.”뜻밖이라는 듯 이람의 눈이 커졌다.“돈으로 나를 사겠다고?”“돈 필요하잖아. 아니면 회사를 왜 차려? 민서랑 그 조그만 회사 하나 굴린다고 얼마나 벌겠어. 너에겐 내 도움이 필요해.”이람의 표정이 굳어졌다.“필요 없어.”제헌의 얼굴도 함께 굳었다.“서하준도 이런 건 다 해줄 수 있는 남자겠지. 근데 너, 서하준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아니면 진짜 좋아할 수도 있고?”제헌이 무겁게 숨을 내쉬며 손을 움켜쥐었다.“나를 자극하려고 하는 어떤 말이든 다 참을게. 결혼 3년 동안 억울했으니까, 스트레스 풀고 싶을 수도 있겠지. 근데 이것만은 안 돼. 어떤 남자도 괜찮아. 하다못해 얼굴만 번지르르한 놈이라도. 그런데 절대 서하준은 안 돼.”이람은 입술을 꼭 다물고 계산했다.‘지금은 강제헌을 잠잠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야.’‘내 일과 생활만 건드리지 않으면 굳이 부딪칠 필요도 없고.’‘결국 강제헌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겠지. 조금씩, 자연스럽게.’‘한 달쯤 지나서도 내가 서하준이랑 계속 만나고, 돌아갈 기미 하나 없으면...’‘강제헌이 지금처럼 자신감 있게 굴 수 있을까?’이람은 충분히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제헌에게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마음을 얻으려 했던 것처럼 포기하게 만드는 것도 시간으로 할 수 있었다.“좋아. 그럼 일 얘기는 할게. 하지만 나랑 엮일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돈으로 환심 살 필요도 없어. 그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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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이람의 짙은 조소에 제헌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너, 하유리 신경 쓰는 거야?”이람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헌이 유리 이름을 꺼냈을 때 반사적으로 거부감이 일었다.이람도 사람이니 감정은 있었다.그리고 그 말에는 제헌이 이람을 근본적으로 얕잡아 보는 시선이 들어 있었다.정작 붙잡고 싶으면서도, 이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과거의 경험만으로 이람이라는 사람을 규정하려 했다.이람이 짧게 쏘아붙였다.“네가 무슨 상관이야?”제헌은 오늘 하루 이람 차가운 얼굴을 몇 번이나 봤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그럼에도 제헌은 이람이 질투해서 그런가 싶었다. 계속 떠보면 역효과일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이를 꾹 눌러 삼키고 차갑게 말했다.“그 뜻 아니야. 나... 하유리 좋아하지 않아.”이람은 더 깊은 냉소를 띄웠다.“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도대체 뭐가 좋아하는 건데? 뭐, 누구 좋아하든 네 사정이지. 굳이 나한테 변명할 필요 없어.”제헌의 턱선이 굳어졌다.“진짜 신경 안 쓰여?”이람은 무표정하게 제헌을 내려다보았다.“완전히 안 쓸 수 있어.”제헌은 이마를 짚듯이 찌푸렸다. 싸우고 싶은 건 아니었다.“내가 돈 준다는데도 거절하고... 너 바보야?”“네 돈 필요 없어. 나 쓸 건 내가 벌어.”제헌은 그 말조차 자신을 밀어내는 거부로 받아들였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럼 서하준이 주는 돈은? 그건 받아?”“그건 내 사생활이야. 너랑 상관없어.”제헌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조이람,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너한테 잘해주는 것도 죄냐?”제헌도 더 이상 어떤 카드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이람은 이 괴상한 감정의 단절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제헌은 원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이런 태도도 아니었다.그런데 오늘만큼은 어딘가 어색하게, 억지로, 숨이 차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마치 단 한 번 고개를 숙이면 원하는 결과가 떨어질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세상에 그런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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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또 나를 궁지로 몰겠다는 거야?”이람은 싸늘하게 물었다.제헌의 기분은 대놓고 나빠졌다.“그럼 약속하자. 서하준이랑 거리 두고, 그놈한테 돈 받는 일 절대 없게 해.”“OK.”“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제헌은 이람의 이런 태도가 제일 싫었다.“할아버님 생신 때처럼 또 날 가지고 노는 거야?”“네가 직접 판단해.”제헌은 더 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졌다.그래도 최소한 이람에게 말이 통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억눌렸던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적어도 헛걸음은 아니었다.제헌은 기껏 공을 들였는데 결과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난 돈으로 널 사서 마음을 돌리게 할 생각 없어. 난... 순수한 감정이 더 좋아. 네가 날 좋아하는 건, 그냥 날 좋아해서여야 해. 세속적인 이유 없이.”흠 없는 사랑.제헌이 믿을 수 있는 건 그런 사랑뿐이었다.자신도 알고 있었다.하유리가 좋아하는 건 제헌의 외형과 조건 같은 조건들뿐이라는 걸.표면적으로는 순수한 말이었지만, 이람이 느낀 것은 오만함뿐이었다.‘강제헌의 요구는 하늘을 찌르면서, 어떻게 저렇게 당연하다는 듯 바라지?’‘흠 없는 사랑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살 수 없는 건데.’‘저런 욕망을 품으면 언젠가는 본인에게 돌아갈 텐데...’이람은 일부러 감출 생각 없이 제헌에게 말했다.“마음 단단히 먹어. 난 너한테 그런 감정, 평생 가도 못 줘.”하지만 제헌은 듣지 않았다.‘내가 원하면 얻지 못한 게 없었어. 지금 이렇게 조용히 앉아서 얘기하는 것도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잖아. 계속하면 되는 거지.’그래서 이람의 경고는 제헌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제헌은 이람을 보다가 갑자기 낮게 말했다.“여보, 나... 키스하고 싶어.”이람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미쳤어? 우리가 아직도 부부라고 생각해? 내가 아직도 네 아내야?”제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서하준은 되고, 나는 안 된다는 거야?”그 비행기 안에서 이람과 하준의 키스.제헌에게는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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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나는 너한테 어떠한 약속도 안 해.”이람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제헌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으려는 단단한 결심이 묻어 있었다.누군가의 마음을 일부러 흔들고, 기대하게 만들고, 결국 떨어뜨리는 식의 장난은 하지 않는 사람.이람은 단지 인내하며 기다릴 생각이었다.제헌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완전히 끝낼 것이다.제헌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나 오래 기다려야 해?”이람은 얕은 미소도 없는 표정으로 제헌에게 응대했다.“인내심 가져.”말을 끝내고, 진짜로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제헌은 문 쪽으로 걸어가는 이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렀다.“이람아.”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이람이 뒤를 돌아보았다.제헌은 일어선 채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이람을 꿰뚫어보듯 응시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그 시선이 너무 뜨거워 이람은 짧게, 아주 짧게 심장이 흔들렸다.‘강제헌... 이런 눈으로 나를 본 적 있었나?’‘이런 사람의 ‘깊은 감정 같은 눈’은 그냥 기술에 가깝지.’‘감정 없는 남자가 잠깐 깊어 보이면, 멘탈 약한 사람은 바로 흔들리겠지.’하지만 이람의 마음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이런 눈빛을 예전에 봤다면 좋았겠지.’‘그러나 난 이 남자의 본질을 너무 잘 알아.’‘강제헌은 희망을 줄 만한 사람이 아니야.’이람은 제헌에게서 이미 충분히 상처받았다.설령 다시 관계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거의 상처는 매일 이람을 괴롭힐 것이다.제헌이 무심코 과거의 태도를 드러내는 그 순간, 예전의 고통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그런 나날은 지옥에 가까웠다.그리고 지금의 이람에게는 하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좋은 것을 경험하고 나자, 비로소 과거가 얼마나 나빴는지 알았다.제헌의 애정 방식은 결함투성이였고, 이람에게는 그 결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이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평범한 눈빛으로 제헌을 한 번 보고, 문을 열고 나갔다.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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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허기성은 너무 오래 편안하게 지낸 탓에 제헌이 갑자기 냉담해지자 제일 먼저 동요하기 시작했다.윤정은 바로 그 틈을 노리고 있었다.기성이 흔들리고 실수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직장이라는 전장은 냉혹했다.잠시라도 경계를 풀면, 곧바로 무너지는 것은 자신이었다....제헌이 이람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하준은 회의를 즉시 중단하고 서둘러 자리를 나왔다.운전기사가 급히 차를 몰았고, 하준과 연훈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연훈은 하준의 친구라는 위치상 함께 타고 있었지만, 차 안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하준아, 강제헌이 이람 씨 찾는다고 해서... 네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틈이 생기면 또 만나겠지. 매번 이렇게 불안해하면 너만 흔들려.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어.”하준의 얼굴은 평온했다.하지만 그 밑에 깔린 감정은 불안, 조급함, 그리고 깊고 오래된 공포였다.두 손을 가지런히 맞잡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하준은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형체로 드러나는 건 차갑고 질서정연한 기운뿐인데, 그 안쪽은 폭풍에 가까웠다.이람과 함께 지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자신이 얼마나 진실한 감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그리고 얼마나 쉽게 결핍을 느끼는지.이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 바람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었다.강박에 가까울 만큼 절박했다.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랐다.하준은 관련 자료들을 읽어보며 자각하고 있었다. 이런 집착은 어린 시절 결핍된 애정의 ‘보상 심리’일 수 있다고.하준은 살아오면서 늘 원하는 것들을 갖지 못했다.그런데 이람은 달랐다.이람과의 관계는 하준에게 처음 주어진 ‘행복의 감각’이었다.달콤함을 맛본 사람은 더 이상 그것이 없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그걸 잃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러니 어떻게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준은 분명히 믿고 있었다.이람은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걸.하지만 문제는 제헌이었다.제헌은 하고 싶은 일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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