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Bab 771 - Bab 780

1025 Bab

제771화

이람이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민서로부터 전화가 왔다.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민서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날이 서 있었다.[이람아, 이 타이밍에 어떻게 말도 없이 가버릴 수가 있어? 작년 네 생일에 같이 못 있어서 계속 마음에 걸려서 올해는 꼭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사람 그림자도 못 봤다.]민서는 한 달 동안 이람 곁에 머물다 아이 생각도 있고 해서 겨우 집으로 돌아갔다. 생일만큼은 친구랑 동료들까지 전부 불러서 제대로 한번 떠들어 보자고 마음먹고 있었다.그런데 이람은 시어도로 간다는 말만 남긴 채 핸드폰을 끄고 비행기에 올랐다.민서의 말이 점점 거칠어졌다.[올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었으면, 오히려 더 크게 생일파티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도 곧 태어나는데... 설마 혼자 숨어서 울고 있는 건 아니지?]이람은 민서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걱정 마. 내가 울 거면 네 앞에서 울지, 왜 혼자서 울겠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성인 되고 나서 생일은 챙겨도 그만, 안 챙겨도 그만이잖아. 이번에 나온 것도 그냥 바람 좀 쐬려고 나온 거야.”잠시 침묵이 흐른 뒤, 민서가 말을 이었다.[생일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으면, 작년에 왜 우리 다 끌고 섬까지 가서...]민서는 말하다 말고 스스로 멈췄다. 곧바로 숨을 고르고, 톤을 낮췄다.[미안해,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었어.]“나도 알아.”이람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올해 생일은 서하준과 미리 얘기해 둔 거였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둘이 시어도에 와서 불꽃놀이 한 번 더 보자고.”“여기 불꽃축제가 3년에 한 번이라서... 좀 의미 있게 느껴졌거든. 지금은 그 사람과 헤어졌지만, 그래도 혼자라도 와서 보고 싶었어.”민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 한쪽이 조용히 저려왔다.[헤어진 지 두 달 됐잖아. 아직도 서하준을 마음에서 못 놓은 거 아니야?]이람은 대답 대신 잠깐 눈을 감았다.‘두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잊겠어?’그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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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이람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혼자여도 충분히 여유롭고 낭만적인 시간이었지만, 만약 둘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따라붙었다.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하준과 함께 오기로 약속했던 여행이었다. 이 도시의 길 위에 발을 딛는 순간, 이람도 하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람은 처음부터 하준을 생각하며 이곳에 왔고, 그래서 오늘따라 유난히 하준이 그리웠다.그녀는 하준이 함께였다면 분명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가게 앞에 조약돌이 깔린 작은 카페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커피를 마셨을 것이고, 불꽃놀이를 보러 온 다른 연인들처럼 거리 한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을지도 모른다.이람은 그런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벅차올랐다.‘정말 행복했을 텐데...’이람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이람이 있는 곳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 하준은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국내에 있을 때는 이람의 모든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이틀 전부터 하준은 일부러 이람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시어도로 왔다.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괜히 감정에 빠지는 걸까?아니면 오늘이라는 날이 하준에게도 너무 중요해서 괜한 확인으로 이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마음속에 좋은 기억 하나쯤은 남겨 두고 싶었다.하준은 오늘 밤 혹시라도 이람을 마주치게 되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이람이 올까?’‘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람이 꼭 올 필요는 없지.’...저녁 8시.굉음을 동반한 은빛 불꽃 하나가 어두운 하늘로 치솟았다. 폭발음과 함께 갈라진 불꽃은 수많은 작은 불빛으로 흩어졌고, 그 불빛들은 곧 가느다란 빛의 실이 되어 하늘에 길게 매달린 채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도시 사람들은 모두 세바강 강변으로 모여 있었다. 첫 불꽃이 터지자마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이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떼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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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기대하지 않았다면 실망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이람이 붙든 사람은 하필 제헌이었다. 이미 충분했던 실망 앞에 자연스럽게 ‘더’라는 말이 붙었다.아주 짧은, 길어야 2초 남짓한 시간 동안 이람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탔다.눈앞에 선 남자가 제헌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인식한 순간, 속에서 거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여기 왜 있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설마 나 따라온 거야?”하늘에서는 계속해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환호처럼 들리던 소리는 이제 이람의 머리를 쪼개는 소음처럼 느껴졌다.“강제헌, 너 진짜 쓰레기야.”제헌은 몸을 돌리며 이람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순간, 제헌은 분명히 보았다. 이람의 눈에 담긴 기대를. 제헌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렇게 기쁨이 스며든 눈빛을 제헌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너무 오래전이라,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 같았다. 그는 이람이 아직 자신을 사랑하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제헌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그러고 싶었다.그러나 제헌이 기억하던 이람의 밝은 눈빛은 1초도 채 되지 않아 놀람으로 바뀌었고, 곧 급격히 가라앉았다.마치 제헌이 더럽기 짝이 없는 무언가라도 되는 것처럼 이람의 눈에는 혐오와 냉담함, 그리고 분노만이 남았다.그 시선은 제헌의 가슴을 그대로 찔렀다.평소 이람은 제헌에게 차가웠다. 제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고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눈빛은 달랐다.‘이게 진짜 속마음이구나.’제헌은 한순간에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졌다.이람의 태도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었다.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제헌은 이람을 잃었다. 그리고 그 상실을 붙잡기 위해 아이 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람을 붙잡았다.만약 이람을 잃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아이를 핑계 삼아 미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대신 이람을 안고 키스를 하며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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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제헌은 가슴이 조여 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이 제헌을 세게 후려쳤고, 심지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네가 어떻게 나를 착각해? 예전엔 절대 나를 헷갈리지 않았잖아. 너는 내 그림자만 봐도 그게 나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어.”“언제부터 나를 잊은 거야? 나를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심지어 나를 서하준으로 봤다는 거야? 지금 네 머릿속에 서하준밖에 없는 거지?”마지막 문장은 거의 제어되지 않은 채 튀어나왔다.제헌의 감정이 점점 무너지는 걸 보면서, 이람의 마음은 오히려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래서였구나...’왜 제헌이 예전부터 사람의 마음을 몰아붙이는 걸 즐겼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누군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누군가의 감정을 쥐고 흔든다는 건, 거의 신이 된 기분일 것이다.그리고 지금은 그 위치가 반대로 바뀌어 있었다.이람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받아들이지 못한 감정이 뒤섞인 제헌의 시선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강제헌, 나 서하준이랑 헤어진 거 맞아. 두 달 됐어. 근데 거의 2년은 된 기분이야. 근데 있잖아, 서하준과 헤어지기 전까진 결혼 생각도 안 했어. 진짜로.”“그런데 헤어지고 나서야 알았어.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떠올라. 하루에도 몇 번씩.”이람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최근 두 달간 내가 서하준 꿈을 몇 번이나 꿨는지 알아? 거의 매일이야. 이제야 나도 알겠어. 내가 하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진짜로 하준 씨 사랑해.”이람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너를 사랑한 것보다 더 사랑해. 솔직히 말해서 바다에 빠졌던 그날 네가 나를 구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 너에게 지난 3년을 버리는 것보다는. 이혼하고 나서도 이렇게 계속 엮이는 것보다.”이람은 가볍게 웃으며 제헌의 뺨을 손끝으로 스쳤다. 시선은 부드러웠지만, 말은 잔인했다.“강제헌, 너 만난 거, 진짜 열라 재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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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이람은 제헌과 크게 한 번 부딪친 뒤, 정신 상태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그래도 올해 생일에 대해 애초에 아무 기대도 없었던 터라 더 망가질 여지도 없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깊지 않은 법이었다.다만 지금 이람은 제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었다.제헌은 이 도시에 오지 말아야 했다. 이곳은 이람과 하준 사이의 약속이었고, 둘만 아는 이야기였다. 그런 곳에 제헌이 끼어들었다는 사실에 이람은 다시 날카로워졌다. 그 생각에 이람은 이를 악물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람과 하준의 관계 역시 제헌이 깊게 망가뜨렸다.‘강제헌... 진짜...’이람은 문득, 전생에 정말로 제헌에게 빚진 게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만약 정말 빚이 있었다면, 차라리 스스로가 아주 못된 사람이어서 제헌을 철저히 망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그러면 지금 겪는 이 모든 일이 조금은 받아들일 만했을지도 모른다.이람은 충격에 잠긴 채 서 있던 제헌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떠났다. 혼자 세바강 강변을 따라 오래 걸었다.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곳을 찾아 앉아 아직 끝나지 않은 불꽃놀이를 조용히 바라봤다.확실히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도시 자체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혹은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낭만을 품고 있었다.이람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먼저 장난치며 지나가는 또래 청소년들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어깨를 나란히 한 성인 남녀들이 보였다. 조금 뒤에는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가 시야에 들어왔다.무너지는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와 이람의 눈가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사실 이람이 극도로 불행한 건 아니었다. 몸은 건강하고 곁에는 친구도 있고, 일도 잘 되어 딱히 부족한 건 없었다. 하지만 그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보게 되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이건 고통에서 비롯된 눈물이 아니었다.타인의 행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눈물이었다.불꽃놀이가 끝난 뒤, 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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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하준의 질문은 끊기지 않았다.“우리... 계속 같이할 수 있었잖아.”그 말은 주문처럼 이람의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끈질기게.“혹시 네가 처음부터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야? 나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결국 난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거겠지.”“...”그 순간, 이람은 갑자기 잠에서 깼다. 꿈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그대로 현실의 감각과 겹쳐 가슴이 조여 왔다. 숨이 잠시 막힌 것처럼 느껴졌다.보통은 잠에서 깨면 꿈이 빠르게 흐릿해지기 마련인데, 조금 전까지의 꿈은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장면도, 말도, 감정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꿈은 결국 자기가 만들어 낸 것이다.하준이 계속해서 묻고 있었던 질문들은 사실 이람이 자기 자신에게 되묻고 있던 말이기도 했다.처음 이람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이람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 선택이 옳다고 믿었고 스스로 납득했다.하지만 민서의 말처럼 이람이 정말로 원하지 않았다면 헤어질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택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람의 손에 있었다.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은 이람이었다.‘도대체 어디에서 막힌 걸까?’그 답을 찾기 위해 이람에게는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호텔 직원이었다.이람이 문을 열자 직원은 두 손으로 꽃다발을 받쳐 들고 정중하게 내밀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늘 호텔에서 투숙 중인 고객분들께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낮에 전달을 못 해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뵙게 됐어요. 불편을 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괜찮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람은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그제야 꽃 사이에 섞인 몇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람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었다.“무척 마음에 들어요.”문을 닫고 나서 이람은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그 위에는 카드 한 장이 꽂혀 있었다.[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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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사람... 정말 기뻐하던가요?”직원은 이미 머릿속에서 하나의 로맨틱한 이야기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그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꽃을 보시고 정말 좋아하셨어요. 선생님, 그분의 취향도 알고 계시고 오늘이 생일이라는 것도 알고 계시잖아요. 직접 가셔서 그 아름다운 고객님께 축하 인사를 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하준은 더 묻지 않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하준이 불꽃 아래에서 이람이 제헌을 향해 웃고 있는 장면을 보았을 때,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다.아주 짧은 사이에 머릿속이 엉켜 버렸다.그리고 하준은 깨달았다. 이번에 혼자 시어도에 오면서 이람의 소식을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던 이유를.‘혹시라도...’이람도 이 도시에 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마음 한편에 있었다. 만약 이람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된다면, 그 기대 자체가 사라질까 봐 본능적으로 피했다.그런데 이람은 정말로 나타났다.두 사람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하준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준은 처음 돌아서 가다가 몇 걸음쯤 가서 멈췄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틀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그곳에서 하준은 이람과 제헌이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이람은 웃고 있었지만, 결국 제헌을 혼자 남겨 둔 채 자리를 떠났다.그 이후로 하준은 말없이 이람의 뒤를 따라갔다.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울 만큼 조심스러웠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사진을 찍었다. 이람이 보고 있던 풍경을 함께 보고, 이람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보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았다.두 사람은 누구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함께 시어도에 와서 생일을 맞이했다.직원의 말처럼 하준은 당장이라도 이람 앞에 서서 직접 생일 축하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익숙하고 따뜻한 몸을 안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다음 날, 이람은 시어도를 떠나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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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이람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민서는 이미 나와 이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제헌은 더 일찍 도착해 차 안에서 대기 중이었다.이람은 민서의 차에 올라탔고, 제헌의 차를 앞에 두고 그대로 따라 이동했다.차 안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민서가 물었다.“생일은 어땠어?”“괜찮았어. 호텔에서 꽃도 받았고.”이 일은 떠올릴 때마다 이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이었다. 무엇보다도 꽃을 받은 타이밍이 절묘했다. 만약 도착하자마자 바로 꽃을 받았더라면, 이렇게까지 깊은 인상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 이람의 마음이 가장 흔들리던 시점이었기에 그 온기가 더 오래 남았다.“호텔 서비스 좋네. 나중에 나도 가게 되면 주소 좀 보내 줘.”“알았어.”민서는 앞을 보며 다시 물었다.“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일은 다 얘기된 거야?”“강제헌이 나 몰래 시험관을 진행했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강제헌이 책임지고 키울 거야. 나랑 강제헌 둘 다 법적인 보호자야. 성인 될 때까지.”“그럼 공동 양육이네?”“응.”“강제헌이 애 둘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민서는 이미 제헌이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을 떠올린 듯했다.“나중에 다 네가 떠안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애들 그냥 데려와.”“강제헌은 애들로 나를 붙잡으려는 거라서 절대 나한테 애들 안 줘. 그러니까 그냥 제헌이 키우게 둘 거야. 자기가 벌여 놓은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지.”“강씨 집안 환경이나 조건은 나보다 훨씬 좋아서 애들한테 부족한 건 없을 거야. 나는 교육만 신경 쓸 거고.”이람의 어머니 심혜주는 아주 엄격한 사람이었다. 이람은 엄마가 된 경험은 없지만, 좋은 엄마 아래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심혜주의 방식을 떠올리게 됐다.심혜주는 자녀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이람 역시 아이들의 여러 가능성을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이었다. 배운 만큼 얻는 게 많다는 걸 이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제헌한테 분명히 말했어. 나중에 강제헌이 결혼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나랑 지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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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 메시지를 받자 이람은 바로 긴장했다.두 아이가 곧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현실감이 없었다.이람은 반응이 빨랐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민서를 불러 함께 나섰다.제헌과 필요 이상으로 엮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제헌이 마련해 둔 숙소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병원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제헌이 보내 준 주소를 확인하니 개인 병원이었다. 숙소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민서는 창밖으로 빠르게 바뀌는 풍경을 보다가 말없이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이람을 힐끗 봤다.“이람아, 너 긴장한 거 아니야?”이람의 머릿속은 조금 복잡했다.유산됐던 아이가 떠올랐다.그 아이가 무사했다면, 지금쯤 이미 태어났을 것이다.그랬다면 이람의 삶도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민서가 두 번쯤 불렀을 때, 이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무슨 생각해?”“아이들 생각.”이람은 앞을 보며 말했다. 이 나라의 도로는 넓고 한산했고, 속도 제한이 느슨한 구간도 많았다. 그래서 차는 자연스럽게 빨라졌다.민서는 일부러 밝게 말했다.“괜찮아.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다 같이 있잖아.”이람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민서야, 나 지금... 엄마가 된다는 느낌이 없어. 아이들이 내가 직접 임신해서 품은 것도 아니고, 호르몬 변화도 없었고... 병원에 가는 게, 그냥 내 물건 하나 찾으러 가는 기분이야.”이람은 핸들을 더 세게 쥐었다.“만약 내가 아이들 보고도 아무 감정이 없으면 어쩌지? 사랑하지 못하면 어떡해?”민서는 아직 혼자였고,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민서의 가족 관계도 단순하지 않았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감각도 분명하지 않았다.이람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민서 역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하지만 민서는 친구였다. 그래서 서 있는 자리가 달랐다.“네가 엄마가 되는 거라서 네 마음을 내가 똑같이 느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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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아이들과 얽히게 되면, 이람은 제헌과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연인을 소홀히 하기 마련이다.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라서 상대를 계속 실망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더 많이 주고, 자신은 그만큼 돌려주지 못한다는 부담도 더 이상 짊어지지 않아도 됐다.그래서 하준과의 이별에는 이람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이람은 시간을 확인하고 제헌에게 물었다.“대충 얼마나 더 걸려?”“곧이야.”“두 임산부가 동시에 출산하는 거야?”“예정일이 거의 같았어. 의료진이 판단했는데, 오늘 같이 가능하대.”민서는 제헌을 별다른 이유 없이 싫어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눈 감아야 할 것들을 감내하며 겉으로라도 평온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민서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그래서 오빠야 누나야?”제헌은 이람을 보며 말했다.“당연히 오빠랑 여동생이지. 내 딸을 언니로 만들어서 애송이 돌보게 할 생각 없어.”이람이 바로 받아쳤다.“아들이라고 다 애송이는 아니야.”제헌이 코웃음을 쳤다.“너는 누나잖아. 나보다 더 잘 알지.”이람은 말이 막혔다.민서도 옆에서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이람이 다시 물었다.“너... 아들 별로 안 좋아해?”제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이람을 한참 바라봤다.“너는?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이람은 잠시 생각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두 아이를 보게 된다. 그런데도 아직 모성애라고 부를 만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실감 나지 않았다. 둘 중 누가 더 좋은지도 알 수 없었다.“생각 안 해봤어.”“그럼 하나 골라.”“딸.”제헌이 웃었다.“역시 깃털을 더 좋아하네.”민서가 바로 물었다.“깃털? 이름이야? 언제 그런 걸 정했어?”제헌의 머릿속에 이람의 일기가 스쳤다. 그녀는 한때 아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기대했는지. 지금 이람은 너무나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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