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861 - Capítulo 870

1017 Capítulos

제861화

어차피 이람은 머지않아 하준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될 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 늦게 알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야 이람의 기분도 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연훈은 하준과 이람 사이의 감정 문제에 끼어들 수 없었다. 대신 결정을 내려 줄 입장도 아니었다.그래서 조심스럽게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이야기를 꺼냈다.“내가 꽤 이름 있는 정신과 전문의를 한 분 찾아놨어. 한번 상담받아 보는 건 어때?”하준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하준은 자신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시도 정도는 해 볼 수 있었다.“그래.”하준이 이렇게라도 한발 물러서며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연훈은 무척 기뻤다. 예상 밖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뜻밖의 반응이었다.오늘 지후를 만나고 온 뒤로, 하준에게는 분명 변화가 있었다.다만 그 변화의 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연훈은 정신과 의사와 몇 마디 나눈다고 해서 하준의 심리 상태가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준은 협상에 능한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흘리지 않았고, 빈틈을 내주는 법도 없었다. 정신과 의사라고 해도 하준의 내면 깊은 곳까지 파고들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설령 하준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하준은 지나치게 완벽한 환자일 가능성이 컸다.그래도 해 볼 수 있는 건 시도해 봐야 했다.적어도 연훈은 형제가 자신을 해치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바로 그때, 이람 주변에서 소란이 벌어졌다.술에 취한 남자 하나가 갑자기 이람에게 접근해 추근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람은 경호원을 불러 남자를 끌어내게 했지만, 그 일로 식욕이 뚝 떨어졌다. 이람은 차갑게 얼굴을 굳힌 채 식기를 내려놓고,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하지만 망신을 당한 취객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들에게 여자는 속마음과 달리 다 튕기는 척만 한다고 욕을 퍼부었고, 이람 같은 여자쯤은 자기가 돈
Ler mais

제862화

연훈은 이미 그 남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미리 넘겨받았다. 그 남자의 이름은 김대엽이었다. 김대엽의 집안 재산은 대략 수백억 원대. 연훈 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리 큰돈도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그 돈이 대대로 가업을 이어 오며 쌓아 올린 재산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몫 잡을 기회를 타고 올라타 돈을 쓸어 담은 케이스였다. 한마디로 김대엽은 벼락부자였다. 돈이 생기자 남자는 몹시 우쭐해졌고, 친구들 앞에서는 늘 큰형님 행세를 했다. 그런 김대엽도 우두머리 노릇을 좋아했고, 돈이 생긴 뒤로는 여자와 놀음에 쉽게 빠져들었다. 또한 만나는 여자들을 업신여기는 태도도 심했다.이런 성격으로 재산을 오래 지킬 수 없었다. 연훈처럼 온갖 인간 군상을 다 겪어 본 사람 눈에 김대엽은 그저 폐기 처분해야 할 고물에 가까웠다.요즘 그 김대엽은 주변에서 형님, 형님 하며 치켜세워 주는 말에 점점 더 취해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우산 끝에 어깨를 찔렸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했는데, 하준의 손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다. 힘을 주는 바람에 붕대 위로 핏자국까지 배어 나왔지만, 하준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게 더 사람을 식겁하게 만들었다. 태연자약한 얼굴에 오금이 저렸다. 마치 하준은 사람을 해치거나 방화쯤은 이미 익숙한 사람 같았다. 그런 짓을 수도 없이 해 본 사람처럼 보였다.김대엽은 단 몇초만에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항복했다.게다가 상처는 정말 참기 힘들 만큼 아팠다.“저, 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사람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하지만 하준은 그 말에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살짝 찡그린 미간에는 불쾌감이 선명했다. 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소란스럽게 떠들어 대는 모습이 더 거슬린다는 뜻처럼 보였다.김대엽은 하준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걸 보자 더 겁에 질렸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Ler mais

제863화

하준이 S시에 온 이튿날에 제헌이 이미 J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씨 가문의 셋째 아들과도 꽤 가까이 어울리고 있었고, 아마도 하준이 머무는 하늘정원의 위치까지는 이미 짐작한 듯했다. 머지않아 그쪽으로 들이닥칠 가능성이 컸다.하준과 연훈이 막 J시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때 제헌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준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가라앉은 낯빛에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전화가 연결됐다.제헌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꽂혀 들어왔다.[서하준, 진짜 네가 내 아이를 빼돌린 거였네.]제헌은 전부터 하준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증거가 눈앞에 들이밀어지자, 제헌의 분노는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하준이 정말로 여기까지 손을 뻗어 자신을 몰아붙였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웠다.하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반응 속도가 너무 느리네.”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곧장 제헌의 심기를 후벼 팠다.[그건 나랑 이람의 아이야. 내 아이를 빼돌렸다고 해서 네가 이람이랑 헤어진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하준의 시선은 차창 밖에 머물러 있었다.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내가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았어도 내가 이람이랑 헤어진 사실은 안 달라졌겠지. 안 그래?”하준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낮게 덧붙였다.“그러니까 차라리 데려오는 게 낫지. 적어도 넌 괴롭고, 불리할 테니까.”제헌은 그대로 주먹을 틀어쥐었다. 치밀어 오른 화를 견디지 못하고 손에 잡히는 걸 거칠게 내던졌다. 쨍그랑, 와장창, 요란한 파열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속에 들끓는 감정을 쏟아 내 보려 했지만, 분노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하준이 엮이기만 하면 제헌은 늘 편할 수가 없었다.거의 저주에 가까웠다.이때의 제헌은 분노로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목소리에도 이를 악문 기색이 짙게 밴 채였다.[서하준, 넌 몇 년이 지나도 꼭 나한테 이래야 속이 풀리냐.]하준의 목소리 역시 단
Ler mais

제864화

하준과 제헌만큼 서로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건드릴 때면, 그 손길은 늘 정확했다.제헌은 그런 말을 하준의 입에서 듣는 동안,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채영희에게 들어 왔던 모욕과 비하하는 말이 한꺼번에 귓가를 파고드는 기분을 느꼈다. 유년기의 상처가 곧바로 되살아났다. 숨 막히도록 짓눌렸으면서도 어디에도 쏟아내지 못했던 감정이 다시 치밀었다. 제헌은 머릿속이 몇 초쯤 텅 빈 듯 멎어 버린 뒤에야, 하준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받아들였다.[서하준, 너 진짜 죽고 싶구나.]한 글자 한 글자가 이를 갈아 뱉는 소리처럼 흘러나왔다. 하준은 이미 제헌의 분노가 얼마나 거센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격렬히 반응하는지, 따지고 보면 하준은 그동안 감춰 왔던 자기 감정을 조금 밖으로 드러냈을 뿐이었다.예전의 하준은 좀처럼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하준 역시 분노하고 있었다.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그 감정이 이미 오랫동안 켜켜이 속에 쌓인 뒤였다.하준은 이제 달라질 작정이었다. 더는 예전처럼 참고 속으로 삼키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무엇보다 하준은 이미 제헌의 아이를 데려왔다. 그러니 더는 숨을 이유도, 억누를 이유도 없었다. 한 번 터뜨린 갈등이라면 결국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하준은 서늘한 목소리로 그러나 지나치게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강제헌, 네가 몰래 시험관 시술로 이 두 아이를 만들었을 때부터 네가 먼저 선 넘은 거야... 너는 그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있어.”“그러니까 지금 내가 똑바로 알려줄 테니 잘 들어.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말리신다고 해도, 난 아이들을 절대 너에게 돌려보내지 않아. 그게 내 뜻이야. 그게 네가 내 선을 넘은 대가고.”제헌은 하준이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맞서 오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감정을 터뜨리는 쪽은 늘 제헌이었다. 하준이 먼저 도발한 적은 없었다.하준은 늘 제헌의 모든 걸 받아내고 있었다.그래
Ler mais

제865화

하준이 마지막 말을 내뱉자, 수화기 너머에서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무언가를 꽤 많이 집어던진 모양이었다.제헌은 틀림없이 이성을 잃을 만큼 화가 났을 것이다. 그는 늘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헌은 뭐든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려 했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그 통제에서 벗어나면, 제헌은 반드시 격하게 폭발했다.하준은 제헌의 모습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이람은 제헌에게 약점이었다.제헌은 두 아이를 이용해 이람을 옭아매려 했다.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살아 있는 존재다.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시에 제헌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그리고 하준은 제헌을 벌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됐다.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가 따랐다. 제헌도 그 정도는 진작 알아야 했다.하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서늘한 기운과 날 선 기색이 가려졌다.어린 시절에 하준은 제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다쳐도 소리 내 울지 못했다. 울어 봐야 자신을 돌봐 줄 어른은 주변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이제 하준은 더 이상 그때의 아이가 아니었다.더는 기대할 필요도 없었다.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다.하준은 좀 더 일찍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다. 좀 더 빨리 제헌과의 관계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했다. 그러면 제헌도 함부로 하준을 건드리지 못했을 테고, 저 끝도 없이 치솟는 오만함도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전통찻집.성빈은 손목에 차고 있던 염주를 빼 손에 쥔 채 천천히 구슬을 굴리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성빈은 적잖이 놀랐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제헌은 갈수록 감정을 못 누르는 쪽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았다.정확히 말하면 제헌은 원래부터 서늘한 사람이었다. 속을 읽기 어려운 성정이기도 했다. 다만 형과의 일로 얽히면, 제헌은 드
Ler mais

제866화

하준의 집은 서쪽 외곽의 관광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일대는 지도에도 따로 표기되지 않은 구역이라 정식 명칭이 없었다. 다만 산 위에 있어 하늘과 무척 가까워 보였고, 그래서 하준의 집은 단순하게 ‘하늘정원’이라 불렸다.산 하나를 거의 통째로 품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부지가 넓었다. 산 전체가 사실상 이 별원의 뒤뜰이나 다름없었고, 전담 관리 인력이 상주하며 손질하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지나칠 정도로 호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웬만한 공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별도로 조성된 온실 안에는 열대 생태 환경까지 구현돼 있어,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본채도 한 동이 아니었다. 여러 채로 나뉘어 있었고, 응급 의료 설비까지 갖춰져 있었다. 필요하면 의사가 개흉 수술까지 진행할 수 있는 무균 구역과 각종 약품도 준비돼 있었다.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같은 체육 시설도 빠짐없이 들어서 있었다.전용 헬기장과 비행기 활주로도 있었고, 심심할 때 달릴 수 있도록 산을 따라 이어지는 서킷 형태의 도로까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쓸데없는 보행자나 차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철저히 사유지로 조성된 공간이었으니까.주차장에 세워 둔 고급 차들 역시 아무나 탈 수 있는 차들이 아니었다. 번호판만으로도 여러 통제 구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영화 감상실, 당구장, 운동 시설을 비롯한 각종 여가 공간은 현대적인 감각과 예술적인 분위기가 짙은 단독 빌라 안에 따로 모여 있었다.주변 환경도 좋고 공기도 맑았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도 알맞은 곳이었고, 휴식을 보내기에도 더없이 좋았다.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밤새 어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산기슭에는 매일 공급되는 전용 채소 재배 구역도 따로 있었다. 한식과 양식을 맡는 셰프도 각각 별도로 두고 있었다.하늘정원의 본채는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멋이 짙게 배어
Ler mais

제867화

그러니까 이람이 혼자 지레짐작하고, 느끼게 두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이 모든 건 하준이 이람과 헤어진 뒤에야 깨달은 교훈이었다. 이제 하준은 반드시 달라져야 했다.한참 아이들과 놀아 준 뒤, 하준은 핸드폰으로 아기들 영상을 찍어 두었다....S시, 이람이 출장을 간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저녁, 이람은 재원에게서 전화받았다. 받자마자 상대 쪽에서 거침없는 말이 그대로 쏟아졌다.[이람 씨, 진짜 저를 깜짝 놀라게 하시네요. 이람 씨는 지후랑 사귄다면서요? 대체 언제부터예요? 아니, 이람 씨 눈이 왜 이렇게 갑자기 낮아졌어요?][하준 같은 얼굴, 몸, 집안이 다 되는 최상급 남자랑도 만나 봤으면서, 어떻게 지후를 좋다고 할 수가 있어요?]재원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함께... 어서 정신 차리라는 뜻이 잔뜩 묻어 있었다.[지후 걔 완전 날라리잖아요. 여기저기 다 들쑤시고 다니고, 밖에 여자도 엄청 많았어요. 걔 친구 중에는 게이도 많아요.][전 솔직히 걔가 남자 여자 다 좋아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니까요... 게다가 우리 이모는 지후가 밖에서 사생아를 여덟 명이든 열 명이든 만들었을까 봐 늘 걱정했어요.][그런데 이람 씨가 왜 그런 애를 좋아해요? 이건 아니죠. 진짜 아니잖아요!]이람은 지후와 상의해서 겉으로는 여전히 친구 관계처럼 보이기로 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재원이 이렇게 빨리 눈치챘다는 게 뜻밖이었다.이람은 눈빛을 조금 가라앉힌 채, 굳이 그 부분은 캐묻지 않았다.“집안에 무슨 일 생겨서 지후 씨가 돌아간 거예요?”재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대답했다.[네, 맞아요. 집에 좀 일이 있었어요. 저도 지후 보고 나서야 두 사람 만나는 거 알았죠.]이람이 물었다.“가족들은 괜찮아요?”재원이 말했다.[거의 다 정리됐어요. 아, 근데 이람 씨 아직 제 질문에 답 안 했거든요. 대체 지후를 왜 좋아하게 된 거예요?]이람은 덤덤하게 답했다.“잘생겼고, 성격도 좋고, 집안도 나쁘지 않고, 저를 기분 좋게 해 주잖아요. 저도
Ler mais

제868화

지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람의 가슴 한쪽을 짓누르던 알 수 없는 짜증이 제법 가라앉았다. 마음도 한결 놓였다. 이람은 낮게 말했다.“저도 많이 보고 싶어요.”지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요즘 좀 힘들었죠?]그 말을 듣자 이람은 문득 차갑게 웃었다.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머물러 있었고,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네. 저 기분이 아주 안 좋았어요.”지후는 더 다정하게 웃었다. 목소리도 한층 더 듣기 좋게 가라앉았다.[기다려요. 제가 금방 이람 씨한테 갈게요. 꼭 기분 풀리게 해 줄게요.]이람이 바라는 건 복잡한 게 아니었다. 아무 부담도 주지 않는 남자면 됐다. 물론 이람과 지후 사이에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묘한 합도 있었다. 이람은 짧게 강조했다.“빨리 와요.”지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걱정하지 말아요. 이람 씨가 빨리 기분 좋아질 수 있게,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람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그쪽 일 힘들면 저한테 말해요.”지후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괜찮아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요.][...]...지후가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보자, 재원이 욕이라도 삼킬 듯한 재수 없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재원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지후야, 너 진짜 대단하다. 평소에 밖에서 여자 꼬시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내 친구 여자까지 건드려?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거지?”지후가 태연하게 받아쳤다.“친구 여자도 건드릴 수 있는데, 형 친구 여자라고 못 건드릴 이유가 있어? 형 어릴 때 두 살 많다고 나 괴롭히더니, 세월이 이렇게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멍청하냐?”재원은 지후가 늘 말끝마다 비틀어 던지는 화법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이어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며칠 동안은 여기 있어. 아무 데도 못 가.”그러고는 지후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일부러 역겹다는 듯 말했다.“동생아, 형은 진지하게 우리 이모한테 부탁해서 너 선자리 좀 알아보려고. 얼른 너 데려갈 사람 찾아서 장가보
Ler mais

제869화

제헌은 짧게 잘라 말했다.“가서 직접 데려오면 돼. 나랑 서하준 사이에 무슨 복잡한 거래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성빈은 어이없다는 듯 제헌을 봤다.“서하준이 자기 체면까지 싹 내던졌잖아. 네 아이를 자기가 키우겠다고 나선 인간인데, 그걸 네가 가서 뺏어 올 수 있겠냐?”제헌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하준의 냉담함도, 말 못 할 사정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운 건 하준이 체면을 버렸을 때였다. 하준이 진짜 체면 같은 걸 신경 쓰지 않게 되자, 제헌은 뜻밖에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제헌 자신도 원래 체면 따위는 별로 차리지 않는 인간이었다. 지금 아이들이 제헌의 패가 아니라면, 하준 역시 제헌을 상대로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래서 결국 아이들까지 데려오는 강력한 수로 제헌을 몰아붙인 셈이었다.제헌과 하준 사이의 일은 애초에 말로 풀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그런데도 일이 여기까지 이르자, 제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주 몹시, 견딜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제헌은 하준이 정말로 그런 짓을 했다는 증거를 손에 넣은 뒤부터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제헌에게는 마치 평생 반항 한 번 안 하던 사람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뺨을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 감각이 온몸을 덮쳐 왔다.제헌은 지금 당장이라도 하준과 얼굴을 맞대고 싶었다. 하준의 표정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제헌은 아직도 일이 여기까지 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더는 정말로 버틸 수 없었다. 제헌은 기어이 직접 물어야만 했다.성빈은 그런 제헌의 상태를 보자마자, 자기가 아무리 말해도 제헌을 돌려세울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결국 성빈도 하준을 찾아가는 제헌과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차는 J시 시내를 벗어나 녹지가 잘 정돈된 외곽으로 들어섰다. 조금 더 달리자 마치 잘 가꿔진 숲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도에는 이 일대 주소가
Ler mais

제870화

차 문이 열리자마자 제헌은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성빈도 뒤이어 차에서 내렸고, 뒤따르던 차들에서도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공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제헌은 앞 유리 너머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하준을 봤다. 지난번 마주쳤을 때, 하준은 이람에게 억지로 키스하고 있었다.제헌은 그 장면을 끝내 견딜 수 없었다. 그때 제헌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고, 사나운 기운이 온몸에 번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준이 제헌의 아이들까지 뒤로 빼돌렸다. 따지고 보면 제헌은 그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화를 내야 맞았다. 하지만 지금 제헌이 더 보고 싶은 건, 하준의 얼굴 위에 떠오른 낯선 기색이었다.하준을 이렇게 오래 알아 왔는데도, 제헌은 하준이 아이들을 데려가고, 심지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울 생각까지 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하준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선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전까지는 하준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안 적이 없었던 것처럼.그 감각은 소름이 돋을 만큼 불쾌했다. 적을 모른다는 건, 결국 내가 선 위치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제헌은 하준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준이 앞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두려움은 알 수 없음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하준은 정말로 제헌에게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위협에 눌리는 감각 자체가 제헌에게는 견디기 힘들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제헌은 더 참을 수 없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따져야 했다. 저게 진짜인지, 아니면 꾸며 낸 가면인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도 차에서 내렸다. 하준의 뒤로도 차들이 도열해 멈춰 섰고, 경호원들이 차례로 내려섰다. 양쪽이 마주 서자 공기는 점점 더 팽팽해졌다.성빈은 손에 쥐고 있던 염주도 더 굴리지 않았다. 대신 사교적인 미소를 띠고 먼저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오랜만입니다.”하준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가 남는 듯
Ler mais
ANTERIOR
1
...
8586878889
...
102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