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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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일은 다 끝났어요?”지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거의요.”이람은 붙잡힌 손을 가볍게 당겼다.“제 손이 그렇게 재밌어요?”“나한테 이람 씨는 보물 같거든요. 그래서 뭐든 하나쯤 더 알고 싶어요.”지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이람이 처리해야 할 일이 거의 끝나 간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책상 앞 의자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지후는 긴 팔을 뻗어 이람이 앉은 의자째 끌어당겼다.지후는 소파에 앉은 채 이람을 올려다보았다. 손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었다.“피곤해요? 마사지해 줄까요?”지후가 묻자, 이람의 머릿속으로 예전의 몇 장면이 불쑥 떠올랐다.‘그만...’애초에 하준을 잊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몸에서든 마음에서든, 전부 지워야 했다.“이따가요. 지금은 지후 씨랑 얘기하고 싶어요.”지후 같은 타입은, 이람이 한 번도 가까이해 본 적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함께 있으면 지난 관계들과 비슷한 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낯설고, 더 새로웠다.지후는 정말 잘 듣겠다는 표정으로 이람을 바라보았다.이런 인내심은 제헌에게는 전혀 없던 것이었다.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는 이 따뜻한 친화력 역시 하준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이람은 상대를 제법 잘 골랐다.잊기 위해 시작한 관계라면, 지후와 함께하는 흔적을 일상 안에 많이 남겨 두는 편이 나았다.“그때 그 영상... 일부러 보내신 거였죠.”지후의 얼굴에 잠깐 민망한 기색이 스쳤다가 곧 아무렇지 않게 가라앉았다.“그때는 분명 이람 씨 마음 아프게 했을 거예요. 미안해요. 그래도 저는 그걸 보낸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이람은 예전에 이미 한 번 지후에게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일 덕분에 이람은 망가진 결혼에서 훨씬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난스럽게 물었다.“테니스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저한테 거짓말한 거였죠?”지후가 웃었다.“아, 이람 씨가 소환한 기억에서 보면 저 진짜 쓰레기였네요.”지후는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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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제헌 형이랑은 정이 깊죠. 그런데 성격은 많이 달라요. 저는 제헌 형이 하는 방식들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게 더 많아요.”“그리고 저는 제헌 형을 잘 알아요. 제가 이람 씨를 좋아하게 된 이상, 그 마음을 평생 묻어 두지 않는 한, 조금이라도 이람 씨한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시점부터 저랑 제헌 형은 언젠가 틀어질 수밖에 없어요.”지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이람 씨한테 고백한 건 결과를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생길 수 있는 일들은 이미 다 생각해 두고 있었어요.”이람은 지후의 태도 안에서 결단력 같은 걸 느꼈다. 생각해 보면 지후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성격이 좋아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들 강하게 밀고 나가는 면이 있었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어도, 어떤 문제를 마주하느냐에 따라 그 단단한 본성이 드러나기도 했다.이람은 지후와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와 대화하는 내내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잘생긴 남자가 옆에서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사람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공기마저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후 같은 사람의 공세를 버텨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지금 이람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들은, 한때 지후가 자신을 좋아해 다가오려 했던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람의 마음이 더 많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이람은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지후와 이렇게 오래 이야기할수록 오히려 지후는 남자라기보다는 친구라는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그리고 이람의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지금 이 앞에 있는 사람이 하준이면 좋겠다는 생각.하지만 하준은 이제 J시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서주연의 뒤를 이을 사람으로,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쥐게 될 것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의 삶은 이제 이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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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지후는 몸을 조금 더 기울였다. 이람이 중얼거리는 말은 끊어지고 흐려져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사이에서 ‘서’라는 발음만 어렴풋하게 귀에 걸렸다.지후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하지만 지후는 곧 이유를 알아차렸다.이람은 지금 자기를 하준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지후는 제헌이 아니었다. 제헌은 한때 가장 좋은 것을 손에 넣어 본 적이 있었고, 그래서 잃고 나서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하지만 지후는 애초에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람과 함께할 기회가 생기기만 하면, 지후는 그 시간을 몹시 소중히 여겼다. 아니, 거의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정도였다. 설령 이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남자가 따로 있다고 해도, 적어도 지금 이람 곁에 있는 사람이 자기라면, 그것만으로도 지후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지후는 이람이 왜 자기와 이런 식으로 가볍게 관계를 시작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분명 하준을 잊고 싶어서였을 것이다.잊히지 않으니 괴롭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힘이라도 조금 빌려 보려는 마음.그 생각이 닿고 나자, 지후는 오히려 더 이람이 안쓰러워졌다.두 아이는 이람의 삶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의 원인이 된 제헌은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아버지라는 자리를 손에 쥔 채 매일 이람의 앞에서 맴돌고 있었다. 대체 제헌은 언제쯤 조금이라도 대가를 치르게 될까?지후는 제헌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더구나 제헌은 실제로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지후는 부정하지 않았다. 제헌이 그렇게 엉망으로 굴었기에 자신에게 기회가 온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람이 받은 상처는 너무도 분명했다.제헌은 하준과 경쟁하느라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이람의 마음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지후는 잠든 이람을 바라보다가 도리어 이람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소파 가장자리에 앉은 채 말없이 곁을 지켰다.이람이 무엇을 원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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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하준은 아주 잠깐, 현실감이 흐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다른 평행 세계에 잘못 들어선 것처럼 눈앞의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이건 하준이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하준은 계속 이람의 동선을 추적하여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람과 지후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서로 얽힐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가까워질 수 있단 말인가?고작 하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정확히 말하면 하루도 아니었다. 겨우 반나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진이와 모연이는 제헌의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J시 서준의 집에 와 있었다.산의 절반을 끼고 있는 이 저택은 서주연이 하준에게 증여한 것이었다. 훨씬 전부터 지어져 있었지만, 줄곧 사람이 들어와 살지 않아 방치된 상태였다. 하준은 두 달 전부터 미리 손을 대어 이곳을 다시 정비해 두었다.사실 제헌이 시험관 시술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하준은 그 대리모들을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임신이 8개월에 접어든 상태였다. 그때 손을 대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게다가 제헌과 하준은 형제였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제헌이 감히 그렇게 일찍 이람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건, 설령 들켜도 아이들을 무사히 태어나게 할 준비를 이미 다 끝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하준은 처음부터 그 두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결국 아이들의 출생 자체는 하준도 막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람은 그 아이들 때문에 하준을 놓았다.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하준과 이람 사이에는 풀 수 없는 매듭이 생긴 셈이었다.그런데 막상 이별을 통보받고 나서, 하준은 거의... 습관처럼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어릴 때부터 하준은 늘 버려지는 쪽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운명 역시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반항할 생각도, 붙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아마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밑바탕이 있는 사람은 제헌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제헌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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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어쩌면 이 일이 하준에게는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반응이 반 박자쯤 늦었다. 이 소식이 거짓일 리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 뒤에야, 거대한 고통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덮쳐 왔다.믿을 수 없었다.믿고 싶지도 않았다.충격과 고통만으로도 버거운데, 그 외에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더 있었다.그건 하준에게는 드문, 아주 격렬한 감정이었다.분노.하준은 자기 자신조차 낯설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분노할 수 있다니.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니. 심지어 억눌러 두었던 내면의 짐승이 깨어나려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하준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제헌처럼 이성을 놓고, 혹은 모든 걸 밀어붙이는 식의 강압적인 모습으로.하준은 자기 안에서 솟구치는 본능적인 반응에 스스로 놀랐다. 하지만 하준은 제헌이 아니었다. 속이 뒤집히고 무너져도, 그걸 바깥으로 쉽게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지후는 제헌의 친구 아닌가?그런 지후가 어떻게 이람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주변 누구도 지후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건가?하준은 지후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 몰랐다고 해도, 제헌은 왜 속수무책이었단 말인가? 제헌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건가?하준은 감정 앞에 서면, 자기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부터 했다. 그건 거의 영혼 깊숙이 박힌 결함 같은 것이었다.하지만 수컷들의 경쟁이라는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금의 하준은 이미 수많은 싸움을 뚫고 올라온 승자였다. 그래서 일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했고, 여러 세력 사이를 조율하는 데에도 익숙했다. 경험도 충분했다.헤어진 뒤 지난 석 달 반 동안, 겉으로 보기에 하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 하준은 이람과 제헌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굳게 믿었다.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안전한 구간이라고 생각했기에, 뒤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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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하준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떨어지자, 연훈은 가슴이 더 조여왔다.다시 하준의 안색을 살폈다. 단순히 안 좋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될 곳이 건드려져 터져 나온 분노였다.이토록 드러난 감정은 원래 하준의 얼굴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전부 드러났다.하준이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연훈아, 나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나도 몰랐어.”그 말을 끝내자마자 하준은 이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지금 하준은 당장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이람에게로 갈 생각이었다.흐름에 떠밀려 살아온 삶이라는 건, 결국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삶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하준은 자기 자신에게도 무심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바가 있으면 그걸 해냈고, 공부도, 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잘해 냈다.그런데 방향 없던 사람이 마침내 방향을 찾게 되면, 그건 거의 목숨줄이나 다름없어진다. 목숨줄을 쥔 사람이... 그걸 스스로 놓아 버릴 수 있겠는가?지후라는 변수가 튀어나왔다면.그 변수부터 없애면 될 일이다.연훈은 하준의 크고 반듯한 등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 자기가 하준을 붙잡는다면, 하준이 그대로 자기 목을 조를 것만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그제야 연훈은 알았다. 하준과 제헌은 어떤 면에서는 닮았다.한쪽은 대놓고 미쳐 있고.다른 한쪽은 억눌린 채 미쳐 있었다.하준은 거의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 전까지는.연훈은 그제야 하준이 누군가를 정말 아끼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렇게 침착한 사람도,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서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수 있었다.정말 그저 조급한 걸까?아니었다.하준은 겁이 났다.헤어진 뒤 몇 달 동안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지금은 더 버틸 수 없었다. 이미 벼랑 끝이었다.연훈도 곧바로 뒤를 따라갔다.혹시라도 하준이 통제를 놓치면, 자기가 옆에서 한 번쯤은 막아야 했다.충동적으로 움직였다가 오히려 이람에게 더 깊이 미움받는 일만은 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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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이람과 지후는 거의 동시에 눈치를 챘다.지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이람을 감시하던 쪽과 관련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이람은 처음에는 조단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허린이 약을 먹여 자신을 제헌에게 보내려 했던 그날 밤, 이람은 실제로 조단비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직접 찾아왔다는 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렇다면 후보는 둘뿐이었다.제헌이거나, 하준이거나.제헌이라면 지후와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 일이라면 먼저 전화부터 했을 것이다.‘그렇다면 하준 씨일까?’이람은 미세하게 미간을 좁혔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큰 쪽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지난번 우연히 마주쳤을 때, 하준은 이람에게 입을 맞췄다. 어쩌면 이별을 먼저 꺼낸 사람에게 화가 남아 있었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벌을 주고 싶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 그 관계를 놓지 못한 걸 수도 있었다.그런데 제헌이 나타났을 때 하준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만남에서 하준이 남긴 건 H시를 떠난다는 말뿐이었다.이제 하준이 J시로 옮겨 간 지도 거의 보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제헌은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다. 남자가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어느 정도는 붙잡으려 들게 된다고. 정말 방법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비로소 멈추는 거라고.그런데 하준은 붙잡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준 역시 이 관계에서 빠져나오려는 쪽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 정도로 정리가 끝났다면, 지금쯤 J시에서 자기 자리나 지키며 잘 지내고 있어야 맞는 것 아닌가?그런데 왜 굳이 이람을 지켜보고 있었을까?아기들이 태어난 날, 하준은 누구보다 빨리 그 사실을 알았다. 제헌의 움직임을 쫓고 있어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줄곧 이람을 지켜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이람의 심장이 작게 뛰었다.‘설마... 하준 씨는 아직 못 놓은 건가?’‘정말 놓지 못했다면, 이렇게 몰래 지켜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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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정말 이람과 함께하게 된다면, 그건 결국 나란히 서서 싸우는 전우 같은 관계가 될 것이다.“그럼 다녀올게요.”지후는 이람에 대해서는 제법 마음을 놓고 있었다.지후는 잠옷 차림 그대로 이람의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양석을 따라 자기 쪽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돌아갔다.문을 밀고 들어서는 바로 그때였다.차가운 총구가 지후의 이마에 닿았다.위험한 기운이 순식간에 팽팽해졌다.지후는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양석이 아까부터 죽을죄라도 진 사람처럼 풀이 죽어 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협박당한 모양이었다.그래도 지후는 딱 한 번 눈빛만 흔들렸을 뿐,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 방 안에 언제 들어와 있었는지 모를 하준을 바라보았다.“서 대표님. 오랜만이네요.”지후는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양석도 그 옆에서 따라 두 손을 올리며 항복하듯 제자리에 섰다.하준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연훈은 그 뒤에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앉고 한 사람은 서 있었는데도, 분위기가 사람을 짓누를 만큼 험했다. 예전의 지후는 주로 하준과 제헌이 서로 맞부딪치며 헐뜯는 장면만 지켜봤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하준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그 감각이 꽤 묘했다. 지후는 원래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든 가능하면 말로 풀고 싶어 하는 쪽이었다.“이런 식의 환영은 감사하긴 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험악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하준은 눈빛으로 경호원에게 신호를 보냈다.경호원은 총구를 바로 거두지는 않았지만, 지후와의 거리를 조금 벌리며 한 발 물러났다.다른 경호원 하나가 뒤에서 문을 닫았다.하준이 설마 진짜 자기를 죽일 리는 없다고 판단한 지후는 오히려 한층 더 느긋하게 웃었다.“서 대표님, 생각해 보면 저희도 어릴 때부터 같은 자리에서 자란 사이잖아요. 저는 서 대표님 어릴 적 모습도 알아요.”“그 정도 인연이면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각을 세울 사이는 아니죠. 사람들 먼저 물리고, 제가 직접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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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모진과 모연이 태어난 뒤로 지후는 이람과 자주 함께했다.그래서 지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준은 한 번도 이람을 다시 찾아온 적이 없었다.하준의 태도만 놓고 보면, 정작 하준이 이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겉으로 드러난 사실은 단 하나였다.서씨 가문의 황태자, J시 최고의 명문가 후계자로 불리는 서하준 대표.그 남자가 한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받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며, 그래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인상뿐이었다.원래부터 가까이하기 어려운 차갑고 높은 이미지였는데, 그런 하준이 여자한테 차였다는 사실 자체가 체면이 깎일 만한 일이었다. 하준 입장에서는 더더욱 쉽게 몸을 낮춰 이람을 다시 찾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그때부터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선 남남이 되었다.적어도 지후가 받아들인 건 그런 메시지였다.그렇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듯 돌아섰고, 붙잡지도 않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후더러 이람과 헤어지라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맞지 않았다.처음부터 하준이 이람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면, 지후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붙잡을 생각도 안 했고, 자기가 직접 나설 마음도 없었으면서, 이람 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 꼴은 또 못 보겠다는 건 너무 염치없지 않은가.자기가 놓아버린 사람을... 남도 손대면 안 된다는 건가?그건 제헌과 다를 게 없었다.이람은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누구를 만나든, 누구와 함께하든 그건 이람이 정할 일이었다.그런데 하준은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걸까?“그런 논리라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하준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지후가 입고 있는 잠옷 위를 스치고도, 하준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감정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지후는 한참 동안 말을 쏟아냈다. 그런데 하준은 제헌과는 분명 달랐다. 지금 이 정도 말을 들었으면, 제헌이었다면 벌써 난리를 쳤을 것이다.그런데 하준은 화를 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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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젠장... 정말 속을 알 수가 없어.’지후는 2초 입을 다문 채 있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서 대표님, 지금 하시는 거,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겠다는 뜻이네요.”하준이 낮게 말했다.“네가 보는 그대로야.”지후는 차갑게 웃었다.“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랑 이람 씨 관계에 끼어들죠? 헤어진 지 넉 달 가까이 된 전남친이라는 자격으로요?”“서 대표님, 이람 씨가 먼저 끝낸 거잖아요. 두 분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권리로 이렇게까지 강하게 이람 씨의 선택에 개입하세요?”“그래서 내가 너를 찾아온 거야. 네가 먼저 물러나라고.”하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경호원이 팔에 힘을 더 실었다. 두 팔이 모두 등 뒤로 꺾인 상태에서 압박이 강해지니, 지후는 견디기 더 어려워졌다. 조금만 더 세게 비틀리면, 어깨가 탈골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지후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더는 체면을 지킬 여유도 없었다. 지후는 이를 세게 물고 말했다.“제 여자친구는 지금 바로 옆방에 있어요. 그렇게 제가 이람 씨랑 있는 게 눈에 거슬리면, 차라리 직접 가서 물어봐요. 이람 씨한테.”그 말이 떨어지자, 하준을 둘러싸고 있던 서늘한 기운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리고 하준은 뜻밖에도 잠깐 말을 잃었다.지후는 마침내 약점을 찾은 사람처럼 되물었다.“못 하겠어요?”하준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그 표정을 보는 순간, 지후는 자기 짐작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또 너무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지후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설마... 이거였어?’지후는 이제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람 씨는 아직도 서 대표님을 꽤 좋게 기억해요. 헤어진 뒤에도 많이 힘들어했고요... 그건 이람 씨가 서 대표님 좋은 점을 전부 기억하고 있어서예요.”“그런데 만약 이람 씨가 지금 서 대표님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요? 제헌 형이랑 조금도 다를 것 없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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