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은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미간에 힘을 준 채 싸늘한 목소리로 했다. 그래도 사실을 말하는 것은 피하지 않았다.“역겹진 않아.”이건은 제은처럼 성격이 모난 사람도 아니었다. 차창 밖으로 터지는 불꽃놀이는 꽤 볼만했고, 이건은 제은이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조금 시끄럽다고 느낀 것 말고는 딱히 견디기 힘든 건 없었다.무엇보다 제은은 이건을 악의적으로 긁으려는 게 아니었다.이번에는 제은이 멈칫했다. 2초쯤 그대로 굳어 있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무척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진짜 내가 안 역겨워? 네 표정 보면 하나도 좋아 보이진 않는데.”“딱히 좋아할 이유도 없으니까.”이건은 또 한 번 제은의 말문을 막았다.고속도로 출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은은 귀찮아서 더는 이건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이 말한 ‘안 역겹다’라는 말이 혹시 자신이 그 어린 매니저를 혼내 준 일을 두고도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인지 곱씹어 보게 됐다.그렇게 생각한 제은은 바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차는 제은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새해 전야라, 카운트다운 행사가 있는 동네 카페들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상태였다.다시 소란스러워진 거리를 바라보던 제은이 말했다.“앞에 세워.”“뭐 하게?”“커피 마시고 싶어.”예상했던 대로 이건의 미간이 바로 구겨졌다.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생기는 추가 일정이 영 못마땅한 기색이었다.“밤에 잠 안 올까 봐 걱정 안 되냐?”“걱정은 무슨. 너도 밤새 본 적 있잖아? 새해 첫날인데, 난 아예 밤을 새울 거야.”이건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제은을 향한 인내심이 거의 한계까지 닿은 듯했지만, 다음 순간 차 속도는 서서히 줄었고, 카페 앞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이건은 시동을 끄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뭐 마실 건데?”그 말에 제은은 갑자기 ‘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은 늘 팔자 사나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시키는 일은 다 제대로 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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