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은이 여기서 ‘엎어진 김에 쉬어가기’를 시전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바보였다.“괜찮아. 뼈 다친 건 아니니까 그냥 집으로 데려다줘.”제은은 조금 전 이건의 반응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건은 분위기만 차가울 뿐이지, 막상 닿아 보면 커다란 난로처럼 따뜻했다. 아니면 제은이 너무 차가운 탓에 온도 차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었다.“먼저 병원으로 가.”이건은 단호했다.제은의 미간이 또 꿈틀했다. 최대한 부딪치지 않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저렇게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태도는 제은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제은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병원 안 간다고 했어.”이건은 더는 말로 설득하지 않았다. 그대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제은은 어이가 없었다.‘진짜 귀먹었나?’병원 앞에 도착했는데도 제은은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끝까지 버텨 보겠다는 심산이었다.그러자 이건은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 제은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아무 말 없이 제은을 번쩍 안아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제은은 말문이 막혔다.제은은 여태 이건이 꽤 낯을 가리고, 남 시선을 의식하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은을 안은 채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사람들 시선이 쏠려도, 이건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옆도 돌아보지 않았고, 누가 쳐다보든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이건은 제은을 내려놓은 뒤 접수부터 했다. 의사를 만나게 하고, 엑스레이도 찍게 하고,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발목에 바를 약까지 챙겼다.이건이 위아래로 뛰어다니는 동안, 제은은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급하게 나온 탓에 차에서 내릴 때 외투도 입지 못했는데, 지금 제은의 어깨에는 이건의 패딩이 덮여 있었다.이건은 패딩 안에 검은색 슬림핏 터틀넥 하나만 입고 있었다. 옷을 얇게 입은 탓에 몸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딱 보기에도 느낌이 있었다.제은은 원래 이건이 말은 적고 행동이 빠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