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깊고 날카로운 눈매에서는 쉽게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하준은 그저 침잠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러다 무심한 듯, 이람과 지후가 맞잡고 있는 손 위로 시선이 스쳤다.자기의 태양인 이람이, 어째서 다른 사람 손에 붙들려 있어야 하지.어떻게 그럴 수 있지.“그리고 한 가지 더요, 서 대표님. 제 여자친구 아이들은 서 대표님이 낳은 아이들이 아니잖아요. 서 대표님한테는 친권도, 양육권도 없어요.”“서 대표님이 원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을 열여덟 살까지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람 씨는 엄마예요. 자기 아이들 데리고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 서 대표님 허락은 필요 없어요.”지후는 분명 느끼고 있었다. 이람은 하준을 대할 때, 제헌을 대할 때처럼 단호하지 못했다.쉽게 흔들렸고, 쉽게 하준의 흐름에 휩쓸렸다.하지만 방금 가까이 다가오며 들은 몇 마디만으로도, 지후는 확신했다. 하준은 정말 여자와 어떻게 부딪쳐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지금은 무조건 이람 뜻대로 맞춰 줘야 하는 때였다.이람의 기분을 먼저 풀어주고, 적당한 순간에 이람이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나 던지고, 그렇게 조금씩 틈을 만들어 가면 되는 일이었다. 경계를 먼저 낮추고, 천천히 스며들어야 했다. 더구나 하준에게는 전 남자친구라는 선점 효과도 있었다. 최소한 제헌처럼 끝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은 아니었으니까 이람도 분명 태도를 달리하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형제는 이상한 데서 똑같았다.그래도 하준이 제헌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제헌과는 달리 자기 방식을 수정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제헌은 끝내 변하지 않으려 들었지만, 하준은 적어도 자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성향이 다르면, 행동도 선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하준 역시 마찬가지였다.지후의 말이 들리자, 이람은 지후가 곁에 있어 주는 게 새삼 고마웠다.다른 건 몰라도 지후는 눈치가 빨랐고, 상황을 분명하게 정리해서 말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