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하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람을 데리고 갈 수 있었다는 건, 단비는 하준에게 따라잡히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이었다. 이람은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단비는 이람을 친절하게 대했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람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그러니 하준이 쫓아오든 말든, 단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이람은 자신도 모르게 단비를 한 번 바라봤다.‘단순히 재미있어서 이러는 걸까?’‘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목적이 있나?’전자라면, 새롭고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람에게 이럴 거였다면 진작 이람을 찾아와야 했다.후자라면, 그것은 더 말이 되지 않았다.겉으로 보기에 단비는 외동딸이었다. J시 재벌가의 금지옥엽이었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자랐고, 무엇이든 이람보다 더 많이 가졌다. 이람이 가진 것 가운데 단비가 탐낼 만한 건 딱히 없어 보였다. 조성민이 아끼고 챙겨 주면서 단비에게 넘긴 회사만 해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물론 단비가 신경 쓸 만한 게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조성민이 죽은 뒤 남길 유산 같은 것 말이다.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이람과 이건은 조성민에게 뭘 바란 적도 없었고, 조성민 역시 두 사람을 도운 적이 없었다. 그래도 이람과 이건은 자기 힘으로 충분히 잘 살아왔고, 아쉬운 것도 없었다.게다가 부모 자식 사이의 정도 얄팍했다. 조성민 앞에서 무슨 부녀간 정이 깊은 척 연기하며, 유언장에 자기 몫 하나 남겨 달라고 바라는 짓을 이람은 죽어도 못 했다. 그런 생각을 이건에게 털어놨다가는 이건이 그 자리에서 누나 취급도 안 할지도 모른다.조성민의 것을 이람은 조금도 갖고 싶지 않았다.만약 어릴 때부터 조성민 곁에서 자라다가 다 큰 뒤에 친아버지에게 사생아인 딸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 그때의 이람은 분명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고 또 빼앗으려 들었을 것이다. 이람은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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