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921 - Capítulo 930

1013 Capítulos

제921화

연나는 그제야 단비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가장 믿었던 친구가 등에 칼을 꽂다시피 했고,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도 결국 다 단비 때문이었다!연나는 지금 당장 말로 단비를 이길 수도 없었다. 자신의 직감이 맞다는 걸 입증할 증거도 없었다.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연나의 이성이 거의 끊어질 지경이었다. 연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렇게까지 분하고 미칠 듯이 화가 난 적이 없었다.떨리는 손가락으로 단비를 가리키며 경호원에게 소리쳤다.“빨리 조단비 잡아!”하준이 곧 도착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연나는 끝장이다. 하준이 오기 전에 연나는 단비부터 붙잡아 따져 묻고 화를 풀어야 했다!어차피 이미 연나가 감당하지 못할 사람을 제대로 건드렸다. 여기에 재벌가 아가씨 단비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연나는 무조건 분을 풀어야 하니까.안 그러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연나와 단비가 갑자기 서로 물어뜯기 시작하자, 이람과 제은은 둘 다 당황하여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이람의 시선은 줄곧 제은을 향해 있었다. 연나가 데려온 경호원은 둘이었다. 한 명은 제은을 붙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단비를 쫓아가고 있었다.차 안에는 기사도 한 명 더 있었다.이람은 지금이라도 달려들면 제은을 빼낼 수 있을지 계산해 보았다.이람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제은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험악한 눈으로 이람을 노려보며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했다.이람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제은은 일이 더 커질수록 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언니, 부연나는 제 정체를 알아서 절 손대지 못해요. 큰오빠도 오는 길이잖아요?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이람은 피로 범벅이 된 제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 지경이 되고도 도리어 이람부터 안심시키는 배짱이 있었다. 이람이 제헌과 결혼했을 때만 해도 제은은 이람을 대놓고 깔봤다. 툭하면 시비를 걸었고, 갖은 모욕을 퍼부었고, 틈만 나면 이람을 짓눌렀다.제은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
Ler mais

제922화

눈 깜빡할 사이에 이람과 단비가 동시에 사라졌다.연나를 앞에 두고 대놓고 시비를 걸었던 이람은 제은의 달라진 모습을 몇 번 더 눈여겨봤지만, 단비는 제은에게 아무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있었다. 그때 창고에서 연나를 손봤을 때, 단비는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단비는 겉보기엔 위협감이 없는 쪽이었다. 제은은 그때 단비를 흘끔 보고는 바로 잊었다.제은에게 단비가 남긴 가장 큰 인상은 불과 몇 분 전 연나와 맞붙어 서로 물어뜯던 모습이었다.제은은 바보가 아니었다.연나는 아마 단비에게 제대로 걸려들었을 것이다.‘흥, 그거야 부연나가 멍청하다는 뜻이지.’‘조단비는 부연나보다 훨씬 머리가 잘 돌아가네.’게다가 겉으로 보기엔 둘이 가까운 친구였다. 가장 친한 친구를 저렇게 놀리면서 쥐고 흔들 수 있다면, 애초에 친구로 여긴 적이 없었거나, 아니면 그냥 심성이 뒤틀린 쪽이었다.제은이 보기엔 전자일 가능성이 더 컸다.애초에 연나 같은 사람과 진심으로 친구가 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제은은 차갑게 연나를 향해 물었다.“쟤 누구야?”연나는 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며 말도 안 되는 기분에 휩싸였다.‘단비가 조이람을 데리고 달아났다고?’‘단비는 조이람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조이람을 데려가서 뭘 하겠다는 거야?’연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제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놀란 기색에서 겨우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 아직 눈앞에 더 큰 골칫거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도 그제야 떠올랐다. 연나는 그 자리에서 곧장 말했다.“강제은, 너도 봤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일이 아니었어. 전부 조단비가 꾸민 짓이야. 조단비가 일부러 날 갖고 놀고, 부추기고...”“난 애초에 널 납치할 생각 같은 거 없었어. 다 걔 때문이야! 나중에 하준 오빠 오면, 제발 내 얘기 좀 잘 부탁해!”연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경호원에게 얼른 손을 놓으라고 했다.제은은 제압에서 풀려났지만, 손은 여전히 묶인 상태였다.연나는
Ler mais

제923화

“지금 네 헛소리 들을 시간 없어. 이람 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끝이고 조단비도 끝장이야.”‘또 조이람 편이야!’연나는 밀려오는 공포와 초조함에 자극받아 속이 온통 독기로 들끓고 있었다.연나는 모두가 이람만 둘러싸고 도는 꼴이 몹시 못마땅했다. 모두가 이람 편을 드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왜?’‘조이람이 뭐라고?!’‘기껏해야 하준 오빠 비서였잖아?’‘지금은 무슨 허접한 회사 하나 차린 주제에.’‘조이람한테 대체 무슨 힘이 있는데?’연나가 목소리를 높여 제은에게 따져 물었다.“넌 왜 그렇게 조이람을 좋아하는데? 왜? 너도 그렇고, 하준 오빠도 그렇고, 우리 오빠도 그렇고... 하나같이 다 조이람 편만 들잖아!”연나는 정말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하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오른팔이 연훈이었다. 그래서 연나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됐다. 즉, 연훈은 여동생이 하준을 좋아하면, 왜 자기 동생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고작 비서 따위의 편이나 드는 걸.연훈만 연나 편을 들어줬어도, 어쩌면 연나는 벌써 하준과 이어졌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뒤에 이런 일들이 줄줄이 벌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연나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데다, 제 친구한테 배신까지 당했다.그래서 지금 연나는 이람이 죽도록 미웠다.제은은 아직까지 연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연나가 묻는 말마다 제은이 다 대답해 줄 이유도 없었다.그래도 제은은 이 질문만큼은 대충 답해 줄 생각이 들었다.“말해 줄 수는 있어.”연나는 그 대답이 너무 궁금했다.“왜인지 말해봐!”제은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제은은 연나를 향해 웃었다.“네가 천박한 년이라서.”연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곧이어 제은이 ‘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 약 올리는 건 정말 재미있네.’연나는 그제야 또 제은에게 놀아났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번에도 제은은 이람과 사이가 나쁜 척하며 연나에게서 말을 캐냈다가, 돌아서서는 다 속인 거라고 태연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Ler mais

제924화

연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제은은 연나의 속셈을 바로 알아챘다.“지금부터 얌전히 내 비위나 맞춰. 내 기분이 풀리면, 이따가 괜히 더 불쌍한 척 안 해도 돼.”“그러면 우리 큰오빠가 네 목숨줄까지 끊진 않겠지. 네가 받는 벌도 아주 심하진 않을 거고.”연나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하준이였다. 그래서 연나는 결국 대답했다.“단비는 외동딸이야.”제은이 되물었다.“진짜?”연나가 낮게 말했다.“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뭐 하게.”제은은 비웃듯 말했다.“그래, 맞아. 지금 이 판에 나한테 거짓말할 배짱까지 있으면, 그건 나도 인정해.”연나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 갔다.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연나는 돌아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오빠 연훈에게 전화해서 한마디라도 부탁해 보려는 생각이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오빠...”연나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연훈의 차가운 한마디에 그대로 끊겼다.[연나야, 나 정말 너한테 실망했다.]연나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연나는 연훈에게서 저렇게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얼음물 한 통을 머리끝부터 뒤집어쓴 것처럼 속까지 식어 버렸다.연훈은 계속 경고했다.[이 일은 나도 못 막아. 거기서 꼼짝 말고 몇 분만 더 기다려. 나랑 하준이 곧 도착한다.]연나는 눈가가 벌게진 채, 갑자기 거의 발작하듯 소리쳤다.“오빠! 오빠는 왜 나한테 이래?”연훈은 정말 화가 난 듯했다. 그래서인지 연나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연나가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원망을 쏟아낼 때마다, 연훈이 타이르고 달랜 세월이 이미 길었다.이제 연훈은 연나의 질문에 대꾸하는 일 자체가 지겨울지도 모른다.연나는 정말 절망스러웠다.이제 연나는 거의 끝장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편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나는 말했다.“오빠, 조이람은 조단비가 데려갔어.”‘하준 오빠는 조이람 때문에 불안해질까?’ ‘늘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던 그 얼굴에 다른 기색이 떠
Ler mais

제925화

단비가 몸을 조금 더 기울였다. 입가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단비는 이람과 눈을 맞추고 말했다.“내가 왜 나한테도 축하할 일이라고 했는지 안 궁금해?”이람은 단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궁금해.”엄마에게 일이 생긴 뒤로 조성민은 이람과 이건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를 바 없었다.이람은 진작 마음속에서 아버지라는 자리를 지워 버린 상태였다.그런데 단비가 불쑥 나타났다.이람은 조성민에게 다른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을 품고 있었다.이람은 몇 가지 일만큼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이람이 이렇게 덤덤하게 나오자, 단비는 이유 없이 웃음이 날 것 같았다.“내가 이모가 됐으니까 축하해야지.”이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단비가 이어 말했다.“내 조카한테 줄 선물은 아직 못 챙겼네. 그건 좀 미안하다.”이람은 미간을 좁히고 단비의 온화하고 무해해 보이는 얼굴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너 지금 진심이야?”“우리 오늘 처음 제대로 말 섞는 거고, 서로한테 아주 낯선 것도 맞아.” 단비는 이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난 네 언니야. 모르는 척할 생각은 하지 마.”단비가 저렇게 대놓고 말을 꺼내니, 이람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람도 돌려 말하는 쪽은 좋아하지 않았다.다만 이람이 여러 가지를 떠올리긴 했어도 단비가 이런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뭘 하자는 거지?’‘사이좋은 자매라도 되는 척하려는 건가?’이람은 살아오면서 늘 누나 역할만 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단비가 입버릇처럼 자기가 언니라고 하는 것이 몹시 어색했다.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자기한테 언니가 있다고?가만히 생각해 봐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그런데 단비는 이런 관계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마치 언니 역할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이람은 지금 단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정확히 짚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단비
Ler mais

제926화

이람은 앞뒤 사정을 다 듣고 나서 단비를 바라봤다.“네가 하는 말들... 내가 그걸 어떻게 다 믿어?”단비는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순순히 인정했다.“맞아. 다 내 말뿐이니까 너로서는 믿기 어렵지. 그래도 나는 너한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자기한테 여동생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두고, 단비는 처음엔 싫어한 적도 있었고 불만을 품은 적도 있었고, 심지어 망가뜨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단비는 누군가가 나타나 자기 몫이라고 여긴 모든 걸 빼앗아 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단비가 이람을 자꾸 알아갈수록 이람은 거의 매번 단비의 예상 밖이었다. 단비가 짐작한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쪽으로 흘러갔다. 달리 말하면, 이람은 제법 결이 선명한 사람이었다. 몇 번 훑어보고 나면 뻔하다고 치워 버릴 수 있는, 심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단비의 마음은 조금씩 호기심으로 기울었다.그 뒤로는 이람이 엉망인 일들을 수도 없이 겪는 모습까지 보게 됐다. 단비는 약간 강 건너에서 불구경하듯 지켜봤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이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단비는 그게 궁금했다.하지만 이번에 이람이 J시에 온 건, 아마 조성민을 찾아온 게 맞을 것이다. 단비는 처음엔 몹시 경계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람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일 년 가까이 지켜본 데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이람과 조성민의 부녀 관계까지 보고 나니, 단비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람은 조성민에게 아무 감정도 없었다.이람의 삶에서 아버지라는 자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다. 이제는 필요하지도 않았다.단비의 자리가 위협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니 단비 눈에는 이람이 더 귀엽게만 보였다.가엾은 애. 그런데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을 잔뜩 겪으면서도 아버지 조성민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단비는 그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1년 동안 훔쳐보듯 이람을 지켜보는 사이에 단비의 마음은 계속 달라지고 있었다. 단비는 이람을
Ler mais

제927화

둘 사이에 서로 챙겨 주고 기대는 정 같은 건 없었다.오히려 이람은 단비의 손에서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단비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만 던지면, 당장이라도 둘이 애틋한 자매라도 되는 것처럼 맞춰 연기해야 할 것 같았다.이람의 기분은 몹시 좋지 않았다.이람은 단비의 성격이 왜 이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람이 떠올렸던 명문가 아가씨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단비는 이람의 얼굴에 가득한 불신과 금방이라도 한계까지 몰릴 것 같은 불쾌한 기색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세를 조금 바로잡았다.“무슨 일이든 이유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중에는 덤으로 따라오는 이유도 있고, 입 밖에 내서 남들한테 호감도 살 수 있는 이유도 있어. 그런데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단비가 말을 이었다.“네가 안 믿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말한 그 이유를 못 믿겠으면 다른 이유는 믿어도 돼.”“예를 들면, 나는 연나한테 질릴 만큼 질렸어. 그러니까 연나가 평생 다시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게 되는 게 제일 좋지.”“그럼 연나가 떼어 낼 수도 없는 골칫거리를 잔뜩 뒤집어쓰고, 나는 도와주고 싶지만 못 도와주는 척하면 되잖아. 그러면 내 목적은 이뤄지는 거고.”이람은 그제야 조금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말 사이사이에서 이람은 단비가 정말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상대를 속이는 것도 개의치 않을 사람 같았고, 위선을 떠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고,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는 냉담함과 매정함도 늘 품는 쪽에 가까웠다.그렇다면 단비가 지금 하는 말들 역시 이람을 떠보며 가지고 놀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이람 역시 단비가 몇 마디 던졌다고 해서 그 말을 듣자마자 단비에게 가까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그래도 이람은 상대의 성격이 어떤 쪽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아까처럼 날을 바짝 세우지는 않았다. 이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옆에 서 있는 경호원 두 사람을 한 번
Ler mais

제928화

단비는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크게 웃었다. 한바탕 웃고 난 뒤, 단비는 경호원에게 눈짓했다.경호원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비켜섰다.이람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단비는 경호원이 비운 자리로 옮겨 앉아, 이람과 나란히 마주보고 앉았다.이람도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단비와 똑같이 검은 옷차림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눈매와 생김은 각자 자기 어머니를 더 닮아서 아주 비슷하게 보이진 않았는데도, 자매라고 해야 설명될 법한 묘하게 비슷한 공기가 둘 사이에 감돌았다.단비는 느닷없이 이람의 팔 한쪽을 붙잡고 몸까지 가까이 기울였다.“감정이라는 건 키워 가는 거잖아. 지금까지 우리 사이에 불편한 일이 많았던 건 맞아. 그래도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아지면 되는 거 아니야?”이람은 단비의 눈을 아주 찬찬히 들여다봤다.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이고, 거짓말을 못 한다고 했다. 이람은 그 눈 안에서 사람을 놀려 먹으려는 기색 같은 걸 찾아내고 싶었다.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단비가 일부러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정말 자기와 자매 사이의 정을 만들어 보려는 마음처럼 느껴졌다.그런 반응은 전부 이람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하지만 단비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이람까지 그 장단에 맞출 이유는 없었다. 이람이 싫으면 그만이었고, 단비가 내미는 모든 말에 하나하나 응할 필요도 없었다.“언제 놔줄 건데?”단비가 웃으며 되물었다.“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고 싶어?”이람은 단호하게 말했다.“너랑은 딱히 할 말 없어. 나 조성민 회장 만나야 해.”차갑게 밀려난 뒤에도 단비는 이람의 손을 놓지 않았다.“아빠 만나서 뭐 물어보게? 나한테 말해. 내가 아는 거면 다 알려 줄게.”이람은 잠깐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네가 나보다 한 달 더 일찍 태어났잖아. 혹시 조 회장... 결혼한 상태에서 바람피운 거야?”단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우리 엄마가 네 아빠한테 약 먹여서 그렇게 된
Ler mais

제929화

어쩌면 앞으로도 누군가가 부모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이람은 한 번쯤 가슴이 저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람이 기댈 수 있는 정신적 지주는 언제나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람은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없었고 견디지 못할 일도 없었다.다만 이람은 갑자기 아무 기운도 나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실망스럽고 무책임하다는 사실은... 딸로서는 아무래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런 감정쯤은 전부 뒤로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단비는 이람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물었다.“지금 조 회장 보러 갈래?”이람이 한 번도 조성민을 아빠라고 부른 적이 없었으니, 지금 단비도 그 호칭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안 가.” 이람이 말했다.“공항으로 데려다줘.”단비가 되물었다.“벌써 가게?”“이제 더 할 일 없어.”이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단비를 떠볼 힘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기운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고 싶었다.단비가 말했다.“여기까지 쫓아온 이유가 아이 때문 아니었어? 네 아이는?”단비가 큰 틀의 사정은 알고 있어도 자세한 속내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상대가 서씨 가문이었으니까.이람은 짧게 잘라 말했다.“그건 너랑 상관없어.”단비는 언니라는 위치가 제법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그래도 내가 네 아들딸의 이모인데, 그 정도는 물어봐도 되지 않아?”이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단비를 봤다.“조단비, 너 진짜 이상해.”단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네가 아직 내 동생인 걸 적응 못 하는 거지. 나는 벌써 내가 언니라는 게 썩 마음에 드는데, 그게 그렇게 이상해?”이람은 대꾸하지 않았다.단비는 말을 이었다.“내가 너 좋아한다고 했잖아. 잘해 주고 싶다고도 했고. 너는 그렇게 끝까지 모질게 밀어낼 거야?”이람은 믿지 않았다.“아무 이유도 없이 좋아하게 됐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단비가 말했다.
Ler mais

제930화

단비가 하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람을 데리고 갈 수 있었다는 건, 단비는 하준에게 따라잡히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이었다. 이람은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단비는 이람을 친절하게 대했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람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그러니 하준이 쫓아오든 말든, 단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이람은 자신도 모르게 단비를 한 번 바라봤다.‘단순히 재미있어서 이러는 걸까?’‘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목적이 있나?’전자라면, 새롭고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람에게 이럴 거였다면 진작 이람을 찾아와야 했다.후자라면, 그것은 더 말이 되지 않았다.겉으로 보기에 단비는 외동딸이었다. J시 재벌가의 금지옥엽이었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자랐고, 무엇이든 이람보다 더 많이 가졌다. 이람이 가진 것 가운데 단비가 탐낼 만한 건 딱히 없어 보였다. 조성민이 아끼고 챙겨 주면서 단비에게 넘긴 회사만 해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물론 단비가 신경 쓸 만한 게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조성민이 죽은 뒤 남길 유산 같은 것 말이다.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이람과 이건은 조성민에게 뭘 바란 적도 없었고, 조성민 역시 두 사람을 도운 적이 없었다. 그래도 이람과 이건은 자기 힘으로 충분히 잘 살아왔고, 아쉬운 것도 없었다.게다가 부모 자식 사이의 정도 얄팍했다. 조성민 앞에서 무슨 부녀간 정이 깊은 척 연기하며, 유언장에 자기 몫 하나 남겨 달라고 바라는 짓을 이람은 죽어도 못 했다. 그런 생각을 이건에게 털어놨다가는 이건이 그 자리에서 누나 취급도 안 할지도 모른다.조성민의 것을 이람은 조금도 갖고 싶지 않았다.만약 어릴 때부터 조성민 곁에서 자라다가 다 큰 뒤에 친아버지에게 사생아인 딸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 그때의 이람은 분명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고 또 빼앗으려 들었을 것이다. 이람은 그런 일
Ler mais
ANTERIOR
1
...
9192939495
...
102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