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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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이람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이 두 형제가 대체 어디까지 망가질지, 결국 어떤 꼴이 될지.지금 이람에게는 딱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아기들만 무사하면 됐다.만약 제헌이 정말 아기들을 빼앗으려 든다면, 차라리 하준 곁에 두는 편이 나았다.“그래도 계속 제 옆에 붙어 계실 필요는 없어요. 좀 쉬세요. 저는 혼자 가서 밥 먹을게요.”이번에는 이람의 태도가 단호했다.“저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이람은 하준의 눈을 오래 바라볼 수가 없었다. 하준의 시선에 담긴 걱정은 자꾸만 이람의 심장을 흔들었다. 지후와 함께 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지후와 있을 때는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굳이 더 생각하게 되는 일도 없었다.하준은 달랐다.하준과 함께 있으면, 하준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다.이람의 시선은 자꾸 하준에게로 끌려갔다.심장이 자꾸 날뛰었다.하준은 이람을 오래 바라봤다. 몇 번이고 눈으로 살피다가, 끝내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서재 안.하준은 소파에 앉아 미간을 짚고 있었다.이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뒤로, 지금에야 겨우 혼자 있게 됐다.눈 안에는 거칠고 매운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제헌이 감히 이람에게 그런 짓을 했다니.하준은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지 못한 채, 손에 쥔 유리컵 하나를 그대로 박살 냈다.옆에 있던 연훈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하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했다. 연훈은 이람에게 하준이 자신을 해치는 버릇이 있다는 걸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람은 이미 서태인과 관련된 일까지 알고 있었다. 그 정도면 이 일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런데 하준은 마치 연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손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을 내려다보며 낮게 경고했다.“연훈아, 이 얘기는 이람이한테 하지 마.”연훈은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그래도 넌 계속 이런 식으로 너를 다치게 하잖아. 나는 진짜 딱해서 못 보겠다. 말려도 듣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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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하준은 할 말을 다 마치자, 제헌이 무슨 말을 더 쏟아내든 들을 생각이 없었다.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뒤로 연훈에게 몇 가지 일을 지시했고, 다시 두 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일을 전부 정리한 뒤에야 하준은 서재에서 식사했다.식사를 마친 뒤, 하준은 두 아이를 보러 갔다.하준은 이람도 모진이와 모연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지냈으면 했다. 하지만 사람은 자라면 결국 고민이 생긴다. 하준은 이람이 어떤 문제를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람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일들까지 한꺼번에 덮쳐 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몰린 것뿐이었다.그래서 하준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버거운 문제들을 하나씩 눈 앞에서 치워 버리는 것....이람은 식사를 마친 뒤, 몸 상태가 조금 괜찮을 때를 놓치지 않고 비서와 연락해 이번 최종 테스트 데이터 결과를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민서와 통화했다. 일 이야기도 했고, 사는 이야기도 했다.“나 지금 서하준의 집에 있어.”식사를 마친 뒤 혼자 바람을 쐬러 나온 참이었다. 이곳은 너무 넓어서 그냥 걷기만 해도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 조용한 산길까지 닿을 수 있었다. 이람은 예쁘게 가꿔진 꽃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몸살 기운이 좀 있어서 며칠은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민서가 바로 물었다.[어디 아파?]“그냥 감기 좀 걸린 거야.”[그 정도면 다행이긴 한데, 근데 너 왜 서하준 집에 있어?]이람은 한숨을 삼키듯 말했다.“그건 설명하려면 길어...”민서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곧장 핵심을 찔렀다.[잠깐만. 너 서하준이랑 다시 만나는 거야?]“아니.”[아닌데 왜 같이 있어?]이람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민서에게 설명했다.민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와, 진짜 기가 막힌다. 서하준은 너 보고 싶었으면 진작에 움직였어야지, 말 한마디 없이 애들부터 데려가면 어떡해?][강제헌은 그냥 완전 미친놈이고. 애들 없어진 걸 왜 너한테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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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오래요?”그 표현은 어딘가 이상했다.하준은 시간까지 정확하게 말했다.“5시간 15분.”이람은 말문이 막혔다.“네 얼굴을 직접 봐야 내가 안심돼.”하준은 이람이 무너진 모습을 본 뒤로 가슴이 찢어질 만큼 괴로웠다. 이람이 혼자 있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하준은 내내 곁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이람은 멀리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서 대표님 손바닥 안에 있는데, 제가 어디로 사라지겠어요?”“그렇긴 하지.”하준은 낮게 웃었다. 이람의 상태가 많이 차분한 걸 보니 하준도 한숨 놓였다. 하준은 이람 곁에 서서 함께 풍경을 바라봤다.이제 슬슬 내려가도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조용한 데서 하준과 단둘이 서 있으면, 이람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이제 들어갈게요.”“그래.”이람이 한 걸음 옮기자, 남자의 손이 이람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람은 의아한 눈으로 하준을 바라봤다.하준은 아래로 길게 이어진 길을 한 번 보고 말했다.“내가 업고 내려갈게.”“괜찮아요. 다리 다치셨잖아요.”“별거 아니야. 나 걱정하지 마.”하준은 바로 계단 두 칸 아래로 내려가더니, 뒤돌아 이람을 봤다.“가자. 빨리 들어가자.”이람은 당연히 하준의 등에 올라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옆으로 비켜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하준 곁을 막 스치는 때, 이람의 몸이 불쑥 가벼워졌다. 하준이 허리를 감싸안아 그대로 들어 올린 것이다.“업히기 싫으면, 안고 가지.”결국 이람은 하준에게 안긴 채 돌아갔다.이람은 저녁을 먹고, 약을 먹고,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었다.오전에 열이 오르긴 했지만 미열 수준이었고, 그 뒤로는 다시 오르지 않았다. 이람도 기운을 많이 차려서 이제는 하준이 옆에서 계속 챙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다만 밥을 먹는 동안 몇 번 하준과 눈이 마주쳤을 뿐, 둘 다 별말은 하지 않았다.이람은 아직 젊었고, 몸도 튼튼한 편이었다. 가장 괴로웠던 이틀만 넘기고 나니 회복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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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부모님이 모두 J시에 와 있는 탓에 제은은 혼자 몰래 빠져나온 상태였다. 경호원도 붙지 않았다. 그래서 제은은 누군가가 감히 자신을 뒤에서 노리고 덮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제은이 평소에 미움 산 사람은 많았다. 그래도 정말로 손을 대려는 사람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제은은 생각해 왔다.제은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직전, 현재 위치를 겨우 전송했다....이람은 몸이 아팠던 날, 제헌에게 전화받은 뒤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제헌은 아이들을 들먹이며 이람을 위협했다. 그때는 더 아닌 척하지도 않았다.그 일 이후로 이람은 제헌이 괜찮은 아버지가 될 거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제헌 같은 사람은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람은 제헌과 함께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바로 끊어 냈다.물론 그 결정은 강씨 가문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강씨 가문이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이람에게도 승산은 있다고 느꼈다.적어도 아이들이 철이 들기 전까지는, 반드시 이람 곁에 있어야 했다.이람은 제헌의 연락처를 전부 차단했다. 이람은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제헌이 이람에게 닿으려 해도 쉽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혹시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오더라도 이람은 한 번 확인하고 곧바로 다시 막아 버릴 생각이었다.이람은 자기 일상에서 제헌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싶었다.앞으로 이람이 혼자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은 제헌임이 틀림없었다.하준의 말대로라면, 이람과 제헌 사이에 있는 차이는 결국 힘이었다. 권력과 배경... 그런 것들이었다. 그 부분만큼은 이람이 아무리 버텨도 혼자서는 맞설 수 없었다.이람은 며칠 동안 하준의 저택에 머물렀다. 그 시간은 어쩌면 하준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준은 아이들을 아주 세심하게 돌봤고, 끝까지 참을성 있게 대했다. 예전에 8개월 동안 함께 지냈던 기억까지 더하면, 이람은 하준이 원래부터 누군가를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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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핸드폰 배터리가 꺼진 것도 아니었다. 통화는 아직 이어지고 있었는데, 상대 쪽에서 아무 대답이 없었다.대신 무언가를 질질 끄는 듯한 잡음이 다시 들렸다.그러고 보니 제은이 말을 멈추기 전,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도 있었다.통화는 십여 초쯤 더 이어지다가 끊어졌다.이람의 표정은 이미 굳어졌다.머릿속으로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갔다.‘설마... 아닐 거야.’제은 곁에는 평소 경호원이 붙는다. 그런 제은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었다. 더구나 제은의 오빠도, 부모도 지금 J시에 와 있었다.KU그룹의 핵심 거점은 남쪽에 있어도 사업은 전국으로 퍼져 있었다. J시에도 KU그룹이 투자한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었고, 영향력도 적지 않았다.그런데도 최근에는 이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그래서 작은 낌새 하나만 보여도 이람의 신경이 곧장 곤두섰다.이람은 밤새 J시로 달려오면서 노트북도 차에 실어 두었다.이람은 곧바로 노트북을 꺼내 펼쳤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오갔다. 제은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자, 핸드폰은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이람은 멈춘 좌표를 열어 확인했다. 호텔도 아니었고, 술집도 아니었다. 인적이 매우 드문 길가였다.버려졌다는 뜻이었다.이람은 먼저 하준에게 연락해 제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알렸다.그다음에는 교통 관제망 안으로 들어갔다. 흔적이 남지 않게 하려고, 이람은 따로 코드를 짜 넣었다. 사이버수사대에 걸리지 않도록 십여 분 동안 조심스럽게 움직인 끝에 수상한 차량을 추려냈다.이람은 차를 몰면서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은이 납치된 것 같다고 말한 뒤, 차량이 지나간 경로와 번호판이 없는 차 사진까지 정리해 하준에게 보냈다.속도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하준 쪽보다 이람이 더 빨랐다.하준은 이람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매번 새삼스럽게 차이를 체감하곤 했다. 하준 곁에도 뛰어난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람은 또 다른 결이었다.이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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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이람이 이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 일은 하준이 알아서 처리하게 두었을 것이다.그런데 여기까지 직접 따라와 버린 이상, 잠시 뒤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이람은 끝까지 숨어 있을 수가 없었다.손에 힘이 들어갔다.이람은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조단비가 왜 강제은을 건드리지?’‘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이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차라리 단비가 자기한테 오는 거였다면, 이람은 오히려 더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람은 굳은 얼굴로 멀리 세워진 수상한 차를 노려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렸다.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었다.경호원들은 차 안에서 제은을 질질 끌어내렸다.이람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이람은 그대로 시선을 박아 넣었다.이 일... 정말 단비와 관련된 게 맞았다.제은은 기절한 상태가 아니었다.그녀는 의식이 있었다. 입은 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말할 수도 없었고, 손도 쓸 수 없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몰골은 처참했다.그래도 저런 상황인데도 제은 특유의 기세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입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지만, 눈빛으로는 끝까지 맞받아치고 있었다.이람은 처음에는 조단비만 얽힌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곧 차 안에서 한 사람이 더 내렸다.부연나였다.이람은 그제야 더 혼란스러워졌다.연나와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힌 사람은 사실 이람 자신이었다. 그런데 연나는 이람이 아니라 왜 하필 제은에게 손을 대는 걸까.이람은 이미 하준에게 주소를 보냈다.결국 제은은 무사히 빠져나오게 될 것이다.다만 하준이 도착하기 전까지 이람이 바랄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제은이 조금이라도 덜 다치길.그런데 바랄수록 더 끔찍한 쪽으로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 연나가 제은의 멱살을 움켜쥐더니 뺨을 연달아 때리기 시작했다.한 번, 또 한 번.그걸로도 분이 안 풀렸는지, 주먹까지 휘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은의 코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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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단비와 이람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터졌다.이람은 차문을 거칠게 닫고 차 앞에 섰다. 거리는 대략 오 미터쯤 벌어져 있었다. 이람은 연나 손에 들린 야구방망이를 차갑게 노려봤다. 눈에는 불길 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부연나, 경고하는데 제은이는 네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야.”연나는 J시에 있는 만큼 훨씬 기세가 살아 있었다. 차가 달려오는 걸 이미 알았고, 저 차가 제은 쪽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것도 짐작했지만, 그걸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그런데 연나는 그 사람이 이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어떻게 조이람이 여기 있는 거지?’단비는 이람을 몇 번 더 바라봤다. 그래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무엇보다 이람은 단비 쪽을 아예 보지도 않았다.단비는 속으로 생각했다.‘이 낯선 동생, 보면 볼수록 재미있네.’‘알아 갈수록 더 흥미롭고.’제은은 놀람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뒤섞인 눈으로 이람을 봤다. 얼굴 전체가 부어 있었는데도 한쪽으로는 딴생각까지 했다. 여신이 자기를 구하러 차를 몰고 와서 그대로 차에서 내리는 모습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장면이 너무 멋있다고.제은은 이람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제은이 이람에게 알린 이상 자기를 찾으러 오는 건 강씨 가문 경호원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하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일 먼저 나타난 사람이 하필 이람이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제은은 울컥할 만큼 감동했다.한편으로는 겁이 났다.아까까지만 해도 제은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태연할 수가 없었다.이람이 여기 왔다는 건, 이람도 제 발로 위험한 곳까지 들어왔다는 뜻이었다.제은은 더욱 거세게 몸부림쳤다.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은 막혀 있어서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연나는 하준을 좋아했다. 그런데 하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이람이었다. 하준이 평생 어떤 여자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연나는 적어도 ‘하준 오빠는 원래 누구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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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연나는 잠깐 멈칫했다. 연나는 제은이 H시 쪽 사람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 그 밖의 일은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애초에 알고 싶지도 않았다.예전에 단비가 제은의 배경을 한 번 설명해 준 적은 있었다. 그래도 연나는 가장 단순한 부분만 받아들였다. 그저 집안 좋은 아가씨 하나. 그런데 연나 역시 J시에서는 빠지지 않는 집안 딸이었다. 집안만 놓고 보면 크게 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제은이 자기한테 손을 댈 수 있었던 것도 H시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J시였다. 그것도 제은이 혼자 떨어져 있는 때였다. 우연히 눈앞에 굴러들어 왔는데, 손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연나는 믿고 있었다.연나가 제일 먼저 한 건 단비를 돌아보는 일이었다.“단비야, 쟤 말 진짜야?”단비는 눈 밑으로 스쳐 가는 기색을 조용히 감췄는데, 고개를 저었다.“나도 몰라. 강제은이 KU그룹 쪽이랑 관련 있다는 것만 알아.”연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람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웃기지 마. 강제은이 하준 오빠랑 무슨 상관이 있어? 하준 오빠한테 여동생이 있다는 얘기, 나는 들은 적도 없어.”‘강제은이 KU그룹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무슨 대수란 말이야?’재벌가라는 데는 자식이 한둘이 아니다. 제은도 그중에서 힘 못 쓰는 쪽일 수도 있었다.무엇보다 연나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이람의 말에 제은은 그제야 한 가지를 떠올렸다. 예전에 소영미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제은은 머리 위에 친오빠가 둘이나 있어서 H시에서도 J시에서도 마음대로 살 수 있겠다고 부럽다고. 그런데 제은은 하준이 너무 무서워서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내가 너무 띄엄띄엄 본 거였네.’‘J시에서는 서하준, 아니, 큰오빠가 제일 무서운 카드인데.’제은은 이를 드러내며 연나를 노려봤다.“이 미친년아, 네가 지금 누구를 납치한 건지는 알고 이 짓 하는 거야? 서하준은 내 친오빠야.”“내 얼굴 좀 똑바로 봐. 윤곽 비슷한 거 안 보여?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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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제은은 원래 속으로 꽤 즐겁게 상상하고 있었다.자유만 생기면 연나를 어떻게 밟아 줄지, 머릿속으로는 이미 여러 번 끝내 버린 상태였다.그런데 저 입에서 ‘하준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제은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기분이 들었다.자기 오빠를... 어디서 굴러온 개뼈다귀 같은 게 멋대로 부르는 느낌이었다.화가 난다기보다 그냥 역겨웠다.제은은 연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더 독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왜 네가 저렇게 깨지는지 알겠다. 야, 너 나 건드렸잖아. 우리 오빠 오면 나 바로 붙어서 울고불고 다 할 거야.”“진짜 불쌍한 척도 다 할 거고. 하하, 너 끝났어. 그냥 기다려.”연나는 들을수록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그래도 이건 제은과 이람이 손잡고 자기 멘탈을 흔들려고 꾸민 말일 수도 있다고, 억지로 그렇게 믿으려 했다.‘그래, 분명 그럴 거야.’이람은 연나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미기 시작한 걸 보고, 마음을 아주 조금 놓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위치는 이미 서 대표님한테 보냈어. 곧 올 거야. 부연나, 네가 서 대표님 앞에서 직접 증명하고 싶다면 계속해도 돼. 자기 여동생한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서 대표님 눈으로 직접 보게 해.”“대신 그 뒤는 감당할 수 있어? 서 대표님한테 미움받는 걸로 안 끝나. 납치에 폭행까지 했잖아. 그 일 자체도 네가 다 책임져야 해.”“서 대표님은 제은이를 정말 아껴. 지금이라도 제은이를 놓아주고, 네가 잘못했다고 먼저 숙이면... 네 오빠 생각해서라도 서 대표님이 아주 끝까지는 안 갈 수도 있어.”물론 이람은 연나를 완전히 믿고 달래는 게 아니었다.지금 필요한 건 시간을 버는 일이었다.하준의 성격상, 연나가 이 일을 아무 대가 없이 넘길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 대가가 어디까지 갈지일 뿐이었다.무엇보다 제은이라는 변수도 있었다.제은은 한 번 물리면 절대 그냥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돌아가서 훨씬 더 집요하게 잘근잘근 갚아 줄 성격이었다.애초에 납치해 놓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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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단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놀랐다.“연나야, 네가 어떻게 나를 그렇게 생각해?”연나는 그 말을 듣자 더 터져 나왔다.“바로 너야, 단비!”연나는 그제야 여러 일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다급해진 사람이 끝내 몰려서 날뛰듯, 연나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쏘아붙였다.“그때 우리 오빠가 나 J시로 돌아오라고 했을 때도, 공항에 사람 보내서 나 데리러 온 게 너였잖아.”“너 그렇게 손이 빠르고 사람 굴리는 데 능한데, 강제은에 대한 정보 하나 제대로 못 알아냈다고?”“내가 H시에 혼자 몰래 숨어 있었던 것도 결국 나중에 오빠한테 들켜서, 설날에 집에서 얼마나 심하게 혼났는지 알아?”“그 뒤로 나는 지금도 집에서 눈치 보면서 살아! 조단비, 네가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 너 아니면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겠어!”이제 연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이상했던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이를테면 창고에서 제은이 자기한테 손을 댔을 때, 단비는 왜 밖에서 한 번도 안 들어왔는지. 정말로 그 상황을 몰랐던 걸까? 단비가 마음만 먹었으면 경비를 부르거나, 문을 두드리거나, 뭐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그런데 그때 연나는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큰 사고를 쳐 버린 직후, 믿었던 친구가 등을 돌렸다는 사실까지 한꺼번에 밀려오자, 연나의 분노는 거의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연나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목소리에는 날이 섰고, 끓어오른 화가 그대로 묻어났다.“조단비!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단비는 마치 갑자기 믿었던 사람한테 물린 사람처럼 굳었다. 놀람이 먼저 스쳤고, 그다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기색이 흘렀다. 뒤이어 상처받은 표정과 억울함이 천천히 겹쳤다.“연나야... 나는 네 말 듣고 네 편에서 움직여 준 거잖아. 근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다 뒤집어씌워?”“그때도 네가 조이람 회사 건드리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도와줬잖아. 네가 H시에 더 있고 싶다고 했을 때도 내가 남게 해 줬고.”“나는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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