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은 말문이 턱 막혔다.단비는 정말 아무 말이나 툭툭 던지는 사람이었다.“오늘 결혼하는 거 아니면 얼른 타.”단비는 그 말만 남기고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준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이람은 단비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단비가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 건 단비가 스스로 나서서 이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다. 그 정도는 단비가 기다려도 됐다.이람은 경호원에게 말했다.“잠깐만 저쪽에서 기다려줘.”경호원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순순히 옆으로 물러났다. 지금 단비는 이람을 몹시 신경 쓰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경호원이 이람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이람에게는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괜히 단비가 또 튀어나와 끼어들지 못하게, 이람은 옆으로 몇 걸음 떨어졌다.하준이 바로 따라왔다.이람은 길가 풍경을 한 번 보고, 다시 하준을 바라봤다. 한 대기업의 총수라는 자리에 어울리게, 하준의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 어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그는 산처럼 묵직한 느낌이 있었고, 눈매는 깊었다. 그리고 시선은 늘 가라앉아 있어서 사람을 긴장하게 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람의 눈은 언제나 하준에게 끌렸다.이람은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준 씨가 원하는 게 뭔지는 나도 알아요.”두 사람 시선이 마주쳤다.“근데 최근에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당장은 진지한 연애를 할 마음도 없고, 그럴 에너지도 없어요. 지금은 하준 씨 마음에 바로 답해 드릴 수 없어요.”이람은 조금 숨을 고른 뒤 다시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하준 씨한테 확답드릴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하준 씨가 괜찮다면,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요. 내가 준비되거나, 마음이 바뀌면 그때는 내가 먼저 말할게요.”이람이 이런 말을 꺼낸 건, 하준이 괜히 혼자 상상하며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람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하준에게 정말 한없이 약했다. 고작 나흘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마음은 이미 흔들렸고, 이제는 하준과 함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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