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811 - Capítulo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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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하종호는 무언가 떠오른 듯 먼저 자리를 정리하러 내려갔다.그가 앉을 자리는 두 번째 줄 맨 오른쪽이었다. 그는 미리 스태프에게 말해 두어 그 옆으로 세 자리 정도를 비워두었다.잠시 후, 고수경과 심유빈이 나란히 그 자리에 앉았다.고수경은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촬영된 장면들을 편집한 홍보 영상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그중 몇 장면에는 분명 소예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이를 보는 순간 고수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옆에 앉아 있던 심유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심유빈의 표정은 놀랄 만큼 담담했다. 마치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유빈 언니가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건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오늘은 고신 그룹 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날이었다. 이 자리는 개인적인 감정보다 대의가 우선되는 자리였고 그 사실을 떠올린 고수경 역시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불편한 감정을 애써 눌러 담은 채, 그녀는 심유빈을 따라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행사장은 어느새 조명이 어둑하게 가라앉았고 무대 위 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지금부터 고신 그룹 대표이자 고신 제약 재단의 이사장이신 고이한 대표님의 축사를 청해 듣겠습니다!”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고이한이 측면 무대에서 걸어 나왔다.잘 재단된 짙은 남색 수트는 그의 날렵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고 오늘은 처음으로 금테 안경까지 착용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덕분에 평소보다 한층 더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가 배어 나왔고 고수경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우리 오빠, 안경 써도 꽤 멋지네.”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오늘따라 왠지 일부러 멋을 부린 것 같은 느낌인데?’심유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날카로워졌다.확실히 오늘의 고이한은 평소와 달랐다. 그는 원래 외형에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오늘만큼은 예외였다.심유빈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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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잠시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이미 자리에 앉아 소예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소예지는 그 시선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걸음으로 그들 앞을 지나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소예지는 아무런 원고도, 별도의 발표 자료도 지니지 않은 채 무대 위 마이크 앞에 섰고 단정히 자세를 가다듬은 뒤 숨을 한 번 고르며 천천히 청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첫 줄 중앙, 고이한은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포개 올린 채, 금테 안경 너머의 시선으로 단 한 순간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여러분, 안녕하세요.”소예지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다.“고신 제약 연구팀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영광입니다.”그녀의 인사말과 함께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이 밝아졌고 복잡한 의료 데이터와 수치들이 차례로 화면을 채웠다.청중석에 앉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 수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소예지는 몸을 반쯤 틀어 손에 든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설명을 이어갔다.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그녀는 놀라울 만큼 쉽고 명확한 언어로 풀어냈다.“기존의 약물 치료와는 달리...”소예지는 화면 속 애니메이션 자료를 가리켰다.“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백혈구의 특정 지점을 정밀하게 찾아내고 AI 기반 로봇이 그 지점에 직접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순간, 청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놀라움과 감탄이 교차했고 수많은 시선이 무대 위의 소예지에게 집중되었다.처음 그녀가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외적인 아름다움에 놀랐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지금 그 아름다움은 그녀가 가진 수많은 장점 중 가장 사소한 부분에 불과했다.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은 그녀의 재능과 전문성 그리고 무대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고수경의 눈빛에 순간, 숨길 수 없는 질투와 부러움이 스쳤다.지금 이 무대 위에 서 있는 소예지는 어느 여자에게나 이상향이라 불러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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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소예지는 연설을 마친 뒤, 고개를 숙여 조용히 인사했다.그 순간, 한 가닥 머리카락이 뺨으로 흘러내렸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그것을 귀 뒤로 넘겼다.하지만 그 아무렇지 않은 몸짓 하나에 객석에 앉아 있던 두 남자의 눈빛이 동시에 어두워졌다.“정말 멋진 발표였습니다!”사회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이토록 재능 넘치는 여성 앞에서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소예지에게 손을 내밀었다.소예지는 예의 바르게 그 손을 받아 가볍게 악수했다.그 짧은 순간, 앞줄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이 사회자는 명백히 그 찰나를 빌려 그녀와 손을 맞잡고 싶었던 것이다.“다시 한번, 소 박사님의 훌륭한 강연에 박수를 부탁드립니다!”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다시 터져 나왔다.소예지는 무대를 내려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심유빈과 고수경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기엔 내키지 않아 무대 정면을 지나 좌측 통로로 방향을 틀었다.그때, 귀에 익은 음성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 박사.”소예지는 즉시 몸을 숙여 다가갔다.“시장님.”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인사를 향해 밝게 말했다.“주 총장님, 안녕하세요.”이어 몇몇 얼굴 익은 원로급 인사들이 미소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아주 잘했어요.”임성태가 단도직입적으로 칭찬을 건넸다.소예지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시장님.”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인사들은 모두 한 시대를 대표하는 권위자들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고이한이 앉아 있는 방향을 향하지 않았다.소예지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인물이 손을 내밀었다.“소 박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영광입니다.”그녀가 악수를 하려는 순간, 어느새 다소 질투 어린 태도로 몸을 기울이던 윤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다른 사람은 다 악수하면서 왜 난 안 해줘요? 나도 악수하고 싶은데.”소예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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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김경환을 따라 귀빈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이동하는 모습을, 멀지 않은 곳에서 심유빈과 고수경이 동시에 지켜보고 있었다.그들 역시 지금 귀빈실 안에서 고이한이 임성태를 비롯한 거물급 인사들을 접대하고 있고 소예지 또한 곧 그 자리에 함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수경의 눈빛에는 찰나의 부러움이 스치는 반면 심유빈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오가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하종호는 곧장 심유빈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그는 오늘도 소예지가 심유빈의 마음을 다시 건드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소예지의 뛰어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러나 ‘고이한의 전 부인’이라는 존재는 심유빈에게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귀빈실의 문이 조용히 닫히며 연회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완전히 차단되었다.고이한은 임성태와 몇몇 원로급 학자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소예지가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우아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잔잔한 미소로 말했다.“소 박사님, 오셨군요.”“소 박사.”임성태가 반갑게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방금 전에도 주 총장님과 당신 이야기 중이었어요. 오늘 발표, 아주 훌륭했어요.”소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과찬이십니다, 시장님.”“소 박사는 너무 겸손해요.”주경호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백혈병 관련 그 논문, 의료대학 교재에 공식 수록됐다는 거 알고 계시죠?”고이한은 말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금테 안경 너머로 향한 그의 시선에는 분명한 인정과 감탄이 담겨 있었다.그때, 임성태가 다소 뜬금없이 물었다.“소 박사, 우리 조카랑 요즘 연락한 적 있어요?”소예지는 순간 놀랐지만 곧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경주 회의에서 뵌 적 있습니다.”“둘 다 워낙 뛰어난 사람끼리 자주 연락하는 것도 좋지요.”임성태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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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오늘 아주 눈에 띄던데요?”등 뒤에서 노골적인 적의를 머금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는 거울 너머로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 서 있는 고수경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 끝에는 비웃음이 섞인 냉소가 걸려 있었다.소예지는 고개를 돌리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어떤 수를 써서 우리 오빠한테 부탁한 거예요? 당신보다 더 권위 있고 유명한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굳이 당신 같은 사람이 연설자라니요. 오빠랑 아무 관계도 없다면 전 솔직히 이해가 안 돼요.”소예지는 거울을 통해 그녀를 곁눈질로 흘끗 보기만 했을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무반응이 오히려 고수경의 신경을 긁어놓았다. 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짧게 혀를 찼다.“알잖아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다 우리 오빠 덕분이라는 거요. 그런데 이제 와서 더 바라는 거예요? 너무 욕심 많은 거 아니에요?”그제야 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고수경을 바라보았다.오늘의 고수경은 샤넬 고급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정교한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마친 모습이었지만 얼굴 위에 드리운 날 선 표정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소예지는 휴지 한 장을 천천히 뽑아 손을 닦으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수경 씨, 남한테 경고하기 전에 오빠한테 먼저 물어봐요. 누가 진짜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고수경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곧 노골적인 어조로 다시 쏘아붙였다.“그럼 분명히 말할게요. 우리 오빠한테서 좀 떨어져요. 전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여기저기 기회 챙기지 말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는 고수경의 등 뒤로 심유빈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고수경 혼자서 떠올린 말이 아닌 누군가가 뒤에서 차분히, 그러나 집요하게 주입한 말이었다.예전의 고수경은 이렇게까지 무모하지 않았다. 심유빈 곁에 붙어 다니며 그녀의 말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쳤다.“심유빈이 그러라고 하던가요?”소예지는 비웃듯 말을 이었다.“그렇게 떠보지 말고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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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고수경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나보고 사과하라고?”그녀는 고이한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난 잘못한 게 없어. 내가 왜 사과해야 해? 난 안 해.”그러고는 소예지를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날을 세웠다.“도대체 우리 오빠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거예요? 이혼하고 나서도 계속 당신 편만 들잖아요!”소예지는 싸늘한 눈으로 이 소동을 잠시 바라보다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 고이한이 그렇게 키워낸 동생이었다. 그 문제까지 자신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거기서요.”고수경은 집요하게 앞으로 달려들었다. 당장이라도 소예지를 붙잡을 기세였다.그 순간, 고이한이 재빠르게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고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고수경!”고수경은 그 한마디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억눌러 왔던 감정이 터지듯,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랐다.“오빠... 지금 저 여자 때문에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소예지는 다시 한번 그들을 힐끗 보고는 이번에는 정말로 떠나려 했다.그런데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뒤돌아서다 단단한 남자의 품에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윽!”놀라 물러서려는 찰나, 상대는 오히려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소예지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눈앞에 윤하준의 얼굴이 가까이 들어와 있었고 그제야 자신이 그대로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숨을 삼켰다.소예지의 짧은 비명 소리에 고이한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안경 너머의 시선이 잠시 멎는가 싶더니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윤하준의 품에 안긴 소예지의 모습이었고 그 순간 그녀가 아직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이한의 시야에 또렷이 박혔다.고수경 역시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입술이 미세하게 벌어졌지만 질투 어린 눈빛만 남았을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윤하준은 품 안의 소예지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부딪힌 데 없어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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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잠시 후,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고이한의 발걸음 위로 어둑한 조명이 드리워졌다.그 너머에는 의자에 기대앉아 있는 소예지의 모습이 보였고 그 옆에는 윤하준이 마치 그녀를 지키는 수호자처럼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때, 전화를 끊고 일어나 있던 주경호가 고이한 쪽으로 걸어왔다.고이한은 매너 있는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나누며 마주쳤다.고이한이 자리에 앉았을 무렵, 무대 위에서는 매니저가 향후 3년간의 계획 실행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있었다.한편, 두 번째 줄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심유빈은 고수경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걱정이 앞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수경아, 왜 아직도 안 돌아와?]잠시 후,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유빈 언니, 나 오빠랑 싸웠어. 나 그냥 안 들어갈래.]심유빈은 놀라 급히 되물었다.[무슨 일 있었어? 내가 도와줄까?]고수경은 망설임 없이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언니는 상관하지 마. 이건 나랑 소예지 사이 일이야. 언니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심유빈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혹시... 아까 화장실에서 소예지를 건드렸다가 고이한에게 들킨 건 아닐까?’순간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고수경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녀가 나설 때 제대로 말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심유빈은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속상해하지 마. 내가 곧 나갈게.]곧 답장이 왔다.[유빈 언니, 언니는 그냥 회장에 있어. 오빠 곁에 있어 줘. 난 괜찮아.]심유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니야. 오늘 오빠 너무 바쁘잖아. 내가 곧 나갈게.]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앉아 있던 하종호에게 조용히 말했다.“저 먼저 가볼게요. 급한 일이 생겨서요.”하종호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혹시 지루해서 그래요?”“아니에요. 급하게 처리할 게 생겨서요. 여기 남아서 이한 오빠 응원 좀 해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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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고이한은 평소 누구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가족’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있었다.그런데 오늘의 행동은 그가 보여 온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그 사실이 고수경의 마음을 더욱 뒤흔들었다.“가장 얄미운 건 소예지야.”고수경은 울컥한 듯 고개를 들었다.“윤하준 오빠가 나타났을 때, 걔가 일부러 그 사람 품에 안기듯이 부딪혔어. 내 앞에서, 오빠 앞에서 말이야. 꼭 붙어 안기고는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고.”그녀는 콧등을 훌쩍이며 이를 악물었다.“그거 완전 날 의식하고 한 짓이야. 내가 윤하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아주 작정하고 나랑 우리 오빠 앞에서 그렇게 군 거지.”잠시 숨을 고른 고수경은 다시 말을 이었다.“나뿐만 아니라 오빠도 아주 불쾌했을 거야. 걔는 진짜, 사람을 역하게 만드는 데는 천재라니까.”심유빈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너희 오빠는 그 장면 보고 뭐라고 했어?”고수경은 코웃음을 쳤다.“오빠가 무슨 반응이 있겠어? 이미 이혼한 전처인데 누굴 끌어안든 상관없겠지. 신경도 안 쓸걸.”사실 그때 고수경은 오빠의 표정을 제대로 볼 겨를조차 없었다.이미 질투에 휩싸여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오빠 속으로는 분명 불쾌했을 거야. 하준 오빠는 오빠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잖아. 그런 친구한테 전처가 들이대는데 그걸 좋게 볼 수 있겠냐고.”억울함이 치밀어 오른 듯, 고수경의 코끝이 다시 붉어졌다.그때, 심유빈이 조용히 목소리를 낮췄다.“수경아, 이제 그만 소예지한테 시비 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 오빠 입장이 더 난처해져.”고수경은 벌컥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지금은... 소예지가 나보다 우리 오빠한테 더 중요하단 말이야?”“그런 뜻은 아니야.”심유빈은 급히 말을 이었다.“내 말은, 소예지가 네 오빠 회사에서 핵심 기술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요즘 같은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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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고수경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휴대폰을 소파 위로 툭 던졌다.그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말했다.“하... 드디어 화도 풀렸고 기분도 좀 나아졌어.”심유빈은 잔잔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빠가 제일 아끼는 사람은 너잖아. 금방 풀릴 줄 알았어.”그러다 그녀는 살짝 말을 멈추며 망설였다.“다만...”“다만 뭐?”고수경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소예지 말이야...”심유빈은 길게 숨을 내쉬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요즘 네 오빠한테는 소예지의 기술이 꼭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당분간은 좀 참아 줘. 괜히 또 자극하지 말고.”고수경의 눈빛에 잠깐 어둠이 스쳤지만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알겠어. 오빠의 사업을 위해서라면 나도 그녀쯤은 참을 수 있어.”그러고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하듯 말했다.“역시 유빈 언니야. 세상 누구보다 눈치 빠르고 배려심 깊고... 우리 오빠 마음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언니뿐이야.”심유빈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가볍게 웃었다.“그래. 아무래도 같이 지낸 지가 십 년이 넘었으니까.”“아, 진짜 오빠 너무 눈치 없어. 언제쯤 언니한테 제대로 청혼할까? 난 빨리 언니랑 한 가족이 되고 싶어.”심유빈의 눈동자가 잠시 반짝였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조급해할 필요 없어. 네 오빠 요즘 너무 바쁘잖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수경은 감동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유빈의 사려 깊음과 인내심, 그리고 절제된 태도는 그녀가 꼭 배워야 할 인생의 교훈처럼 느껴졌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아, 맞다. 유빈 언니 휴대폰에 예전에 오빠랑 찍은 다정한 사진들 아직 남아 있지?”심유빈은 잠시 멈칫했다.그 질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요즘은 그런 사진 안 찍었어. 예전에 병원에 있을 때 찍은 게 전부야.”“그걸로도 괜찮아! 언니, 한 장만 줘. 소예지한테 보내야겠어. 내가 이렇게 기분 상했는데 걔가 편할 순 없지.”심유빈은 어이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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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오전 열한 시경, 두 시간 반에 걸친 회의가 마침내 끝이 났다.사회자는 모든 귀빈과 기자들을 향해 호텔 내에 마련된 뷔페식당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즐겨 달라고 안내했다.소예지는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때 윤하준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내가 레스토랑 예약해 놨어요. 같이 점심 먹죠.”소예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언제 예약했어요?”“제가 아니라 비서한테 시켰어요. 호텔 맞은편에 있는 레스토랑이에요. 여기 뷔페도 좋긴 한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이유를 덧붙였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오늘은 정말 사람이 많긴 하네요.”한편, 회장 입구 쪽에서는 고이한이 주경호와 임성태를 정중히 배웅하고 있었다.“다음에 경주에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제가 밥 사겠습니다.”주경호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고 그 눈빛에는 여전히 호감과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다.“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총장님, 조심히 돌아가세요.”고이한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시선 한쪽 끝에 윤하준과 소예지가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윤하준은 소예지를 다정하게 사람들 사이에서 보호하듯 이끌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무언가를 나누고 있었다.고이한의 시선이 그 장면에 멈춰 섰다.안경 너머의 눈빛에는 어딘지 모를 어둠이 스며 있었다.“대표님, 미디어 쪽 기자들 식사 관련해서...”김경환이 다가와 조용히 보고했지만, 고이한은 말을 끊듯 짧게 답했다.“그쪽은 먼저 식사하라고 해. 나는 좀 이따 갈게.”그렇게 말한 그는 느긋하게 소매를 정리하며 윤하준과 소예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윤하준이 먼저 그를 눈치챘다.“고 대표, 나랑 예지 씨 식사 약속이 있어서 먼저 다녀올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이한은 안경을 살짝 올렸다.분명 불편한 기색이었고 미세하게 미간이 찡그려졌다.“마침 나도 위층에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예약해 뒀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윤하준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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