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호는 옆에 놓인 위스키 잔을 들어 올렸다.목을 뒤로 젖혀 단숨에 들이킨 뒤, 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그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깊은 곳에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이 술기운을 타고 서서히 일렁였다.“네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 얼마나 유빈 씨를 대신해서 억울했는지 말이야.”하종호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네가 내 친구니까 그동안은 이런 말들 전부 삼켜왔어.”그는 다시 술을 따랐다.이번엔 잔의 절반이 넘도록 들이켜고는 숨을 고르듯 짧게 들이마셨다.“오늘 너 불러낸 건 유빈 씨를 당장 책임지라고, 결혼하라고 압박하려는 게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유빈 씨는 네가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누군가의 곁에서 소중히 여겨져야 할 사람이야. 네가 유빈 씨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다면 차라리 빨리 놔줘. 그 사람 인생 망치지 말고... 다른 사람 인생도 망치지 말고.”“나와 심유빈은...”고이한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하종호가 잔을 다시 한번 세게 내려놓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너랑 유빈 씨 사이의 일은 네가 알아서 정리해. 하지만 분명히 말해둔다, 이한아.”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네가 또다시 유빈이 마음 다치게 하면 우리 친구 사이도 거기까지야.”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히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하종호는 흠칫했다. 고개를 들자 심유빈이 그들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그는 순간 술기운에 헛것을 본 건가 싶어 벌떡 일어서며 말을 더듬었다.“유, 유빈 씨가 왜 여기에...”심유빈은 그를 힐끗 바라본 뒤, 곧장 고이한을 향해 말했다.“이한 오빠, 나랑 하 대표...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고이한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이내 의자 등받이에 걸쳐 있던 외투를 집어 들며 하종호에게 말했다.“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그 말을 남기고 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심유빈은 고이한이 앉아 있던 자리에 조용히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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