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821 - Capítulo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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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소예지는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머금은 뒤,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윤하준이 왜 굳이 그 이야기를 꺼냈는지 소예지는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것도, 고수경과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보려 애썼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수경은 고이한의 여동생이었고 두 집안은 각별한 사이였다. 그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으로 윤하준이 발을 들이길 소예지는 원하지 않았다. 자칫 그 일로 두 가문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소예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준을 바라보며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말아요. 어차피 제 기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윤하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수경이 소예지가 다시 고이한과 얽혀 있다고 오해했을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그런 사진을 보냈을 터였다. 그 모든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윤하준의 속상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고수경은 지나치게 과보호 속에서 자라난 사람이었다.그는 다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만약 그녀가 단 한 번이라도 자신에게 정당한 기회를 준다면 그때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그녀를 괴롭히는 모든 이들을 멀리 밀어낼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그 선택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하지만 또 한 가지 고민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자신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소예지에게 더 많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소예지는 실험실로 향했고 윤하준은 잠시 여유를 가진 채 자리로 돌아가던 중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3층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어. 올라와서 이야기할래?”하종호였다. 그는 아직 호텔 안에 남아 있었다.“아직 안 갔어?”윤하준이 다소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아직.”윤하준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아직 시간에는 여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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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그 역시 마음 깊은 곳에 쉽게 꺼내지 못한 상처 하나쯤은 묻어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를 놓지 못한 채 조용히 견디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정 힘들면... 언젠가는 이한이랑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하종호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충고라기보다는 오래 지켜본 친구로서의 염려에 가까운 어조였다.그러나 윤하준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소예지 씨의 커리어에 영향을 줄 거야. 소예지 씨의 선택을 존중해야 해.”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내가 배어 있었다. 하종호는 그 눈빛 속에 숨겨진 시간을 읽을 수 있었다.오늘 연단 위에서 보여준 소예지의 전문성과 빛나는 존재감,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던 그 단단한 아우라를 떠올리자 그녀를 지금의 자리까지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일’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그런 그녀가 또다시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갇혀 누군가의 ‘아내’이자 ‘주부’라는 이름으로만 불리게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그래도 좋은 사람 생기면 한 번쯤은 마음 열어 봐. 괜히 혼자 기다리다가 후회하지 말고.”하종호는 끝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저 친구로서 건네는 솔직한 조언이었다.그러자 윤하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짧게 받아쳤다.“너부터 그렇게 살아.”순간 하종호는 말문이 막혔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커피잔만 마주한 채, 각자의 생각 속으로 잠겨 들었다. 테이블 위로는 미묘한 침묵이 내려앉았고 그 침묵은 어쩌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이기에 더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더 날카로웠다.한편, 벨모아 호텔 펜트하우스 엘리베이터 앞.“대표님, 기자들이 인터뷰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곁에 서 있던 김경환이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고이한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킷 안쪽에 넣어 두었던 금테 안경을 꺼내 천천히 쓰며 표정을 정리했다.딸깍.인터뷰룸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기다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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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고이한은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안경 너머로 드러난 그의 시선에는 분명 서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궁금증으로 들끓던 기자들조차 그 분위기 앞에서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질 용기를 내지 못했다.인터뷰 존을 벗어나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중, 곁에 서 있던 비서 김경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방금 기자들을 제지하지 못해서...”“괜찮아.”짧은 대답과 함께 고이한은 안경을 벗어 정장 안주머니에 다시 넣었다.그러자 조금 전까지 눈빛에 서려 있던 냉기와 날이 스르르 걷혀 나갔고 대신 쉽게 읽히지 않는 깊고 복잡한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김경환은 방금 전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고이한은 기자들의 질문을 막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답하지도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일부러 그들이 묻게 내버려두고 이후에는 스스로 상상하고 짐작하도록 판을 열어 둔 듯한 태도였다.그러나 그가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에 대해서는 김경환조차 섣불리 추측할 수 없었다. 상사의 속내는 언제나 한 겹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으니까.한편, 소예지는 실험실로 돌아왔다.이서연이 다정하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막 컵을 받아 들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양정화의 이름이 떠 있었다.“오늘 발표회는 잘 마쳤어?”“네! 아주 잘 끝났어요.”양정화는 개인 사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기에 소예지는 문득 마음 한편이 쓰여 조심스레 물었다.“교수님, 일은 잘 정리되셨어요?”“응, 다 해결됐어. 걱정 말고, 별일 아니야.”양정화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다. 더 묻는 것은 오히려 실례일 것 같아 소예지는 몇 마디 안부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이후 그녀는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 칸 안에 들어가 문을 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또각또각 발소리가 들려왔다.안채린과 그녀의 조수였다.“안채린, 진짜 부럽다! 네 신청이 이렇게 빨리 통과될 줄은 몰랐어.”조수의 말에 안채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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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소예지가 퇴근을 준비하던 무렵, 강준석이 민간 프로젝트 건으로 그녀를 찾아왔다.고신 제약 측에서 현재 연구팀을 재편하며 일부 인원을 소집하고 있고 이쪽에서 넘어갈 인원은 안채린 한 명뿐이라는 소식이었다.“메일 받았어. 안채린이 빠지는 건 잘된 일이야.”강준석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안채린은 감정 기복이 심해 사사건건 소예지를 건드리는 일이 잦았고 그 때문에 강준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팀을 떠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무엇보다 안채린의 노골적인 감정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결국 연구의 균형을 잃기 쉽고 전문성 면에서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비록 그녀의 언니와의 관계로 인해 핵심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서는 제외되었지만 나머지 민간 연구 과제들은 대부분 안채린이 직접 선택해 가져간 것들이었다.“데이터는 선별해서 넘기고 기본 자료는 공개해도 돼. 다만 특허 관련 부분은 협약에 따라 승인 절차를 밟게 할 거야.”“좋아.”소예지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강준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습관처럼 전화를 받아 들었다.“여보세요.”“강 박사님, 고 대표님께서 퇴근 후에 따로 만나 뵙고 싶다고 전해 달랍니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고이한의 비서, 김경환이었다.강준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 때문인지 말씀은 없으셨습니까?”“자세한 언급은 없으셨습니다. 다만 꼭 뵙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알겠습니다. 곧 찾아뵙죠.”전화를 끊은 뒤, 강준석은 소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고 대표가 퇴근 후에 나를 보자는데 혹시 무슨 일인지 짐작 가는 게 있어?”소예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 아마 중요한 업무 때문 아닐까?”“일 관련이라면 너도 같이 불렀을 텐데...”강준석의 표정에는 의심이 스쳤다.“나도 이제 퇴근하려던 참이야. 다녀와.”소예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주차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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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강준석은 커피잔을 들어 올린 채 잠시 멈칫했다.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그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소모성 자재만 보더라도 부담이 만만치 않았고 특허 출원이나 핵심 기술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말 그대로 막대한 수준이었다. 연구를 이어 갈수록 숫자는 점점 더 무거운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민간 프로젝트는 다릅니다.”고이한은 조용히 문서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불과 1년이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익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수 있죠.”강준석의 굳어 있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하지만 그 변화는 찰나에 불과했다.“고 대표님, 그냥 본심을 말씀하시죠.”직설적인 한마디였다.고이한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번 민간 프로젝트에 포함된 세 개의 독립 과제를 박사님께 맡기고 싶습니다. 팀을 이끄는 것부터 연구 전개까지, 전부 박사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박사님의 기술력과 실행력을 신뢰합니다.”그의 말에는 계산이 아닌 확고한 신뢰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자금 흐름이 원활해져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도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으니까요.”강준석은 안경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잠시 깊어졌다.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빠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예지 없는 뇌-컴퓨터 프로젝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최근 연구 과정만 돌아봐도 그랬다. 프로젝트는 지나치게 많은 벽에 부딪히고 있었고 기술의 한계는 분명했다. 그 한계를 돌파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지금도 실험 인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남성 연구원이 필요한 실험에서는 소예지 씨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부분이 있습니다.”강준석의 말에 고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지원 연구원을 합류시킬 생각입니다.”그는 차분히 덧붙였다.“이지원 씨는 소예지 씨와도 호흡이 잘 맞는 팀원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그리고 다시 강준석을 똑바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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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결국 강준석은 그 일에 대해 소예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그날 밤 여덟 시, 그는 짧은 메시지 하나를 고이한에게 보냈다.[팀 이동 받아들이겠습니다.]그 시각, 고이한은 아직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막 한 건의 국제 협력 계약서에 전자 서명을 진행하던 참이었다.비서 김경환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와 화면을 조심스레 내밀었다.“강 박사님께 문자가 왔습니다.”고이한은 손을 멈춘 채 몇 초간 말없이 화면을 응시했다. 메시지의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결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이내 그는 전자 서명 패드 위에 힘 있게 사인을 남겼다.“MD 부서랑 실험실 쪽에 알리고 내일 아침 9시에 회의 소집해.”“네, 알겠습니다.”김경환은 고개를 숙인 뒤 곧장 지시를 전달하러 나갔다.같은 시각, 안채린은 심유빈의 집을 찾았다.곧 팀을 이끌고 민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는 사실에 들뜬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도 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심유빈 앞에만 서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이번에 팀을 이동하면 제대로 보여줘야 해.”심유빈이 차분히 말을 꺼냈다.“민간 제품 개발이라고 해도 그건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일이야. 성과만 내면... 고 대표도 널 다시 보게 될 거야.”“걱정 마, 언니. 자신 있어.”안채린의 눈빛에는 결의가 어렸다.심유빈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부드럽지만 단단한 어조로 덧붙였다.“자신감은 좋아.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야. 이런 기회는 아무나 갖는 게 아니니까.”안채린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그야... 내가 좋은 언니를 둔 덕분 아니겠어?”그러다 곧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형부가 워낙 엄격하다는 건 알아. 그래도 이번 민간 프로젝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고 진심으로 잘해 보고 싶어. 다만 팀을 떠나는 게 좀...”말끝이 흐려졌다.그 얼굴에 스친 복잡한 감정은 심유빈의 눈에도 선명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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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며 고이한이 김경환과 함께 들어섰다.오늘 그는 어두운 회색 수트를 차려입고 평소와 달리 안경을 쓰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었다. 그의 시선이 회의실을 천천히 훑고 지나가다가 소예지의 얼굴 위에서 두어 초 머물렀다. 그 짧은 정적 속에는 아무도 읽어내지 못할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이내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모두 도착했으니 시작하죠.”고이한의 낮고 정돈된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라앉혔다.김경환이 그의 옆자리에 앉아 목을 가다듬었다.“오늘 고 대표님께서 회의를 소집하신 이유는 민간 프로젝트 연구팀 배치와 관련된 인사 발표를 위해서입니다.”그때 두 명의 보조 직원이 자료 뭉치를 안고 들어와 참석자 전원에게 인사 자료를 배포했다.안채린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 책상 아래에서 손을 꼭 쥔 채, 긴장한 기색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변 동료 몇몇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느껴졌다.그 눈빛에는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사실상 많은 이들이 안채린이 민간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발탁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그녀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심호흡을 가다듬고 등을 곧게 세운 채, 그 ‘자기 자리’가 호명되기만을 기다렸다.김경환의 발표가 이어졌다.“이번 인사 배치는 그룹 고위층과 기술위원회의 공동 평가를 통해 결정되었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회의실을 한 번 훑었다.“민간 의료 기술 개발에 투입될 세 개 프로젝트의 총괄 연구 책임자로 강준석 박사를 임명합니다.”“강 박사께서는 ‘고신 제약 민간 기술 개발 센터’의 수석 과학자로서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됩니다.”회의실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안채린의 머릿속은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비어 버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김경환을 바라봤다가 다시 고이한을 향해 시선을 옮겼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왜 강 선배지?’‘그럼 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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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바로 그때, 고이한이 고개를 들어 강준석을 바라보았다.“강 박사님, 민간 프로젝트의 팀 구성은 전적으로 박사님께 맡기겠습니다. 세 개 개발 파트의 전담 책임자 역시 박사님께서 직접 선발하고 평가해 결정하세요.”회의실 안의 공기가 한층 더 팽팽해졌다.강준석은 잠시 고이한을 마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곧 회의실을 향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각 파트의 책임자는 최소 해당 분야 5년 이상의 경력과 FDA 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기 개발 경험을 필수 조건으로 하겠습니다.”그 마지막 한 문장이 떨어지는 순간, 회의실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너무 높잖아.’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생각은 같았다.안채린은 손에 쥔 휴대폰을 무의식적으로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의료 기술 분야에 종사한 지 고작 2년 남짓했고 참여했던 프로젝트 역시 아직 임상시험 단계조차 밟지 못한 상태였다.‘이런 기준... 설마 일부러 나를 걸러내려고 만든 건가?’고개를 떨군 채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물론 강준석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배제하려 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제시된 조건 앞에서, 과연 자신이 ‘책임자’라는 자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고 대표가 개입해 주지 않는 이상 강 선배 기준으로는 난 절대 통과 못 해...’회의는 그로부터 10분 뒤 종료되었다.소예지는 조용히 노트를 덮고 아무 말 없이 회의실 뒤편 문으로 빠져나갔다.안채린은 그 순간 고이한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자신을 따로 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하지만 고이한은 김경환의 보고를 들으며 무심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안채린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단 한 번 스치는 시선만 남겼을 뿐이었다.안채린은 그 찰나의 눈빛을 자신을 의식한 것이라 믿고 싶었다.그러나 그의 냉랭한 표정은 마치 그녀를 ‘전혀 모르는 사람’ 대하듯 잔혹할 정도로 단절되어 있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바스러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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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게다가 말이야...”화장실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낮게 터져 나왔다.“오늘 고 대표 표정 못 봤어? 강준석 박사 보면서는 그야말로 존중해 마지않더라니까. 아무리 봐도 고 대표가 안채린을 자기 ‘처제’처럼 여기는 것 같지는 않던데?”“맞아. 고 대표는 소예지 씨를 볼 때 말고는 세상 모든 사람을 공기처럼 대하잖아.”“그럼 안채린은 어쩌냐? 듣자 하니까 민간 프로젝트 신청자들 줄 섰다며? 전담 파트에도 못 들어가면 그야말로 실험실 전체의 웃음거리 되는 거 아니야?”문밖에 서 있던 안채린의 숨이 거칠어졌다.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 그들을 향해 쏟아붓고 싶었지만 그녀는 간신히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이런 데서 흥분하면 지는 거야.’복도를 나서는 순간, 반대편에서 서류를 들고 지나가던 직원 몇 명이 안채린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말을 멈췄다. 그 미묘한 정적이 더 날카롭게 피부를 찔렀다.안채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어떻게든 반드시 민간 프로젝트팀에 들어가야 해.’그 시각, 소예지의 사무실.문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소예지의 시야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준석의 모습이 들어왔다.“강 선배.”그녀는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해. 어차피 오늘 회의에서 발표될 일이었으니까.”“괜찮아.”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민간 프로젝트에 선배가 총괄이라니 더없이 좋은 선택이야.”강준석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고 대표가 이지원을 보조 인력으로 붙일 거야. 그쪽은 내가 직접 인수인계할게.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양정화에게서 들은 상태였다.“앞으로는 팀원 선발이랑 전체 운영에 집중해야 해. 고 대표가 전권을 넘긴 이상, 성과로 증명해야 하니까.”강준석의 눈빛은 깊고 단단했다.“그리고 고 대표가 약속했어. 민간 프로젝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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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고이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시간을 재확인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내 낮고 단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중요한 화상 회의가 있어서 바로 자리를 비울 수가 없겠어. 조금 있다가 따로 연락하겠다고 전해 줘.”“알겠습니다.”김경환은 짧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로비 층에 도착하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심유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경환은 한 걸음 다가가 정중히 인사한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죄송합니다, 심유빈 씨. 대표님께서 곧바로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셔야 해서 오늘은 직접 뵙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먼저 돌아가 주시면 늦은 시간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전하셨습니다.”심유빈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엘리베이터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수고 많으시네요.”심유빈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작은 샤넬풍 트위드 재킷에 고운 메이크업 그리고 예술을 전공한 사람 특유의 기품 어린 분위기까지 더해져 그녀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였다.엘리베이터 안에서 김경환은 그녀의 옆에 서 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압도적인 미모와 단정한 품위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는 모양이었다.로비에 도착하자 심유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까지만 도와주셔도 됩니다.”“네, 조심히 가십시오.”김경환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돌아섰다.심유빈이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가자 프런트 직원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심유빈 씨, 벌써 가시는 건가요?”그녀는 변함없이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고마워요.”심유빈은 그 말에도 어김없이 우아한 미소로 답했다.프런트 직원이 그녀를 차에 태운 뒤에야 돌아섰고 남은 직원들은 자연스레 조용한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심유빈 씨, 진짜 예쁘고 기품도 있어. 고 대표님이랑 곧 좋은 소식 있는 거 아니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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