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banata 841 - Kabanata 850

946 Kabanata

제841화

“분명히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소예지는 다급히 양정화의 손을 잡으며 힘주어 말했다.“검사 결과는 나왔어요?”“방금 CT 찍었어.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야.”양정화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사실 별일 아닐 수도 있어. 조기에 발견했으니까 완치율도 꽤 높고.”그 말이 위로라는 것을 소예지는 알고 있었다. 의학 전문가인 양정화가 췌장암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었고 오히려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담담한 척하는 것뿐이었다.소예지는 옆에 앉아 다른 검사 서류를 천천히 훑어보았다.그때, 복도 양쪽을 살피던 임서윤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소예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소 박사님... 저기, 저 사람 고이한 대표님 아니에요?”소예지는 고개를 들었다.복도 끝에서 고이한이 심유빈을 부축한 채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곁에는 심유빈의 매니저와 조수가 있었고 그 옆에는 김경환도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여럿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병원 복도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소예지는 미간을 아주 잠깐 찌푸렸다.심유빈의 이마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고 교통사고로 머리를 부딪힌 모양이었다.소예지는 한 번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그래서 고이한은 처음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그러나 연예인 특유의 예민함 때문인지 심유빈이 먼저 소예지를 발견하고는 병원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는 듯 잠시 표정이 굳었다.세 사람이 앉아 있는 앞을 지나던 순간, 심유빈이 갑자기 몸을 휘청였다. 거의 고이한의 몸에 기대듯 쓰러질 듯 흔들렸다.“이한 오빠,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창백한 얼굴로 그의 팔을 꽉 붙드는 모습은 누가 봐도 위태로워 보였다.그때, 양정화가 고개를 들다 고이한을 발견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고 대표?”고이한의 걸음이 뚝 멈췄다.그는 먼저 양정화를 바라보았고 이어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소예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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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텅 빈 복도에 조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유빈 언니, 오늘 아침 아무것도 못 드셨어요. 저혈당 아니에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이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유빈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소예지는 양정화를 부축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복도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잠시 뒤, 모퉁이 너머에서 고이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날아왔다.“당신들, 도대체 어떻게 돌본 겁니까?”그 음성에는 명백한 분노와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 심유빈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었다.양정화도 놀란 듯 고개를 들었고 임서윤 역시 굳은 얼굴로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고이한은 심유빈을 번쩍 안아 들고 재빨리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급실로 향하는 듯 다급한 발걸음이었다.소예지 앞을 스쳐 지나던 순간, 그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잡하게 뒤엉킨 눈빛,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심유빈을 안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김경환과 매니저를 비롯한 일행도 급히 뒤를 따랐고 복도에는 다시 소예지와 양정화, 그리고 임서윤만이 남았다.양정화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소예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고이한 대표도 참...”“교수님, 먼저 검사 결과부터 확인하죠.”소예지는 조용히 말을 끊으며 양정화를 부축해 진료실로 향했다.주치의는 CT 결과를 꼼꼼히 살펴본 뒤 차분히 말했다.“양정화 교수님, 생각보다 상황이 좋습니다. 현재 전이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그 말에 소예지는 그제야 긴 숨을 내쉬었다.“수술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가능하다면 빠르게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의사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다만 수술의 정밀도와 예후를 고려하면 경주 군 의대 병원을 추천해 드립니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정화를 바라보았다.“교수님, 제가 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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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소예지는 고이한의 손을 매섭게 뿌리쳤다.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고이한, 선 넘지 마.”공중에 멈춰 있던 그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고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무언가를 삼키듯, 남자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단 5분이면 돼.”“난 1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소예지는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순간, 고이한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내가 알기론 M 국의 윌리엄스 박사가 췌장암 분야 최고 권위자야. A시로 초청해서 양 교수님 진료를 받게 하고 싶어. 전문가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걸음을 멈춘 소예지는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의료계 소식에 누구보다 밝은 그녀는 윌리엄스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직접 회진에 나선다면 분명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이한은 조용하지만 무게 있는 목소리로 덧붙였다.“췌장암은 ‘암 중의 암’이라 불리지. 내 제안에 동의해 줬으면 좋겠어.”소예지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양정화의 상태가 상태인 만큼 그녀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언제쯤 모셔 올 수 있어?”“빠르면 다음 주 월요일.”“좋아.”짧은 대답이었다. 더 이상의 감정은 실리지 않았다.고이한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입술만 달싹이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그의 시선이 소예지의 어깨 너머로 옮겨졌다.소예지도 무의식적으로 그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복도 끝, 심유빈이 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었다. 기운 없이 기대선 채, 그저 말없이 고이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르지는 않았지만 마치 묵언의 호출처럼 조용한 시선이었다.소예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고이한을 스쳐 지나갔다.고이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힘을 풀며 손을 내렸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소예지는 다시 양정화와 마주쳤다.양정화는 그녀의 표정을 잠시 살펴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예지야, 어떤 이의 이별은 끝이 아니라 준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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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하종호의 눈빛이 아주 잠깐 어두워졌다.역시 또 한발 늦었다.‘만약 처음부터 유빈 씨 곁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그녀의 마음속에서 더 깊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그는 그 생각을 애써 눌러 삼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고이한 대표가 유빈 씨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분명하네요.”그 사실만큼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심유빈이 작은 상처라도 입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고이한의 반응은 언제나 날카롭고도 예민했다. 술 한 잔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그는 그녀를 귀한 예술품처럼 다루었고 그녀에게 닿는 그 어떤 상처도 용납하지 않았다.심유빈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기 음료수 있으니까 드세요.”하종호는 옆에 놓인 컵을 들어 아무렇지 않게 한 모금 들이켰다.그 모습을 본 심유빈이 다급히 말했다.“그건... 제가 쓰던 컵인데요!”그는 들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잔잔하게 웃었다.“신경 쓰여요?”심유빈은 순간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런 건 아니고요... 이렇게 병문안 와주신 것만 해도 고맙죠.”그때 문이 열리며 고이한의 비서 김경환이 식사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병실 안에 하종호가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공손히 인사했다.“하 대표님, 여기 계셨군요.”“고 대표는요? 안 왔어요?”하종호가 담담히 물었다.“대표님은 회사로 복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식사 좀 챙겨 드리라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김경환은 손에 든 고급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도시락을 살짝 들어 보였다.심유빈은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고생 많았어요.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요.”“아닙니다. 대표님께서 꼭 드시게 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김경환은 덧붙였다.고이한의 말투는 다소 강압적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은 오늘 그녀가 저혈당으로 쓰러졌다는 사실에 대한 걱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종호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삼켰다.고이한의 이런 세심한 배려와 관심은 자신이 품어온 기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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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김경환은 휴대전화를 쥔 채 통화를 끊고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전화는 이미 끝난 지 오래였지만 그의 손끝은 허공을 맴돌 듯 굳어 있었고 귓가에는 여전히 고이한의 낮은 목소리가 맴도는 것만 같았다.“됐어. 하 대표가 옆에 있으니 넌 돌아와.”평소 같았으면 상황을 더 자세히 묻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덧붙였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의 고이한은 그저 짧고 담담한 한마디만 남겼다.‘대표님이... 아무 말도 안 하시다니.’김경환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휴대전화를 천천히 내려놓았다.예전의 고이한이라면 심유빈의 얼굴빛이 조금만 달라져도 직접 병원으로 달려왔을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자리를 하종호에게 넘긴 듯 보였다.병실 안.하종호는 식사를 거의 마치지 못한 채 젓가락만 움직이고 있는 심유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고 입맛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입에 안 맞아요? 다른 음식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할까요?”하종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심유빈은 고개를 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아니에요. 음식 때문이 아니라 그냥 입맛이 없어서요.”하종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은 영양이 제일 중요할 때예요. 조금이라도 더 드셔야 해요.”심유빈은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요. 하 대표님이 이렇게 걱정해 주셔서 벌써 나은 것 같아요.”그 말에 하종호는 더는 재촉하지 못했다. 옆에 놓인 과일 바구니를 힐끗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과일이라도 씻어다 드릴게요.”“괜찮아요. 번거롭게 하지 마세요.”심유빈이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잡았다.화장기 없는 투명한 얼굴은 한 송이 하얀 들꽃처럼 순수하고 연약해 보였고 하종호는 그 손길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그래요. 먹고 싶어지면 꼭 말해요.”그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병실 정리를 도왔다.심유빈은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하종호는 아무 말 없이 그녀 곁을 지켰다.매니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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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회의가 끝난 뒤, 윌리엄스 교수는 따로 양정화와 면담을 이어가며 마지막 회진을 진행했다.소예지는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창가로 다가섰고 그 뒤를 따라 고이한도 조용히 옆에 섰다.“간호 팀도 따로 섭외해 뒀어. 수술 끝나면 교수님 회복은 걱정 안 해도 될 거야.”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소예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양정화에게 직접 전하면 될 일이었고 받아들일지 여부 역시 교수님의 판단에 달린 문제였다.바로 그때였다.복도 모퉁이에서 간호사 한 명이 서류를 품에 안은 채 급히 달려오다가 젊은 의사와 부딪쳤다. 서류가 바닥에 흩날렸고 두 사람은 동시에 허리를 숙여 종이를 주워 담았다.손끝이 맞닿는 순간, 둘은 동시에 움찔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움이 그대로 뺨 위에 번졌다.그 장면을 바라보던 소예지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고이한 역시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우리 처음 만났을 때랑... 좀 비슷하지 않아?”소예지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답했다.“기억 안 나.”고이한의 눈빛이 천천히 어두워졌다.그는 목젖을 삼키듯 움직이며 낮게 말을 이었다.“난 기억해. 아직도 병원 도서 코너...”소예지는 차갑게 그를 향해 돌아보며 말을 끊었다.“그런 의미 없는 얘기는 왜 하는데?”그 말에 고이한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전원을 꺼버렸다.곧이어, 소예지의 휴대전화도 울리기 시작했다.그녀가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몇 초 사이, 키가 더 큰 고이한은 그녀의 화면에 찍힌 이름을 읽을 수 있었다.‘임현욱.’고이한의 눈썹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소예지는 전화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여보세요? 현욱 씨?”그녀의 목소리에는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스며 있었다.“교수님 모시고 경주 가신다면서요? 혹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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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소예지는 메뉴판을 받서 아들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손끝에는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숨결조차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가볍게 두 가지 요리를 고른 뒤 주문표를 건네자 고이한은 그 위에 네 가지 요리를 더 추가했다. 모두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정갈한 메뉴였다.“고 대표.”양정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민간 프로젝트 준비는 잘 되고 있어?”고이한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차분히 대답했다.“이제는 전적으로 강준석 박사에게 맡겼습니다. 전반적인 결정도 그가 내리기로 했습니다.”“잘됐구나. 민간 연구는 강준석이 맡는 게 제일 맞지.”양정화는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도...”말끝을 흐리던 고이한의 시선이 조용히 소예지의 옆모습에 머물렀다.“소 박사가 초기 연구 기반을 단단히 다져준 덕분입니다.”소예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제가 해야 할 일이었을 뿐입니다.”순간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그 변화를 감지한 양정화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하슬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겠네?”“네, 3월에 입학 예정이에요.”소예지의 얼굴에 모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라니.”양정화는 감탄을 내뱉으며 잠시 고개를 저었다.그때 고이한의 휴대전화가 낮게 진동했다. 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잠시 눈썹을 찌푸렸지만 통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이후 양정화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의 수리 문제를 꺼냈고 소예지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갔다.그러던 중 김경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슬쩍 확인한 뒤 곧장 고이한을 바라보았고 고이한은 말없이 눈빛 하나를 던졌다. 그 짧은 시선 교환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한 김경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통화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소예지는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바로 그때, 다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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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소예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임현욱이 VIP 병실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고 게다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고마움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마침 양정화는 모레 아침 비행기로 경주에 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경주 병원의 VIP 병실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소예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정말 고마워요, 현욱 씨.]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해요.]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양정화를 향해 말했다.“교수님, 경주 병원 VIP 병실 예약이 완료됐어요. 도착하시면 바로 입원하시면 됩니다.”“VIP라니... 너무 비싸지 않니?”양정화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일반 병실이면 충분한데...”“걱정 마세요. 이미 예약도 끝났고 교수님께서 조금이라도 더 편히 쉬실 수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하니까요.”소예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곁에 있던 임서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맞아요! 요즘 교수님 잠도 잘 못 주무시잖아요. VIP 병실이면 훨씬 편하실 거예요. 역시 소예지 박사님, 정말 세심하시네요.”그러나 소예지는 그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그 모든 배려는 자신이 아니라 ‘그 친구’의 몫이었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그때, 다시 한번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고이한이었다.[VIP 병실 미리 예약해 뒀어. 교수님 도착하시면 바로 입원 가능해.]소예지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답장을 보냈다.[괜찮아. 이미 예약했어.]그녀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양정화의 팔을 가볍게 붙잡았다. 그리고 주차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양정화를 임서윤의 차에 먼저 태운 뒤, 소예지도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천천히 가세요. 교수님 피곤하실 수 있으니까요.”임서윤에게 당부를 남긴 후, 그녀는 조용히 운전석에 앉았다.실험실로 향하는 길. 휴대전화가 또다시 진동했다.[그렇다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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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소예지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딸의 말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녀는 부드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조심스레 답했다.“하슬아, 왕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말을 조금 잘못하셨을 수도 있어.”고하슬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런데요, 나는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랬어요!”곁에서 듣고 있던 양희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아이고, 이러다 정말 이 아이 나중에 크게 상처받을 텐데...’고이한과 심유빈이 곧 결혼한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결혼만 한다면 아이를 갖는 일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지금 고하슬이 이런 기대를 품고 있다면 그 기대는 언젠가 그대로 상처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하슬아, 여기 딸기 좀 봐봐. 아주 맛있어 보이지 않니? 한 입 먹어볼래?”양희순은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고하슬은 금세 표정을 풀고 딸기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엄청 달아요!”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예지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도대체 언제 하슬이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그녀는 앞으로 반드시 시어머니께 아이에게 부질없는 기대를 심어주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이한의 재산 문제로 자신의 딸이 그 어떤 다툼이나 이해관계 속에 휘말리는 일만큼은,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소예지는 딸을 다정히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하슬이가 크면 엄마가 제일 좋은 대학에서 경영 공부하게 해줄게. 그래서 엄마 회사, 하슬이가 멋지게 이끌어가면 좋겠어.”고하슬은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처럼 멋지게 회사 운영할래요!”밤 10시.소예지는 딸을 재운 뒤 거실 창가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노트북을 켜고 업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그때, 박시온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심유빈, 진짜 응급실 들어간 거야?]소예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링크를 열었다. 영상에는 오늘 점심 무렵, 누군가가 찍은 심유빈이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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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고이한은 의사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조용히 시선을 떨구었다.그리고 ‘보호자’라는 항목 위에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하종호의 눈빛에 묘한 빛이 스쳤다. 눈앞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태도로 ‘가족’이라 자신을 칭한 남자를 보며 그 말이 지닌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아무 말 없이 문가에 등을 기댄 채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잠시 후, 급히 병원에 도착한 심유빈의 아버지 안영수와 그의 아내가 병실 앞 복도로 달려왔다.“고 대표님! 우리 딸,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고이한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음식 중독이었고 위세척은 마쳤습니다. 현재는 안정된 상태입니다.”안영수는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하... 다행입니다. 고 대표님이 계시니 큰일은 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는 옆에 서 있던 하종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하 대표님도 계셨군요.”“네.”하종호는 짧게 인사를 건넸다.안영수는 다시 고이한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고이한 대표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부터는 저희가 지키고 있을 테니 먼저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고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그러고는 하종호를 향해 낮게 말했다.“나 먼저 일어날게.”“그래. 유빈이 깨면 나도 돌아갈 거야.”병원을 빠져나온 고이한은 밤공기 속에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밤 10시 30분이었다.대기하고 있던 김경환이 즉시 차 문을 열었다.“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라온파크로 가자.”이마를 지그시 문지르며 피로가 묻어나는 어조로 말했다.차는 어둠을 가르며 조용히 달려갔다.20분쯤 지났을까, 고이한의 시선이 라온파크 내 한 고층 빌라에 멈췄다. 그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잠깐.”“네? 무슨 문제라도...”김경환이 놀라 물었다.고이한은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둠에 잠긴 소예지의 집에는 단 한 줄기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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