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의 IT 부서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모니터 수십 대가 동시에 켜지며 송서윤이 접속해 있는 네트워크와 빠르게 연결되었다.잠시 뒤, 아진시 전역의 인터넷 시스템에서 ‘송서윤’이라는 이름이 하나씩 사라져갔다.초등학교 성적표, 졸업사진, 결혼등록 기록까지, 온라인에 존재하던 그녀의 모든 흔적이 차례로 지워지고 있었다.그 화면을 바라보던 송서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모건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다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아진시에 며칠 더 있을 거야. 그동안 다시 생각해 봐. 정 떠나기 어렵다면... 남아도 돼.”송서윤은 손수건을 받고 눈가를 닦았다.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미련은 없어요. 다만 과거와 이별하려니 조금은 낯설 뿐이에요.”모건은 짧게 대답했다.“그래.”같은 시각, 여러 대의 차량이 잇따라 체육센터에 도착했다.고영훈은 아진시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각국의 귀빈을 맞이하고 있었다.두 시간이 지나자, 그는 잠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서윤이는 도착했을까?’하지만 인파가 몰리며 신호가 약해, 경호팀으로부터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불안이 스치자 고영훈은 경호팀장을 불렀다.“사모님 위치 좀 확인해 봐.”“예.”경호팀장이 바로 자리를 떴다.그때, 국기를 단 검은 세단 한 대가 행사장 입구에 천천히 멈춰 섰다.아진시의 정재계 관계자들이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고 대표님, 이분은 저희 정부에서도 십 년에 한 번 뵐까 말까 한 귀빈이십니다.”소개가 이어졌지만 고영훈의 시선은 차량에 머물러 있었다.차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정부 청사로 먼저 가 있어.”“네.”짧은 대답이 바람에 섞여 흘러나왔고 그 순간 고영훈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향했다.차 안에는 파란색 청바지를 입은 여자의 다리만 보였다.결혼 후, 송서윤은 거의 늘 원피스를 입었다.하지만 방금 들은 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고영훈은 자기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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