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미안해. 내가 지욱이를 도왔을 때 허연수의 신분을 잘 몰랐어.”고영훈은 송서윤이 상처받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말했다.“두 번째 건물은 제 아내 명의로 기부할게요.”“고 대표님?” 교장은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었다.“기부 사유를 변경하신다면 허연수 학생의 입학 점수는 부족해져요. 그럼 저희는 허연수 학생을 제명하고 우수생 졸업장을 회수할 거예요.”송서윤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고영훈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건물 명칭도 바꿔요. 리안타워로 해요.”이 이름은 그들이 잃어버린 딸을 기리는 이름이었다. 그 말에 송서윤의 가슴은 아팠고 속이 뒤틀려 화장실로 향했다.고영훈은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손수 휴지를 건네며 등을 두드려 달랬다.“자기야, 어디 불편해? 병원에 가 볼래?”한참을 토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고영훈의 검은 눈동자는 더 어두워졌다. 이런 반응은 과거 고하준과 고민지를 임신했을 때의 입덧과 비슷했다.“괜찮아. 공복에 약 먹으면 그래.”송서윤은 휴지를 받으며 대충 그럴듯한 핑계를 늘어놓았다.“그럼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영훈이 담담히 말하며 자연스레 송서윤의 평탄한 배를 흘끗 보았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송서윤이 그의 손을 밀쳐냈다. 그리고 근처 파출소로 갔다.“경찰관님, 신고합니다. 제 어머니 물건을 누가 훔쳐 갔어요.”고영훈은 옆에 함께 있었지만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표정이 담담했다.“언제, 어디서, 용의자는 누구입니까?”경찰이 묻자 송서윤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2016년, 부원시예요. 용의자 이름은 허미연이에요. 이 주소가 거주지예요. 제가 확인한 건 실크 드레스와 비취 목걸이에요. 보이지 못한 것들이 더 있을 거예요.”송서윤은 핸드폰을 꺼내 부원시의 경매 사이트를 열었다. 이혜정의 보석류는 값어치가 컸고 구입 연도와 사진은 경매 사이트에 기록이 남아 있었다. 송서윤은 차례로 보석 사진을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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