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안은 고훈이 미동도 없이 축 늘어진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내, 내가 정리할게! 내가 꽃밭 다 되돌려놓으면 될 거 아니야! 제발, 우리 남편 좀 놔줘! 네 아버지잖아...”강이안은 허겁지겁 꽃밭으로 달려가 튤립을 부여잡았다.하지만 긴 손톱이 꽃잎을 할퀴며 찢어지는 순간, 고영훈의 눈빛이 번쩍였다.그는 마치 쓰레기를 내던지듯 고훈의 몸을 강이안 쪽으로 던져버렸다.곧장 무릎을 꿇은 그는 망가진 꽃을 손에 주워 담기 시작했다.손에 진흙이 묻고 흙먼지가 얼굴에 튀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그저 부서진 꽃잎을 모아 꺾인 줄기를 세워 송서윤이 아끼던 그 모습 그대로 되돌리고 싶을 뿐이었다.강이안은 땅에 넘어진 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축 늘어진 고훈을 끌어안았다.“여보, 그만해요. 고영훈은 그냥 미친놈이에요. 그 꽃들, 그냥 다 줘버려요. 제발요...”하지만 고훈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두 번이나 맞은 수치와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그는 강이안을 밀쳐내고 비틀거리는 몸으로 굴착기에 올라탔다.손이 떨렸지만, 시동을 걸어 조종간을 움켜쥐었다.“이 미친놈!”고훈이 이를 악물며 굴착기의 팔을 내리꽂았다.거대한 쇳덩이가 고영훈을 향해 돌진했다.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쾅!’ 하는 굉음이 터졌다.튤립 한 다발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붉은 핏방울을 머금고 흙 위로 떨어졌다.한 송이, 또 한 송이, 진흙탕 위로 피가 붉게 번져갔다....“부장님, 배가 너무 나오셨어요. 물은 제가 부을게요.”조수 진도연이 송서윤의 손에서 분수기를 받아 들고 활짝 핀 튤립밭에 물을 흩뿌렸다.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들이 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였다.송서윤은 허리를 짚으며 미소를 지었다.“부장님, 얼마 전 출장 다녀온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아진시에 어떤 부자가 튤립 정원 때문에 싸우다가 파출소까지 갔다고요. 꽃밭 하나 지키겠다고 싸우다가 머리까지 다쳤다네요.”진도연이 농담 섞인 말투로 웃었지만, 송서윤은 배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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