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고하준은 원래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반 친구 하나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대신 나가게 된 것이었다. 송서윤은 고하준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고하준은 송서윤에게 자신이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심건모에게도 자신이 자랑스러운 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아빠...고하준은 분노로 가득 찬 고영훈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기대 섞인 눈빛으로 제훈을 바라보았다. 제훈이 난처한 듯 미간을 찌푸리자 심건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가 먼저 가서 내 자리 잡아줄 거야. 난 조금 늦게 갈게.”심건모는 덤덤하게 말하며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큰 손을 목덜미로 옮겨 부드러운 살결을 가볍게 매만졌다. 체온을 확인해보니 열은 없었다. 하지만 심건모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송서윤은 입안에 머금고 있던 죽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그녀는 간신히 죽을 삼키고는 뒤를 돌아 심건모를 노려보았다.심건모는 손을 거두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송서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감돌았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몰아붙일 작정이었다. ‘13일, 13일이라 했던가? '‘13일만 지나면 그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건가?'심건모는 고하준에게 말을 건네면서도 시선은 줄곧 송서윤에게 고정했다. “하준아, 엄마는 가기 싫은 모양인데?”송서윤이 깜짝 놀라 고하준을 바라보았다. 고하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찰나에 심건모는 송서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정말 너무하잖아!’“여보, 아들 연주회에 가기 싫은 거야?”송서윤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긴 속눈썹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심장이 아리고 저릿했다. 심건모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갑자기 여보라고 부르고 고하준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걸까?심건모는 송서윤의 손을 더 꽉 맞잡았다. 그는 고하준을 돌아보며 송서윤에게는 조각 같은 옆모습만 보여주었다. 살짝 엿보이는 그의 눈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고 눈동자는 반짝
“젖은 머리로 계시면 어떡해요. 제가 말려 드릴게요.”심건모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5분 후, 그는 서재에 단정한 차림으로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었다.“심 국장님, 송서윤 씨가...”제훈은 심건모의 차가운 시선이 닿자 말을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이었다. “사모님께서 오늘 정부 청사를 떠나 병원에 가셔서 고영훈 씨를 만나셨고 후에는 동건우 씨를 보러 가셨습니다.”“아까 서두르셨던 것도 동건우 씨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습니다.”“하지만 동건우 씨는 갑작스럽게 임무를 맡게 되어 동봉우 씨의 지시로 출국한 상태입니다.”심건모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 서류는 감시 대상자들의 오늘 행적 보고서였다. 특수경찰들이 번번이 동건우를 놓치고 있었다.제훈은 가슴을 졸이며 보고를 이어갔다. “동건우 씨는 저녁 무렵 병원을 떠난 이후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실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심건모가 다른 보고서를 집어 들자 제훈은 안도하며 덧붙였다.“반경 2km 이내에서 권총은 발견되지 않았고 시신도 없습니다.”“실종 신고나 병원에 접수된 총상 환자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인근 CCTV는 사전에 차단되어 가용한 영상이 없으며 목격자도 없습니다.”“사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총소리만 들었을 뿐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분명 사상자는 있었을 겁니다. 현장에 혈흔이 가득했습니다.”“계속 조사해.” 심건모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경찰을 보내 서윤이를 보호하도록 해.”제훈은 즉각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이번 사건에서 사모님은 목격자이시니 24시간 보호가 필요하겠네요.”하지만 송서윤의 성격상 심건모가 사람을 붙여 감시한다는 걸 알게 되면 또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이다. 그때 문밖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심건모는 서류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이씨 가문에 대한 조사는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게 해.”“네가 직접 맡아.”제훈은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며
송서윤은 심건모를 멍하니 바라보며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발갛게 부어오른 눈가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가련해 보였다.심건모는 마음이 약해졌다. 송서윤의 얼굴을 붙잡았던 손을 풀고 옷을 벗겨주려 손을 뻗었다. 무심한 눈빛과 덤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비 맞았잖아. 감기 걸려.”그는 걱정스레 말했다.남들이라면 감기로 끝날 일이 그녀에게는 고열로 이어질 터였다.송서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억지로 진정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려는 심건모의 손을 붙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예쁜 눈동자로 애원하듯 그를 바라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요.”심건모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자신이 너무 사납게 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이렇게 떨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 벗어.”송서윤이 다른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다른 사람 때문에 비를 맞았다는 사실에 심건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심건모는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난 네 남편이야.”“안고 입 맞추고 옷 갈아입혀 준 적도 있어. 볼 건 이미 다 봤다는 뜻이야.”송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고개를 숙인 채 심건모를 쳐다보지도 못하던 송서윤은 그의 커다란 손을 꼭 쥐며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다.“유 집사님 불러주세요.”“안 돼.”심건모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송서윤의 손을 떼어냈고 힘이 빠진 그녀의 두 손은 허공으로 늘어졌다.심건모는 셔츠 단추를 풀다가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손이 닿자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는 곧바로 송서윤의 셔츠와 치마를 벗겨냈고 이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드러났다.심건모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웠다. 젖어 있는 송서윤의 검은 머리카락에 거품을 내어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욕조 위로 하얀 거품이 서서히 차오르며 그녀의 고운 몸매를 가려주었다.백옥 같던 송서윤의 피부가 점차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뜨거워진 얼굴을
동건우는 그 세 사람의 학대 속에서 자라났다.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깨어났을 때 동건우의 몸 안에는 그의 것이 아닌 심장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너무나 소름아 끼치고 역겨웠다.동건우는 가끔 생각했다. 그에게 제 것이 아닌 심장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이혜정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이곳에 자신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줄 방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딸 송서윤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남겨져 외로이 살아갈 지라도 말이다.이혜정은 동봉우를 미친듯이 증오했다.천지를 뒤흔드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몸을 파르르 떨었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손에서 우산이 툭 하고 떨어졌다.송서윤은 비바람을 뚫고 총성이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총소리를 따라 걷다가 곧이어달리기 시작했다.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골목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오직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한 무더기의 핏자국만이 남았을 뿐이었다.마치 이곳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과 같은 평온한 광경이었다.경찰차와 구급차가 연이어 도착했다.송서윤은 차 안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던 중 문득 싸늘한 시선 하나와 마주쳤다.심건모가 우산을 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심 국장님, 사모님은 이제 가셔도 됩니다.” 심건모가 송서윤 앞으로 다가왔다.송서윤은 이런 큰일을 겪고 살인 사건을 목격하기까지 했으면서도 심건모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심건모가 손을 뻗어 송서윤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송서윤은 그 손을 피했다.송서윤은 심건모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억지로 지어 보이는 웃음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심건모는 송서윤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앞장서 걸어갔다.심건모가 뒷좌석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멀리 바라보니 송서윤은 그녀의 벤츠 차에 오르고 있었다.송서윤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시야에서 사라
“케이시를 노리고 온 거 아니었어요? 케이시가 바로 송서윤이라고요.”“송서윤이 도련님을 죽이려 하잖아요!”그때 송서윤이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송서윤의 서류 가방 보여요? 가방 안에 노트북이 있어요. 시스템은 분명 노트북 안에 있을 거예요.”하지만 동건우는 차가운 총구를 하은의 이마에 더 바짝 밀어붙이며 물었다. “왜 내가 송서윤을 죽여야 하지? 둘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하은은 동건우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겁에 질려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건모를 뺏어갔으니까요!”“심건모는 원래 내 사람이었어요! 송서윤이 나타나서 모든 걸 망쳐버렸다고요!”“미워 죽겠어요! 됐어요? 우리 목표는 같잖아요!”동건우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자 하은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 순간, 동건우가 다른 한 손으로 하은의 입을 틀어막았다.동건우는 하은의 얼굴 옆에 바짝 다가갔다. 총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하은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두 사람은 우산을 쓰고 식당에서 나오는 송서윤을 지켜보았다.동건우는 송서윤이 눈앞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은의 귓가에 차갑게 말했다.“송서윤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동건우는 비웃으며 조롱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송서윤의 목숨을 희생시키겠다고? 어쩜 이렇게 천박할까.”“남의 남편을 탐내서 아내를 죽이려 하다니. 천박할 뿐만 아니라 악독하기까지 하네.”하은은 입이 막힌 채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송서윤이 누군지 알아?”“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야.”동건우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그의 뒤통수에 차가운 총구가 와 닿았다.“수영, 서지원한테 겁을 주더니 이제는 아예 하은 씨를 죽이려까지 하는구나.”“건우야, 넌 처음부터 송서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어. 네가 상대하고 싶었던 건 처음부터 나였지!” 동봉우의 중후한 목소리가 동건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동건우의 움직임이
식당은 고즈넉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송서윤은 창가 쪽 소파에 앉아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그때 훤칠한 실루엣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송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계산할게요.”이민호가 계산서를 잡았다. “앞으로 송서윤 씨가 드시는 식사는 무료입니다.”송서윤은 이민호와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유영미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였고 눈 속의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따라 들어와.”명령조의 말투였다.유영미가 앞장서서 방으로 들어갔고 송서윤도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겼다.이민호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윤영이는 어릴 때부터 착했어. 나쁜 짓을 할 애가 아니야.”“그런데 경찰이 윤영이를 감금하더니 최근의 해커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구나. 면회도 안 시켜주고 말이야. 네가 한 짓이지?”“제 어머니께도 이렇게 잔혹하게 하셨어요?” 송서윤은 몰상식한 유영미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반문했다.유영미는 몇 초간 멍해지더니 대꾸했다. “그 불효막심한 년 이야기는 꺼내서 뭘 하려고?”“어머니가 왜 불효 자식이죠?”“그렇게 좋은 혼처를 마련해 줬더니 말 한마디 없이 도망쳐버렸잖니. 덕분에 우리 이씨 가문이 빈털터리가 될 뻔했어.” 유영미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역력했다.동건우의 말이 사실이었다.당시 이혜정은 정말로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것이다.“어머니는 정략결혼 상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슨 권리로 강요한 거죠?” 송서윤은 목소리를 높였다.“혼사란 자고로 부모의 뜻에 따르는 법이지 좋아하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유영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지위 높고 권력 있는 남자가 뭐가 나쁘다는 거야? 너도 전남편을 버리고 심건모를 선택하지 않았니?”“어머니가 싫다면 나쁜 거예요.” 송서윤이 꾸짖듯 말했다.“난 35년 전 죽은 사람의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을 시간 없어!” 유영미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말해. 어떻게 해야 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