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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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하니야, 뭐 하나만 물어보마]덤덤한 목소리가 울렸다.심주영은 수많은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봤다.도도한 어조로 하니가 순순히 처방을 내놓도록 말하거나, 돈으로 처방을 사거나 방법은 무수히 많았다.다만 강씨 가문 안주인으로서 천애 고아한테 고개 숙이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하니가 순순히 말을 들으면 그나마 좀 다르게 보일 수는 있을 테지만.[지금 바빠요.]그런데 들려온 건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그 목소리에 심주영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곧이어 완벽한 모습으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얼굴에 파직, 금이 갔다.“누구시죠?”심주영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하니가 이렇게 빨리 다른 남자로 갈아탔다고?’너무 빨라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지역이다.[저는...]수화기 너머에 있는 건빈이 살짝 뜸을 들였다.[하니 씨 남자입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심중여은 당장이라도 하니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내 아들이 아직 죽지 않았는데, 감히 딴 놈을 만나? 어떻게 이럴 수 있지?’‘이 염치없는 계집애가!’[용건을 말씀하시면 제가 대신 전하겠습니다.]“됐어요!”심주영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눈은 어느새 증오로 물들었다.‘내가 그 계집애한테 기회를 주나 봐라.’‘앞으로 우리 집안과 얽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거야.’‘그까짓 약? 나 혼자서도 손에 넣을 수 있어.’심주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권아가 눈에 들어왔다. 권아는 주금자 곁에 앉아 생글생글 미소 짓고 있었다.심주영이 다가오자 주금자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에미야, 권아가 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는구나. 아주 용한 스님을 알고 있대. 미령산 사찰에 있는 주지 스님이라지 뭐니!”“아주 우리 집안 복덩이가 따로 없어!”심주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스님?’‘저번에 본 그 스님을 말하는 건가?’‘왜 자꾸 불안한 예감이 들지?’시어머니가 신과 불교를 맹신하는 건 예전부터 알았다. 가끔은 들리는 소문을 철석같이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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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하지만 보아하니 심주영과 주금자의 고부 관계도 좋은 것 같지만은 않았다.역시 세상에 사이좋은 고부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심주영만 해도 그랬다. 처음 강씨 집안 며느리로 이 집에 발을 들였을 때, 그녀는 온갖 시련을 겪었다.심지어 주금자는 지금도 심주영이 고작 아이를 둘만 낳았다고, 아들 몇 명만 더 낳지 그랬냐며 원망하곤 한다. 그렇다. 심주영에게는 강승오 외에 딸이 한 명 더 있다. 다만 현재 유학 중이라 집으로 돌아온 적이 거의 없다.강씨 가문은 딸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금자가 계집을 싫어해, 심주영의 하나뿐인 딸은 이 집에서 쓸모없는 존재나 다름없었다.“아무리 그래도, 권아가 서러운 일을 당해서야 쓰나? 권아 뱃속에 남자애가 있는데.”“어머니, 그이가 오면 다시 얘기해요. 정말 서두를 거 없어요.”“아직 아이가 태어난 것도 아니니, 어머니가 그렇게 바라던 손자가 맞을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권아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그제야 주금자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살짝 불만 섞여 보였지만, 그대로 심주영의 말이 마음에 와닿은 듯했다.“어머니 휴식하시게 안으로 모셔요.”도우미가 주금자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간 뒤, 권아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심주영 앞에서 잘못을 뉘우쳤다.“어머니 저...”“어머니한테 드린 게 대체 뭐냐? 정말 약이 맞긴 한 거니?”권아는 눈을 내리깔았다.“한의사가 처방한 약이에요.”“한의사? 네가 모신 건 스님이었잖니!”주영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번졌다.“백권아, 네 눈에는 내가 바보로 보여? 사람을 시켜 네 신분을 조사했더니, 명문가 출신이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더구나. 백씨 가문 딸이라더니, 진짜 백씨 가문 딸은 현재 해외에서 승희랑 유학 중이라네.”승희는 다름 아닌 심주영의 딸이다. 권아는 털썩, 바닥에 무릎 꿇었다.“어머니, 잘못했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신분을 속이면 오빠한테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절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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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연하는 어쩔 수 없이 권아에게 방법을 강구하도록 요구했다.예전에는 늘 하니가 해외 직구로 사람을 통해 구해다 주었지만, 지금 의지할 사람이라곤 권아뿐이었다.권아는 처음에 이런 방법으로 연하를 매수해 자기편에 서게 했다.하지만 연하의 욕심은 매번 커져, 권아는 골치 아픈 데다 어디 고통을 소호할 곳도 없어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그래도 계속 연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사실은 변함없었다.그나마 연하가 강씨 집안 식구들 앞에서 자기를 위해 좋은 말 몇 마디쯤 해줄 수 있으니까.“연하 언니, 걱정하지 마요. 금방 보내드릴게요.”연하는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그녀는 현재 친구 몇 명과 함께 H시에서 놀고 있던 참이었다.“너희 혹시 부진그룹 대표님 알아? 우리 H시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아몬드 수저에, 국민 남편감. 게다가 대단한 부자래, 이번에 생일 파티를 크게 연다더라고!”“솔직히 생일 파티라고는 하지만, 사실 맞선 자리나 다름없대. 그런 남자랑 결혼하면 단번에 최고 재벌가 사모님이 되는 거지!”“연하야, 넌 안 그래도 강씨 가문 딸이니까 재벌가와 딱 어울리겠다. 얼마나 좋아!”연하는 부건빈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기실 그녀에게는 이미 다른 목표가 있었다.‘들어보니 부건빈이라는 사람, 엄청 못생긴 데다 촌스러운 늙은이라던데!’‘하긴, 젊은 나이에 갑부 자리를 꿰찼으니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겼겠어?’‘분명 대머리에 꾀죄죄한 남자일 게 뻔해.’어쨌든 그런 부류는 연하의 이상형이 아니었다. 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했다.“부건빈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건 이무현 같은 스타일이야.”이무현, H시 이씨 가문의 막내아들. 예전에 연하와는 학교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그는 카레이싱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잘생긴 청년이다.같은 H시 재벌가이니, 이번 생일 파티에 그도 참석할 게 뻔했다.연하는 이번 기회에 무현을 만나, 정략결혼할 기회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역시 우리 연하, 보는 눈은 인정해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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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무현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내가 죄인이다. 내가 잘못했어.”“너 입이 독한 건 알았지만, 나한테까지 독설을 퍼부으면 안 되지.”“나 독실한 불교신자야. 내가 결혼하면 부처님께 버림받을 거라고.”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방탕하고 가벼워 보이는 재벌 2세 이무현이, 남들 눈에는 플레이보이처럼 보여도, 사실은 불교를 믿고 있다는 것을.게다가 염불에 누구보다 진심이라, 평소 여색에 손도 안 댄다는 것을그의 유일한 욕망은 카레이싱뿐이다.그때 건빈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도무지 배아현이라는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 시각, 하니 앞으로 초대장 한 장이 전달되었다.“대표님,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실래요?”진혁이 직접 초대장을 건넸다.“부건빈 대표님이 보낸 초대장이에요.”그는 얼른 말을 고쳤다.그 말에 하니가 멈칫했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너무 공교로운 거 아니야?’그녀와 건빈의 생일은 같은 날이다.예전 이맘때면 항상 승오와 보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라연이랑 보내야겠다.’“아니에요. 관심 없어요.”하니는 냉담하게 거절했다.그 대답에 진혁이 흠칫 놀랐다.‘부씨 가문 생일 파티에 참석할 기회를 거절하는 사람도 다 있네?’부씨 가문 파티에 들어가기만 하면, 먹는 음식은 물론, 상금과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이런 파티를 가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지만 눈앞에 계신 이 미래 사모님은 좀 많이 특별한 분이신 모양이었다.‘이래서 대표님이 이하니 씨를 좋아하는 거구나.’그는 하니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건빈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그 순간 H시에 머물고 있는 승오가 떠올랐다.‘나랑 생일을 함께 보내지 않으면, 강승오랑 보낼 생각인가?’‘아직도 강승오를 마음에 둔 건가?’건빈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하니 씨가 안 가면 나도 안 가!”‘엥?’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르신이 화나서 뒷목 잡으실 것 같은데.’부건빈이란 손자를 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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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생일 파티 당일이 되었다.하얀 정장을 입고 나타나 건빈은 군중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연하는 혼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건빈을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무현을 버렸다.‘저 남자를 꼭 알아야겠어!’그 시각, 하니는 구석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역시 이런 곳은 도통 적응을 못 하겠다니까.’‘온 것만 해도 다 다행이지, 뭐.’순간 낮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하지만 건빈한테 파트너가 부족하지 않을 텐데, 왜 하필 자신을 골랐는지 궁금했다.‘비록 부진그룹 대표의 조카라도 노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아니나 다를까 건빈을 보는 여자들의 눈은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그 눈빛은 마치 건빈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그러던 중, 익숙한 인영이 시선에 들어왔다.강연하.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강연하가 여긴 어떻게 왔지?’연하는 색기를 흘리며 진득한 눈빛으로 건빈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입을 열었다.“부건빈 씨, 저는 강오그룹 강연하라고 해요.”‘이래 봬도 강씨 가문 지위가 있는데, 내가 이 천한 계집들보다는 훨씬 고귀하지.’당연히 제 강오그룹을 봐서라도 제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건빈은 그저 그녀를 차갑게 한 번 훑어볼 뿐이었다.그러고는 아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건빈의 눈에 담긴 혐오는 거의 흘러넘칠 지경이었다.연하의 얼굴이 순간 파리해졌다.‘부건빈, 감히 내 체면도 안 봐주는 거야?’‘나 이래 봬도 강오그룹의 귀한 아가씨라고!’하지만 이건 건빈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고 탓할 게 아니었다. 단지...그때 마침, 연희와 똑 같은 드레스를 입은 아현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아현은 H시 배씨 가문의 귀한 외동딸이라, 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그런데 자기와 같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봤으니, 얼굴이 묻을 수밖에. 심지어는 그 여자가 건빈의 앞에서 알짱대며, 자기 약혼자를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었다.아현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하지만 연하도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다.그녀는 이내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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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연하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입 다물어!”“내 입으로 내가 말하겠다는데, 당신이 뭔데 입 다물라 말라야?”아현이 계속해서 비아냥거렸다.“주제도 모르는 게, 감히 나더러 이 파티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연하는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두말없이 손을 번쩍 쳐들어 휘둘렀다.흠칫 놀란 아현은 빠르게 뒷걸음질했지만, 그만 중심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몸이 기울며 넘어지려고 했지만,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바보처럼 멍하니 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마침 맞은편에 서 있던 하니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번졌다.아현이 넘어지는 걸 막으려고, 하니는 결국 직접 나서서 그녀를 부축했다.이대로 망신당하겠구나 생각하며 반쯤 포기하고 있던 아현은 갑자기 제 허리를 감싸는 손에 이끌려 다시 중심을 잡고 섰다.하니의 얼굴을 마주친 순간, 아현은 멍하니 멈춰버렸다.‘이분은 어느 집안 아가씨지?’‘기억은 안 나는데 참 예쁘게도 생겼네.’여나 역시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니의 얼굴을 본 그녀는 환각이라도 본 건가 의심하며 눈을 비볐다. 하지만 상대는 정말 이하니였다.“너,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연하는 앞으로 다가가 하니의 팔을 잡아당겼다.“네가 부진그룹 파티에는 어떻게 온 거야?”‘밖에서 진작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도 살아 있었잖아!’‘옷차림을 보아하니 신분 상승이라도 한 모양이네.’하니의 꽉 잡힌 팔에서 통증이 전해졌다.‘아파.’“이 건방진 것!”아현은 굳은 표정으로 다가가 연하의 뺨을 후려갈겼다.“방금 나를 때리려 한 것도 모자라, 날 구해준 은인을 괴롭혀? 내가 다시는 H시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줄까?”쩌렁쩌렁 울리는 아현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이 모든 걸 지켜봤다.건빈도 소리를 듣자마자 아현의 뒤에서 보호받고 있는 하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괴롭힘당한 어린애 같았다.“이하니, 감히 남과 함께 나를 괴롭혀?”연하는 얼굴을 감싸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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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역시 오지 말아야 했어. 이게 다 자업자득이야.’하니는 눈을 들어 거울에 비친 모습을 한 번 확인하고는 화장실을 나섰다.문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손수건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눈을 들어 보니 건빈의 검은 눈동자가 저를 보고 있었다.“대표님, 저 돌아가고 싶어요.”하니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그동안 돌봐 주셔서 감사했어요. 대표님이 만든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건빈은 살짝 멈칫했다.“파티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요?”건빈은 천천히 하니에게 다가갔다.하니는 살짝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그때 건빈이 갑자기 흰 장갑을 벗더니,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싱긋 미소 지었다.“나도 이런 분위기 안 좋아하는데, 우리... 도망쳐요.”남자의 눈 밑에 웃음기가 가득했다.하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 몸은 어느새 건빈의 차 안에 있었다.그 시각 귀빈들에게 자기 손자를 소개하려고 사람을 불러모은 부민수는 손자가 사라진 상황을 발견하고 할 말을 잃었다....건빈에게 이끌려 앉은 차는 다름 아닌 오픈카였다.쌩쌩 부는 밤바람이 하니의 얼굴을 스쳐 지나며 그녀의 검은 폭포수 같은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그 덕에 파티장에서 달아올랐던 얼굴의 열기가 말끔히 가셨다.건빈은 어느새 외투를 벗어 던지고, 흰 셔츠 차림으로 단추 두 개를 대충 풀어헤쳤다. 셔츠 아래로 보일 듯 말 듯 들어난 가슴 근육은 왠지 색스러웠다.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남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에만 집중했다.그걸 본 하니는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그때 문득 트위터에서 봤던 모 일러스트의 그림이 뇌리에 콱 들어찼다. 그림 속 남자는 흰 셔츠를 입은 채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는 잘생긴 청년이었다. 단추 몇 개 풀어헤친 셔츠 아래로 선명한 쇄골과 가슴 근육이 언뜻언뜻 보였다.그 그립은 당시 여자들이 꿈에 그리는 이상형 1위로 꼽혔다.심지어 그 캐릭터가 나오는 웹툰은 한동안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었다.하니는 평소 뭐든 배우고 기억하는 습관이 있는지라, 현재 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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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부진그룹 도련님도 케이크 먹으면서 소원 비는 걸 알고 있다니.’문득 진혁이 부모를 잃었다는 게 떠올랐다.그녀 역시 부모 없는 고아다.‘그러면 소원 같이 빌지 뭐.’하니는 양초 두 대를 꽂았다.“건빈 씨도 같이 빌어요.”하니는 눈을 감고 진심을 다해 소원을 빌었다.“보육원 아이들이 점점 더 잘되게 해주세요.”다음 순간, 건빈이 커다란 손으로 하니의 작은 손을 감싸며 다정하게 말했다.“하니 씨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사실 두 사람은 생일을 제대로 보내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소원을 소리 내어 말하면 효과가 없다는 것도 몰랐다.하니는 조금도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그날 밤, 라연이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라연은 하니의 정서가 매우 안정되었다는 걸 단번에 느꼈다.[강승오가 찾아올까 봐 걱정되지 않아?]“걱정 안 돼. 이제 안 사랑해.”고작 10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라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하니야, 드디어 벗어났네.][축하해.]하니는 26살 생일에 6년 사귄 애인을 잃었다.‘그래도 걸어 나왔으니 아무 소득 없는 건 아니지 않나?’하니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건빈이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을 때, 하니는 이미 짐을 다 쌌다.‘이제 이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되네.’결심이라도 내린 듯 하니는 캐리어를 끌었다.데굴데굴 굴러가는 바퀴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온 건빈은 늦은 밤 도망치려는 하니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하니 씨, 지금 무슨...”“그동안 고마웠어요.”하니는 말을 마치고 단호하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문을 나서기도 전에, 힘 있는 손이 그녀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곧이어 건빈이 그녀를 홱 잡아끌었다.너무 힘을 준 탓인지, 하니는 그대로 벽에 등이 부딪혔다.건빈의 눈에 일순 상처받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왜 떠나려는 거예요?”“내가 한 음식 이제는 싫어요?”하니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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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 시각, 파티장.“저 여자가 강씨 가문에서 쫓겨난 여자래요!”“신분도 가짜라니. 가짜 주제에 어떻게 부씨 가문 파티에 들어왔나 몰라요. 그것도 모자라 배아현 씨 약혼자한테 꼬리치다니, 어쩜 저렇게 뻔뻔한지!”“나 같으면 얼굴 들고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연하는 확실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그와 동시에 분노와 원망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여 자기 몸에 걸친 드레스를 바라봤다. ‘이게 강승희 그 계집이 디자인한 거라니.’‘그것도 모자라 가짜? 짝퉁?’이건 마치 짝퉁 신분을 지는 그녀는 짝퉁만 둘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내가 이무현을 만나려고 얼마나 정성 들여 계획을 짰는데!’이무현은커녕 부건빈도 만나지 못했다.‘결국 헛수고라는 거잖아!’‘백권아 이 때려죽여도 모자랄 X!”...그 시각, 병원에서 산전 검사를 마친 권아는 산진 여러 장을 찍어 승오에게 전송했다.돌아오는 건 역시나 무응답이었다.권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아무리 나한테 쌀쌀맞게 굴어봤자!’‘남자라면 제 핏줄을 절대 끊어내지 못할 거야!’‘아이만 있으면 언젠가 강승오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야!’하지만 저택에 들어서기 무섭게, 갑자기 뺨 한 대가 권아의 얼굴을 후려갈겼다.“백권아.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애초에 온갖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승오한테 꼬리 쳐 결혼하려고 나한테 도와달라고 애원했었으면서. 그때 누가 널 도와줬는지 잊었어?”“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깟 짝퉁으로 날 농락해? 너 때문에 내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망신당했는지 알아?”“백권아, 천한 피는 어디 안 간다더니!”권아는 너무 놀라 멍하니 있다가 이내 찔리는 구석이 있어 목을 한껏 움츠렸다.“연하 언니,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이 드레스는 진품이에요!”‘설마 파티장에서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겠어?’권아는 요행을 기대하며 대충 넘어가려고 애썼다.“적어도 이하니는 진품만 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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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그 말에 심주영의 얼굴이 언짢은 듯 살짝 구겨졌다.“연하야, 허영심 좀 줄여. 고작 옷 몇 벌로 이럴 필요 있어?”연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네가 강씨 가문인 건 맞지만, 네 부모님은 출근하시는 평범한 회사원이야. 물질적인 것에 너무 욕심부리지 마.”심주영의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다.강씨 가문 딸은 오직 강승희 하나뿐이다.연하의 부모는 그저 회사에서 출근하는 회사원이라, 상속권이 없다. 때문에 연하가 소유하고 있는 것 중 대부분 물건은 기실 강씨 가문에서 무료로 준 것이다‘사람이 이렇게 만족할 줄 몰라서야.’“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이 모든 걸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연하는 멍하니 심주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말투에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런 뜻이 아니라, 어디 가서 강씨 집안 체면 깎지 말라는 뜻이다.”권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특히 심주영이 자기편에 서자, 뒷심이 생긴 듯 자신감이 붙었다.권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연하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찢어발기고 싶었다.하지만 권아의 배속에 강씨 가문의 보배둥이가 자라고 있어, 아무도 권아를 건드릴 수 없었다.연하의 원망은 가득한눈빛으로 음험하게 심주영을 바라봤다.그러다가 결국은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떠나갔다.연하가 떠나고 나서야 심주영이 고개를 돌려 권아를 바라봤다.“네가 한 짓, 승오 아버지 귀에 들어가게 하지 마. 그이가 알면 너를 집에서 쫓아낼 거니까.”권아는 목을 한껏 움츠렸다.“고마워요, 어머니.”자기가 한 짓이 있는 터라 몹시 전전긍긍했다.특히 강씨 가문 본가에만 오면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것처럼 불편하기만 했다.‘그래도 뭐, 이미 재강 오빠를 강오그룹 인사팀에 심어뒀으니, 앞으로 내 사람을 심어두기 점점 쉬워질 거야.’...다음 날 아침,하니는 비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건빈의 곁에서 뭐든 함께 했다.그래도 접대 자리만큼은 하니 대신 늘 진혁을 데려갔는데,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진혁이 휴가를 신청했다.듣기로 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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