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약혼을 파기하겠다고?”테이블 맞은편,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이하니는 선명한 붉은색의 청혼서와 허혼서를 들었다. 그대로 반으로 찢은 후, 강승오의 어머니 심주영을 바라봤다.“이제 믿으시겠어요?”심주영은 순간 멍해졌다. 놀란 기색이 눈에 선명했다. 그러더니 이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좋아. 새로운 신분은 내가 정리해 둘게. 한 달 안에, B시에서 완전히 사라져.”하니는 물컵을 꽉 쥐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하니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던 찰나, 심주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약속한 거, 꼭 지켜. 소란 피우지 말고, 승오 아빠한테는 절대 승오 바람피운 일 알리지 마. 알리기만 해 봐, 승오 아빠가 정말 승오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 거야!”발걸음을 떼던 하니가 멈칫했다.그리고 그 일이... 떠올랐다.예전, 사람들 눈에 비친 하니와 승오는 딱 전형적인 동화 속 커플이었다. 가난한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대학 시절, 하니는 성적도 좋고 모범적인 학생. 반면 승오는 말 한마디에 학교가 떠들썩해질 정도의 재벌 2세. 도무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었다.하지만, 승오는 하니를 첫눈에 사랑하게 됐다.사람들 말로는, 승오는 하니에게 홀린 거라고 했다. 그는 하니를 얻기 위해서라면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부엔 관심 없던 승오가, 하니가 원하는 참고서를 구하려고 눈 내리는 겨울밤 도시를 헤맸다.그리고 하니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해뜨기 전부터 낚시하러 나가다 강에 빠져 죽을 뻔도 했다.처음엔, 둘의 격차가 너무 커서... 하니는 감동하면서도 계속 거절했다.하지만, 승오는 하니와 약혼하기 위해 집안에 무릎 꿇고 매달렸고, 아버지에게 진짜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병원으로 실려 가던 길, 승오는 하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니야, 나랑 결혼해 줄래?”그날 밤, 하니는 확신했다.‘이 사람이구나. 내 인생은 이 사람과 함께겠구나...’ 대학교에서 만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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