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392 챕터

제141화

“아, 아니요.”하니는 황급히 해명했지만, 다음 순간 핸드폰 화면이 어두워졌다.핸드폰이 고장 난 줄 알았지만, 배터리가 다 떨어진 거였다.그 시각, 옆방에 있던 건빈은 하니의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는 몇 번이고 그 말을 곱씹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하니 씨도 나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모양이네.’설령 자그마한 노력이라도 상관없었다.하니는 한참동안 헤매다가 겨우 충전기를 찾아 꽂았다.그러고는 그림의 마무리 작업을 이어갔다.그림을 완성한 그녀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이거 정말 건빈 씨한테 선물해도 되나?’‘마음대로 초상화를 그린 걸 무례하다고 느끼면 어떡하지?’‘초상화를 선물로 주는 게 어디 있어?’하니는 승오에게 한 번도 초상화를 선물해 본 적 없다. 상대가 싫어할까 봐 걱정됐던 이유도 있고, 승오한테 그림을 선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심지어 승오 집에는 아직도 수억 원짜리 명확 걸려 있다.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노크 소리였다.하니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는 가운을 입고 세면구를 든 남자가 난감한 얼굴로 서 있었다.“하니 씨, 위층 샤워헤드가 고장 났어요.”하니는 잠시 멍해 있다가 몸을 돌려 길을 비켜주었다.“그럼 들어와서 씻어요.”하니는 건빈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라, 이곳의 모든 건 처음부터 건빈의 것이었다.그녀를 제외하고.남의 집에 얹혀사는 생활을 하니는 안 해본 게 아니다.예전에 양부모 집에서 생활할 때 그러했다.하지만 건빈의 집에서 지내면서, 얹혀산다는 생각이 들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오히려 평온하고 마음이 편했다.욕실 안에서 쏴-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하니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탓에, 남자가 등 뒤까지 접근한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나를 그린 거예요?”건빈은 여전히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과 다른 건, 네크라인이 느슨하게 여려 있어 복근이 보일 락 말락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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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건빈도 그걸 바로 읽어냈다.“새우도 넣어줄게요.”하니는 기대에 찬 듯 눈을 예쁘게 접었다.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음식이 아른거렸다.미대생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끔 영감이 떠오를 때면, 작품을 완성하려고 연속 이틀 물로만 배를 채울 때도 있다.그 때문에 하니도 위가 좋지 않다.하지만 최근 위가 아팠던 적이 없다. 심지어는 약도 먹지 않았다.몇 년 전만 해도 한번 위가 아프기 시작하면 반쯤 죽어났다.늦은 밤, 야식을 배불리 먹은 하니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건빈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그녀를 보다가 말을 삼키기를 반복하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하니 씨, 내 방 에어컨이 고장 났어요.”별장에 객실은 많았다.때문에 하니는 약간 의아했다.‘침실 에어컨이 고장 나면, 다른 객실을 쓰면 되는 거 아닌가?’‘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그때 건빈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러니까 내 말은, 하니 씨 방을 제외하고 집안 모든 에어컨이 다 고장 났어요.”‘엥?’‘이 말을 누가 믿어?’하니는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그러다가 건빈의 손에 이끌려 방 전체를 둘러봤더니, 정말 그녀의 방을 제외한 모든 방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참 별 일이 다 있네.’“그럼 오늘...”“내가 바닥에서 잘게요.”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건빈이 대답했다.“초코는 에어컨 없으면 더워 죽어요. 털 긴 거 알잖아요.”조급해 보이는 건빈의 모습에, 하니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고개를 끄덕였다.결국 초코는 하니의 침대 반쪽을 떡하니 차지하더니, 건빈을 초대하듯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하지만 건빈은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울 수밖에 없었다.하니는 잘 때 아주 조용하고 얌전했다.심지어는 아이를 달래듯, 손을 초코의 몸에 두른 채 가끔 토닥여주기까지 했다.건빈은 문득 어린 시절의 하니가 떠올랐다. 하니도 그때 분명 꼬맹이었는데, 주변에 늘 다른 어린애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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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하니는 따뜻한 가정에서 보낸 적이 없어 행복이 뭔지 몰랐다.입양된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랑하던 남자 친구는 바람나고...생각해 보니, 이게 운명인 듯싶다.그때 허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하니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상황 파악을 끝낸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랏다.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건빈을 본 순간, 하니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랐다.“건빈 씨, 내... 내 침대에는 왜 올라온 거예요?”비록 깜짝 놀랐지만, 하니는 그래도 꾹 참고 건빈을 걷어차지 않았다.그건 아무래도 건빈이 그녀 마음속에서 품위 있고 인성 바른 사람이기 때문이다.건빈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몽롱한눈으로 하니를 바라봤다. 그러곤는 무의식적으로 하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조금만 더 자요. 오늘 주말이에요.”하니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설마 사람 착각한 거 아니겠지?’‘나를 자기 전 여자 친구나, 애인으로 여긴 건가?’1분 뒤, 번쩍 정신을 차린 건빈은 불평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하니를 보며 난감한 어투로 말했다.“하니 씨, 미안해요. 어제는...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잠이 안 왔어요.”“그건 이유가 될 수 없어요.”하니는 건빈을 빤히 응시했다.“초코는 너무 더운지 도망쳤고, 하니 씨는 자꾸만 침대 끝까지 뒹굴어와 떨어질까 봐 어쩔 수 없이 안고 잔 거예요.”그 말을 하는 건빈의 두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정 화난다면, 때려요.”“책임지라면 책임질게요.”하니는 괘를 돌려 털이 부스스해진 녀석을 바라봤다.‘보아하니 정말 초코가 잘못했나 보네. 분명 초코가 둬워서 도망친 걸 거야.’“책임든 됐어요. 전에 내가 술에 취했을 때, 건빈 씨가 몇 번이나 돌봐줬잖아요. 그걸로 쌤쌤이에요.”하니의 어조는 매우 평온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이렁나 욕실로 향했다.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건빈의 눈이 한층 가라앉았다.하니는 얼마 뒤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오늘 라연이 갑자기 H시로 왔다.사실 그녀는 B시에서 고객의 의뢰를 받으며 하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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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고아러서, 부모님이 없어서, 아무것도 없는 혼자라서...“이제 다 지난 일이야.”하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때 라연의 눈이 휘둘그레지더니, 하니에게 바짝 다가와 목덜미에 난 빨간 자국을 쿡쿡 찔렀다.“너 이 키스마크 누가 남긴 거야?”하니는 어리둥절했다.“키스마크라니?”“이렇게 빨간데, 못 봤어?”라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직접 거울 봐 봐.”하니는 거울로 목덜미를 확인하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이거 개한테 물린 거야.”아하, 개한테 물렸다고?”라연은 일부러 보지 못한 척 연기했다.“개가 아주 사나운가 봐? 그런데 너, 개는 언제부터 길렀어?”“친구가 그리는 거야.”“남자 친구?”하니의 눈은 일순 동그래지더니 이내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어쩐지 갑자기 강승오는 신경도 안 쓰고, 바로 내려놓는다 했더니. 역시 새 남자 친구가 생긴 거였네.”“혹시 잘생겼어? 강승오랑 비교하면 누가 더 잘생겼어?”하니는 그 말에 넘거어가지 않았다.그녀는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일은 찾았어?”“왜? 대신 찾아주기라도 하게?”라연은 피식 웃었다.“이미 찾았어. 그런데 그쪽 회사에서 날 받아주지 않더라고.”“어떤 회사인데?”“부진그룹 홍보팀.”짤막한 7글자에 하니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어쩌다가 부진그룹에 입사할 생각을 했어?”“좀 배우려고.”“듣기로 H시 최고 변호사들이 모두 부진그룹에 있대. 그래서 나도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이래 봬도 나 석박사 학위 다 따낸 변호사 아니냐!”“비록 실전 경험이 부족하지만, 학습 경험하나는 풍부하거든.”“사실 네 전 약혼자의 도움을 받아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알아서 노력해야 할 것 같네.”“참, 하니야. 너 요즘 생방송으로 돈 벌지?”라연마저 이 사실을 알게 될 줄 몰랐던 하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돈 벌려고 만든 건 아니야. 원래 계정을 삭제해서, 새로 하나 만든 거야.”“그러게, 백만 팔루워짜리 계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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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예전에는 부르는 족족 뛰어오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아무 대꾸하지 않던 애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지?’[만나주지 않겠다는 거냐?]심주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다면 왜 내 아들한테 또 매달리는 거냐?]아들이 하니한테 홀려 본사를 제쳐두고 H시 지사에 오는 바람에, 남편이 단단히 화난 상태다.“전 심 여사님 아들한테 매달린 적 없습니다. 매달리는 건 오히려 심 여사님 아들이거든요.”“이렇게 저를 모함하시면, 더 만나드릴 수 없겠네요.”‘내 행방도 모르던 분이 갑자기 찾아온 걸 보면, 좋은 일은 아니겠네.’[오늘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한테 가 봤다. 네가 나를 만나준다면 보육원에 1억을 지원하마.]“좋아요.”하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너무 쉽게 끝나버린 상황에 심주영은 살짝 어리둥절했다.사실 그녀는 히나가 자기 아들에게 접근한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원래 계획은 돈을 내밀면서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겠끔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하니가 보육원의 어린애들한테 이토록 지극정성일 줄은 몰랐다.‘돈을 기부하면, 더 이상 자기 게 아닌데, 상관없는 사람한테 이렇게 베푼다니.’심주영이 인정하기 싫어도, 하니는 돈에 눈이 먼 욕심 많은 부류가 아니다.하지만 그에 반해 권아는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처음 심주영의 액세서리를 봤을 때 권아의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누가 말리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손을 뻗어 슬쩍 챙겨갔을지도 모른다.레스토랑에 도착한 심주영은 오랜만에 보는 하니를 위아래로 훑었다.하지만 시선이 하니의 목덜미에 난 붉은 자국에 멈췄을 때, 안색이 살짝 변했다.“너 승오랑 만나 잠자리도 가졌니?”그 말에 하니는 깜짝 놀랐다.“전 남의 사이에 끼어드는 취미는 없거든요.”곧이어 얼른 해명했다.심주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들과 권아 사이에 아이도 있고, 결혼식도 올린 망당에 또 스캔들이 터지기라도 하면 강문한이 아들 다리를 분지를 게 뻔했다.‘잠깐...’“너 남자 친구 생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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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하지만 심주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 말을 이었다.“오늘은 만나지 않은 거로 하자꾸나.”“다만 어머니 몸이 많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도와주면 좋겠구나. 나중에 돈은 얼마를 요구하든 문제될 거 없다.”“가격은 마음대로 제시해도 된다.”‘참 인간성 없긴.’심주영은 자리에서 이러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심주영은 다시 걸음을 우뚝 멈췄다.“너 이미 승오랑 만났지? 승오 반응은 어떻던?”“저를 데려가겠다고 하더군요.”“저도 거래를 하나 할까 합니다.”하니가 대뜸 제안했다.“강승오를 막아주세요. 그러면 제가 방법을 대서 약 처방을 알아 드릴게요.”이건 애초에 약속했던 일이다.다만 심주영이 나중에 아들을 막지 않았다.“우리 승오랑 다시 잘해볼 생각은 없는거니? 승오가 너를 이렇게 좋아는 걸 보면, 너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지도 몰라.”“이런 사랑은 너무 이기적이에요.”하니가 또박또박 대꾸했다.심주영은 하니를 한번 더 흘긋거리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갔다.오늘 보니 하니는 점점 더 예뻐지는 듯했다. 얼굴은 전보다 더 뽀얗게 살이 올랐고, 말에도 자신감이 넘쳐흘렀다.이런 변화는 그녀의 아들 곁에 있으며 생긴 게 아니다.그렇다는 건, 하니가 지금 만나는 남자가 하니한테 잘해준다는 걸 설명한다.하니는 심중영이 떠나자마자 핸드폰 갤러리에 있는 약 처방을 확인했다.그건 한의사가 적어준 처방이다.‘어떻게 강씨 가문을 상대해 줄까?’...승오는 ‘하늘’ 근처에 집 한 채를 마련해, 그곳에서 지내면서 매일 핸드폰에 있는 하니의 사진을 보면서 지냈다.그러고는 가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술을 먹다가 병원에 실려 가 다시 심중영에게 끌려가기를 반복했다.“어머니, 왜 또 저를 B시로 데려온 거예요?”승오는 익숙한 방을 보며 중얼거렸다.심주영은 ‘쯧’하고 혀를 찼다.“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어. 이젠 할머니도 모른 척할거니?”“그레도 네 할머니잖니. 손주라는 놈이 어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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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하지만 하니를 생각하면 승오는 마음이 아팠다.‘하니를 포기하라니, 어떻게 견디라고?’“어머니, 도와주세요.”아들이 보낸 애원의 눈빛에, 심주영은 아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하나한테 남자 친구가 있는데도 포기를 하지 않다니. 강씨 집안 남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랑꾼이었다고!’“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니? 그렇다고 하니를 잡아 와 네 정부로 지내게 할 수는 없잖아. 하니가 정말 네 정부가 되길 바라는 거니?”승오는 이를 악물었다.“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잃고 싶지도 않아요.”“제 눈앞에 두게 하면 안 돼요?”“하니가 남자 친구와 결혼한 게 아니면, 돈과 집을 줘서 제가 평생 먹여살릴 수 잇어요!”“승오야. 그건 감금이야. 그러다 이하니가 미쳐버릴 수도 있어.”주영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앴다.“네가 이하니를 잡아 오겠다는 게,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승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돌이켜 보니 하니는 자유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런데 그동안은 사랑 때문에 기꺼이 새장에 갇힌 새처럼 그의 곁에 남아주었다. ‘하지만 날개를 꺾어 비겁하게 곁에 묶어둔다면, 하니가 날 사랑해 줄까?’‘아마 죽도록 미워하겠지?’승오는 심장이 저렸다.갑자기 모든 게 걷잡을 수 없이 변해버린 기분이었다. 그동안 소중하게 다루던 것이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게 된 것만 같았다.핸드폰을 꺼내 능숙하게 생방송을 확인했더니, 하니의 얼굴이 보였다.하니가 있는 곳은 딱 봐도 그 남자의 집 같았다.두 사람은 이미 동거 중이었다. 심지어 같은 침대에서 자며,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그때, 화면속에 남자의 손이 불쑥 나타나더니, 하니의 앞에 따뜻한 우유를 내려놓았다.곧이어 남자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따뜻한 우유니까 마시면서 해요.”팬들은 댓글에 대체 누구냐고 물어댔다.하니는 싱긋 웃으며 설명했다.“친구예요.”‘친구 사이에 이렇게 애틋하고 가까울 수 있나?’아니, 절대 불가능하다.승오는 믿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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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하니의 목숨도, 인생도 모두 보육원의 것이기에, 혼자 이기적으로 살 수 없다.“얼마나 필요한데요?”[초기 비용만 4천만 원이 든다는구나...]김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후속 비용은 1억 정도 들 거야. 하니야, 만약 부담된다면, 무리할 거 없어.]“괜찮아요. 일주일만 주세요.”하니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핸드폰을 들어 가장 접속하고 싶지 않았던 플랫폼에 접속했다.이 플랫폼에는 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주어야 한다. 가끔 그 요구가 도를 지나칠 때도 있다.하지만 가격이 엄청나다.예전이었다면, 하니는 이런 거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다.이런 곳에서 그림을 파는 건, 자기 작품을 더럽히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제 와서 알게 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아무런 가치도 없다.세상에는 돈 때문에 허리 굽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하니는 사람을 구하는 게 목적이었다.‘난 잘못한 거 없어.’그날 새벽 3시까지, 하니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이상하게 여긴 건빈이 천천히 하니에게 접근했다.가까이 가 봤더니, 하니는 고개를 한껏 숙인 채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분명 눈꺼풀이 다 내려왔는데도, 애써 치켜뜨며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그런 하니를 보니 건빈은 문득 안쓰러웠다.조금이라도 자라고 타이르려고 내밀었던 손은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다시 뒤로 뺐다.그는 하나의 뜻을 존중해줄 생각이었다.다음 날, 하니는 진한 다크서클을 걸고 회사로 출근했다.진혁은 팬더가 된 하니를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밤새웠어요?”하니는 항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군인 못지않은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하니 씨가 저번에 그린 공필화 말이에요. 왕한성 대표 마음에 꼭 든 모양이에요. 집에 손님들을 초대해 식사를 했는데, 손님 중에서 그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이 생겼대요.”“그동안의 인정을 보답하려고 그림을 선물로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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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건빈이에게 이끌려 침대에 누운 하니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건빈의 팔을 붙잡으며 중얼거렸다.“1시간 뒤 불러줘요.”말을 마친 하니는 그대로 잠들었다.건빈은 그런 하니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하니의 노트북을 지나치는 순간, 그는 한 번만 확인하고픈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하니는 건빈에게 이렇게 기대는 게 습관이 된 듯했다.그녀에게 있어 건빈은 좋은 사람이다. 게다가 건빈의 곁에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었다.마치 이 남자는 절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그리고 기꺼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날이 어두워졌을 땨, 하니는 천천히 눈을 떴다.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덮밥과 주스 한 컵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 완벽한 조합이었다.“3시간 지났어요. 미안해요.”건빈이 말했다.“너무 잘 자는 것 같아 깨우지 못했어요.”“고마워요.”하니는 고개를 들어 반짝반짝한 눈으로 건빈을 바라봤다.“고마워요.”한 번 더 강조했다.밥을 먹고 난 하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그림 작업을 이어갔다.어제 받은 주문을 반 정도 그려 오늘 나머지를 끝내면 4백만 원이라는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비록 4천만 원과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하니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원장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닌데. 너무 흔쾌히 승낙했어.’‘그 아이가 나랑 무슨 사이라고. 난 그저 보육원에서 자란 수많은 아이 중의 한 명인데.’‘4천만 원이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따스운 밥과 두꺼운 옷을 입고 잘 지낼 수 있는데, 왜 하필 그 아이를 구하려고 해서는.’하니는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됐다.하지만 이미 약속한 일이다.또 새벽이 밝았다.건빈은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이제 잠도 하니와 함께 잔다.아침이 되어서야 하니는 짐과 그림도구를 정리해 문을 나섰다.이미 진광석과 그의 애인을 그려주기로 약속한 터였다.보수는 1200만 원이었고, 사흘 동안 완성하면 되는 임무였다.예전이었다면,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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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그리고 당신들처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엄청 기개 있던데. 이런 그림 그리는 거 달갑지 않죠?”“아닙니다.”하니는 눈을 내리깔았다.“돈을 받았으니 원하는 그림 그려줘야죠.”“하. 고고한 척하기는. 몸에 걸친 옷 명품 브랜드죠? 보아하니 그쪽도 모시는 남자가 따로 있는 듯한데, 그림은 그냥 취미죠?”“그쪽도 우리 같은 여자랑 다를 게 뭐예요? 이런 야한 그림 그리는 것도 모자라, 몸으로 돈도 벌어야 하니, 따지고 보면 우리보다 더 심각해요.”하니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어떡하지? 때리고 싶어 손이 간질간질하네.’“좀 관능적으로 그려줘요. 그래야 우리 대표님이 보고 날 떠나지 못할 테니까.”“움직이지 않고 입만 다물면 충분히 관능적으로 그려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계속 말하면 못생긴 모습 그대로 그려서 진 대표님께 드릴 거예요.”아정의 눈은 휘둥그레졌다.“거지 화가 주제에 어디서 도도한 척이야?”“진 대표님한테서 돈을 받았으면서, 감히 나한테 기어올라? 당신 돈이 나한테서 나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방금 진 대표님한테 그림 좀 더 추가하자고 하지 않았다면, 당신 8백만 원 정도 적게 벌었을 거야.”“나한테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감히!”“이봐, 내 말 듣고 있어?”아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하니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다음 순간, 그녀는 미친 듯이 이젤을 밀어 넘어뜨렸다.그 때문에 하니가 절반쯤 그린 초안은 그대로 폐기되었다.하니는 눈을 들어 아정을 바라봤다.아정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태도로 하니를 내려다봤다.“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러면 내가 진 대표님께 말씀드려 그림 다시 그릴 수 있게 할 테니까.”하니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곧이어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때 아정의 경고가 들려왔다.“2천만 원 벌고 싶지 않은가 봐?”하니는 고개를 돌려 빨갛게 물든 눈매로 아정을 응시했다.그 고집스러운 모습에 아정은 오히려 흥분됐다.“부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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