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박힌 다이아가 큰 별 하나, 작은 별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팔찌 끝에는 잔 다이아로 만든 작은 알파벳 하나가 달려 있었다.H.민하윤은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손끝이 저절로 그 글자를 몇 번이고 더듬었다.H는 민하윤이 예전에 쓰던 이름, 양부모가 지어 준 이름의 표식이었다.[희].희망의 ‘희’자였다.“생일 축하해, 희야.”임형섭이 직접 팔찌를 채워 줬다.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 제작이었다. 마디가 또렷한 임형섭의 길고 단단한 손이 움직일 때마다 손끝의 얇은 굳은살이 민하윤의 손목뼈를 스치고 지나갔다.민하윤은 코끝을 세게 훌쩍였다. 울음은 죽어도 들키기 싫어서, 입술을 꾹 깨문 채 오른손을 들어 수어로 답했다.[고마워요.]대학 시절, 민하윤은 아르바이트를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하루에 두 탕을 뛰던 날도 많았고, 한때는 수제 만둣집에서 점원으로 일한 적도 있었다.가게 사장은 서른쯤의 언니였다. 이혼하고 아이 하나를 데리고 살면서도 마음이 참 따뜻해서, 매일 밤이면 뜨끈한 만둣국 한 그릇을 따로 싸서 기숙사에 가져가라고 건네주고는 했다.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이제 민하윤은 그때처럼 쪼들리며 살지 않았다. 매일 뛰어다니며 지하철을 환승하고, 알바를 붙잡고 살지 않아도 됐다.그런데도 민하윤의 발은 익숙한 골목으로 자연스레 들어섰다. 갖가지 길거리 음식 냄새가 훅 끼쳐 왔다. 가게 앞에는 이미 네모난 테이블들이 몇 개 놓여 있었고, 근처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어 댔다.간판이 눈에 들어왔다.[언니 수제 만두]민하윤은 익숙한 글자와, 바뀐 인테리어를 멍하니 바라보며 복잡한 숨을 삼켰다.열일곱 이후의 삶은 유난히 힘들었다. 남의 집에 얹혀살며, 그 집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버텼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손을 벌려야만 하는 생활이었다.땅값도 물가도 미쳐 날뛰는 명원시에서 송해정은 민하윤에게 한 달에 10만 원만 쥐여 줬다. 그 돈으로 교통비, 통학비, 식당 밥값, 교과서까지 모든 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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