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밖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민하윤의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다. 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우롱차 같은 차향에 담배 냄새가 아주 옅게 섞여 있었다. 민하윤은 번쩍 눈을 떴다. 몸 위에는 하도진의 검은 캐시미어 코트가 덮여 있었다. 민하윤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병실은 텅 비어 있었고, 하도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결국 떠났다.민하윤은 코트 자락을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내렸다. 그리고 억지로 기운을 끌어올려 세수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명원시 외곽, 향원 별장이 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은 끝없이 이어진 푸른 들판이었다. 제작진은 반 달 전부터 들어와 내부를 손보고, 근처에 촬영용 공간을 이것저것 만들어 놓았다.두 사람이 데이트하기 좋은 카페, 고요하고 한적한 정원, 분위기 있는 비밀 서점, 자연 그대로의 목장까지 있었다.공터에는 유니폼을 맞춰 입은 스태프들이 분주히 오가며 촬영 전 준비에 매달리고 있었다. 촬영지는 깊고 푸른 호숫가로 잡혀 있었다. 초봄의 명원시는 날씨가 유난히 맑았다. 촬영팀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프로그램 오프닝용 동영상부터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호수빛 하늘, 수평선에 걸린 두툼한 흰 구름, 바람에 모양이 바뀌는 구름의 가장자리, 동쪽 끝에서 주황빛 해가 서서히 올라오며 첫 햇살이 푸르고 맑은 호수 수면을 비췄다. 잔잔한 물결 위로 안개가 얇게 깔리고 금빛 물결이 반짝였다. 막 움튼 버드나무 가지가 호숫가로 늘어져 있었다.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깨끗한 길 위에 멈췄다.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바구니에는 연분홍 꽃다발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바람에 셔츠 자락이 살짝 날렸다.화면이 다시 전환됐다. 풀숲 옆 나무 벤치, 젊은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또 한 번 화면이 넘어갔고 이번에는 호숫가였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 둘이 치마 끝을 걷어 올리고 맨발로 물에 들어가 웃으며 물방울을 튕겼다.화면은 다시 벚꽃나무 아래로 돌아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