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진은 뭔가가 번뜩 떠오른 듯 곧장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맞춤 제작한 남자 반지를 미친 듯이 뒤졌다. 절제된 호화로움이 묻어나는 디자인에 반지 안쪽에는 하도진의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다.“민하윤은 어디 있어?”하도진은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책상에 두 손을 짚는 순간, 주변 공기가 얼어붙을 만큼 살기가 내려앉았다.“사모님은... 외출하셨습니다.”서명인은 재빨리 옌시 별장 마당 CCTV를 불러 휴대폰을 덜덜 떨며 내밀었다.화면 속 민하윤은 사복 차림으로, 호출한 택시를 타고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하도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어떻게든 머리를 식히려 애썼다. 명원시에서 주민혁은 말 그대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권력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주씨 가문은 힘이 너무 세고 인맥이 두터웠다. 계급이 촘촘히 갈라진 명원시에서 주씨 가문은 금자탑 꼭대기, 권력의 심장부에 발을 걸친 집안이었다.더 끔찍한 건 주민혁이 순수한 미치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망가진, 완벽한 사이코패스였다.몇 년 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이었다. 주민혁은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차를 몰며, 일부러 하도진의 차를 따라붙어 뒤에서 들이받았다. 그런데 정작 사고가 난 건 주민혁 쪽이었다.주민혁이 몰던 은회색 코닉세그 아제라는 그 자리에서 옆으로 뒤집혀 차체가 산산조각 났고, 구조대와 교통경찰이 도착했을 때 주민혁은 숨만 겨우 붙어 있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고로 왼쪽 종아리를 잃었다.그 뒤로 주민혁의 증오는 더 짙고 더 깊어졌다.하도진이 고은율과 함께 제누오에 머문 건, 가문의 어르신들과 반항하고 사랑을 좇는 마음만은 아니었다. 주민혁이라는 존재를 피해서 숨을 돌리려는 의미도 분명 있었다.귀국 후에도 한 번의 사고가 더 있었다. 하도진이 몰던 차가 산길에서 추락해 벼랑 아래로 떨어졌고 하도진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다만 온몸이 부러지고 찢기는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차는 이후 정밀 검사를 받았다. 브레이크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고, 차량 하부도 누군가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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