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씁쓸한 미소가 민하윤의 입가에 번졌다.그때 수화기 너머로 백누리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근데 대표님은 왜 일등석에 계세요?”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심하다는 듯 백누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제가 일등석에 안 타면 조종석에 타야 하나요?”“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요. 두 분이 왜 따로 앉았나 해서요. 설마 또 싸우셨어요?”하도진은 ‘또’라는 말에 제대로 찔렸고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백누리를 바라봤다.“그렇게 한가해요?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아요? 그냥 하윤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그러자 백누리는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렸고 속으로 하도진을 신나게 욕해 댔다.마침 기내 방송에서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꿔 달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백누리는 전화를 끊으려다 손이 미끄러져 그만 스피커폰을 눌러 버렸다.“민 부장님, 정말 우연이네요. 우리 좌석이 바로 붙어 있네요. 이것도 인연인가 봐요.”한 젊은 남자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일등석 전체에 울려 퍼졌다.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백누리는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백누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얼굴이 잔뜩 굳은 하도진과 눈이 마주쳤다....“민 부장님, 저 기억 안 나세요?”젊은 남자는 조금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고 민하윤은 잠깐 멈칫하다가 눈앞의 인턴을 알아봤다.2년 전 서북 지역 실사에 함께 갔던 프로젝트팀의 막내였던 서용우였다.“기억나요. 서...”“서용우예요.”서용우가 재빨리 자기소개를 덧붙여 민하윤의 난처함을 자연스럽게 덮어 줬다.“저 이제 정직원이 됐어요. 지금은 마케팅 부서로 옮겼고요.”서용우는 먼저 자신의 근황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어느새 비행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비행기가 진도국제공항에 도착할 무렵, 민하윤은 원치 않게도 서용우가 골든 브리티시 쇼트헤어 두 마리와 랙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서용우는 예전처럼 활기차고 친화력이 좋았다.민하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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