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51 - Chapitre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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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비서는 이번 분기 재무제표가 너무 보기 안 좋게 나오면, 도환이 불쾌해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미리 보고해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도환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우리 기씨 가문이 그 정도 돈이 없겠어? 손해 난 건 내가 개인 계좌로 메우면 돼. 도진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너는 도진이 말만 들으면 되고.”도환은 아내를 아끼는 데 그치지 않고, 동생도 극진히 챙겼다.누가 동생 기분을 상하게 하면, 그 사람부터 정리하는 게 도환이었다.도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홍영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홍영희는 쇼핑 중이었다. 마침 손주에게 줄 평안 금목걸이를 하나 고른 참이었다.핸드폰이 울리자 화면을 한 번 확인하고는 전화받았다.[아직 안 죽었어. 걱정 말고 있어.]도환이 B시로 돌아오라고 할까 봐, 홍영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도환이 말문이 막혔다.‘됐어... 할머니도 나를 귀찮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네.’홍영희는 윤하와 우한에게 줄 선물을 모두 고른 뒤에야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녀는 경호원 김훈에게 물었다.“요즘 너 도진이 따라다닌다며? 도진이는 요즘 뭐 하고 다녀? 누구랑 어울리고?”김훈은 사실대로 대답했다.“도진 도련님은 계속 일에 매달려 계십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은 전해호 형사님 한 분뿐입니다.”“전해호?”홍영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하고는 왜 그렇게 자주 만나는 거야?”김훈이 설명했다.“전해호 형사님이 도진 도련님께 소송을 부탁하셨습니다.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아동 학대 사건이고요. 도진 도련님 로펌에서 최근 법률구조 업무도 시작하셨습니다.”홍영희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도진이는 원래 이런 사건은 잘 안 맡았잖아. 그런데 법률구조까지 한다고? 전해호라는 사람이 도진을 이렇게 바꿔 놓았다고?”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우리 도진이, 괜히 이상한 쪽으로 휘둘리는 건 아니겠지.’홍영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아이고... 부처님...’...우란의 생일이었다.지설과 은화는 퇴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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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은화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근데 난 이제 너 필요 없어.”그제야 지설과 우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번에는 정말 은화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또다시 같은 길로 돌아갈까 봐 가장 걱정했던 터였다.최진은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한참을 있다가 물었다.“은화야, 내가 전에 충동적으로 결혼한 것 때문에 화난 거야? 근데 그 결혼, 나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 혼인신고만 했지, 나한테는 그냥 연애랑 다를 게 없었어.”“너도 말했잖아. 내가 돌아오기만 하면 넌 계속 기다려 준다고. 그 말, 이제 와서 딴소리야?”은화는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속이 쓰렸다.‘진짜...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어떻게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했을까 싶었다.은화는 숨을 고르고 또렷하게 말했다.“최진, 예전의 나는 눈이 좀 어떻게 됐었나 봐. 그래서 너를 아무 생각 없이 사랑했지. 근데 지금은 달라. 이제는 분명히 보이거든.”“넌 정말... 별로야. 얼굴 말고는 내세울 것도 없고, 인성도 엉망이고.”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나는 이제 너한테 시간 낭비 안 하기로 했어. 여기까지야. 각자 잘 살자.”항상 은화에게 떠받들어지듯 사랑받아 온 최진은, 그런 말을 처음 들어보는 듯 멍해졌다.“은화야, 너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 너 뭐한테 씐 거 아니야?”은화는 더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할 말 없어. 이제 가. 나 약속 있어.”은화는 지설과 우란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최진이 앞을 가로막았다. 표정은 진지했다.“확실히 말해. 너 이제 나 사랑 안 해? 말도 안 돼. 네가 그랬잖아. 절대 날 버리지 않겠다고. 지금 나랑 한 약속 어기겠다는 거야?”그리고 낮게 덧붙였다.“은화야, 다른 여자들처럼 나한테 밀당하는 거면 소용없어. 나 그런 거 안 통하는 거 알잖아.”옆에서 그 말을 듣던 우란이 참다 못해 움직였다.들고 있던 가방으로 최진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이 죽일 놈의 쓰레기야! 나 너 진짜 오래 참았다!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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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밥을 절반쯤 먹었을 무렵부터 은화의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은화가 화면을 확인하자, 최진이 다른 번호로 메시지를 잔뜩 보내온 것이 보였다.은화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그대로 메시지 화면을 우란과 지설에게 내밀었다.지설이 몸을 기울여 내용을 보다가 눈이 커졌다.이 남자의 뻔뻔함에 말이 나오지 않는 표정이었다.메시지에는 예전에 함께 살던 기간의 월세를 절반씩 정산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같이 먹은 식비, 생활용품 비용, 심지어 콘돔값까지.금액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정확히 계산돼 있었다.지설이 분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선배, 예전에 그 사람한테 비싼 선물도 엄청 사 주셨잖아요. 그건 왜 돌려달라고 안 하나요?”지설은 알고 있었다.은화가 최진에게 명품 시계며 넥타이, 구두와 옷까지 얼마나 많이 사 줬는지.우란도 냉소적으로 거들었다.“그 인간이 계산서 보내면, 너도 보내. 아주 입 싹 씻으려고 작정했구나.”은화는 이를 악물었다.“내가 그때 진짜 눈이 멀었지. 현대 여성은 남자한테 신세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사람이 뭘 사 주면 꼭 더 비싼 걸로 돌려줬어. 그러니까 저렇게 사람을 만들어 놓은 거야.”은화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나중에는 완전히 인색해졌어. 뭐든 다 내가 사게 만들고. 한번은 장난처럼 프러포즈하면서 그러더라. 자기는 내가 유일하게 예물도 안 요구하고, 집이랑 차도 같이 돈 모아서 사고, 결혼해도 따로따로 생활비를 내는 여자라고.”은화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때 내가 진짜 미쳤었어. 이제 와서 헤어졌다고, 예전에 살던 집 월세랑 생활비까지 나보고 나누자고? 내가 그때 얼마나 멍청했는지 새삼 느껴.”우란도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네가 안 들어갔어도 걔는 집세랑 전기세 내야 했어. 너는 가서 밥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줬잖아. 그럼 요리비랑 가사 노동비는 왜 안 쳐 주는데? 진짜 웃긴다.”은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때 아이를 안 낳은 게 정말 다행이야. 그 사람이 왜 이혼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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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지설은 술 취한 우란과 은화를 그대로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다행히 둘 다 만취한 상태에서도 얌전했다.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깊게 잠들었다.지설은 숙취해소제를 사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진과 마주쳤다.도진 옆에는 일곱,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함께 있었다.지설이 호기심에 물었다.“기 변호사님, 이 아이는요?”도진이 짧게 설명했다.“제 의뢰인 아들입니다.”지설은 아이 얼굴에 붙은 거즈와 팔에 감긴 붕대를 보고 마음이 쓰였다.“저녁은 먹었어요? 제가 뭐 좀 만들어 줄까요?”아이는 낯을 가리는지 도진의 등 뒤로 바짝 숨었다.도진이 지설을 보며 말했다.“밥 좀 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집으로 데려갔다.그녀는 부엌에서 소고기 국수 두 그릇을 끓였다.아이 이름은 진형우, 일곱 살이었다.근처의 오래된 주택가에 살고 있었다.도진은 길에서 형우를 발견했다.그때 형우의 어머니도 함께 있었는데, 상태가 심각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했다.형우는 비교적 부상이 가벼워, 도진이 우선 데려온 것이었다.형우는 국수를 다 먹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지설과 도진은 부엌에서 형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도진이 말했다.“아버지가 아이랑 어머니를 때렸어요.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정사라 개입이 어렵다고 하더군요.”“형우 말로는 아버지가 이혼을 거부해서, 둘 다 도망칠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돕기로 했어요.”예전의 도진이라면 이런 사건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설이 이전 결혼에서 겪은 고통, 그리고 영민의 집요한 집착을 알게 된 뒤로 생각이 달라졌다.도진은 지설이 겪은 상처를 떠올리며 마음이 아팠고, 같은 이유로 고통받는 여자들과 아이들에게도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래서 이들에게 무상으로 법률 지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지설 역시 형우가 마음에 걸렸다.“낮에는 형우를 제 학원으로 보내세요. 혼자 집에 있는 것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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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형우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엄마는 매일 마트에 나가서 일하고, 집에 오면 나 밥 해 주고 집안일도 다 해요. 엄마는 정말 힘들어요! 아빠는 일도 안 하고, 집안일도 안 하면서 엄마를 때려요!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그 말을 듣자 가사도우미는 얼굴이 붉어지며 손을 들어 올렸다.“어디서 감히 네 아빠를 그렇게 말해? 이 배은망덕한 놈아!”지설이 즉시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막았다.“뭐 하시는 거예요? 아이에게 손대면 경찰 부를 거예요!”유연이 가사도우미를 막아 세우며 비웃듯 말했다.“심지설, 네가 왜 남의 집 일에 끼어들어? 친할머니가 손주 훈계하는데, 그것까지 네가 참견해?”지설은 냉소를 띠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로 아이를 몰아붙이고 폭력 쓰는 게 훈계야? 그런 건 당연히 말려야지.”유연은 고개를 들고 우월한 태도로 말했다.“아내가 가정을 돌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뭐가 그렇게 억울해서 난리를 쳐, 보기만 해도 민망해.”“그리고 맞을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 여자, 분명 밖에서 이상한 짓 했을 거야. 딴 남자랑 엮였을지도 모르잖아.”그 말을 듣는 순간, 지설의 속이 확 끓어올랐다.아내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고, 폭력은 이유가 생기는 순간 정당화된다.“주유연, 너도 여자잖아.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유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뭐가 문제야? 우리 이모님도 그러더라. 자기 며느리는 돈만 밝히고 게으른 여자라고.”“아, 맞다. 네가 이 아이 엄마에게 변호사 붙여 준다며? 좋아, 그럼 나도 우리 이모님 쪽 변호사 붙일게. 내 사람만 당하게 둘 수는 없잖아.”유연은 비꼬듯 덧붙였다.“요즘 여자들 말이야, 결혼했다가 이혼해서 재산 나눠 가지려는 사람도 많다던데. 혹시 이 아이 엄마도, 너처럼 그런 생각인 거 아닐까?”지설은 온몸이 떨릴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그대로 손을 들어 유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같은 여자로서 그 말 부끄럽지도 않아?”유연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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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그런 남자들의 인식 속에서, 이혼한 여자는 여전히 자기들 소유물이었다.여자를 때리고, 여자를 괴롭히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그저 흔한 부부싸움일 뿐이었다.그들은 그것을 ‘폭력’이나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여자가 참지 못하고 따지고 들면, 집안을 시끄럽게 만드는 되먹지 못한 여자로 몰았다.이런 남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근거 없는 자신감만 넘쳤고, 스스로가 언제나 옳다고 믿었다.여자가 그들의 위선을 찔러 깨뜨리면, 그들은 분노했고, 또 다른 핑계를 끌어와 자신이 옳다는 걸 증명하려 들었다.그리고 늘 결론은 같았다.여자가 예민하다, 여자가 감정적이다, 여자가 극단적이라는 식이었다.그들은 여자를 달래지 않는다.압박하고, 눌러 앉히고, 여자가 틀렸다고 몰아붙일 뿐이다.여자가 그런 인간들과 진지하게 맞서 싸우는 건, 그 자체로 어리석은 일이다.그런 존재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 낫다.“너와 더 할 말이 없어.”지설은 화가 나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그래, 법정에서 보자. 기 변호사님이랑 나, 이 아이 엄마를 위해 끝까지 싸울 거야.”지설이 돌아서려 하자, 영민이 그녀를 붙잡았다.“지설아, 기도진이 너한테 뭘 해 줄 수 있는데? 너 나 떠나서 이제는 남의 일까지 떠안는 거야? 오늘은 애 하나 데리고 다니고, 내일은 기도진의 의뢰인까지 챙기고. 그런 삶이 나랑 사는 것보다 나아?”지설은 혐오가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기 변호사님은 전문적이고, 신사적인 사람이야. 그리고 너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지설은 형우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영민은 주먹을 꽉 쥔 채 욕설을 내뱉었다.유연이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영민 오빠, 저 여자 신경 쓰지 마. 오빠를 이해하는 사람은 나뿐이야. 나는 오빠랑 생각이 같거든.”영민은 차갑게 대꾸했다.“난 회사로 갈게. 너 혼자 더 둘러봐.”주씨 집안의 인맥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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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지설은 형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도진은 그날 유난히 일찍 귀가했다. 손에는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과 버블티가 들려 있었다.도진은 지설을 보며 미안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형우 돌보게 해서 미안해요.”지설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사과 안 하셔도 돼요.”어른 둘과 아이 하나, 세 사람은 도진이 사 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지설은 낮에 이희수가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았다.도진은 지설이 병원에 다녀온 걸 이미 알고 있었다.“형우 어머님 사건은 너무 걱정하지 마요. 상해 진단서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증거예요. 이혼은 물론이고, 정당한 보상도 받게 할 거예요. 이혼 후에는 남편이 아이 양육비도 부담해야 하고요.”지설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남편이 계속 괴롭히면요?”지설은 이제 이혼 후에 전처를 괴롭히지 않기만 해도 그 자체로 괜찮은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도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형우 어머님을 우리 로펌에서 비서로 채용하려고 해요. 그리고 관리가 잘 되는 지역으로 이사도 도와줄 생각이에요. 개인 안전 면에서는 훨씬 나을 겁니다.”지설은 씁쓸하게 웃었다.“기 변호사님, 지금은 도와줄 수 있어도... 평생까지는 아니잖아요.”도진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러나 곧 다시 입을 열었다.“알아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려고요.”지설은 말없이 도진을 바라봤다.‘역시... 이 사람은 부영민과는 완전히 달라.’...주말, 지설은 형우를 데리고 예연숙을 찾아갔다.예연숙은 형우의 이야기를 조금 듣더니, 곧바로 비꼬듯 말했다.“너 아직도 그 기 변호사랑 엮여 있는 거야? 돈도 제대로 못 벌면서 무슨 법률 지원이야, 대단한 선행이라도 하는 줄 아나? 사람 하나 도와주겠다고 너까지 끌어들이네. 너도 진짜 답 없다.”지설은 예연숙 앞에 오렌지를 잘라 놓으며 차분히 말했다.“형우도 이제 많이 컸어. 내가 뭘 특별히 돌볼 것도 없고. 보다시피, 혼자 조용히 숙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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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지설은 형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형우야, 앞으로는 엄마한테 잘해야 해.”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앞으로 엄마한테만 효도할 거예요. 아빠랑 할머니는... 저랑 엄마한테 잘해 주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신경 안 쓸 거예요.”지설은 더 말하지 않았다.형우가 엄마의 편에 서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단단한 아이였다.지설은 알았다. 세상에는,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일 없는 듯 외면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이희수는 남편과의 이혼을 마무리하고 형우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처음에는 도진의 로펌에서 비서로 일하며 간단한 잡무를 맡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희수는 그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도진의 도움으로 로펌 근처에 작은 과일 가게를 열었고, 형우는 학교가 끝나면 가게 앞에서 숙제하며 엄마의 일을 도왔다.이희수의 전남편은 몇 차례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그때마다 꽃집 사장과 버블티 가게 사장이 빗자루를 들고나와, 그 남자를 함께 쫓아냈다.누군가 자기 편이 되어 준다는 사실은 이희수를 달라지게 했다.그녀도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았고, 자신을 지킬 힘도 생겼다.거기에 돈까지 벌게 되자 성격도 점점 밝아졌다.지설은 종종 과일 가게에 들러 과일을 샀다.늘 환하게 웃으며 지설을 맞이하는 이희수의 얼굴에서 예전의 고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지설은 생각했다.‘여자가 자기 힘으로 돈을 벌며 사는 게, 고통스러운 결혼에 갇혀 있는 것보다 훨씬 낫지.’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과일가게를 나서던 지설은 가게 앞에 세워진 영민의 차를 발견했다.영민은 차에서 내려 과일을 조금 샀고, 이희수는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지설은 그가 많이 사는 걸 보고, 잠시 불편함을 참고 지나쳤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잠시 걸었다.영민은 과일을 뒤에 있던 기사에게 건네며 말했다.“그 여자, 이혼하고 나서 혼자 벌어먹고 애까지 키우려면 많이 힘들겠지? 지설,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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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유빈이 영민을 찾아왔다.“부 대표, 내 여동생이랑 약혼하는 건 생각해 봤어?”영민은 손에 쥔 만년필을 한 번 쥐었다가 놓으며 낮게 말했다.“그래요. 받아들일게요.”FH그룹을 지키려면, 주씨 집안의 사위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유빈은 비웃듯 말했다.“그럴 거면 행동 좀 조심해. 결혼할 여자 두고 여기저기 찔러 보지 말고. 내 여동생 울리면 가만 안 둔다.”영민은 FH그룹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유빈이 자신을 깔보는 것도 당연했다.그래서 그는 그 냉소를 삼켰다.“알겠습니다. 유연 씨한테 잘할게요.”“말 기억해. 유연한테 상처 주는 순간, 주씨 집안은 FH그룹에 손 떼는 거야.”영민은 속이 타들어 갔다.굴욕이었다.하지만 지금 누군가의 계산 속에서 FH그룹은 벼랑 끝에 서 있었고, 그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유연 하나뿐이었다....주씨 저택.“오빠, 영민 오빠가 진짜 나랑 결혼하겠대?”유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유빈은 커피를 마시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그 인간 꼴이 말이 아니니까 그렇지. 외도하면서, 전처랑 질척대고. 그런 놈 하나 살리겠다고 우리 집 돈이랑 인맥을 쓰는 게 맞아? 난 네가 아깝다, 유연아.”유빈도 여자와 놀지만, 마음도 주지 않고 돈도 그렇게 쓰지 않았다. 동생이 이렇게까지 연애에 빠진 모습이 한심했다.유연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오빠, 그건 그냥 세상 남자들이 다 한 번쯤 하는 실수잖아. 그리고 지설이도 문제 있어. 한쪽만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 기회를 안 주니까 부영민이 집착하는 거 아니야?”유연은 확신에 차 있었다.“난 영민 오빠를 진짜로 사랑해. 단점도 다 감수할 수 있어. 결혼하면 달라질 거야.”유빈은 코웃음을 쳤다.“넌 남자를 너무 몰라. 남자는 쉽게 안 변해. 네가 말하는 진짜 사랑? 그냥 자기를 낮추는 거야.”유연은 입을 삐죽였다.“오빠, 그만 좀 해. 나 이 소원 하나뿐이야. 우리 집 돈도 많잖아. 이것 하나 못 들어줘?”유빈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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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유연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우리 웨딩 촬영도 할 거고, 결혼식도 크게 올릴 거야. 심지설, 너랑 영민 오빠가 예전에 결혼할 때는 이런 절차 하나도 없었잖아? 결국 보면, 영민 오빠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지.]지설은 예전에 영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형식적인 절차나 의식은 가장 쓸모없는 거라며, 결혼식도, 기념일도 필요 없다고 했었다.그렇게 말하던 남자도 결국 다른 여자를 만나면 생각이 달라진다.‘결국 남자는 여자에 따라 마음 씀씀이가 달라지는군.’지설은 영민이라는 사람을 더 또렷하게 알게 된 기분이었다.그리고 그 남자에게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새삼 다행으로 느껴졌다.“그럼 축하해.”지설의 대답은 담담했다.유연은 다시 물었다.[내 결혼식, 너 올 거지? 청첩장 보낼게.]지설은 바로 거절했다.“안 가. 시간 없어.”[심지설...]유연의 말투가 묘하게 바뀌었다.[아직도 영민 오빠가 신경 쓰여? 그래서 우리 결혼식에 못 오는 거지?]지설은 서류를 정리하며 건성으로 말했다.“아니야. 연말이라 직원들 상여금이랑 보너스 챙겨야 해. 너희한테 줄 축의금까지는 여유 없어.”유연은 얼굴이 붉어졌다.[누가 네 축의금 바란대? 난 그냥 네가 와서, 나랑 영민 오빠가 얼마나 행복한지 직접 보길 원하는 거야.]지설은 되물었다.“내가 안 보면 너희가 불행해지기라도 한대?”유연은 말문이 막혔다.곧 다시 말했다.[어쨌든 너는 꼭 와야 해. 내가 영민 오빠랑 결혼하는 거 직접 보고, 완전히 마음 정리하라고.]지설은 웃으며 받아쳤다.“나는 이미 정리 다 했어. 근데 너는 괜찮아? 결혼식장에서 부영민이 나 보고 다시 흔들리면? 갑자기 도망쳐서 나랑 가자고 하면?”지설은 비웃듯 덧붙였다.“그럴 가능성, 아예 없지는 않잖아. 예전에 나한테 집착 꽤 심했잖아. 너도 못 말릴 정도로. 그래도 내가 가서 너희 행복을 ‘증명’해 줘야겠어?”유연의 목소리가 순간 흔들렸다.영민이 예전에 지설 때문에 자신에게 냉담했던 기억이 스쳤다.정말 지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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