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설은 가끔 여전히 꿈꾸었다.영민에게 붙잡혀 도망치지 못하는 장면이었다.영민은 가면을 벗은 악마처럼 한 남자의 가장 저열한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냈다.지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물건처럼 취급하던 그 감각은 화인처럼 마음에 새겨졌다.그 굴욕감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지설은 스스로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혼자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했다.‘엄마를 돌봐야 해. 나는 절대 쓰러질 수 없어.’영민은 끝내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지설은 검사받았고, 몸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영민은 마지막 단계까지 가지 않았기에 강간 혐의는 성립되지 않았다.미수였다고 해도 영민은 지설이 자발적으로 차에 탔고, 자발적으로 집에 갔으며, 둘 사이에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도진이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영민은 결국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지설은 그 100억의 빚을 떠올리며 결국 영민을 다시 만나기로 결심했다.다시 영민을 마주했을 때, 지설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이 일었다.영민은 지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에는 죄책감과 후회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지설아, 너한테 꼭 사과하고 싶었어.”지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영민을 바라봤다.이 남자는 왜 이렇게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을까?조금 전까지 잔인하던 사람이, 다음 순간에는 사과했다.지설은 이혼해도 영민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지설은 마음속의 피로를 억누르며 물었다.“너랑 거래하고 싶어. 내가 고소를 취하하면, 너가 그 100억 빚을 해결해 줄 수 있어?”지설은 그 빚이 영민의 계산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고소 취하로 맞교환하는 수밖에.“당연히 할게.”영민은 진심인 듯 말했다.“그때는 욕망에 눈이 멀어서 그런 짓을 했어. 정말 미안해. 나가게 되면, 그 빚부터 정리할게. 너한테 더 이상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게 할게.”지설은 영민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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