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全部章節:第 481 章 - 第 490 章

631 章節

제481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구아정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내기는 그녀의 승리였다. 동시에 팔자가 좋은 구연정에 대한 질투가 솟구쳤다.노윤환은 구아정을 미리 마련해둔 거처로 데려갔다. 안팎에 감시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도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나타났다.구아정이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살갑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오빠, 오랜만이야.”주영도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본론을 꺼냈다.“어디 있어?”구아정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오래 못 봤는데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주영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더니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구아정을 쳐다봤다.그의 노골적인 혐오에 구아정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본격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이었다.“지광혁도 빼내 줘. 그러면 구연정을 만나게 해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영도의 기운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구아정, 도를 넘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구아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오빠한테 빼낼 능력이 있다는 거 알아. 구연정이랑 비교하면 우리 둘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겠어. 구연정이 오빠 때문에 계속 고생하게 내버려 둘 거야?구아정이 계속 말했다.“난 상관없다만 오빠 첫사랑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 웁...”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영도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구아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지더니 이내 보랏빛으로 변해갔다.주영도가 이를 악물고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봤다.“구아정, 적당히 해.”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지만 구아정의 눈빛에 도발이 가득했다. 재간 있으면 죽여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구아정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약점이었다. 강루인이 번번이 주영도에게 굴복하고 타협했던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하지만 구아정은 달랐다. 애초에 잃을 게 없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 게다가 목숨까지 아까워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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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구아정과 헤어진 후 주영도는 즉시 노윤환더러 구아정의 휴대폰을 해킹하여 그녀와 연락한 사람의 위치를 알아내라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해킹에 성공했고 위치도 알아냈다.구체적인 위치가 해외의 어느 한 정신병원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사람이 도착했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식을 들은 노윤환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구아정이 주영도와 관련된 일에는 바보 같은 짓만 골라 하더니 정작 본인 일에는 아주 철저했다. 미리 손을 써뒀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주영도는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이렇게 당해본 게 얼마 만인지, 기분이 너무나 불쾌했다.‘사랑’이라는 감정의 콩깍지가 벗겨진 지금 구아정은 주영도를 철저히 경계하고 있었다. 구연정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구연정을 순순히 주영도의 손에 넘겨줄 리가 없었다.지광혁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주영도는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사형은 면하게 해줄 테니 징역은 살아야 한다고 했다.구아정도 동의했다. 지광혁이 현행범으로 잡혀 무죄로 풀려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구아정이 말했다.“판결 나오면 구연정을 만나게 해줄게.”구연정이라는 카드를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죄명이 확정되기 전까지 절대 넘겨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주영도가 아무 말이 없다는 건 동의했다는 뜻이었다.얘기를 마친 후 주영도가 차에 올라탔다. 창밖에 안개가 자욱했고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 압박감 때문인지 기분도 가라앉았다.최근 주영도는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바람에 노윤환의 몸에도 담배 냄새가 가득 배었다.주씨 가문 가족 모임 당일 주영도는 원래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주세웅이 직접 전화까지 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본가.주영도의 차가 도착하자마자 마침 들어오던 주승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주영도를 본 주승우가 비아냥거렸다.“며칠 못 본 사이에 얼굴이 왜 이렇게 흙빛이 됐어? 또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주영도가 그를 무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 무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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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이 말을 내뱉을 때 주승우의 두 눈에 노골적인 혐오가 담겨 있었다.‘내가 이런 인간이랑 가족이라니. 할아버지도 눈이 삐셨지. 주영도 같은 놈을 훌륭하다고 평가하시다니. 저런 놈이 훌륭하면 난 엄청 대단한 놈 아닌가? 가치관이 정말 뒤틀릴 대로 뒤틀렸어. 주씨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손주가 바로 나라고.’주승우가 턱을 치켜들더니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듯 거들먹거리며 걸어 들어갔다.그 모습을 본 주세웅이 물었다.“영도는? 왜 아직도 안 들어와?”그들의 차가 도착했다는 걸 이미 누군가 보고를 올렸다.주승우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아, 밖에서 자기반성 중이에요.”뜬금없는 소리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마음씨 착한’ 주승우가 친절하게 설명했다.“우리 주씨 가문에서 여자한테 이혼당한 첫 번째 사례를 만들었잖아요. 당연히 반성해야죠. 나중에 우리가 똑같은 길을 걷지 않게 경험을 정리해서 알려주려나 봐요. 우린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걸 용납 못 하잖아요.”주승우의 시선이 박정금에게 향했다.“안 그래요, 큰어머니?”손주를 잃은 충격에 줄곧 잘 관리해온 박정금의 얼굴이 며칠 사이에 몇 년은 늙은 듯했다. 주영도의 말에 그녀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주영도가 잘못을 저지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런 어린애까지 뭐라 할 일은 아니었다.“승우야, 네 형한테 신경 쓸 시간에 자기 계발을 어떻게 할지나 신경 써. 벌써 서른이 다 돼가는데 맨날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네 아버지랑 할아버지한테 걱정을 그만 끼쳐드려야지.”주승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독설을 내뱉었다.“여기서 자기 계발을 더했다가 형처럼 되면 어떡해요? 그럼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더 골치 아프지 않겠어요? 전 효심도 있고 양심도 있는 사람이라 형처럼 어른들 화나게 하거나 우리 가문이 며느리의 친정 식구까지 싹 다 몰살하려 드는 짐승 같은 가문이라는 소리를 듣게 할 순 없거든요.”“너...”화가 난 나머지 박정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만들 해!”주세웅이 적절한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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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그 말에 강루인은 숨이 멎는 듯했고 순간적으로 청력을 잃은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잠시 후에야 겨우 목소리를 되찾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차성열이 충격적인 소식을 다시 한번 전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구아정이 풀려났대.”그는 소식을 너무 늦게 들은 바람에 주영도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탓했다.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주영도는 구아정을 빼내는 데만 정신이 팔려 강루인 역시 주영도의 움직임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잊고 말았다. 처음에는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강루인의 뇌리에 주영도의 이름이 문득 떠올랐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고 주영도에 대한 증오가 불길처럼 치솟았다.‘난 주영도한테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당신한테 나랑 할머니의 목숨이 그렇게 하찮단 말이야? 우린 정의조차 누릴 자격이 없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당신이랑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아니, 당신이 날 구해주지 않고 아예 모르는 사이로 지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게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루인아...”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차성열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강루인이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길게 내뱉었다.“괜찮아요. 선배,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차성열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루인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직접 운전하여 주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오늘이 주씨 가문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주씨 가문 본가.집사 주범수가 보고를 올렸다.“어르신, 강루인 씨가 오셨습니다.”강루인이 왔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영도를 쳐다봤다. 당사자인 주영도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동시에 당황함과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주영도가 먼저 말했다.“제가 가서 만나고 올게요.”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때 강루인이 말리는 도우미들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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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주영도, 당신은 정말 죽어도 싸!”강루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영도야!”박정금이 소리를 지르며 주영도의 상태를 살폈다. 얼굴 절반이 순식간에 피로 물든 걸 본 박정금이 강루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강루인, 대체 언제까지 미쳐 날뛸 거야? 대체 왜 이러는 건데?”“내가 미쳤다고요?”강루인의 붉게 충혈된 눈에 증오가 가득했다.“내가 미친 건 다 당신 아들 때문이에요. 당신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부터 물어봐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주영도에게 쏠렸다. 그들 역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다.주세웅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집안이 처음으로 이렇게 난장판이 됐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강루인, 일이 있으면 서로 상의하면서 해결해야지, 이렇게 다짜고짜 난리를 피우면 어떡해?”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그 말은 지금까지 내가 상의한 적이 없단 말이에요? 무릎까지 꿇고 부탁했는데도 해결해주지 않았잖아요.”주영도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가서 얘기해. 내가 다 설명할게.”그가 밖으로 끌고 나가려 하자 강루인이 접시를 집어 그의 발치에 던지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저리 썩 꺼져. 내 몸에 손대지 마.”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식탁을 짚고서야 중심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다 파르르 떨렸다.강루인이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마지막에 주세웅을 보면서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주씨 가문에서 교육 하나는 기가 막히게 시켰더군요. 살인자를 감싸는 범죄자를 길러내다니.”그 말에 주씨 가문 사람들이 주영도를 주의 깊게 살폈다.“주씨 가문에 시집온 지 5년 동안 난 아무한테도 잘못한 적이 없어. 그런데 당신들 때문에 할머니랑 내 아이가 목숨을 잃었어. 잘못한 나를 대신해서 할머니가 이미 대가까지 치렀는데 왜 아직도 날 놔주지 않는 거야?”강루인의 두 눈에 원한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의 주영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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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강루인이 쏟아낸 저주에 주세웅을 비롯한 일가족들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주영도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 교통사고는 집안에서 거의 금기였다. 특히 강루인이 액막이로 운명을 바꿔놓은 것 때문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미신을 꺼리게 되었다.주세웅은 결국 침묵을 택했다. 오늘 벌어진 이 난장판은 전적으로 주영도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으니까.평소라면 팔이 안으로 굽었겠지만 이번엔 주영도의 잘못이 너무나 명백했다. 어른으로서 강루인에게 버릇이 없다고 호통치기엔 면목이 없었다.주영도의 고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구아정이 어디에 있는지 끝까지 얘기하지 않았다. 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씨 가문과 모든 인연을 끊어버릴 듯한 기세로 돌아섰다.그 모습을 본 주영도가 서둘러 뒤따라 나갔다.엉망진창이 된 식당을 둘러보는 주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아주 각양각색이었다.옷에 음식물이 튄 바람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양연희가 미간을 찌푸린 채 박정금에게 화살을 돌리며 비꼬았다.“형님, 아주 대단한 자식을 키워내셨네요. 나중엔 자기 기분 나쁘다고 친척들까지 싹 다 처리해버리는 거 아니에요?”‘밥 한 끼 먹으러 왔다가 불똥만 맞은 꼴이라니. 재수가 없어서 원.’박정금은 관자놀이가 다 욱신거렸다.“영도한테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양연희가 콧방귀를 뀌었다.“뒤집어씌우다니요? 강루인이 5년 동안 이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살았는데 결국에는 할머니를 죽인 살인범을 감쌌잖아요. 이러다 우리 방계에도 무슨 해를 끼칠지 누가 알겠어요?”말하면서 주세웅에게 시선을 돌렸다.“아버님, 영도한테 일단 물러나라고 하는 게 어떠세요? 지금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다간 주씨 가문 전체가 휘말릴지도 몰라요.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면 회사에 타격이 얼마나 클지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사람 구실을 못 하는 건 영도인데 왜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박정금이 발끈하며 맞받아쳤다.“이간질 좀 그만해. 영도 능력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회사에 가져다준 수익이 얼마인데. 눈이 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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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이게 다 영도 오빠 탓이야.’주승우가 건들건들 말했다.“네가 만약 영도 형을 좋아한다면 내 동생이 맞나 의심했을 거야. 나처럼 가치관이 똑바로 박힌 오빠를 뒀으면 마땅히 나랑 뜻을 같이해야지. 안 그래?”그러고는 주가윤의 목을 감아쥐었다.“가자. 오빠가 밥 사줄게.”조금 전 두어 입밖에 뜨지 못했는데 강루인이 들어와 밥상을 엎어버렸다. 하여 아직 배가 고픈 상태였다.주가윤이 공처럼 그의 겨드랑이에 끼인 채 귓불까지 뻘게지며 버둥거렸다.“난 배불러요.”주승우가 그녀의 거짓말을 가차 없이 까발렸다.“소처럼 많이 먹는 애가 겨우 그만큼 먹어서 어디 기별이나 가겠어?”주가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주영도가 뒤쫓아 갔을 때 강루인이 마침 차에 올라탔다.“내려. 얘기 좀 해.”그가 앞을 가로막든 말든 강루인은 신경 쓰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액셀을 끝까지 밟아 그대로 들이받을 기세로 돌진했다.그녀가 운전할 줄 모를 거라 생각했는지 차가 돌진해오자 주영도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 차가 지나가며 일으킨 바람에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집에서 나온 주승우와 주가윤이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 주승우가 코웃음을 쳤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아직도 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러고는 주가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당부했다.“인간은 말이야.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너무 과대평가해선 안 돼. 아무도 널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주가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두 사람은 차에 올라탄 후 그대로 휙 가버렸다.뒤이어 집에서 나온 박정금이 주영도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자. 의사한테 가서 머리 상처 좀 치료받자.”하지만 주영도는 갈 생각이 없었고 강루인을 쫓아갈 생각뿐이었다.박정금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지금 쫓아가서 어쩔 건데? 구아정이 어디 있는지 말해줄 수나 있어?”지금 이 상황이 주영도가 몇 마디 한다고 해서 풀릴 상황이 아니었다. 구아정을 넘겨주지 않는 이상 그들은 계속 원수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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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강루인은 언론 제보에 그치지 않고 라이브 방송까지 켰다. 라이브 방송에서 주영도의 외도 사실과 내연녀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법을 어긴 증거, 그리고 주영도와 구아정의 신상 정보까지 낱낱이 까발렸다.과거 강루인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각자 알아서 살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영도가 벌인 짓을 알게 된 후로는 그럴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날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차라리 다 같이 죽자.’사람들은 원래 가십거리를 좋아한다. 특히 재벌의 추문이라고 하면 알아서 모여들었다. 강루인이 광고비를 따로 쓴 것도 아닌데 방송을 켜자마자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실시간 채팅창이 순식간에 열띤 토론으로 도배되었다.강루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패라곤 ‘약자’라는 것뿐이라는 사실을.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약자를 동정한다.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남편의 내연녀 때문에 가족을 잃었으며 그 충격으로 아이까지 유산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피해자 서사’가 어디 있을까?여론이 자연스럽게 강루인의 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게다가 강루인이 제시한 증거들 모두 인터넷상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기록들이었다.[그 폭발 사건 제가 직접 봤어요. 우리 집 근처였는데 그때 소리가 진짜 엄청났거든요. 경찰도 많이 출동했고. 그 피해자가 이분 가족이었군요. 폭발 때문에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x월 x일에 xx 근처에서 있었던 폭발 사고 말하는 거죠? 저도 그때 소리를 들었어요. 지진 난 줄 알았는데 이런 거였군요. 이분 너무 안타까워요.][댓글 보니까 갑자기 이 사람 낯이 익은데요? 예전에 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이 사람이 칼 들고 누구를 찌르는 걸 봤어요. 그땐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찌른 사람이 남편이랑 내연녀인 것 같아요.][대박. 사람까지 죽이려 했어요?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이봐요. 너무하다니요? 남편의 내연녀가 할머니를 죽였는데 남편이라는 인간은 모르는 척하고 그 여자랑 데이트나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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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사람의 마음이란 본디 약자의 편에 기우는 법이다.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가련한 모습으로 호소하니 사람들의 동정심을 아주 쉽게 자극했다.게다가 화면 너머의 네티즌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횡포를 부리는 행위에 깊은 반감을 느끼던 그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을 강루인과 같은 처지로 여기기 시작했다.어쨌거나 주영도가 인간도 아닌 짓을 많이 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전처에게 부부로서의 정이라곤 티끌만큼도 없었고 짐승보다 못했다.네티즌들의 도움에 힘입어 라이브 방송의 영상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강루인이 시간을 확인했다.“얼마 후면 저의 계정이 정지될 거예요. 만약 여러분이 살인범 구아정의 행방을 찾아주신다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그러고는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게 구아정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초상권 침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구아정이 그녀를 고소하기를 바랐다. 그러면 구아정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강루인은 법으로 구아정을 심판할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옥에 보낼 거라고 다짐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이 꺼졌다.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강루인의 목적이 주씨 가문이 손쓰기 전에 여론을 들끓게 만드는 것이었다. 여론이 들끓으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응이 바로 그 근원을 차단하는 것이었다.그들이 돈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든다면 강루인은 돈을 써서 퍼뜨릴 생각이었다. 설령 빈털터리가 된다 해도 상관이 없었다. 주씨 가문에 명예에 비하면 가진 게 없는 강루인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강루인은 사실 주씨 가문이 정계와 맺은 검은 거래까지 폭로하고 싶었다. 그러면 주 씨 가문이 권력층에게 버림받고 더 큰 타격을 입을 테니까.하지만 남은 이성이 그녀를 붙잡았다. 폭로해서 주씨 가문이 망한다 해도 강루인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었다. 진짜 권력과 맞서 싸우다가 마지막에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수도 있었다.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그녀가 죽고 난 뒤에 구아정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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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강루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주영도는 태블릿 PC로 여론을 확인했다.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으며 얼굴도 잔뜩 일그러졌다.‘왜 이렇게 날 이해하지 못하고 믿어주지 않는 거야? 복수를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익을 극대화해야지. 사람을 찾는 것과 아정이를 처벌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안 돼?’라이브 방송이 차단된 후에도 강루인은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함지율이 여론 상황을 전했다.“주씨 가문 쪽에서 돈을 써서 기사를 내리고 있어.”이번 추문이 주영도의 외도보다 훨씬 심각했기에 여론을 잠재우려는 압박도 거셌다.강루인이 함지율에게 은행 카드를 건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올려.”함지율이 카드를 받았다.“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주씨 가문은 당해내지 못할 거야.”개인이 대기업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강루인이 단호하게 말했다.“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야지.”그녀는 버틸 수 있었다. 이번 싸움은 주씨 가문에서 체면이 깎이는 걸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들에 비하면 잃을 게 없는 강루인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주씨 가문이 주영도를 압박하게 만들 수 없다면 이익을 건드려야 했다. 손해가 발생해야 그들도 비로소 움직일 것이다.예상대로 주영도가 강루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된 후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너무 조용해서 전류가 흐르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강루인이 침묵을 깨고 차갑게 말했다.“구아정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주영도가 대답했다.“너희 집 아래야. 만나서 얘기 좀 해.”강루인의 목소리에 서릿발이 섰다.“당신이랑 잡담할 기분이 아니야.”무력감에 휩싸인 주영도가 한숨을 내쉬었다.“난 그저 사람을 살리고 싶을 뿐이야. 날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될까? 시간을 좀 줘. 아정이의 결말은 바뀌지 않아.”“주영도, 난 당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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