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91 - Chapter 500

523 Chapters

제491화

“재간 있으면 평생 구아정을 숨기고 살아. 내 눈에 띄었다간 그 자매들 지옥에 보내버릴 테니까.”주영도가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루인아, 제발 좀 이성적으로 굴 순 없어?”‘이성?’지금 당장 주영도를 찔러 죽이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성적이었다.강루인은 더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섞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끊긴 전화를 보던 주영도는 다시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전화를 끊은 뒤 강루인이 함지율에게 말했다.“지율아, 주영도랑 구아정이 불륜을 저지르는 영상 있잖아. 계속 퍼뜨려 줘.”그때 구아정이 강루인을 자극하려고 영상과 사진을 보낸 걸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할 판이었다.주영도가 그토록 첫사랑을 애지중지 아낀다면 구아정과 공범으로 엮어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내연녀와 짜고 아내의 가족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조차 내버려 두지 않은 남편, 이 정도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점점 미쳐가는 강루인을 지켜보던 함지율은 걱정스러운 한편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주씨 가문에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주영도가 아무리 인간말종이라 해도 주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높아 주영도가 이런 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걸 그 집 사람들이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개인이든 가문이든 이런 오점이 남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강루인의 검은 눈동자에 광기가 서렸다.“5년 동안 참았고 짓밟혔어.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해. 더는 바보처럼 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그들이 가만두든 두지 않든 강루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막대한 자본 덕에 주영도가 공범이라는 키워드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주씨 가문이 다시 한번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었다.[어쩐지 주영도가 살인자를 감싸고 돌더라니, 둘이 한패였네요. 내연녀가 자기 범죄를 폭로할까 봐 미리 손 쓴 거였어요.][주영도 전 와이프도 참 가엾네요. 저런 악마 소굴에 시집가서 목숨까지 잃을 뻔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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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정신질환이 있는 자가 비정상적인 집단이라 법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는 뜻이었다.주세웅이 다시금 주영도를 유심히 쳐다봤다. 독한 면은 그를 닮았으나 아직 젊어서 사리 분별이 흐릿한 구석이 있었다.주영도가 시선을 늘어뜨리고 감정을 숨긴 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밖의 여론은 제가 해결할게요. 그러니 아정이 일은 제 방식대로 처리하게 해주세요.”주세웅이 참다못해 물었다.“루인이 생각은 안 해?”“나중에 다 보상할 거예요.”나중에 남은 인생을 다해서라도 강루인에게 진 빚을 배로 갚으리라 다짐했다.주세웅이 더는 이 문제를 따져 묻지 않았다. 손주의 사랑 문제까지 참견할 기력도,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회사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가 엄포를 놓았다.“딱 하루 줄게. 그때까지 해결 못 하면 회사 일에 손 떼고 구아정도 내놓도록 해.”회사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친손자라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주영도가 본가에서 나온 뒤 차에 올라탔다. 차가 도로 위를 매끄럽게 달렸다.차 안, 주영도가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피우면서 노윤환에게 지시했다.“루인이 얼마 전에 받았던 정신과 검사 결과서 좀 가져와. 가져오는 대로 홍보팀에 연락해서 여론의 흐름을 뒤집으라고 해.”노윤환이 주영도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 핸들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두 눈에 경악이 스쳤다.그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대표님, 이 모든 사건의 피해자는 강루인 씨예요.”솔직히 주영도의 옆에서 일하는 노윤환도 그리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까지 모진 일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강루인이 주영도의 아내로 5년이나 함께 살았다. 최근 할머니를 여의고 유산까지 했다. 주영도의 이런 처사는 강루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녀가 피해자라는 걸 주영도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여론을 잠재우고 상황을 수습할 가장 확실하고도 상처가 적은 방법이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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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셋째, 주선 그룹의 책임자이자 준법정신을 투철하게 지키는 기업인으로서 사람들의 감시와 비판을 달갑게 받겠다고 했다.회사 측의 강력한 공신력 덕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여기에 경찰이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뜨린 네티즌들을 구속하기 시작하자 한쪽으로 쏠렸던 여론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경찰의 소환 전화를 받은 순간 강루인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그녀를 함지율이 급히 붙잡았다.“루인아.”강루인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지율아, 이 사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그녀가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질문을 쏟았다.함지율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강루인을 다독였다.“괜찮아, 아직 기회가 있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하지만 방법을 찾기도 전에 경찰이 강루인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다.경찰서로 불려 온 정신과 의사가 강루인을 진단한 후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을 비롯해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강루인이 정신 환자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게다가 의사의 진단이 없었더라도 경찰서에서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는 강루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경찰이 훈계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질환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구속 처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벌금 내시고 보호자 동반하에 병원 치료 받으세요.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을 또다시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정의의 사도여야 할 사람들이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자 강루인이 책상을 내리치며 흥분했다.“공공질서를 어지럽혀? 내가 뭘 어쨌는데? 주영도랑 한통속인 당신들이 무슨 염치로 그 제복을 입고 있어? 당신들 이런 식으로 시민을 도와주는 거야? 진짜 범죄자는 무죄로 풀어주고 피해자인 나한테 대못을 박다니. 당신들이 이러고도 사람이야?”절망이 강루인의 이성을 집어삼켰다. 원한에 잠식된 그녀가 핏발이 선 눈으로 경찰들을 노려보았다.“당신들도 주영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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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같은 시각 경찰이 강루인에게 정신질환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강루인이 인터넷에 올린 내용 모두 병세 악화로 인한 망상일 뿐이고 이미 보호자의 협조를 얻어 환자를 치료 기관으로 보냈다고 했다.강규덕이 강루인의 보호자 자격으로 나서서 이를 확인해주었다. 그는 딸이 할머니의 죽음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환각 증세를 보이는 것이라 증언했다.그리고 자식을 아끼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이를 너그러이 용서해달라고 했다.이러한 증거 덕에 주선 그룹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마침내 꺾였다.여전히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있었으나 자본의 힘으로 그들의 목소리는 금세 묻혔고 더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한편 강씨 가문.연상미가 어두운 표정의 강규덕을 보며 입을 열었다.“일은 다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죽상을 쓰면 어떡해?”강규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거짓 증언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주영도가 제시한 금액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거절한다면 그건 돈에 대한 모욕이라 느껴질 정도의 거액이었다.그 역시 효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는가?‘어머니도 저세상에서 아시면 나한테 뭐라 하시지 않을 거야.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인데 당연히 내가 잘살기를 바라시겠지.’게다가 때가 되면 이수희를 죽인 진범 또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주영도가 약속했다.인심도 쓰고 실속도 챙기는 일이기에 어머니가 죽어서 그에게 남겨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기로 했다.연상미가 말했다.“어머님이 드디어 당신을 위해 좋은 일 하나 하셨네.”강루인이 주영도와 죽기 살기로 맞서지만 않았어도 주영도가 그들을 찾아오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강규덕이 말했다.“용하다는 무당 좀 알아봐서 우리 어머니 천도재라도 올려드려. 좋은 곳으로 가시게.”그 말에 연상미가 입술을 삐죽거렸다.‘죽은 마당에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라고. 찜찜해 할 필요도 없어. 부모라면 당연히 자기 자식을 위해 조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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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화가 났지만 이게 현실이었다.다 알고 있음에도 함지율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주영도의 매정하고 잔인한 태도 때문이었다.반려동물을 수년간 키워도 정이 드는 법인데 5년을 함께 산 아내에게 인간의 추악함과 비열함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지금까지 살면서 주영도만큼 잔인하고 무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최지호가 말했다.“차에서 기다려. 바닥에 앉아 있지 말고. 이따가 일어설 때 현기증 날라.”함지율이 당황하거나 방법이 없을 때 구석에 쭈그려 앉는 버릇이 있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빨리 주영도를 찾아가라고 재촉했다.주선 그룹.외부의 여론이 회사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 듯 모두 평소처럼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최지호가 도착했을 때 주영도가 방금 회의를 마치고 서류에 사인하는 중이었다.주영도는 최지호를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노윤환이 주영도가 사인한 서류를 들고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최지호가 주영도의 표정을 살폈다. 세상의 온갖 소란이 그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듯 여전히 덤덤하기만 했다.오랜 세월을 함께한 최지호조차 주영도의 잔인함에 감탄했다. 일반인은 절대 그처럼 할 수가 없었다.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가.”‘멍하니 서서 뭐 하는지 참. 문지기라도 할 셈이야?’최지호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열었다.“루인 씨를 정신병원에 보냈어?”주영도가 아무 대답 없이 계속 업무에만 몰두하자 최지호가 이어 말했다.“풀어주면 안 될까?”그 말에 주영도가 멈칫했다가 고개를 들었다.“날 설득하러 온 거라면 그냥 가.”최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다 루인 씨까지 죽겠어.”“그럴 일은 없어. 거기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고 이쪽도 조용해서 참 좋아. 밖의 일을 다 처리하면 직접 가서 루인이를 데려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최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구아정을 빼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아직도 구아정의 진짜 얼굴을 모르는 거야? 사람까지 죽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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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지금의 주영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최지호가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고 태도가 무척이나 단호했다.강루인을 절대 풀어주지 않겠다며 주영도 외에는 누구도 그녀를 만날 수 없다고 했다.허탕을 친 최지호가 함지율을 데리러 정신병원으로 갔다. 함지율이 그를 보자마자 흥분하며 다가왔다. 그런데 오랜 시간 바닥에 쪼그려 앉은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려 했다.최지호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조심해.”함지율이 기대에 찬 얼굴로 다급하게 물었다.“주영도가 뭐래? 풀어주겠대?”최지호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자 함지율이 다그쳤다.“고개만 젓지 말고 말 좀 해봐.”“일단 집에 가자.”지금 여기서 기다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그 말에 함지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안색도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짐승만도 못한 자식, 정말 인간도 아니야.’최지호가 냉정하게 현실을 설명했다.“루인 씨 안에서 무사할 거야. 소란을 피울까 봐 그런 거니까 일이 마무리되면 풀어주겠다고 했어.”“소란? 너도 우리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함지율이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더니 그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면서 거리를 두었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그들이 친한 친구라는 것을.그녀가 손을 휘둘렀다.“이만 가. 지금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최지호가 그녀의 눈빛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채고 이를 악물었다.“또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하네.”함지율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화풀이인지 아닌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최지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면 짐승만도 못한 주영도가 떠올라 분노가 치솟았다.최지호는 억울하기만 했다.‘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억울하다고. 그리고 내가 주영도의 뇌 신경도 아니고 어떻게 걔 생각을 좌지우지하겠어?’몇몇 문제 덩어리들이 뭉쳐 폐를 끼치니 정말 편히 살 날이 없었다.최지호가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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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이 돈은 앞으로 구아정의 삶을 책임질 돈이었다. 구연정의 심장을 이식받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구씨 가문이 주영도 때문에 망했고 더 이상 그녀를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이 허약한 몸으로는 힘든 일을 할 수도 없었다.게다가 푼돈을 벌겠다고 몸을 혹사시키며 살고 싶지도 않았다.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야 하는 구아정이 그런 고생을 할 리가 없었다.하여 남은 인생을 걱정 없이 살려면 재산이 넉넉해야 했다.‘오빠가 구연정을 그렇게 아끼는데 동생인 내가 돈 좀 쓰는 게 뭐 어때서? 우리 가족이잖아.’주영도가 내놓은 후한 ‘사례금’을 보며 구아정이 더욱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구연정 이년이 아직도 영도 오빠의 마음을 꽉 잡고 있다니까.’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구아정도 이제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그녀가 완전히 패배했다. 하지만 강루인이 그녀보다 더 처참하게 졌다. 모든 걸 다 잃은 패배였다.강루인이 비참해진 모습을 본 구아정은 속이 다 시원했다.‘영도 오빠의 아내로 5년을 살면 뭐 해? 결국에는 다 잃었는데. 따지고 보면 진짜 패배자는 강루인 하나야.’그 생각에 구아정은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그녀는 모레 구연정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주영도와 약속했다.별장을 나선 후 주영도는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조금은 덜어진 듯했다. 잔뜩 찌푸렸던 미간도 이젠 조금 펴졌다.“거의 끝나가고 있어.”운전석에 앉아 있던 노윤환은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전혀 가볍지 않았다.‘끝나가고 있다고? 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노윤환은 오히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주영도가 점점 더 잘못된 길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더는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주영도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둥글고 환한 달이 떠 있었다.“오늘이 추석이야?”노윤환이 짧게 대답했다.“네.”‘추석에도 출근이라니. 내 팔자야.’주영도가 넋을 놓고 달을 바라봤다.예전에는 이런 명절을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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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생각해낸 방법이란 게 고작 이거야?”함지율이 그녀를 끌고 담을 넘은 최지호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지호가 당당하게 말했다.“루인 씨가 어느 방에 있는지 이미 파악해 놨어.”그는 조금 창피한 방법이긴 해도 쓸모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함지율이 말을 잇지 못했다.‘며칠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겨우 이거라니. 내가 얘를 너무 과대평가했나?’최지호가 변명했다.“이 병원 주씨 가문 거야. 우리가 이 얼굴로 당당하게 들어가서 루인 씨를 만나고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아?”‘대놓고 안 되면 몰래 해야지. 남자라면 상황에 맞춰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그건 절대 창피한 게 아니라고.’두 사람이 담을 넘어 몰래 잠입하는 사이 차성열이 바깥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차성열 역시 강루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함지율을 찾아갔다. 그제야 주영도가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 말이 딱 맞았다. 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 지역의 현지 세력을 이길 수 없었다. 차씨 가문의 세력이 만항시에서 대단했지만 주씨 가문 구역에서 주영도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게다가 권력을 쥔 주영도와 달리 차성열은 아직 차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그가 주씨 가문과 정면으로 맞서는 걸 그의 부모가 지지해줄 리 없었다.담을 넘은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담 밑에 뚫린 개구멍을 기어서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구멍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측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최지호가 그 틈을 이용해 사람을 시켜 구멍을 조금 더 크게 파놓았다. 이런 운이라도 따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함지율이 기어 들어가면서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주영도도 욕하고 최지호도 욕했다. 인간이 아니라서 짐승 같은 짓만 골라 한다고.두 사람이 나란히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방향 감각이 없었던 함지율은 최지호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최지호가 머릿속에 외워둔 병원 구조를 따라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의사 가운까지 챙겨 입고 강루인이 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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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하늘이시여. 제발 눈 좀 똑바로 뜨세요. 주영도 그 인간쓰레기 좀 빨리 데려가시라고요.’함지율이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 삼키며 목소리를 쥐어짰다.“루인아...”그런데 병실 안의 강루인이 아무 반응이 없이 창밖만 멍하니 내다봤다. 함지율이 다시 한번 불러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목소리가 너무 낮은 탓이라 생각하면서도 높게 부르지 못했다. 의료진에게 들키면 큰일이니까.하지만 강루인이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함지율은 알지 못했다. 강루인은 병이 발작하여 환청이 들린 거라고 생각했다.전에도 몇 번이나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구하러 온 줄 알고 기대하며 돌아봤지만 항상 아무도 없었다.그렇게 여러 번 반복되고 나니 정말 아픈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강루인은 그런 반응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함지율이 점점 더 초조해졌다.“문 어떻게 열어? 키 있어?”최지호가 고개를 저었다.“없어. 일단 진정해.”‘이 상황에서 어떻게 진정해? 한 발짝만 더 가면 성공인데.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최지호가 주머니에서 만능 키를 꺼내더니 자물쇠를 열기 시작했다.함지율이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엄청 능숙한데? 진작 말할 것이지. 괜히 혼자 애태웠잖아.’이 순간을 위해 며칠 전 따로 기술까지 배워온 최지호였다. 이렇게까지 애썼는데도 함지율이 나중에 또 뭐라 한다면 그땐 진짜 화낼 생각이었다.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함지율의 얼굴에 순식간에 기쁨이 번졌다. 그녀가 최지호를 밀어내고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최지호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렇게 빠른 손절은 또 처음이었다.“루인아...”함지율이 목소리를 억누르며 다가갔다.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강루인을 보자 코끝이 시큰거렸다.강루인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쳐다봤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리 기뻐하지 않았고 검은 눈동자에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녀가 혼잣말로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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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함지율과 최지호가 이번에도 도둑처럼 몸을 낮춘 채 강루인을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강루인이 두 사람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런데 집중력이 떨어져 있어 순간 발밑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건드리고 말았다.고요한 밤이라 그런지 쾅 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세 사람이 동시에 멈칫했다. 강루인은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흥건해졌다.“누구야?”앞쪽 당직실에서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다가오는 발소리에 최지호가 재빠르게 왼쪽 병실을 훑어보더니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널브러져 깊이 잠든 두 환자에게 먼저 사과를 건넨 뒤 냅다 따귀를 때렸다.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으악.”최지호가 창가 쪽 환자를 가리키며 문 쪽 환자에게 말했다.“저 사람이 그쪽을 때리는 걸 내가 봤어요.”그 말에 문 쪽 환자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손톱을 세우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네가 쳤어? 가만 안 둬.”병실이 난장판이 된 틈을 타 최지호가 재빨리 빠져나왔다.그 광경을 지켜본 함지율이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최지호가 그들을 옆 병실로 밀어 넣었다.세 사람이 들어가자마자 뒤이어 의료진이 달려와 싸움이 난 방으로 들어갔다. 싸우는 목소리와 진정시키는 목소리가 벽 너머로 생생하게 들렸다.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들 누구야?”세 사람이 움찔했다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침대 위에 앉아 있던 여자 환자가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네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최지호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거짓말을 내뱉었다.“우린 천사들이에요. 내일 놀러 올 테니까 얼른 자요.”강루인과 함지율이 말을 잇지 못했다.“나쁜 사람들, 당신들은 나쁜 사람들이야.”여자 환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젠장. 정신 환자들을 속이는 것도 참 어렵네.’더 이상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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